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림만을 국가해양정원으로

2020-12-01


점박이물범 ⓒ김신환


태안반도 북부에 드넓게 펼쳐진 가로림만. 동으로 서산시, 서쪽은 태안군이 마주보고 있다. 가로림만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 중에서도 자연 상태 그대로의 해안선을 지키고 있는 대규모 갯벌이다. 해안선 길이 162㎞, 갯벌 면적은 8000㏊에 달한다. 가로림만 해역 내에는 4개 유인도서와 48개 무인도서가 있다. 특히 가로림만 동쪽 해안은 해안선이 복잡하고, 조차가 크며 수심은 얕아 갯벌 발달의 최적 조건을 갖고 있다. 자연성이 지켜지고 있어 가로림만 해양 생태계는 풍성하다.

매년 가을 가로림만을 찾아오는 점박이물범은 가로림만의 진객들 중에서도 진객이다. 점박이물범은 멸종위기에 처한 포유류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보호종이기도 하다. 이들은 해양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의 하나다. 이들이 가로림만을 찾는다는 것은 가로림만 하부 생태계가 매우 우수하다는 방증이다. 가로림만은 제 안에 깃든 생물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는 은혜로운 존재인 것이다.


드넓은 갯벌이 드러난 가로림만 ⓒ김신환


가로림만은 이곳 어민들에게도 은혜로운 공간이다. 청정해역에서만 나는 감태는 이곳의 특산물이자 어민들의 주요 생산물이다. 감태는 채집부터 가공에 이르는 전과정에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한겨울 추울 때만 잠깐 생겼다 날이 풀리면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오직 겨울 한 철의 채집만 허락되지만 감태는 어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산물이다. 바지락, 굴, 낙지 등 가로림만 갯벌의 선물은 어민들에게 맨손어업으로도 살만한 이유를 만들어주었다. 갯벌로 인해 사람과 자연이 두루 은혜롭던 가로림만에 마가 낀 건 2006년 조력발전사업이 추진되면서부터다. 수년에 걸쳐 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되고 보완을 거치는 동안 찬반으로 나뉜 주민들의 갈등은 깊어지고 공동체는 깨지고 말았다. 8년여의 긴 갈등 속에 2014년 10월 환경부가 조력발전사업 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하면서 사업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낙지 잡는 어민 ⓒ최경자


2년 뒤 2016년, 가로림만은 국내 최초로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개발 대상지가 아닌 생태보호지역으로서 가로림만의 입지를 굳히는 사업도 현재 진행되고 있다.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지정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사업 대상 면적은 총 159.85㎢이다. 건강한 바다 환경 조성, 해양생태관광 거점 조성, 지역 상생 등을 기본 방향으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총 2715억 원의 사업비가 국가해양정원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권경숙 국장의 말이 시사적이다. “가로림만은 오랫동안 개발과 보존의 갈림길에서 사회갈등을 겪었고 ‘보존’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다. ‘점박이물범’이 지역민들의 마음을 보존으로 이끈 일등공신이고 가로림만 보존의 상징이다. 점박이물범을 비롯한 가로림만의 생물들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국가해양정원이 돼야 한다. 주민의견을 잘 수렴해 슬기롭게 가로림만을 이용하고 가로림만 생태계의 건강성을 지켜야 한다.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사업 과정이 지속가능한 생태보존 정책사업의 표준모델이 될 수 있도록 민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로림만 갯벌 ⓒ최경자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사업이 관광의 소도구로 가로림만을 소비하지 않고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일구는 기념비적 사업이 되길 기대한다.

 

 

글 /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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