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쌀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대책 없는 정부

2023-04-03

쌀에서 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2년 연속 민간단체가 진행한 조사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고 있지만 정부는 공동 조사 요구도 거부한 채 아무런 대책이 없다.


쌀에서 또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본포양수장 부근 농수로의 녹조물 ⓒ임희자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 중 유해조류인 남세균(남조류)이 생성하는 독성 물질 중 하나로 청산가리(시안화칼륨)보다 수천 배 이상 독성이 강한 걸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간 손상 외에 신경계와 생식 및 발달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남조류가 번성한 강이나 호수에 접촉하거나 그 물을 마실 경우 혹은 에어로졸 형태로 호흡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가기도 한다. 또한 어패류나 농작물 등에 축적되어 인체에 들어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대강사업 후 보에 막힌 강 곳곳에서 해마다 남세균이 번성하면서 그 물로 키운 농산물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진 상황이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민간단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농작물 내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는 낙동강 중.하류 권역과 영산강 하류 노지 등 녹조가 심하게 발생하는 지역에서 재배된 쌀을 2022년 9~11월 농민에게 직접 구매해 국립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에 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을 의뢰했다.

이승준 교수팀은 효소면역측정법(ELISA)과 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 두 방법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했다. 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은 환경부가 채택한 방법으로 액체크로마토그래피 탠덤 질량분석기를 통해 마이크로시스틴 중 특정 항목을 분석하는 데 사용된다. 효소면역측정법은 270여 종의 총마이크로시스팀의 총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두 방법 모두 미국환경보호청(EPA)에서 제시하고 있는 조류독소분석법이다.

이승준 교수팀은 1차로 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을 통해 MC-LR, MC-YR, MC-RR 등 3개 항목을 분석했고 2차로 효소면역측정법을 통해 3개 항목을 비롯한 270여 종의 총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낙동강 20개 샘플 중 6개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고령군 지점1에서는 MC-RR이 1.69μg/kg, 총마이크로시스틴이 1.92μg/kg 검출됐다. 양산시 지점 백미에서는 총마이크로시스틴이 0.77μg/kg(이하 단위 생략) 검출되었고 같은 지점 현미에서는 MC-RR이 1.19, 총마이크로시스틴이 1.37 검출되었다.

합천군 지점에서는 총마이크로시스틴이 0.51, 창원시 지점1에서 0.76, 창원시 지점2에서 0.84가 각각 검출되었다. 영산강에서는 3개 샘플 중 1개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영암군 지점2에서 MC-RR이 1.24, 총마이크로시스틴이 1.57 검출됐다.

주목할 점은 MC-LR, MC-YR, MC-RR 등 3개 항목이 정량한계 미만이었어도 총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환경부는 270여 종이 넘는 마이크로시스틴 중 특정 종만을 대상으로 분석, 관리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에서 보듯 3종 외에 다른 마이크로시스틴이 농작물에서 검출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관리와 대책이 시급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총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환경건강위험평가소(OEHHA)는 정자수 감소와 간 병변 영향에 따른 마이크로시스틴의 일일 섭취 허용량을 체중 1kg당 각각 0.0018μg, 0.0064μg로 정하고 있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도 마이크로시스틴이 정자 수와 질의 감소, 비정상 정자 증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정해 마이크로시스틴의 일일섭취허용량을 체중 1kg당 0.001μg으로 제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간 손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일일 섭취 허용량을 0.04μg/kg-day로 제한하고 있다. 몸무게 60kg의 성인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의 하루 섭취량이 OEHHA 간 병변 0.384μg, 생식 독성 0.108μg, ANSES 생식독성 0.06μg, WHO 간 손상 2.4μg을 넘어서는 안 된다.

통계청 기준으로 2021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9kg, 하루 평균 155.8g을 섭취하는 성인(60kg)이 이번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쌀로 밥을 먹을 경우 OEHHA와 ANSES의 생식 독성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다. 특히 낙동강 고령군 지점1은 OEHHA 기준치의 약 2.8배, ANSES 기준치의 약 5배 수준이다.


안전하다면서 공동 조사는 거부

우리 국민이 먹는 농작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환경운동연합 등 민간단체는 2021년 마이크로시스틴이 함유된 낙동강 물로 실험 재배한 상추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다는 결과에 이어 2022년 2월 낙동강 인근 노지에서 재배된 배추와 무, 그리고 금강 하류 부근 정미소에서 판매 중인 쌀에서 마이크로스시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의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한편 공동 조사를 제안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민간단체의 조사 방법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등 흠집을 내며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공동 조사 요구도 묵살해오던 정부는 지난 1월 단독으로 조사를 진행,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지난 1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2년 9월부터 12월까지 쌀, 무, 배추를 수거해 마이크로시스틴 잔류실태를 조사한 결과, 모두 불검출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 대상 농산물이 어디에서 생산되었는지, 어떤 물로 생산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밝히지 않아 녹조 우려 지역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에 민간단체 조사에서 또다시 쌀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자 식약처는 해명자료를 통해 지난 1월 발표한 잔류실태 조사 시료에 녹조 오염 우려가 있는 4대강 지역의 미곡종합처리장에서 보관 중인 쌀도 포함되어 있다며 생산지역 정보를 밝혔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은 “2018년부터 금강·영산강 보 수문을 개방해 녹조 현상이 눈에 띄게 격감했지만, 보 수문을 개방하지 않은 낙동강은 계속 녹조가 창궐했다. 따라서 식약처가 집중적으로 조사해야 할 지점은 낙동강 강변 인근과 하굿둑 인근 지역이어야 했다. 그러나 식약처 조사 지점에서 이들 지역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이번 민간단체의 조사 결과에 대해 농산물에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식약처나 농림부에서 대응할 문제라며 떠넘겼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농업용수로 공급한 강에 녹조가 발생해서 생긴 문제라 환경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환경운동연합 등 민간단체는 처음부터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위험 거버넌스 관점의 공동 조사를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식약처에 촉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민간단체의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면서도 공동 조사는 거부하고 있다. 공동 조사를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면 될 일인데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도 정부가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만 믿고 녹조가 핀 강물로 농사를 짓고 그 농산물이 학교 등 시중에 유통되고 있으며 녹조가 핀 낙동강에서 수상스키를 타거나 야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살인 방조나 다름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라

환경운동연합 등 민간단체는 정부가 녹조 문제의 바른 진단과 해결을 위한 위험 거버넌스를 구축해 공동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한편 지난 3월 22일 대구 경남지역 환경단체와 학부모단체, 농민단체 등 75개 단체는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무방비로 녹조 독에 오염된 쌀 등 다양한 농산물이 친환경 농산물로 포장되어 가정의 밥상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학교급식으로 공급되고 있다.”며 “그동안 우리 아이들이 불임, 간암, 치매에 걸릴 수도 있는 독성에 오염된 밥을 매일 먹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환경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분노했다.

정부가 침묵하는 사이 낙동강에는 지난해보다 더 빨리 남조류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정부가 지금 할 일은 수문을 지키는 일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 국가의 기본 책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글 | 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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