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보호구역 가로림만은 어떻게 변했을까

2023-06-02

지난 3월 가로림만 해양보호구역 답사를 다녀왔다. 가로림만은 어떻게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을까. 또 현재 어떤 방법으로 관리되고 있을까. 궁금증을 품고 가로림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양생물보호구역 가로림만의 변화

우리나라 25번째 해양보호구역이자 최초의 해양생물보호구역, 가로림만 ⓒ이용기


가로림만은 바다 사이로 드러난 모래톱이며, 밑물과 썰물의 차이로 하루에 두 번 바닷물에 잠기는 다리, 드넓은 갯벌과 맑은 색의 바다까지 눈이 지루할 새가 없었다. 가로림만은 말 그대로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서산시와 태안군의 사이에 위치한 가로림만은 2016년 7월 우리나라의 25번째 해양보호구역이자 국내 최초의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생태계 및 해양경관 등을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어 국가 또는 지자체가 특정 공유수면에 대해 지정·관리하는 구역으로 해양생태계보호구역, 해양생물보호구역, 해양경관보호구역, 연안 습지보호지역으로 구분된다. 가로림만 해양보호구역에는 천연기념물 제331호,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의 보호종인 점박이물범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가로림만은 흰발농게, 붉은발말똥게, 바지락, 굴, 감태, 낙지, 거머리말 등 150종 이상의 다양한 해양생물이 숨 쉬고 있다. 

이번 답사는 권경숙 서산태안환경교육센터 센터장과 함께 했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의 사무국장으로 오랜 시간을 활동한 권 센터장은 가로림만의 역사와 해양보호구역 지정 과정, 가로림만에서 활동하는 해양생물 그리고 향후 해양정원이 조성될 계획 등에 관해 이야기해 주셨다.

과거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주민들은 갈등과 반목이 일쑤였다. 조력댐 개발계획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 가로림만 입구 중심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한 서산 대산 산업단지와 남쪽의 태안군을 막아 조력댐을 건설하자는 입장과, 습지생태보존을 위해 가로림만의 개발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끊이지 않는 개발로부터 생명력 가득한 가로림만을 지키기 위해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오랜 시간 치열하게 싸우고 노력한 결과가 바로 가로림만 해양보호구역 지정이다. 그 결과는 생물종과 습지 보호만이 아니었다. 가로림만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은 주민의 생활과 마음에도 변화를 만들었다. 2016년 가로림만이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자, 그동안 개발에 찬성했던 주민조차 어떻게 하면 지역 전체에 이로운 방향으로 가로림만과 공생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급기야 해양보호구역 지정 당시 어업활동 제한 등을 우려하며 지정을 반대했던 일부 주민들이 해양보호구역에서 제외된 구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편입해 달라 요청해 2019년 가로림만 해양보호구역을 확대 지정하기도 했다.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어민들 입장에서도 실보다는 득이 더 많다는 것을 스스로 체감하고 인정하게 된 것이다.  

권 센터장은 “해양보호구역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주민이 스스로 해양보호구역에 대한 정보를 구하고 찾았다. 외지 관광객이 찾아오면 가로림만과 해양보호구역에 대해 먼저 나서서 알려주고 싶어서 지역의 생태환경과 보전 가치를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해양쓰레기 문제도 관심을 가지게 돼 폐그물이나 폐양식 어구 등을 발견하면 지자체에 수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로림만 주변 거주 주민은 깨끗한 해양경관을 위해 더욱 신경 써서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해양정화활동은 해양보호구역 관리사업의 일환이 되어 주민은 지역 사업에 직접 참여해 경제적인 지원도 받고 그것을 지켜본 다른 주민 역시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변화의 시작이 많은 주민을 가로림만 보전에 활발히 참여하게 만들면서 공동체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의 요구와 변화에 맞추어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은 주민들이 가로림만을 이해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점박이물범 모니터링, 해양보호구역 탐사대, 생태감성기행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어민 대상으로는 명예지도원 교육을 통해 현장에서 관광객에게 가로림만을 안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 지역 주민과 해안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또한 주민이 해양보호구역 안내판의 훼손이나 유해생물을 발견했을 때에는 지자체에 신고해 주민 스스로 해양보호구역을 잘 관리할 수 있는 해양보호구역 지킴이가 되도록 하는 역할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서산시는 가로림만에 국가해양정원 조성을 추진중이다. 서산시에 따르면 국가해양정원이 들어서면 생태관광산업이 발전할 뿐만 아니라 연간 4700억 원의 경제적 가치와 20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도 얻는다고 한다. 해양보호구역이 없었다면 이런 일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잘 지정한 해양보호구역으로 인해, 지역경제와 생태계가 상생하는 지속 가능하며 긍정적인 시스템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로림만은 해양보호구역 지정 이후 지금까지 지역 내에서 여러모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해오고 있었다.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려면

