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변지역의 한반도 야생동물의 실태에 대하여

2023-06-02

한반도에는 수많은 하천과 강이 있다. 이 글은 그 가운데 한반도 중부지역 백두대간 북한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한강 중상류)이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남한 태백산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만나 서해로 흐르는 2700만 수도권 사람들의 젖줄 한강의 수변 지역을 생활터로 살아가는 육상 야생동물의 실태를 소개한다. 

한강은 태백시 금대봉 발원지에서 임진강과 합수하는 하류 지점까지 한강 본류 물줄기 연장은 약 500km에 이르는 한반도 중부지역을 관통하는 큰 강이다. 일반적인 하천 수계 구분에 따라 집수역(최상류지역)-상류-중류-하류 구간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법적 하천 이름으로 불리는 지점 상류를 집수역(최상류, 설악산 미시령과 한계령에서 인제읍 합강 지점까지, 내린천 유역 포함)으로 상류 구간은 인제 합강   소양강 - 춘천댐, 중류 구간은 춘천댐 하류   팔당댐, 하류는 팔당댐 하류   여의도 수중보 지점, 그 아래는 기수역 구간으로 편의상 임의 구분한다.

 - 필자주


물은 생명의 탄생지요 고향

수달 가족 ⓒ이재원


한 방울의 물이 모습을 달리하며 지구 곳곳을 여행한다. 구름이 되어 하늘을 여행하다 물방울로 변해 대지를 적시고, 산기슭을 따라 계곡에서 만나 개울을 만들고 하천으로 강으로 크고 작은 몸집을 불리며 바다를 향한 대모험을 한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70%의 산악국가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산들로 이루어진 첩첩산중의 산줄기는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백두대간’이라 불리며 크고 작은, 연이어진 산줄기가 마치 우리의 몸을 지탱하는 뼈처럼 한반도 곳곳으로 이어져 있다. 

산은 정상 고지대에서 능선을 따라 산자락 저지대로 뻗어 내린 등과 등 사이에 ‘골’이 있고, 골은 산기슭에서 모여 계곡으로 이름을 바꾸고 산자락 아래에서 드디어 하천의 모습으로 막힘없이 흐르는 큰 물길을 만든다.

하천은 여기저기 산자락을 굽이쳐 흘러 모여 지역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는 소형, 중형의 강으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국가하천 1급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진정한 강의 모습을 만들어 이윽고 바다로 흘러간다. 즉 국토를 우리 인간의 몸에 비유하면 산줄기는 육체 형상을 지탱하고 이루는 뼈대이고, 하천 물줄기는 심장에서 피부까지 구석구석 몸의 조직과 장기에 영양물을 운반하는 핏줄과 같다.

바다 인근 산에서 시작한 수 km에서 백두대간 큰 산줄기에 발원하여 수백 km의 물줄기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하천에는 어떤 동물이 살아갈까? 

이 글은 산에서 시작하여 바다에서 끝나는 육상 수생태계 수변 지역에 살아가는 우리 인간과 같은 젖먹이동물, 다양한 야생 포유동물에 관한 이야기다. 


산과 골, 깊은 계곡에 사는 야생동물들

물속에서 헤엄치며 수서생물을 잡아먹는 갯첨서는 국내에 드물게 서식하고 있다 ⓒ한상훈


하늘에서 내린 한 방울의 빗물이 모여 바다로 최초 여행을 시작하는 장소는 백두대간이라 불리는 산악지대이며, 각 하천과 강마다 발원지가 있다. 빗물은 목마른 대지와 식물의 갈증을 풀어주고 처음에는 지표에서 지하로 스며들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지하를 통해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산 중간지대 돌 틈에서 흘러나와 끊임없는 물 흐름을 만들며 머나먼 바다로의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주변 수많은 골마다 흐르는 계류가 모여 계곡물이 되고 하천 최상류가 시작하는 산악지대를 최초로 하천물이 모이는 지역이라 하여 ‘집수역 구역’이라 부른다. 지형적으로 산들로 병풍처럼 에워싼 깊은 골짜기의 산악 산림지역이다.

이 공간은 해발고도가 높고 순전히 산지 산림환경 지역으로 참나무로 대표되는 낙엽활엽수림과 전나무 등 침엽수가 어울려 만든 낙엽침엽혼성림지역으로 오랜 진화과정에서 혼성림 환경에 의존하고 사는 온대와 아한대 기후대 기원의 산지 산림 생활형 야생동물이 우점하고 일부 다양한 환경에 적응력이 뛰어난 야생동물이 더부살이 생활한다.

대표적인 야생동물로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담비, 삵, 수달, 하늘다람쥐, 붉은박쥐, 작은관코박쥐 등 남한의 멸종위기야생동물 대부분이 서식하고 있다. 일반적인 야생동물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고슴도치(감소 추세), 멧토끼를 비롯해 인간에게 쫓겨 산지 생활하는 멧돼지와 고라니, 똥 굴을 여러 개 파놓고 곤충을 유인해 먹는 체인 식당 사장 오소리와 부부애가 좋은 너구리가 늘 계곡 작은 계류 주위에 밤낮으로 나타나 활동한다.

특히 집수역 산림 계류는 수서곤충을 먹이로 산지 산림환경에만 의존하고 생존하는 붉은박쥐, 토끼박쥐, 작은관코박쥐 3종의 멸종위기 박쥐와 쇠큰수염박쥐, 관코박쥐, 안주애기박쥐의 중요한 먹이 사냥터이다.


