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가서 강과 만나다

2023-06-02

광주환경운동연합이 바다를 배우고 바다에서 희망을 찾는 배움 여행 프로그램 ‘바다, 우리가 갑니다’ 기행을 시작했다. 2023년 5월 13일 섬진강 하류 배일도 정원 기행, 6월 18일 새만금 수라갯벌 기행, 9월 17일 고창해상풍력발전단지와 구시포해수욕장 기행, 10월 14일 고흥 거금도 생태숲 기행에 이르는 4차례의 바다 배움 여행 프로그램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이 마련한 ‘바다, 우리가 갑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섬진강 하구의 배알도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바다, 우리가 갑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포스코 광양제철 해수담수화 과정에 대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5월 13일 광주환경운동연합 회원 30여 명이 첫 배움 여행을 시작했다. 먼저 광양제철소 해수담수화 시설을 견학했다. 2022년과 2023년 봄까지 광주·전남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한 사상 초유의 장기 가뭄을 겪었다. 논등이 터져 쩍쩍 갈라지는 가운데 ‘이러다 식수조차 부족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라는 시민들의 불안이 높아졌다. 물 부족에 대처하는 공학적 대안인 ‘해수 담수화’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정말 해수 담수화는 대안일 수 있을까? 광양제철소 해수담수화 시설을 방문해 현장 운영자들의 담수화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하루 3만 톤(광양제철소가 하루 이용하는 공업용수는 27만 톤 정도 된다)을 생산하는 해수 담수화는 인근 LNG발전소에서 바다로 배출하는 온배수를 취수해 역삼투압방식으로 해수를 담수로 만든다. 담수화에 가장 효과적인 바닷물 온도는 25도, 그래서 LNG발전소에서 바다로 버려지는 발전소의 온배수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내 근본적인 질문이 회원들에게서 나왔고 현장 기술진과 관계자들의 답변 또한 진지해졌다. 이를테면 “담수화 설비 가동에 투여되는 에너지의 가치에 상회하는 담수화가 가능한가?”, “화석연료발전소 온배수, 특히 원전 온배수의 재활용에 따른 환경보건적 피해를 완전 차단하는 게 가능한가?” 같은 질문들이 그것이다. 질문이되 오히려 해답인 발언도 이어졌다. “애초 화석연료발전과 같은 고탄소 에너지의 남용이 기후변화를 불렀고 그 연쇄작용으로 건조지대도 아닌 한반도에서 가뭄과 물 부족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고 해수 담수화를 물 부족의 유력한 대안으로 여기는 건 원인을 그대로 두고 문제를 풀려는 시도가 아닌가. 물 부족을 해결하는 공학적 대안을 가지는 건 좋지만 그 전에 산림과 강의 수원함양능력을 키우는 자연의 물 순환 경로를 보호하는 게 우선이고 동시에 탄소중립으로 신속하게 나아가야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 변동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발언에 모두의 공감이 컸다. 


배알도 수변 산책로를 걷는 ‘바다, 우리가 갑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


양봉석 광양환경운동연합 환경관리팀장이 망덕포구에서 배알도를 바라보며 회원들에게 배알도의 역사와 섬진강 하구 생태계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알도 전경


해수 담수화 시설지를 나와 광양만을 둘러보고 섬진강 하구로 이동했다. 예전에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다리가 놓여 육지와 연결된 태인도를 거쳐 섬진강 만덕포구를 둘러보고 다리를 건너 배일도에 들어갔다. 섬에서 오늘의 섬진강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들었다. 섬진강 상류에서부터 댐을 만들어 사용하는 통에 강물의 양이 줄어들어 바닷물이 깊숙하게 강에 흘러 들어오는 ‘역수현상이 심화’됐다는 얘기였다. 이에 따라 섬진강 하구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섬진강 하구하면 유명한 ‘재첩’의 서식지가 바뀌고 있다는 안내자의 근심에 찬 설명에 아픈 공감이 이어졌다. 그래도 섬진강은 우리나라 큰 강들 가운데 그나마 자연의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물줄기이다. 회원들은 강변의 모래사장을 걷기도 하고 강물에 발목을 적시면서 이 강물이 더 이상의 변형과 왜곡 없이 바다로 아름답게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바다가 건강하려면 그 전에 강이 건강해야 한다는 깨달음, 자연은 연결된 하나라는 이해가 깊어진 기행이었다. 


배알도에서 바라 본 섬진강


글 | 함께사는길  

사진 | 이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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