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광주의 봄, 물 순환과 영산강의 회복으로 극복해야

2023-04-03

“아이고 불쌍해서 어째요.”

지난 3월 17일 다급한 시민 제보에 최지현 광주광역시의원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광주 전남 지역의 가뭄 장기화로 강 수위가 낮아진 장록교 아래 황룡강에서 물고기가 힘겹게 숨을 쉬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광주광역시 광산구 장록교 아래 황룡강에 물고기 수십 마리가 허연 배를 드러내고 죽어 있었다. 광산구청 공무원들이 죽은 물고기들을 자루에 옮겨 담았지만 금세 강 위로 물고기 사체들이 떠올랐다. 살아남은 물고기들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팔뚝만 한 크기의 물고기들은 물 밖으로 힘겹게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적어도 DO(용존산소량)가 10은 되어야 하는데 현재 2도 안 나온다. 물속에 산소가 없으니 살 수가 없는 것” 간이 수질검사 결과를 전하는 광산구청 공무원은 그 원인을 가뭄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강 수위가 낮아진 상황에서 주변에서 오염 물질이 그대로 하천에 유입되면서 물속 산소가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60년을 살았다는 토박이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어릴 적엔 저 강을 배를 타고 건넜다. 장성댐 생기면서 강물이 많이 줄긴 했지만 이렇게 심한 건 처음”이라며 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황룡강 상류에 있는 장성댐 사정도 좋지는 않다. 농업용수댐인 장성댐은 하천유지용수를 황룡강에 흘려보냈다. 하지만 가뭄으로 장성댐의 저수율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12월 6일부터 하천유지용수 공급을 중단했다.


식수원 저수율 10%대로 떨어져

광주를 비롯한 전남지역의 가뭄이 심상치 않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021년 겨울철(2021.12.~2022.02.) 광주·전남 강수량(9.2mm)은 평년의 8.2%로 1973년 이후 가장 적었다. 이후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9월 태풍 ‘힌남노’가 내린 비에도 2022년 광주 전남의 연 강수량은 854.5mm로 평년 대비 60.9%로 적었다.

광주지방기상청은 여름철에 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서로 발달을 유지함에 따라 중부지방에서 저기압 및 정체전선이 발달했고 이로 인해 중부지방에 강수가 집중돼 광주·전남에 충분한 양의 비가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뭄 일수도 역대급이다. 특정 지역의 최근 6개월 누적강수량이 과거 같은 기간의 평균 강수량보다 적어 건조한 기간이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기상가뭄이라고 하는데 2022년 광주·전남의 기상가뭄 발생 일수는 281.3일로 1974년 이후 역대 가장 오래 지속되었다.

연평균기온은 14.4℃로 평년보다 0.5℃ 높았다. 특히 봄철(3~5월) 광주·전남 평균기온은 13.7℃(평년 대비 +1.1℃)로 역대 세 번째로 높았고 6월 평균기온은 22.6℃(평년 대비 +1.1℃)로 역대 가장 높았다. 강수량은 적고 기온은 높은 상황에서 댐 등 수원지의 수위는 빠르게 내려갔다. 급기야 지난해 5월부터 전남 완도군을 비롯한 일부 도서지역은 상수도 제한 급수에 들어갔다.

해가 바뀌었어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1월 13일 겨울철 강수량의 45.1%에 해당하는 양의 비(45.3mm)가 내렸지만 그뿐이었다. 2월 광주 전남에 내린 강수량은 31.2mm로 평년(43.7mm)보다 적었다.

140만 광주시민들의 식수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광주를 비롯해 전남 지역 11개 지자체에 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주암댐은 지난해 8월 30일부터 가뭄 심각 단계에 돌입했다. 환경부 등은 하천유지용수 공급을 중단하고 수력발전댐인 보성강댐 용수를 주암댐 방면으로 방류하는 등 대책을 세웠지만 주암댐의 저수율은 점점 떨어져 3월 22일 현재 17.7%를 유지하고 있다. 주암댐과 함께 광주의 주식수원인 동복댐도 지난 3월 23일 18.76%을 기록하면서 저수율이 10%대로 떨어졌다. ‘광주광역시 식용수 사고 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동복댐 저수율이 7% 아래로 내려가면 격일제 제한 급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이하 광주시)는 이대로 가뭄이 지속된다면 제한 급수를 피할 수 없다며 시민들에게 물 절약을 호소해왔다. 그나마 시민들의 노력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285만㎥의 수돗물을 절감했지만 제한 급수 시기를 다소 늦췄을 뿐 위기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강을 지키지 못한 도시, 광주

