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 질 녘의 공릉천 하구
교하(交河)는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란 뜻으로 파주시 교하동 일대 들녘을 가리키는 지명이다. 북한의 강원도에서 남진해온 임진강과 남한의 강원도에서 서진해온 한강이 만나 한 물줄기가 되는 곳이 교하다. 임진강과 한강에 더해 또 하나의 물줄기가 보태지는데, 임진강 하구 남쪽 들판을 가로지르는 그 강의 이름은 교하강이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새끼들이 먹이를 찾아 떠난 어미를 기다리며 울고 있다. 끊임없이 짧은 휘파람소리 같은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습성 때문에 수다쟁이라는 별명이 있다

교하들판의 독수리와 그 등에 올라탄 까치
교하강의 공식명칭은 공릉천으로서 경기도 양주 송추계곡에서 발원한 물줄기다. 교하의 강과 들녘은 우리에게 거기 깃들어 사는 존재가 사람만이 아님을 웅변하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써래질하는 농부의 뒤를 따라가며 미꾸라지를 삼키는 백로와 여름밤 교하강 제방길을 걸으면 그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가 융단이 갈라지듯 사람에게 길을 내주는 작은 말똥게들까지 교하의 강과 들에는 사람과 함께 사는 무수한 야생의 생명들이 있기 때문이다.

습지의 갈대밭에 서식하는 말똥게와 펄콩게

공릉천을 찾은 삵과 왜가리
2022년 12월 29일 공생의 들녘, 교하의 시간을 오래 기록해왔던 다큐멘터리 사진가 황헌만 작가가 투병 끝에 별세했다. 2008년에서 2022년 가을에 이르는 교하들녘의 사람과 새들의 공생에 대한 긴 작업의 결과인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소동출판사, 2022)를 출간한 지 두 달 뒤의 일이었다. 작가의 유작을 천천히 책장을 넘겨 읽었다. 참새와 꿩 같은 텃새들부터 백로들, 노랑부리저어새와 저어새들, 학도요·깝작도요·청다리도요 등 도요새들, 흰뺨검둥오리·청둥오리·황오리 등 오리들, 뜸부기, 가마우지, 개개비, 붉은머리오목눈이, 뻐꾸기, 청호반새, 꾀꼬리, 후투티, 원앙, 물닭, 물총새, 해오라기, 큰기러기·쇠기러기 등 기러기들, 오색딱따구리, 딱새, 쑥새, 큰고니, 개리, 댕기물떼새, 참매·잿빛개구리매·흰꼬리수리·조롱이 같은 수리과의 맹금들과 들판의 청소부 독수리, 겨울 진객 재두루미까지 사계절의 철새들과 말똥게와 펄콩게, 너구리와 고라니까지 교하의 강과 들녘에 깃든 야생을 해년마다 켜켜이 사진으로 기록한 황헌만 작가의 성실한 작업이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에 담겨 있다.

공릉천은 수많은 종류의 새들의 보금자리이다
교하강(공릉천) 최하류에 자리한, 이미 기능을 잃은 영천갑문을 해체하는 사업과 하구 제방 곁에 수직고가 3m나 되는 수로 건설사업이 추진되다가 일시 중단됐다. 영천갑문 아래에는 새 다리가 다 지어졌다. 또한 양주, 포천, 남양주, 광주, 화성, 안산, 인천, 김포를 환경으로 연결하는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도 교하들녘을 가로질렀다. 그 사이의 논밭을 갈아엎으려는 접경지개발의 광풍 속에 교하가 있다. 농부들은 언제까지 새들을 위해 들녘에 부러 낙곡을 남겨두고 볏짚을 깔아둘 수 있을까. 언제까지 사람은 교하의 야생들과 친구로 공생할 수 있을까.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는 이 한 문장으로 끝난다. ‘교하들판은… 교하강은 어떻게 변할까?’

