
스바네티는 조지아의 알프스로 불리기도 한다. 우슈바산(4170m)을 중심으로 베이스캠프인 메스티아 그리고 그중 하이라이트는 1996년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중세시대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우슈굴리이다
코로나19 대응 기조가 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로 바뀌면서 예방접종을 마친 이들의 해외 여행이 다시 자유화됐다. 조지아(그루지아) 또한 방문이 가능해진 국가다. 조지아는 흑해 동쪽의 국가다. 이 나라의 북쪽은 코카서스 산맥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이 산맥을 경계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선 상에 있는 이 나라는 코로나19 유행 이전 한국인 여행객이 급속히 증가하던 곳이었다. 대한항공이 직항노선을 준비 중이었던 곳이다. 이제 백신접종 증명서만 있으면 제약 없이 출입국과 해외여행이 가능한 나라여서 다시 한국인 여행객의 증가가 기대되는 곳이다. 나는 2016년부터 ‘바투미 포토 데이스 국제사진축제’의 초청을 계기로 거의 매년 큐레이터로 조지아를 방문하여 한국과 아시아 사진을 현지에 소개하고 있다. 일 때문에 알게 된 나라지만 조지아의 대자연을 경험한 뒤 나는 자발적으로 조지아 홍보활동을 해왔다. 이 나라의 대자연이 오래도록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이 나라가 계속 지켜갈 수 있도록 세계시민이라면 지켜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슈굴리 마을 입구에 인구리 강이 흐르고 있다. 이 다리 주변에서 인근 마을로 가는 차들이 출발한다
코카서스의 절경을 품은 나라
두 번째로 조지아를 방문하게 되었을 때 행사를 마치고 2~3주에 걸쳐 조지아 전역을 다니며 사진 여행을 할 기회를 갖게 됐다. 조지아의 대자연을 경험하려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스바네티’ 지역이다. 조지아 북서쪽, 압하지아의 동쪽에 위치한 스바네티는 코카서스의 절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스바네티에서는 이 지역만의 독특한 건축양식인 스반타워(Svan tower)를 볼 수 있다. 코카서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산골 마을 또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조지아는 인구는 397만 명, 국토 면적은 남한의 3분의 2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그래서 웬만한 곳이면 3시간이면 다 가볼 수 있지만 스바네티는 좀 다르다. 도시문명과는 거리가 있는 말 그대로 자연에 더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하룻밤 꼬박 야간열차를 타고 주그디디까지 가서 거기서 새벽에 출발하는 마슈르까(미니버스)를 역에서 갈아타고 4시간 가까이 달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다. 그러니 비행기와 기차, 대절 차량으로 유명 관광지만 슥슥 보고 다녀야 하는 단기 여행자에게는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다.
주그디디 역에 도착해 마슈르까로 갈아타고 인구리 강변도로를 따라 달리다 인구리 댐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했다. 공포스럽게도 마슈르까 운전기사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다행히 그는 실수하지 않았고 무심히 달리는 차량 밖으로 장엄한 우슈바 산의 풍광을 볼 수 있었다. 설산으로 둘러싸인 메스티아에서 짐을 풀었다. 메스티아를 시작으로 빙하로 유명한 우슈굴리를 다녀왔고 우슈바 산과 더 가까운 마저리 마을을 찾아가 트래킹을 했다. 코카서스의 대자연이 살아있는 스바네티의 풍경이 오래도록 내 가슴에 남아 그리움이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우슈굴리 민가의 모습이다. 대부분 목축업을 하며 부업으로 여행자를 상대로 민박업을 하며 살아간다

마저리 마을 한 민박집 창밖 풍경이다. 우슈바 산의 장엄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행자는 거의 찾지 않는 곳이다.
조지아판 4대강사업을 수자원공사가 추진
불행하게도 스바네티의 아름다운 대자연은 훼손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건설과 한국수자원공사가 스바네티 마저리 마을 인근의 인구리 강과 만나는 넨스크라 강에 280MW급 수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넨스크라 강은 댐이 들어설 정도로 큰 강이 아니라 계곡 하천에 가깝다. 사업성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수력발전사업 자체가 조지아판 물민영화사업의 일환이라 현지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투자은행의 환경사회정책기준에 대해 시비가 불거졌고 댐 건설 과정과 이후에 대형 수해 피해 발생 가능성도 제기돼 현재 조지아에서 재판까지 진행되고 있다. 2014년부터 사업 추진이 됐지만 보상을 둘러싼 시비가 그치지 않아 주민 총격사건이 벌어지고 주민 반대운동이 확대돼 사업은 일시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조지아와 한국 양국 정부가 올해 정책협의회를 열어 사업 재추진을 협의하고 국제상업회의소가 중재에 나서 사업 재추진을 종용하는 와중이다.