광주시는 대체 수원을 확보해 장마 전까지 버텨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생활에 필요한 용수 대부분을 다른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새로운 수원을 찾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바로 지척에 영산강이 있지만 산업화와 도시화로 수질이 악화되자 영산강을 살리는 대신 섬진강수계로 취수원을 옮겨 버린 지 오래다. 영산강 본류의 제3수원지, 지류인 황룡강의 송정취수장, 황룡취수장의 취수가 중단되고 개발의 걸림돌이 된 상수원보호구역도 해제되었다. 지난해 9월 제4수원지를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해제하면서 현재 광주가 영산강 수계에서 취수하는 곳은 제2수원지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 닥칠 기후위기에 대비한 비상 수원이자 자체 수원의 유지 필요성을 제기하며 제4수원지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반대했지만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광주시는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해제되어도 수질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했지만 벌써부터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가 4수원지 상류에 야영장을 만들겠다며 공원계획 변경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사실 영산강이 오염된 데에는 광주시의 책임이 적지 않다. “광주에서 사용하고 버리는 하루 60여만 톤의 오수와 하수들이 하수종말처리장을 거쳐 방류되면서 영산강 수질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주라고 하는 거대 140만이 만들어낸 인구가 일상생활을 하고 산업 및 경제 활동을 하면서 버려지는 각종 물질들이 영산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상류에서 오염된 영산강은 보에 막히고 하굿둑으로 오염은 더욱 가속화되면서 먹지 않는 강물이 흐르는 영산강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이경희 사무처장의 말이다.

가뭄으로 새로운 수원이 필요한 광주시는 결국 영산강으로 향했다. 3월 2일부터 영산강 덕흥보에서 하루 3만t 가량의 하천수를 취수해 용연정수장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영산강물은 동복댐에서 취수한 물과 함께 정수 과정을 거친 후 수도관을 타고 각 가정으로 공급된다. 영산강 하천수를 식수원으로 활용한 것은 51년 만에 처음이다.

덕흥보는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설치한 보로 이곳의 하천수는 농업용수로 사용되다 최근에는 하천유지용수로 활용되어왔다. 광주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영산강 덕흥보 수질을 검사한 결과, 기준상 Ⅱ(약간 좋음)~Ⅲ(보통) 수준으로 미량유해물질도 검출되지 않았고 용연정수장 내 고도정수처리가 있어 수돗물로 공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광주시와 상수도사업본부는 4월 말 원지교 가압시설이 완료되면 하루 5만t의 영산강 하천수를 공급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급한 대로 수량은 확보했지만 수질에 대한 불신은 끄지 못했다. 현장은 ‘임시취수장으로 불법투기를 금지한다’는 현수막만 내걸었을 뿐 주변 환경은 전과 다르지 않다. 주변에 대형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지척에 폐기물이 적재되어 있는 등 각종 오염원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현장 관리인이 취수구가 막히지 않게 부피가 큰 부유물질을 걸러내고 있을 뿐 별다른 조치는 보이지 않았다.


물 자립과 물 순환이 답

지난 3월 22일 광주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영산강 유역 환경단체는 “가뭄의 해법이 영산강에 있고, 영산강이 살아야 광주전남이 살 수 있다”며 영산강 수문 개방을 요구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최지현 광주시의원은 “수질에 대한 불신이 클수록 수질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며 “이번에 영산강이 광주의 중요한 수자원으로 확인된만큼 생활용수 수준으로 수질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체계적인 물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가뭄으로 상수원이 고갈됐다. 결국 댐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농업용수,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의 통합 물수요관리도 중요하다.”면서 “특히 가뭄과 홍수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후변화 시대에 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물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본다면 하천수, 지하수, 빗물, 물재이용 등 이미 주어진 다양한 수자원에 대한 가치를 다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영산강 유역 환경단체도 “가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이 영산강에 있고, 영산강이 살아야 광주 전남이 살 수 있다.”며 영산강 하굿둑 해수 유통, 승촌보, 죽산보 해체로 영산강을 흐르게 하여 하천을 복원하고 자연성을 회복하는 정책을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물 자립과 물 순환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이경희 사무처장은 “광주광역시 같은 도시에서 물 자립 100%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 안에 있는 수원들을 잘 관리하고 이것들이 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물 자립이 약한 도시가 해야 될 예의”라고 말했다. 빗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들 수 있도록 투수층을 늘리거나 빗물이용시설 설치 및 관리로 빗물 이용을 확대하고 중수도 이용으로 물 재이용률을 높이는 등이 물 순환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들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비단 광주만의 과제는 아닐 것이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세종 등 대도시는 물 자립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기후 위기와 하늘 탓만 하다가는 황룡강에서 벌어진 비극이 머지않은 미래,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


글 | 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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