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크고래만 왜?

2023-04-03

지난 2월, 해양수산부가 참돌고래, 낫돌고래, 해마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였다. 개체수가 현저히 감소하고 보호가치가 높은 종에 대한 보호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정작 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되어 왔던 밍크고래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지 않았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참돌고래와 지정되지 못한 밍크고래는 무엇이 달랐던 걸까?


포획은 No, 혼획은 Yes

해양경찰이 금속탐지기를 이용하여 밍크고래 불법포획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보령해양경찰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고래고기를 먹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경남 지역을 방문해보면 고래고기 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고래도시’라고 불리우는 울산에서는 매년 고래축제를 개최하고 고래고기 소비를 장려하고 있다.

고래고기를 먹을지 먹지 않을지는 개인의 선택의 영역이다. 하지만 고래고기를 먹는 선택의 자유와는 별개로 유통되는 고래고기의 대부분이 불법으로 포획된 것이고 해당 종이 멸종위기에 놓여있다면 이는 규제되어야 할 영역이다.

한국은 1986년부터 고래를 포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합법적으로 고래를 유통할 수 있으며, 이마저도 불법으로 포획된 고래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잡는 것이 금지된 고래를 어떻게 고기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걸까?

현행법상 우리나라에서 고래류를 포획하는 것은 불법이며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불법 포획이란 작살을 이용하여 고래를 상업적 목적으로 잡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물에 고래가 걸리는 것은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지 않다. 더 나아가 우연히 고래가 그물에 걸리면 이를 판매하는 것은 합법이다. 고래가 잡혀 죽은 것은 같은데, 작살로 꽂아 죽이면 불법이고 그물에 걸려 죽으면 합법이라는 말이다.

고래 포획과 관련하여 불법과 합법을 나누는 경계는 고래를 잡는 행위가 의도적인가 의도적이지 않은가에 따라 나뉜다. 문제는 그물에 혼획된 고래가 우연히 잡힌 것인지, 의도적으로 잡힌 것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고래가 그물에 걸리면 해양경찰은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작살의 흔적만 검사하고 이상이 없으면 판매 허가증을 발부해준다. 그물을 사용하여 의도적으로 고래를 잡는다면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밍크고래가 주로 혼획되는 경남 지역의 일부 어민들은 고래가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쳐두고 의도적으로 고래를 혼획한다는 제보가 종종 들어온다. 우연히 그물에 걸린 고래를 발견해도 질식해 죽기 전까지 꺼내주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밍크고래는 마리당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팔리다 보니 걸린 고래를 의도적으로 내보내 주지 않는 것이다.


밍크고래만 왜?

정부는 고래류 보호를 위해 해양보호생물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현재 14종의 고래류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될 경우 포획뿐만 아니라 유통과 판매 등도 금지된다. 하지만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도 혼획에 대해서는 처벌하거나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 보호생물임에도 그물에 걸려 죽는 건 여전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상괭이는 2016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될 당시에는 연간 800마리가량이 혼획되었지만, 2019년에는 1400마리가 혼획되었다. 유통과 판매가 금지될 뿐 혼획이 줄어들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밍크고래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될 경우 유통과 판매가 금지되기 때문에 의도적 혼획과 불법 포획을 예방할 수 있다. 현재는 밍크고래의 유통과 판매가 합법이기 때문에 의도적 혼획과 불법 포획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에는 일본에서 잡은 고래고기를 어묵으로 속여 밀반입한 일당이 검거되었으며, 지난해 4월에는 밍크고래 4마리를 불법으로 포획하고 운반하던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해양경찰은 전국적으로 31척 정도의 불법 포경선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밍크고래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의도적 혼획과 불법포획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해양보호생물 지정에서는 제외되었다. 왜 밍크고래는 해양보호생물 지정에서 제외된 것일까?

밍크고래가 해양보호생물에서 지정된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마리 당 수억 원을 호가하는 밍크고래의 판매를 금지하려다 보니 그에 따른 반발이 심한 것이다. 2021년 해양수산부는 밍크고래 해양보호생물 지정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관련 업계의 반발로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매년 밍크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요청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밍크고래만 빠진 채 해양보호생물 지정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미 밍크고래 보호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 시민환경연구소가 2022년 조사한 ‘해양포유류에 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5.5%가 고래류를 포함한 해양포유류를 보호하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답했으며, 72.9%는 고래고기 판매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일부 업계 종사자들의 입장과는 달리 대다수의 국민들이 고래를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고래를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밍크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것은 밍크고래 보호의 한 가지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보호생물 지정이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할 수는 있지만, △고래 혼획, △서식지 파괴, △선박 충돌 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고래류 보호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해양포유동물 전반을 보호할 수 있는 별도의 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산업법과 해양생태계법, 고래고시에서 각각 해양포유동물 보호에 관한 조항들을 담고 있으나 그 수준이 약하고 내용이 산재되어 있다. 이미 미국,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해양포유류보호법」을 제정하고 자국에 서식하는 해양포유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속한 시일 내에 고래류를 포함한 해양포유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밍크고래 보호를 이뤄내길 바란다.


글 | 김솔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해양담당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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