영천갑문과 교하들판
글 | 박현철 편집주간
사진 황헌만 다큐멘터리 사진가
황헌만 1948~2022전통민속유산과 자연생태 다큐 사진작업을 일생토록 이어온 사진작가. 그는 특히 한강과 임진강 하구의 습지생태계와 인근 지역생태계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작업을 통해 ‘사람과 자연의 생태적 공생’에 대한 발언을 해왔다. 기사에 실린 사진작품은 유족의 동의를 얻어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를 펴낸 ‘소동출판사’가 제공했다.
해 질 녘의 공릉천 하구
교하(交河)는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란 뜻으로 파주시 교하동 일대 들녘을 가리키는 지명이다. 북한의 강원도에서 남진해온 임진강과 남한의 강원도에서 서진해온 한강이 만나 한 물줄기가 되는 곳이 교하다. 임진강과 한강에 더해 또 하나의 물줄기가 보태지는데, 임진강 하구 남쪽 들판을 가로지르는 그 강의 이름은 교하강이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새끼들이 먹이를 찾아 떠난 어미를 기다리며 울고 있다. 끊임없이 짧은 휘파람소리 같은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습성 때문에 수다쟁이라는 별명이 있다
교하들판의 독수리와 그 등에 올라탄 까치
교하강의 공식명칭은 공릉천으로서 경기도 양주 송추계곡에서 발원한 물줄기다. 교하의 강과 들녘은 우리에게 거기 깃들어 사는 존재가 사람만이 아님을 웅변하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써래질하는 농부의 뒤를 따라가며 미꾸라지를 삼키는 백로와 여름밤 교하강 제방길을 걸으면 그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가 융단이 갈라지듯 사람에게 길을 내주는 작은 말똥게들까지 교하의 강과 들에는 사람과 함께 사는 무수한 야생의 생명들이 있기 때문이다.
습지의 갈대밭에 서식하는 말똥게와 펄콩게
공릉천을 찾은 삵과 왜가리
2022년 12월 29일 공생의 들녘, 교하의 시간을 오래 기록해왔던 다큐멘터리 사진가 황헌만 작가가 투병 끝에 별세했다. 2008년에서 2022년 가을에 이르는 교하들녘의 사람과 새들의 공생에 대한 긴 작업의 결과인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소동출판사, 2022)를 출간한 지 두 달 뒤의 일이었다. 작가의 유작을 천천히 책장을 넘겨 읽었다. 참새와 꿩 같은 텃새들부터 백로들, 노랑부리저어새와 저어새들, 학도요·깝작도요·청다리도요 등 도요새들, 흰뺨검둥오리·청둥오리·황오리 등 오리들, 뜸부기, 가마우지, 개개비, 붉은머리오목눈이, 뻐꾸기, 청호반새, 꾀꼬리, 후투티, 원앙, 물닭, 물총새, 해오라기, 큰기러기·쇠기러기 등 기러기들, 오색딱따구리, 딱새, 쑥새, 큰고니, 개리, 댕기물떼새, 참매·잿빛개구리매·흰꼬리수리·조롱이 같은 수리과의 맹금들과 들판의 청소부 독수리, 겨울 진객 재두루미까지 사계절의 철새들과 말똥게와 펄콩게, 너구리와 고라니까지 교하의 강과 들녘에 깃든 야생을 해년마다 켜켜이 사진으로 기록한 황헌만 작가의 성실한 작업이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에 담겨 있다.
공릉천은 수많은 종류의 새들의 보금자리이다
교하강(공릉천) 최하류에 자리한, 이미 기능을 잃은 영천갑문을 해체하는 사업과 하구 제방 곁에 수직고가 3m나 되는 수로 건설사업이 추진되다가 일시 중단됐다. 영천갑문 아래에는 새 다리가 다 지어졌다. 또한 양주, 포천, 남양주, 광주, 화성, 안산, 인천, 김포를 환경으로 연결하는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도 교하들녘을 가로질렀다. 그 사이의 논밭을 갈아엎으려는 접경지개발의 광풍 속에 교하가 있다. 농부들은 언제까지 새들을 위해 들녘에 부러 낙곡을 남겨두고 볏짚을 깔아둘 수 있을까. 언제까지 사람은 교하의 야생들과 친구로 공생할 수 있을까.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는 이 한 문장으로 끝난다. ‘교하들판은… 교하강은 어떻게 변할까?’
영천갑문과 교하들판
글 | 박현철 편집주간
사진 황헌만 다큐멘터리 사진가
황헌만 1948~2022전통민속유산과 자연생태 다큐 사진작업을 일생토록 이어온 사진작가. 그는 특히 한강과 임진강 하구의 습지생태계와 인근 지역생태계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작업을 통해 ‘사람과 자연의 생태적 공생’에 대한 발언을 해왔다. 기사에 실린 사진작품은 유족의 동의를 얻어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를 펴낸 ‘소동출판사’가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