2022년은 대한민국-조지아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댐 건설을 통해 수자원공사가 이익을 낼지 모른다. 그러나 사업 자체가 조지아의 국토 훼손, 원주민을 몰아내는 약탈적 개발 방식, 조지아 시민사회가 반발하는 물민영화사업이라는 점에서 조지아 현지의 시민 저항이 저토록 높은데 아무리 수익이 커도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재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4대강사업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한 그 사업의 원죄를 논할 때 수자원공사가 빠지지 않음도 잘 알고 있다. 우리 국민이 조지아의 자연을 훼손하는 이익사업을 벌이는 데 흔쾌히 동의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훼손되는 게 수자원공사의 해외사업 수익보다 못한가?

마저리 마을을 중심으로 우슈바산과 인근을 트레킹하는 루트가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슈두그라폭포를 지나는 트레킹 코스가 유명하다. 넨스크라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메스티아에서 코룰디 호수로 향하는 트레킹 코스 중간 십자가 전망대 인근에서 만난 풍경이다. 해가 지고 있다
수공은 사업 철수로 국격 지켜야
사업 진출국 국민과 예정지 주민들의 반대가 있는 환경 훼손사업에는 공기업 참여를 금지하는 해외사업법을 마련해 재발의 여지를 막는 게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 법은 사실 미리 만들어졌어야 옳았다. 2012년 MB정부 시절 수자원공사는 ‘태국판 4대강’사업으로 불렸던 11조5000억 원 규모의 차오프라야 강과 25개 강 물관리사업을 수주해 추진하다 지역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해 사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태국 정권이 교체되면서 사업이 전면 재검토되자 380억 원의 혈세만 날리고 철수한 바 있다. 그때 앞서 언급한 환경 훼손, 현지 주민 반대 사업의 추진을 금지하는 해외사업법 제정이 됐어야 했다. 한국은 이미 국제사회에 선진국으로 인정받은 나라다. 선진국의 국격이 여전히 개도국 시절을 살고 있는 공기관의 사업정책으로 누더기가 되고 있는 건 아닌가. 조지아의 자연을 훼손하는 물민영화사업에서 한국 공기업이 철수해야 마땅하다.

마저리 마을에서 슈드그라 폭포를 향해 올라가다 되돌아본 돌라강이 흐르는 풍경이다. 전형적인 스바네티의 풍경이다
| 강제욱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스바네티는 조지아의 알프스로 불리기도 한다. 우슈바산(4170m)을 중심으로 베이스캠프인 메스티아 그리고 그중 하이라이트는 1996년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중세시대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우슈굴리이다
코로나19 대응 기조가 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로 바뀌면서 예방접종을 마친 이들의 해외 여행이 다시 자유화됐다. 조지아(그루지아) 또한 방문이 가능해진 국가다. 조지아는 흑해 동쪽의 국가다. 이 나라의 북쪽은 코카서스 산맥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이 산맥을 경계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선 상에 있는 이 나라는 코로나19 유행 이전 한국인 여행객이 급속히 증가하던 곳이었다. 대한항공이 직항노선을 준비 중이었던 곳이다. 이제 백신접종 증명서만 있으면 제약 없이 출입국과 해외여행이 가능한 나라여서 다시 한국인 여행객의 증가가 기대되는 곳이다. 나는 2016년부터 ‘바투미 포토 데이스 국제사진축제’의 초청을 계기로 거의 매년 큐레이터로 조지아를 방문하여 한국과 아시아 사진을 현지에 소개하고 있다. 일 때문에 알게 된 나라지만 조지아의 대자연을 경험한 뒤 나는 자발적으로 조지아 홍보활동을 해왔다. 이 나라의 대자연이 오래도록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이 나라가 계속 지켜갈 수 있도록 세계시민이라면 지켜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슈굴리 마을 입구에 인구리 강이 흐르고 있다. 이 다리 주변에서 인근 마을로 가는 차들이 출발한다
코카서스의 절경을 품은 나라
두 번째로 조지아를 방문하게 되었을 때 행사를 마치고 2~3주에 걸쳐 조지아 전역을 다니며 사진 여행을 할 기회를 갖게 됐다. 조지아의 대자연을 경험하려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스바네티’ 지역이다. 조지아 북서쪽, 압하지아의 동쪽에 위치한 스바네티는 코카서스의 절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스바네티에서는 이 지역만의 독특한 건축양식인 스반타워(Svan tower)를 볼 수 있다. 코카서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산골 마을 또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조지아는 인구는 397만 명, 국토 면적은 남한의 3분의 2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그래서 웬만한 곳이면 3시간이면 다 가볼 수 있지만 스바네티는 좀 다르다. 도시문명과는 거리가 있는 말 그대로 자연에 더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하룻밤 꼬박 야간열차를 타고 주그디디까지 가서 거기서 새벽에 출발하는 마슈르까(미니버스)를 역에서 갈아타고 4시간 가까이 달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다. 그러니 비행기와 기차, 대절 차량으로 유명 관광지만 슥슥 보고 다녀야 하는 단기 여행자에게는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다.
