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벌·숲·인간·지구에 대한 일곱 가지 생각 03

2023-07-04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200억+α가 넘게 사라진 꿀벌,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위기가 발생하고 꿀벌보다 많은 야생벌, 그리고 더 많은 꽃가루매개자가 멸종되면 생태계가 붕괴한다. 이런 와중에 꿀벌 집단 실종의 이유가 밀원(蜜源), 먹을 꿀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밀원숲 조성 확대 정책을 펴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게 정말 벌을 위한 것일까? 지금까지 진행된 산림청과 지자체의 밀원숲 조성 사업은 멀쩡한 숲을 베어내고 단일종의 나무를 심는 수종갱신사업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숲을 단순화하고 황폐화해 생물다양성 훼손을 야기한다. 꿀벌 살리자는 대책이 야생의 천연림 숲을 파괴하여 생태계를 파괴한다. 서울환경연합과 생명다양성재단은 생태전환도시포럼을 열었다. 정부의 밀원숲 확대 정책이 왜 위험한가? 벌을 비롯한 꽃가루매개자들을 위한 진짜 밀원숲이 있다면 무엇인가? 포럼에 참여한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생태도시전문위원,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홍석환 부산대학교 교수의 이야기를 최진우 위원이 정리했다.


[특집] 벌·숲·인간·지구에 대한 일곱 가지 생각 01

[특집] 벌·숲·인간·지구에 대한 일곱 가지 생각 02


#7 우리가 정말 해야 할 일들

꿀이 부족하여 벌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꿀이 많아도 꽃을 찾으러 올 곤충이 줄어들고 있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촘촘한 생명의 먹이 그물망으로 다양성을 갖추고 농약으로부터 안전한 안정적인 서식지가 중요하다. 밀원숲 확충을 빌미로 벌채와 조림 사업이 확대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오히려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확대를 통해 참나무류 및 낙엽활엽수 자연숲 보전을 강화해야 한다. 꽃가루 제공 역할을 포함하여 정부의 밀원수 목록과 정책을 보완하고, 자연숲의 입지와 규모, 식물종 구성을 고려하여 꽃가루매개자 보호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꿀벌 실종의 사회적 이슈는 기후변화, 식량위기, 농약, 유기농업, 생물다양성과 연결되어 있다. 도시에서도 꽃가루매개자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증진해야 한다. 무농약도시는 상상 속에 있지 않다. 30년 전 캐나다 퀘벡의 허드슨은 농약을 금지한 최초의 도시가 되었다. 이후 캐나다 170개 도시가 뒤를 따랐고, 10개 주 가운데 8개 주가 도로변 화단에 농약 살포를 전면 금지했다. 프랑스는 900개 소도시가 ‘무농약 마을’을 선언했고, 이에 정부도 2020년부터 농업 이외 농약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에서는 도시와 대학을 대상으로 벌 도시 & 벌 캠퍼스(Bee City & Bee Campus)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지난 10년 동안 305개소가 인증되었다.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사용을 중단하고 비화학적 방제를 시행하며, 꽃가루매개자 서식지를 보전하고, 다양한 시민참여 및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에 78억 마리 꿀벌이 사라졌고, 이번에는 200억 마리 이상이 사라졌다. 내년에는 어떨까? 뭐 하나 나아진 것이 없기에 더 많은 벌이 죽어나가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꿀벌 집단실종 사태를 양봉산업 증진과 임업적 수단으로만 접근한다면 더이상 열매가 맺히지 않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지구 생물다양성 붕괴를 막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핵심은 ‘생태계 다양성’에 있다.  


정리 |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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