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금으로 만드는 2023년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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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30일 “따뜻한 나라, 역동적 경제, 건전한 재정”을 기조로 총지출 639조 원 규모의 2023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 구현’, ‘민간주도 역동경제 뒷받침’, ‘국민안전·글로벌 중추국가 역할 강화’가 중점이라고 밝혔다. 이번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 첫 번째 예산안으로 국정기조가 얼마나 반영되었을지 엿볼 수 있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환경예산, 특히 생태분야의 경우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여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되려 기후위기에 따른 시급함이나 주요 환경이슈의 민감함이 드러나지 않아 환경 분야 전문성이 부족한 윤 정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2023년 환경부의 소관 예산 및 기금의 총지출 편성액은 13조7271억 원이다. 전년 대비 3.8% 증가한 수치다. 예산은 11조8463억 원으로 전년보다 2.4% 늘었고, 기금은 1조8808억 원으로 전년보다 13.6% 증가했다. 환경부는 예산안을 발표하며, 국민의 안전과 환경기본권을 강화하고, 새정부의 국정과제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2023년 예산안을 들여다보니 환경부 예산뿐만 아니라 환경과 관련해 증액, 감액해야 할 사업이 눈에 띄어 소개하고자 한다.


공공수역 녹조 발생 대응

공공수역 녹조 발생 대응을 위해 848억56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 예산으로 녹조현상 모니터링, 오염원에 대한 감시체계 구축, 녹조(수질)개선 대책 마련 및 댐 상류 등 녹조우심지역에 대한 오염원 관리체계 마련, 비점오염원 관리, 공익사업 추진에 따라 발생하는 취·양수장, 친수시설에 대한 손실보상금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예산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그 어디에도 남세균 독소 위협에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4대강사업 이후 보로 인해 낙동강 각 구간이 호소화되며 남세균 독소의 위협이 시민의 건강에까지 미치고 있다. 하천 건강성 회복을 위한 원수 수질 관리, 새롭게 대두되는 남세균 독소에 대한 대책이 최우선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

취·양수시설개선 사업은 극한 가뭄, 녹조·수질 사고가 있더라도 안정적으로 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현재 낙동강 최저수위보다 취·양수시설 위치가 높아 보의 수문을 열면 급수 중단의 우려가 있다. 보를 개방하기 위해 시급히 해야 하는 사업이다. 현재 한강·낙동강 취·양수시설 개선사업은 2026년까지로 예정되어 있어 조속한 추진을 위해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남세균 독소와 농·축·수산물 안전 관리

유통 농수산물 안전관리를 위한 예산은 8억1200만 원으로 위해우려 수산물 수거 감사를 직접 수행하거나 수거검사를 위해 국고를 보조하는 내용이다. 세부적으로 농·축·수산물 잔류물질 등 조사를 위한 예산은 7억3000만 원 수준이다. 농수산물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통되는 농·수산물의 전체 수거검사 건수 중 지자체의 검사 건수가 최근 5년간 87.5%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려 농·수산물을 수거검사하고 회수하는 등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하는 예산을 신규 편성해야 한다. 유통 중인 농작물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되었다는 조사 결과에도 정부는 현재 가이드라인 연구용역만 진행하고 있을 뿐 이에 대한 검사는 전무하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남세균 독소의 농수산물 축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식약청과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거검사 비용을 증액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해양보호구역 지정과 관리

우리나라는 나고야 협약 비준국으로 2020년까지 관할수역 대비 10%의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기로 했지만,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기준, 해양보호구역은 2.46%에 그치고 있다.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 30~50%의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해 인간간섭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 과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다.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30%의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이하 30×30)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주요 20개국 정상들의 회의(G20) 등에서 30×30을 이행하겠다고 선언했다. 

해양보호구역관리 예산은 해양보호구역 자율형 관리체계 구축·관리와 대시민 인식증진 등에 쓰이는 예산으로 150억9300만 원이다. 예산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영해기선 2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관할수역의 5% 수준으로 30×30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30×30을 위해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에 대한 개별적 로드맵과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생물자원보전 종합대책 예산

환경부의 생물자원보전 종합대책 예산 278억9500만 원 가운데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예산은 42억3800만 원이다.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는 자연자산을 유지·관리하고, 경작방식을 변경하는 등 토지소유자가 생태계서비스 증진·보전 활동을 하는 경우 보상을 지급하는 제도다. 민간의 참여로 환경자산을 보전하고, 증진에 대한 참여가 활성화되는 의의가 있다.

현재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는 낮은 국비 보조율로 인해 적극적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다. 2022년 신청금액 47억 원 대비 예산 반영비율은 23억 원(49.7%)에 불과하다. 특히 철원 등 DMZ지역은 생태계보전 강화를 위해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사업 확대가 필요한데 낮은 국비 지원으로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주로 농경지가 많고, 개발이 덜 이루어진 시·군으로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15%를 넘지 않는다. 다른 부처 지불제와 비교해도 보조율의 현실화는 필요하다. 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 100%, 농림부 공익형직불제 100%, 해수부 조건불리지역 수산직불제는 80%의 보조율을 보인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역시 향후 50%, 100%로 상향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우리가 바라는 2023년은? 

각 부처에서 작성하고 기재부에서 조정한 예산안은 이제 국회로 바통이 넘겨졌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책질의, 부별 심사, 예산소위원회를 거친 이후 12월 초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부처와 기업은 막강한 로비를 통해 증액과 조정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나라살림연구소 등 시민사회도 10월 말 ‘나라예산토론회’를 개최해 시민의 눈으로 예산안 편성에 대해 감시하고 국회로비를 통해 반드시 증액, 감액해야 하는 예산에 시민의 목소리를 담을 계획이다.

한편, 2000년대 초반부터 시민 참여 예산 조례 제정 운동이 시작되었고 2011년부터는 지방재정법에 주민 참여 예산 제도를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발전을 거듭해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예산 편성, 집행과 결산, 성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지방의회의 예산 심의·의결 과정을 제외한 예산 과정 전체로 확대되었다. 참여하는 방법도 공청회, 간담회, 설문 조사 등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주민 참여 예산 위원회 등 주민 참여 예산 기구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재정을 이해하고 판독할 수 있는 사람은 국가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다.” 미국 경제학자 슘페터가 남긴 말이다. 작게는 정부 부처의 한정된 예산이 어떤 사업에 투자되고, 어떤 사업이 철회되는지 아는 것은 부처의 방향성과 철학을 알려주는 일이기도 하다. 예산서는 두껍고 어렵고 복잡하지만, 책표지를 열기 시작하면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2023년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고 또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글 |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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