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덕도신공항의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자문단에는 환경영향평가서를 전문적으로 검토하는 검토기관 직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그런 자문위원을 추천한 기관은 한국환경연구원, 한국환경공단, 국립환경과학원, 해양수산개발원, 국립생태원 등 국가 출연 연구기관들이다. 전문성, 객관성, 공정성을 기반으로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해야 할 기관들이 직원들을 시켜 평가서 작성 훈수를 둔 것이고 비유컨대 시험 칠 답안지의 정답을 미리 가르쳐준 셈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황당한 행사다.
규정 위반하고 ‘뭐가 문제냐?’는 환경부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등은 5월 2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실하고 위법한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즉각 중단하고 원점부터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업무 처리 규정’에 따르면 환경부나 지방청 등 환경영향평가 협의 기관장은 사업자에게 용역이나 자문을 제공한 기관을 검토기관에서 제외하게 돼 있지만 이를 무시했다. 원래 ‘가덕신공항 환경영향평가’의 ‘환경평가 자문단’에는 상기 5곳 기관의 소속원들 전체가 배제되어야 한다. 그러니 이들이 포함된 자문단 운영과 진행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번처럼 업무협의나 의견제시 등에 대해서는 규정 위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참 편리한 해명이다. 자문기관이 사업자로부터 ‘자문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인데 해명치고는 참 성의조차 없다 싶다. 환경부의 이러한 말도 안 되는 해석은 자기 역할과 존재의 의미를 부정하는 행위다. 이러니 ‘국토부 이중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겠다 싶다. 이번 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정상적인 환경행정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환경부 장관이 된 특별법 대표 발의 의원
2021년 2월26일 「가덕신공항특별법」(이하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0년 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건설 재검토 필요’라는 결론을 내린 지 불과 3개월여 만이다. 특별법은 이낙연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37명 명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대표 발의자는 한정애 의원이었다. 당시 그는 환경부 장관 후보자 신분이기도 했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자문단의 문제를 언급하며 특별법 제정 당시를 환기한 이유는 당시 장관 후보자였던 한정애 의원의 발언 때문이다. 한 의원은 환경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발의한 특별법이 예비타당성 평가를 면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간소화하는 등 절차와 환경영향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 법안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개인 한정애와 환경부는 분리되어야 하고, 환경부는 법적 절차와 원칙에 따라 일하면 된다.”고 발언했고 ‘환경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철저히 하겠다.’는 내용의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다.
원래 가덕도는 신공항 부지 선정 과정에서 ‘낙제점’을 받았던 곳이다. 그런 이유로 가덕도를 부지로 특정해 추진한 특별법은 주무 부처인 국토부를 비롯해 정부 내 거의 모든 부처가 경제성, 안전성, 형평성, 환경성을 근거로 반대와 우려를 표한 법이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제기된 문제를 무시하고 숫자로 밀어붙였다. 특별법안은 2021년 3월 16일 제정되었고9월 17일부로 시행되었다. 그리고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 인천공항의 경우 입지 선정에만 21년이 소요되었고 그로부터 개항까지는 11년이 걸렸다. 반면 가덕신공항 건설은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무섭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건설공단 설립, 종합사업으로 추진등을 내용으로 한 관련 법안들이 여·야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발의됐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14일 “가덕신공항을 부산 엑스포 전 개항”하라고 지시했다.
일관된 환경영향평가 무력화 시도
국토부는 2022년 11월 7일 가덕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을 공고한 뒤 2023년 4월 8일부터 20일까지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을 실시했다. 결정내용의 공고기간과 초안서 작성의 일정을 감안한다면 조사기간은 불과 3개월이다. 투입 예산 13조7000억 원 이상에다 생태자연도 1등급 산지와 해양생태도 1등급 바다를 매립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에 이토록 단기간에 전략환경영향 평가서 초안을 냈다는 것은 ‘대충 평가’했음을 자인하는 일이다.
그뿐 아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항목 등의 결정내용’에서 ‘계획지구 위치도’는 2022년 4월 국토부가 ‘사전타당성조사’에서 발표한 100% 인공섬 공항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는데 초안이 마무리될 시점인 3월 말 국토부는 돌연 기존 기본계획안을 폐기하고 기존 계획지구를 변경해 ‘육지-해양을 잇는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명백히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한 사무다.