하천 상류의 수변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

평화의 댐에서 관찰된 사양 수컷 ⓒ한상훈


인제 진동계곡에서 관찰된 담비 ⓒ한상훈


강원도 인제읍 내 합강지점에서 시작하는 소양강을 따라 춘천댐까지 이르는 북한강 상류는 금강산에서 평화의 댐   파로호   화천댐을 거쳐 춘천댐으로 모이는 또 하나의 북한강 상류와 만난다. 산세가 수려한 산들 사이로 계곡형 광활한 호수로 변한 댐 유역은 계절과 물 이용에 따른 수위 조절 영향으로 수변 지역에 사는 야생동물은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다. 

대표적인 서식 야생동물은 산양, 노루, 고라니, 멧돼지, 삵, 담비, 오소리, 너구리, 족제비, 멧토끼 등이 있으며 수변 유역이 넓어 물고기를 주식으로 수변 지역에서 연중 살아가는 수달의 안정된 최적의 생활 터전이다.

곤충을 주식으로 넓은 호수 수면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박쥐는 관박쥐, 문둥이박쥐, 큰발윗수염박쥐, 우수리박쥐, 대륙쇠큰수염박쥐, 집박쥐가 우세하고 수변 산림지역에는 붉은박쥐, 토끼박쥐, 작은관코박쥐 멸종위기 3종이 활동하며 살아간다. 


중류 하천 수변의 야생동물

낙동강 중류 모래톱에서 만난 고라니 수컷 ⓒ한상훈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 노루 ⓒ한상훈


춘천댐 하류에서 팔당댐까지 이르는 한강 중류 수변 지역은 댐에서 홍수조절을 위해 평소 최소한의 하천 유지 수량을 방류하고 하천 수변 양측으로 자동차 도로가 건설되어 있어 주변 산지 산림지역과 생태적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 

수변은 초본류와 목본 식물이 생육하여 하천 숲을 이루고 있다. 면적이 좁아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종수도 개체수도 많지 않지만 유입되는 지천과 유일하게 건강한 물길 생태통로가 연결되어 있어 야생동물들의 이동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서식(일부 이용)하는 야생동물은 멧돼지, 노루, 고라니, 담비, 삵, 너구리, 오소리, 족제비가 있으나 사람들의 이용과 거주지역에 접하고 있어 유기 개와 고양이에 의한 야생동물의 포식 위협도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생태계 최상위 포식동물 수달과 고라니, 너구리, 족제비가 빈번하게 도로를 횡단하다 차량에 의해 죽는 구간이 많다.

박쥐는 대륙쇠큰수염박쥐, 큰발윗수염박쥐, 우수리박쥐, 문둥이박쥐, 집박쥐, 관박쥐가 출현한다.


하류 하천 수변의 야생동물

도시화와 사람의 밀집 거주지역인 하류 지역은 홍수 조절을 위한 제방과 강변도로, 수변 지역 녹지대 이용을 위한 각종 체육시설, 공원화로 이미 대부분의 수변환경은 자연성을 상실했다. 그 위에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자전거 도로도 하류 수변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에게 매우 위협적이다. 

자전거는 한강 하류 수변 지역에서는 그나마 자연환경이 남아 있는 생태공원에 겨우 서식하는 맹꽁이의 생존에 가장 치명적이다. 5월부터 출현하는 맹꽁이는 탁구공 크기의 둥들 둥글 탱탱한 몸으로 어기적어기적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여 자전거에 치여 죽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한강 하류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 수달이 3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보이고, 번식에 성공해 가족이 살아간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무인센서카메라에 촬영된 수달의 몸이 상처투성이다. 날카로운 물체에 상처 입거나 혹은 유기된 개의 습격을 받은 건 아닌가 싶다. 겨우 남은 수변 식생 지역이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와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의 마지막 삶터다. 이곳에서 매우 적은 수의 너구리, 족제비, 고라니와 수달이 유기된 애완동물과 힘들게 살아간다. 


기수역 수변의 야생동물

한강 하류는 임진강과 합류되고 강 건너는 북한 지역이다. 강만 건너면 북한 영토라 강변에 침입을 막기 위한 3m 높이의 철책 울타리가 김포, 고양, 강화도에 이르는 기수역 수변을 따라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2014년 한강 하류를 방어하는 군부대의 요청에 철책에 설치된 경보장치를 훼손하는 야생동물의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한 결과, 야생동물로는 고라니와 너구리가 출몰하고 길고양이와 유기된 소형 개 서너 마리가 자주 나타났다.


수변지역의 생태적, 환경적 가치

하천 수변 지역은 매년 장마에 의한 홍수의 영향으로 생태적 교란을 받는 환경이다. 또한 상류로부터 갑작스레 쏟아져 내리는 세찬 물 흐름을 수변 식생들이 잠시나마 제어해주는 완충지대이고, 물에 떠내려온 야생동물들이 겨우 피난하여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피난처 역할을 하는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따라서 수변 지역은 자연 식생이 매년 교란되는 환경임에도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서식지이다. 생태적으로 독자적인 수변 생태계를 구성할 만큼 학술적, 환경적 가치를 가진 생물다양성 지역이다. 그러나, 체육시설 공원화에 이어 골프장까지 개발하는 지자체에 의해 하천 수변 지역의 고유한 생태적 기능과 생물다양성이 사라져가고 있다. 물은 생명이며, 수변 지역은 수많은 동식물 생명의 생존 공간이다. 생명의 본질적인 생태적 삶을 망각한 이들에 의해 우리의 생존을 위해 같이 살아가야 할 수변 지역의 무수한 생명이 사라지고, 미래 세대의 생존 환경이 훼손되는 현실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뭍 생명의 절규가 끊이질 않는다. 


글 | 한상훈 농학박사이자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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