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호 13번 습지 함께 지켜주세요

2018-12-01

화성호를 찾은 저어새와 도요물떼새 ⓒ화성환경운동연합

안녕하세요. 화성에서 온 남자, 아니 화성의 환경을 책임지고 있는 시민단체 화성환경운동연합의 정한철 활동가입니다. 

오래 전부터 도요물떼새의 주요 기착지로 국가와 학자들의 조사 대상이었던 갯벌이 있습니다. 한국의 도요물떼새 연구는 경희대학교 원병오 교수가 1988년 시작했는데 같은 해 원병오 교수는 영국의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와 공동조사를 했고, 한국에서 국제적으로 물새에게 중요한 서식지를 발견합니다. 바로 남양만입니다. 그 후로 꾸준한 환경부 산하의 연구를 통해서도 남양만이 동진강, 만경강 하구(지금의 새만금이지요), 서천 유부도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도요물떼새의 서식지라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화성호습지 ⓒ최순규

하지만 2002년 10킬로미터짜리 방조제가 남양만에 완공되면서 남양만의 도요물떼새는 급감하고 경기만에 마지막 남은 만입형 갯벌이 사라졌습니다. 그 많던 어민들은 배를 팔았고, 횟집들은 문을 닫았습니다. 바다생물들에게도 치명적이었습니다. 갯벌이 사라지니 수많은 저서생물이 목숨을 잃었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생명들은 산란처와 삶터를 잃었습니다. 이젠 맛조개와 동죽을 볼 수 없습니다. 매해 수십억 원을 들여 조개와 물고기 새끼를 바다에 뿌려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어민들과 화성환경운동연합은 간척사업에 반대하며 청와대 앞에, 그리고 포크레인 앞에 섰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새만금과 시화호 간척사업에 비해 화옹지구 간척사업은 국내 3대 대규모 간척사업임에도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화성호는 2002년 방조제 완공 뒤 담수화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일년도 채 되지 않아 수질이 악화되었고 결국 수질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해수유통’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화성호에 바닷물이 섞인 지 15년이 지났습니다.  

매향리 농섬을 찾아온 붉은어깨도요 ⓒ화성환경운동연합

간척사업 후 방조제 안팎의 환경은 매우 독특하고 전형적인 형태의 습지가 됩니다. 방조제 밖에는 조수 간만의 차가 13미터나 되는 조간대갯벌이 수천 헥타르 펼쳐지고, 칠면초, 지채 등의 염생식물과 갈대밭, 모래언덕이 어우러집니다. 방조제 안으로는 ‘화성호’라는 기수 호수가 생겼지요. 얕은 수위를 유지하는 기수 습지는 다양한 형태의 갯벌과 염습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뒤로는 민물 연못과 수로들이 있고 1700여 헥타르의 논습지가 담수 배후습지로서 화성호를 받쳐 주고 있습니다. 화성호와 염습지, 배후습지 생태계는 희귀 물새들의 천국이라 할 만합니다.  

2005년 매향리 미공군폭격장마저 폐쇄되면서 매향리갯벌의 모든 저서생물은 활기를 찾고 도요물떼새는 매년 봄철 5만 마리 안팎이 찾아옵니다. 특히 붉은어깨도요는 올해 3만5천 마리가 관찰되면서 호주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를 기록했습니다. 

화성호 습지에서도 손쉽게 희귀 새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화성호 13번 습지입니다. 방조제 위에 일정하게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이 습지 앞에 13번이 적혀 있어 13번 습지라고 부릅니다. 화성호 13번 습지는 사시사철 언제 가도 새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새들이 거의 모두 천연기념물 또는 멸종위기종 조류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봄과 가을엔 저어새와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등이 찾아오고 법정 보호종은 아니지만, 마도요와 청다리도요, 흑꼬리도요, 장다리물떼새, 민물도요, 괭이갈매기 등 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노랑부리저어새와 큰기러기 떼, 쇠기러기 떼와 그 사이 흰이마기러기, 개리, 그리고 큰고니가 찾아옵니다. 

이러한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고 자연생태학습장으로서의 가치가 큰 습지가 훼손 위기에 처했습니다. 간척사업 계획상 경관작물재배단지로 되어 있는데 이를 위해 습지를 매립해 넓은 유채꽃밭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또 습지 한가운데쯤 도로를 뚫을 계획이라네요.

간척사업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로써 만들어진 인공습지라도 보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정 보호종을 비롯해 현재 그곳에 기대어 사는 생명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와 문화재청의 멸종 위기, 천연기념물 조류의 보호 대책 마련을 요구합니다. 또한 농어촌공사는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하여 화성호 13번 습지의 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글 | 정한철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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