2000여 쪽의 초안서 내용을 촘촘하게 살펴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나 공공연하게 영향을 축소하거나 누락시킨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덕신공항 전략환경향평가서 초안은 견지해야 할 과학성, 객관성, 진정성이 없는 급조한 보고서가 아닐 수 없다.
또 초안에는 부산 엑스포 유치가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29년 개항을 명시하고 있다. 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대안도 마련돼야 마땅한데 그런 대안 없이 못 박아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제시했다는 것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안 결정 관련 법률’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오로지 법적 건설 절차 간소화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사업의 환경적 영향을 이렇게 탈법, 고의 누락, 절차 간소화로 무력화시킨 가운데 지난 4월4일 국토부는 ‘환경 이슈 해소와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자문단을 구성하겠다며 환경부에 공문을 보냈다. 환경부는 자문위원 명단을 작성하여 회신하고, 4월 19일 자문회의를 진행하였다. 회의 주요 결과는 검토기관들이 평가서에 대해 진행하는 검토 의견과 다름없는 내용이었다. 이 모든 정황을 살피고 판단할 때, 환경부는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답안지 작성에 본분을 저버리고 국토부의 들러리를 자청’한 것이다.
이것이 ‘환경평가 철저’ 장관 공약의 결과?
가덕도 남산봉에서 바라본 공항 건설 예정지 ⓒ이성근
특별법 통과 당시 한정애 장관이 서면 제출했던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철저히 하겠다.’는 약속을 환경부는 지금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 전 정부, 전 장관의 사적 약속이라 변명할 텐가? 그렇다면 환경행정의 자기 부정이다. 환경부는 개발사업에서 환경을 지켜는 데 역할의 본령이 있는 행정부서다. 환경영향평가는 거대 개발에서 환경을 지키는 제도적 보루이다. 전·현정부 환경부는 ‘역할의 본령’에서 벗어나 환경영향평가제도 자체를 개발지원제도로 전락시켰다.
글 | 이성근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 가덕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평가항목선정위원
정부가 가덕도신공항의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자문단에는 환경영향평가서를 전문적으로 검토하는 검토기관 직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그런 자문위원을 추천한 기관은 한국환경연구원, 한국환경공단, 국립환경과학원, 해양수산개발원, 국립생태원 등 국가 출연 연구기관들이다. 전문성, 객관성, 공정성을 기반으로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해야 할 기관들이 직원들을 시켜 평가서 작성 훈수를 둔 것이고 비유컨대 시험 칠 답안지의 정답을 미리 가르쳐준 셈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황당한 행사다.
규정 위반하고 ‘뭐가 문제냐?’는 환경부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등은 5월 2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실하고 위법한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즉각 중단하고 원점부터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업무 처리 규정’에 따르면 환경부나 지방청 등 환경영향평가 협의 기관장은 사업자에게 용역이나 자문을 제공한 기관을 검토기관에서 제외하게 돼 있지만 이를 무시했다. 원래 ‘가덕신공항 환경영향평가’의 ‘환경평가 자문단’에는 상기 5곳 기관의 소속원들 전체가 배제되어야 한다. 그러니 이들이 포함된 자문단 운영과 진행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번처럼 업무협의나 의견제시 등에 대해서는 규정 위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참 편리한 해명이다. 자문기관이 사업자로부터 ‘자문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인데 해명치고는 참 성의조차 없다 싶다. 환경부의 이러한 말도 안 되는 해석은 자기 역할과 존재의 의미를 부정하는 행위다. 이러니 ‘국토부 이중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겠다 싶다. 이번 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정상적인 환경행정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환경부 장관이 된 특별법 대표 발의 의원
2021년 2월26일 「가덕신공항특별법」(이하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0년 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건설 재검토 필요’라는 결론을 내린 지 불과 3개월여 만이다. 특별법은 이낙연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37명 명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대표 발의자는 한정애 의원이었다. 당시 그는 환경부 장관 후보자 신분이기도 했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자문단의 문제를 언급하며 특별법 제정 당시를 환기한 이유는 당시 장관 후보자였던 한정애 의원의 발언 때문이다. 한 의원은 환경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발의한 특별법이 예비타당성 평가를 면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간소화하는 등 절차와 환경영향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 법안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개인 한정애와 환경부는 분리되어야 하고, 환경부는 법적 절차와 원칙에 따라 일하면 된다.”고 발언했고 ‘환경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철저히 하겠다.’는 내용의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다.
