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와 죽산보 해체 결정, 남은 4대강 보는?

2019-03-01

지난해 세종보 수문개방으로 모래톱이 돌아온 금강. 4대강조사평가단은 세종보 해체를 결정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녹조 라떼’를 본 순간 대부분의 국민들은 직감했다. 우리 강은 암에 걸렸다. 강에 16개에 달하는 암 덩어리가 강의 생명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짙은 녹조 속에서 물고기가 숨을 헐떡이고, 굳게 닫힌 보 수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갔다. 네 차례의 감사에서 4대강사업은 사실 한반도 대운하였으며, 물이 다시 흐르는 것 말고는 수질을 개선할 방법이 없으며, 물 사용과 홍수 예방에는 거의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그리고 지난해 겨울, 환경부는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하 4대강조사평가단)’을 구성하고 16개 보에 대해서 처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종보와 죽산보 해체 발표

환경부는 보의 해체 여부를 경제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보를 유지하면서 얻는 이익이 유지관리비용보다 크거나 혹은 수질과 생태계의 개선 효과로 얻는 편익보다 큰지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다양한 반응들이 나왔다. “이토록 문제가 많은 보를 당연히 해체해야지, 경제성이 부족하면 그대로 두겠다는 것인가”,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그렇지 완공된 지 10년도 되지 않은 보를 해체한다니 정치적인 결정이 아닌가”, “제발 한 개라도 해체해서 가능성을 열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이었다. 

실제로 완공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는 보를 해체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또 한편으로는 강 본류에 대형 댐과 다를 바 없는 용도 없는 댐을 16개나 짓는 것 역시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지난 한해 수문 개방으로 자연성 회복의 가능성을 확인했다지만 여전히 데이터는 부족했으며 4대강사업을 추진할 때와 비교해보면 환경부의 예산과 인력은 턱도 없이 적었다. 하지만 결정을 더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이 아니면 아주 오래도록 방치될 문제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2일 4대강조사평가단은 우선 4대강 중에서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처리방안을 발표했다.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하고 다리로 이용되는 공주보는 부분 해체하며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개방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 해체 경제성 따져보니

경제성 평가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비용보다 편익이 큰지를 확인하는 과정인데, 편익이 상대적으로 크면 이른바 ‘경제성이 있는 사업’이다. 4대강사업의 이·치수 효과가 없음은 여러 차례 감사를 통해 확인했고, 보를 개방하거나 해체할 경우 수질/생태가 회복되고, 해체 후 그동안의 유지관리비용이 절감되는 면에서 해체발표는 당연한 결과다. 

보 해체라는 사업에는 보 해체비용과 물이용 대책 비용, 물 활용성 감소 불편익, 공도교(다리) 해체에 따른 교통시간 증가 불편익, 소수력발전 중단 불편익 등이 비용(cost)으로 산정되고, 수질 및 생태 개선, 친수 활동 증가, 홍수조절능력 개선 편익, 보 유지관리비용 절감 등이 편익(benefit)으로 고려되었다. 보를 해체할 경우 홍수 저감이 된다는 사실은 다소 의아할 수 있겠으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홍수 시 보는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경제성 분석 과정에서 보를 해체하면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공사비와 4대강사업 당시 부실하게 공사되어 수문개방 시 취수/양수가 불리해지는 시설을 개선하는 공사비를 다 합쳐도 앞으로 보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관리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의미이다. 결국 수질과 수생태계 개선, 홍수 저감을 통해 얻는 편익이 다리 이용이나 소수력발전소를 통해 얻는 편익보다 크다면 해체의 경제성이 더 크다는 결론이 된다. 

수질과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되찾는 일과 다리나 발전소의 편익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일이 가능할까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고기의 가치는, 깨끗한 물의 가치는 돈으로 얼마에 해당할까. 이것은 마치 분홍벽돌집의 아름다움을 어른들에게 설명해야하는 어린왕자 속 이야기처럼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물고기 한 마리와 맑은 물 한 방울의 가치가 무겁고, 누군가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생명의 가치가 왜 소중한지 설명하는 불가능한 일을 해내야 국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다니 이건 뭔가 억울한 일이다. 

 

앞으로 과제가 산적하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우선 보 해체와 개방에 앞서 농민들을 위한 꼼꼼한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보 건설로 강물과 주변 지하수 수위가 높아지면서 지하수를 농사에 활용해온 주민은 보 해체와 상시개방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농민들의 물이용에 지장이 없도록 양수장, 지하수 관정에 대한 정비에 소홀함이 없어야할 것이다. 

수문을 닫은 죽산보  ⓒ함께사는길 이성수

해체를 위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른 백제보와 승촌보의 경우 유지관리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수문개방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고정보 구간으로 인한 정체수역이 발생하므로 수질과 생태개선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은 경제성이 부족하더라도 마땅히 시행되어야 할 중대사안이니만큼 이 부분에 대한 후속 의사결정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한강, 낙동강 11개 보에 대해 충분한 개방 모니터링 실험과 시민의 의견수렴을 통해 한층 진일보한 처리방안이 필요하다. 

보 처리방안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1월, 문재인 정부는 경제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23개 사업 총 24조 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사업을 발표했다. 4대강조사평가단 홍종호 기획위원장은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엄격한 경제성 평가를 통해 보 해체를 결정하고자 했는데, 예타 면제로 인해 깊은 회의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강행한 4대강사업에 대해 예타를 명시한 국가재정법 위반이라고 비판해온 그로서는 당연한 회의다. 예타제도에는 경제성이 부족하더라도 지역 상황과 여건을 감안하여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틀이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 사업 강행을 공언한 꼴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갯벌을 지키기 위해 갯벌의 가치를 비용으로 보여주어야 하고, 4대강 자연성 회복 역시 보 해체라는 사업의 경제성이 없이는 진척될 수 없는 수준이다. 환경이 갖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효과를 검증조차 하지 않은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결과를 받아본 국민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강 복원 운동을 하고, 4대강조사평가단에도 참여한 필자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운 결정이다. 4대강 보 해체를 통해 우리 강의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을 결정했지만, 어딘가에는 상처가 남을 것이고, 어떤 암 덩어리는 일단 남겨둔다. 


개발은 쉽고 회복은 어렵다

곡릉천 공릉2보가 해체되고 10년 뒤 같은 자리를 찾아가본 적이 있다. 안내판이 없었다면 보가 있었던 자리를 찾을 수조차 없었다. 강변에 구조물을 뜯어낸 자리에는 버드나무 군락이 자리를 잡았고, 강바닥도 전혀 낌새를 찾을 수 없었다. 4대강 보가 해체되고 나면 언제 그 자리에 보가 있었냐는 듯이 제자리를 찾겠지만 남겨진 보는 지금의 한바탕 소동 같은 보 처리방안이 지나가고 나면 아주 오래 우리 곁에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미래의 누군가는 그때 왜 해체하지 못했는지 원망하게 될 것 같다. 우리는 2019년의 한계와 가능성을 함께 목도하고 있다. 

 

 글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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