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식물표본의 사연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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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칡∙개벼룩∙이고들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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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물레나물∙뚝깔∙큰까치수염


DMZ와 민간인통제구역(이하 민통선)은 분단과 아픔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 지역이 생태적으로 아주 우수한 생물종다양성 지역이며 보호할 가치가 있는 생태공간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환경·생태를 공부하는 학자들에게는 연구 적지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서부민통선은 하천이 발달하여 평야가 잘 발달하고 높은 산지가 없는 구릉 지역이 많은 편이어서 조류 연구에 좋은 곳이다. 반면 식물은 동부에 비해 빈약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심은 덜하다. 다만, 평야가 발달한 덕에 동부에 비해 좋은 점도 있다. 이 지역은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기수지역이라 강물로 농사를 짓기 어려워 천수답이 발달된 농지가 많고 그래서 물을 가두는 둠벙이 많이 형성돼 있다. 둠벙이 있는 농경지는 다양한 습지식물을 관찰하기 좋은 장소다. 파주 사람이기도 한 내가 학위논문 주제를 서부민통선의 식물로 정했던 것은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수년 간의 조사로 대략 500여 분류군의 식물을 기록할 수 있었다. 서부 DMZ 일원과 민통선지역 생태의 위협 요소는 지역개발 열풍이다. 논 습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외지인 출입도 빈번해 외래식물 분포범위도 점차 늘고 있다. 과거 분포하던 식물 중 사라진 것도 있고 사라질 위험에 처한 식물도 다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식물표본작업은 식물 입장에서는 잔인한 일이지만 연구를 통한 기록 보존과 복원 가능성을 키우는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학자들이 제작하는 표본은 원 식물의 DNA 등이 변형되지 않는 것을 최우선한다. 그래서 형태나 색이 원래와 많이 다를 수 있다. 이런 표본은 대중이 보기에는 조금 불편할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전시표본 및 식물을 이용한 장식물을 제작하고 있다. 서부민통선 마을 통일촌의 ‘문화예술공간 통’과 협업하여 이 지역의 식물군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작업은 사실, 연구 자체의 성과를 위한 것보다 지역생태계를 지켜야 할 주민들에게 지역의 생태자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되돌려주기 위한 것이다. 

농지가 넓은 지역 환경을 지키는 것도, 파괴하는 것도 그 지역민일 수밖에 없다. 농민들은 재배 작물 외의 수풀은 그저 잡초로 여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들이 농토를 개발부지로 빼앗기지 않으려면 우선 필요한 자료가 바로 그 잡초로 여겨지는 지역의 자생식물들이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표본을 제작하고, 그것을 주민들에게 돌려줌으로서 주민들이 서부민통선에서 살아가는 식물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4월부터 9월에 걸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꽃과 열매가 있는 100여 점의 식물을 액침법으로 표본 제작했다. 이 표본들은 전시(에코뮤지엄) 후 주민들에게 기증될 예정이다. 더 많은 식물들의 존재를 기록할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서부민통선의 식물생태 기록 과정에서 주민 공유와 협업의 체계를 만들 수 있다면 이 지역 생태계를 지키는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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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나무(Stephanandra incisa) 우리나라 길옆이나 산기슭, 숲 산책로 등에서 쉽게 관찰 가능한 장미과의키작은나무입니다. 흰색의 가느다란 줄기가 늘어진 형태로 자라며, 잎이 없는겨울철에는 국수처럼 보입니다. 5~6월 작은 꽃이 무리를 지어 피며, 어린 순을 식용하기도 합니다. 서부민통선 숲 길 옆에서 흔하게 있으며, 비슷한 식물인 나도국수나무도 함께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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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룽나무(Prunus padus) 산가장자리 약간 습한 곳을 좋아하는 장미과의 큰키나무입니다. 봄철 풍성한 꽃이 가득 피는데, 잎과 함께 피기 때문에 벚나무에 비해 화려함이 눈에 띄지 않는 편입니다. 서부민통선에서는 하천변에도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었으나, 하천을 정비하는 과정에 많은 개체가 제거되어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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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조롱(Cynanchum wilfordii) 산기슭 양지 풀밭이나 바닷가 경사지에 자라는 박주가리과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은조롱이라고도 하며, 흔히 백하수오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재배가 비교적 쉬운 근연식물 이엽우피소가 백하수오로 재배되기도 하였으나, 독성이 문제가 되어 현재는 재배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디풀과인 하수오와 다르게 박주가리과인 큰조롱은 씨앗을 멀리 날려 보낼 수가 있어, 쉽게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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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꽃으아리(Clematis patens) 숲가장자리와 산기슭의 볕이 좋은 곳에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참으아리속 식물 중에 가장 큰 화려한 꽃을 피워 원예식물로도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클레마티스 같은 원예품종이 많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글∙사진 | 김경훈 DMZ 자연탐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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