원래 가덕도는 신공항 부지 선정 과정에서 ‘낙제점’을 받았던 곳이다. 그런 이유로 가덕도를 부지로 특정해 추진한 특별법은 주무 부처인 국토부를 비롯해 정부 내 거의 모든 부처가 경제성, 안전성, 형평성, 환경성을 근거로 반대와 우려를 표한 법이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제기된 문제를 무시하고 숫자로 밀어붙였다. 특별법안은 2021년 3월 16일 제정되었고9월 17일부로 시행되었다. 그리고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 인천공항의 경우 입지 선정에만 21년이 소요되었고 그로부터 개항까지는 11년이 걸렸다. 반면 가덕신공항 건설은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무섭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건설공단 설립, 종합사업으로 추진등을 내용으로 한 관련 법안들이 여·야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발의됐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14일 “가덕신공항을 부산 엑스포 전 개항”하라고 지시했다.
일관된 환경영향평가 무력화 시도
국토부는 2022년 11월 7일 가덕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을 공고한 뒤 2023년 4월 8일부터 20일까지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을 실시했다. 결정내용의 공고기간과 초안서 작성의 일정을 감안한다면 조사기간은 불과 3개월이다. 투입 예산 13조7000억 원 이상에다 생태자연도 1등급 산지와 해양생태도 1등급 바다를 매립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에 이토록 단기간에 전략환경영향 평가서 초안을 냈다는 것은 ‘대충 평가’했음을 자인하는 일이다.
그뿐 아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항목 등의 결정내용’에서 ‘계획지구 위치도’는 2022년 4월 국토부가 ‘사전타당성조사’에서 발표한 100% 인공섬 공항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는데 초안이 마무리될 시점인 3월 말 국토부는 돌연 기존 기본계획안을 폐기하고 기존 계획지구를 변경해 ‘육지-해양을 잇는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명백히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한 사무다.
2000여 쪽의 초안서 내용을 촘촘하게 살펴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나 공공연하게 영향을 축소하거나 누락시킨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덕신공항 전략환경향평가서 초안은 견지해야 할 과학성, 객관성, 진정성이 없는 급조한 보고서가 아닐 수 없다.
또 초안에는 부산 엑스포 유치가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29년 개항을 명시하고 있다. 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대안도 마련돼야 마땅한데 그런 대안 없이 못 박아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제시했다는 것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안 결정 관련 법률’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오로지 법적 건설 절차 간소화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사업의 환경적 영향을 이렇게 탈법, 고의 누락, 절차 간소화로 무력화시킨 가운데 지난 4월4일 국토부는 ‘환경 이슈 해소와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자문단을 구성하겠다며 환경부에 공문을 보냈다. 환경부는 자문위원 명단을 작성하여 회신하고, 4월 19일 자문회의를 진행하였다. 회의 주요 결과는 검토기관들이 평가서에 대해 진행하는 검토 의견과 다름없는 내용이었다. 이 모든 정황을 살피고 판단할 때, 환경부는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답안지 작성에 본분을 저버리고 국토부의 들러리를 자청’한 것이다.
이것이 ‘환경평가 철저’ 장관 공약의 결과?
가덕도 남산봉에서 바라본 공항 건설 예정지 ⓒ이성근
특별법 통과 당시 한정애 장관이 서면 제출했던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철저히 하겠다.’는 약속을 환경부는 지금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 전 정부, 전 장관의 사적 약속이라 변명할 텐가? 그렇다면 환경행정의 자기 부정이다. 환경부는 개발사업에서 환경을 지켜는 데 역할의 본령이 있는 행정부서다. 환경영향평가는 거대 개발에서 환경을 지키는 제도적 보루이다. 전·현정부 환경부는 ‘역할의 본령’에서 벗어나 환경영향평가제도 자체를 개발지원제도로 전락시켰다.
글 | 이성근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 가덕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평가항목선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