주그디디 역에 도착해 마슈르까로 갈아타고 인구리 강변도로를 따라 달리다 인구리 댐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했다. 공포스럽게도 마슈르까 운전기사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다행히 그는 실수하지 않았고 무심히 달리는 차량 밖으로 장엄한 우슈바 산의 풍광을 볼 수 있었다. 설산으로 둘러싸인 메스티아에서 짐을 풀었다. 메스티아를 시작으로 빙하로 유명한 우슈굴리를 다녀왔고 우슈바 산과 더 가까운 마저리 마을을 찾아가 트래킹을 했다. 코카서스의 대자연이 살아있는 스바네티의 풍경이 오래도록 내 가슴에 남아 그리움이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우슈굴리 민가의 모습이다. 대부분 목축업을 하며 부업으로 여행자를 상대로 민박업을 하며 살아간다
마저리 마을 한 민박집 창밖 풍경이다. 우슈바 산의 장엄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행자는 거의 찾지 않는 곳이다.
조지아판 4대강사업을 수자원공사가 추진
불행하게도 스바네티의 아름다운 대자연은 훼손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건설과 한국수자원공사가 스바네티 마저리 마을 인근의 인구리 강과 만나는 넨스크라 강에 280MW급 수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넨스크라 강은 댐이 들어설 정도로 큰 강이 아니라 계곡 하천에 가깝다. 사업성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수력발전사업 자체가 조지아판 물민영화사업의 일환이라 현지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투자은행의 환경사회정책기준에 대해 시비가 불거졌고 댐 건설 과정과 이후에 대형 수해 피해 발생 가능성도 제기돼 현재 조지아에서 재판까지 진행되고 있다. 2014년부터 사업 추진이 됐지만 보상을 둘러싼 시비가 그치지 않아 주민 총격사건이 벌어지고 주민 반대운동이 확대돼 사업은 일시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조지아와 한국 양국 정부가 올해 정책협의회를 열어 사업 재추진을 협의하고 국제상업회의소가 중재에 나서 사업 재추진을 종용하는 와중이다.
2022년은 대한민국-조지아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댐 건설을 통해 수자원공사가 이익을 낼지 모른다. 그러나 사업 자체가 조지아의 국토 훼손, 원주민을 몰아내는 약탈적 개발 방식, 조지아 시민사회가 반발하는 물민영화사업이라는 점에서 조지아 현지의 시민 저항이 저토록 높은데 아무리 수익이 커도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재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4대강사업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한 그 사업의 원죄를 논할 때 수자원공사가 빠지지 않음도 잘 알고 있다. 우리 국민이 조지아의 자연을 훼손하는 이익사업을 벌이는 데 흔쾌히 동의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훼손되는 게 수자원공사의 해외사업 수익보다 못한가?
마저리 마을을 중심으로 우슈바산과 인근을 트레킹하는 루트가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슈두그라폭포를 지나는 트레킹 코스가 유명하다. 넨스크라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메스티아에서 코룰디 호수로 향하는 트레킹 코스 중간 십자가 전망대 인근에서 만난 풍경이다. 해가 지고 있다
수공은 사업 철수로 국격 지켜야
사업 진출국 국민과 예정지 주민들의 반대가 있는 환경 훼손사업에는 공기업 참여를 금지하는 해외사업법을 마련해 재발의 여지를 막는 게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 법은 사실 미리 만들어졌어야 옳았다. 2012년 MB정부 시절 수자원공사는 ‘태국판 4대강’사업으로 불렸던 11조5000억 원 규모의 차오프라야 강과 25개 강 물관리사업을 수주해 추진하다 지역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해 사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태국 정권이 교체되면서 사업이 전면 재검토되자 380억 원의 혈세만 날리고 철수한 바 있다. 그때 앞서 언급한 환경 훼손, 현지 주민 반대 사업의 추진을 금지하는 해외사업법 제정이 됐어야 했다. 한국은 이미 국제사회에 선진국으로 인정받은 나라다. 선진국의 국격이 여전히 개도국 시절을 살고 있는 공기관의 사업정책으로 누더기가 되고 있는 건 아닌가. 조지아의 자연을 훼손하는 물민영화사업에서 한국 공기업이 철수해야 마땅하다.
마저리 마을에서 슈드그라 폭포를 향해 올라가다 되돌아본 돌라강이 흐르는 풍경이다. 전형적인 스바네티의 풍경이다
| 강제욱 다큐멘터리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