한편 이번 가로림만 현장엔 여수환경운동연합도 함께했다. 여수시가 해양보호생물인 상괭이 보호를 위해 해양보호구역 지정의 목표를 두고 있었기에 점박이물범의 가치를 인정받아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가로림만을 선진 지역으로 방문하는 여정이 있어 함께 다녀오게 됐다.

현재 해양보호구역 신규 지정 예정지로는 여수 여자만 갯벌, 성산읍 오조리, 사천 광포만 등이 있다. 지난해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3개월에 걸쳐 실시한 해양보호구역 후보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 내에 총 8곳의 후보지 중에서도 제주 성산읍 오조리 연안습지의 생물다양성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조리는 해마다 겨울 철새가 날아와 장관을 이룰 만큼 많은 철새가 찾는 곳으로, 법정보호종인 저어새의 최대 월동지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매, 황새, 고니, 흑기러기, 말똥가리 등 보호해야 할 멸종위기종이 다수 관찰되는 지역이기에 보전이 마땅하지만, 현재 매립을 동반한 건축 행위로 오조리 연안습지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끊이지 않는 개발 위협으로 오조리 연안습지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가 시급하다. 


제주 오조리 Ⓒ함께사는길 이성수


이들 지역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가장 먼저 해양보호구역 후보 대상 지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근거가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정밀 조사가 실시된다. 해양보호구역 지정의 근거는 ▲해양생태계 및 생물다양성이 풍부할 것 ▲보호대상해양생물의 서식지 및 산란지로서 그 가치가 인정될 것 ▲해저경관 및 해양경관이 수려하여 보전의 필요성 있을 것 등이다. 정부는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정밀 조사를 실시한 후 조사 결과에 따라 지정계획안을 마련한다. 이어 정부는 계획안을 토대로 지역 주민에게 지역 내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대해 의견을 구하는 설명회를 열게 된다. 가로림만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있어 지역 주민의 의사와 참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에서 알 수 있듯, 해양보호구역 지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 특히 어민의 의사가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주민의 동의까지 더해지면, 중앙정부는 관련 지자체와 협의의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이다.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생태계의 보전과 해안지역의 생계지원을 위한 장기적인 목표를 바탕으로 지정된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공유수면 매립, 인공 구조물 설치와 같은 대규모 개발행위가 금지된다. 하지만 가로림만의 사례와 같이 지역 기반의 해양보호구역 관리로 지속가능하면서 이상적인 서비스 구축이 가능하고 지역 주민에게 여러 가지 혜택도 존재한다. 생태자원 조사 및 주민모니터링 등을 통한 해양생태계 서비스 관리를 예로 들 수 있다. 보호지역을 관리하고, 갯벌생태나 생태체험관광을 안내하는 등의 인력을 배치함으로써 주민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진다. 해양쓰레기 처리, 위해시설 제거, 주민복리 증진을 위한 편의시설 등의 주민지원도 해양보호구역 지역 주민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해양보호구역 확대와 함께 질적 향상해야 

지난해 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채택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의 가장 주요한 관심사는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육·해양 30%의 보호구역이다. 2030년까지 30%의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고 관리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2.46%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해양보호구역의 양적 확장뿐 아니라 질적 관리의 향상 역시 목소리 내고 있다. 해양보호구역이 인간과 공존하며 관리하는 다목적구역과 인간 간섭을 최소화한 어업금지구역 사이에 완충구역을 설정해 효과적인 해양보호구역을 확장해야 한다. 

올해로 가로림만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 7년을 맞는다. 개발로 사라질 뻔한 가로림만에서 점박이물범은 물론 어민들은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 여수와 제주 오조리 등 우리 바다에도 그 꿈이 널리 퍼지길 소망한다.



글 | 송유진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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