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당수의 삼나무가 잘려나간 비자림로
제주의 8월은 산이 바다가 되고, 바다는 하늘과 하나가 되는 계절이다. 한라산 밑자락으로 펼쳐진 제주의 오름과 초원, 울울창창한 곶자왈 숲지대는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초록빛 바다가 된다. 그 한가운데에서 시작된 비자림로를 달리다 보면 어두운 숲의 바다가 모세의 기적처럼 열리기 시작하고, 머리 위로는 숲의 파도가 일렁이며 한여름의 강한 볕을 가려 그늘을 만든다. 그러나 지난 8월 초입 익숙한 풍경을 만나는 주민들과 새로운 경험에 들뜬 관광객들은 비자림로 한복판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게 된다. 늘 있어야 하는 풍경이, 설레며 처음 만나려는 풍경이 눈앞에서 사라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쓰나미가 덮치듯이 숲의 바다가 싹둑싹둑 잘려 쓰러지고 있었다. 그 파괴의 현장에는 이 상황을 이해시켜 줄 사람 하나 없고 일방 통보하듯 한쪽 편에 도로 확장공사 안내판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시민 반대 눈치보다 결국 공사 재추진 시도
상처받은 숲의 비명은 의외로 컸다. 전국의 시민들의 눈과 귀가 비자림로 삼나무 숲 훼손 현장으로 모였다. 이 문제를 일으킨 사람도,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도 놀랄 정도였다. 삼나무를 살려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비자림로 확장의 불필요성도 함께 제기되었다. 결국 제주도는 전국의 비판여론을 맞으며 잠정 공사중단을 발표한다. 그러나 공사추진을 전제한 일시 중단이라는 속내도 함께 드러내 잠시 비만 피하고 가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비자림로는 한라산 북동쪽 중산간 지역에서 동쪽 해안마을까지 연장 27.3킬로미터로 이어진 2차선 도로이다. 1960년대 이곳 중산간 일대 목장관리를 위해서 처음 비포장도로로 개설되어 이용되다가 이후 도로포장이 되고 지방도로 지정·관리되어 왔다. 비자림로는 지난 2002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제1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건교부는 도로 및 환경전문가, 여행가, 사진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비자림로가 “천혜의 자연경관이 잘 보존됐고, 환경과의 조화, 편리성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구조물이 거의 없고 자연미를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도로였다. 그 이후 관광객들에게도 알려지면서 명품 숲길 도로의 위상을 지켜왔다.
이번에 확장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은 전체 비자림로 중 중간지점에 위치하며 공사구간은 2.9킬로미터이다.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제주도는 비자림로를 경유하는 차량이 날로 증가하고 있어 이의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임을 강조한다. 또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해 환경영향 최소화 방안도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잘려나간 삼나무
하지만 확인 결과 제주도가 주장하는 내용과 상이한 점이 많다. 우선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보면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본 계획은 경관보전지구 1등급 지역인 선족이오름을 통과함에 따라 오름의 훼손이 발생하고, 계획노선의 대부분 구간이 경관보전지구 2등급 지역을 통과하는 바 도로노선 확장 필요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업시행으로 인한 주변의 오름 및 경관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확장공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재검토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제주도는 이러한 환경부의 의견에도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강행해 왔다. 그렇다면 과연 비자림로가 제주도의 주장처럼 교통량이 증가해서 정체되는 구간일까. 이와 관련하여 제주도내 도로의 교통량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제주교통정보센터에서 통행량이 많은 시간대 비자림로 구간의 통행량을 확인한 바가 있다. 확인 결과 교통정보센터 관계자는 비자림로 구간은 자동차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도로확장의 시급성이나 필요성이 낮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제주도와 일부 확장공사 찬성론자들은 비자림로의 안전성 문제로 교통사고가 잦다는 주장을 한다. 버스와 같은 대형 차량과 트랙터 등 농기계가 이동할 경우 좁은 도로 폭으로 인해 반대편 차량과 충돌하거나 이탈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겨울철에는 나무 그늘로 인해 결빙이 지속되어 사고 발생이 높다는 주장까지 한다. 그러나 이 역시 확인 결과 사실과 달랐다. 경찰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이 구간에서 접수받은 교통사고 건수는 6회에 불과했다. 이는 제주지역 도로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비교하더라도 매우 낮은 수치였다. 특히 비자림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6건의 내용을 보면 운전자의 안전운전 불이행 3건, 과속 1건, 중앙선 침범 1건, 기타 1건으로 도로의 문제라기보다는 운전자의 운전습관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비자림로 확장공사의 실효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업의 필요성도 낮을뿐더러 확장을 하더라도 공사 후 효과 역시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주변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사를 강행하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사구간인 2.9킬로미터를 4차선으로 확장하더라도 확장구간이 끝나는 지점부터 다시 2차선이 시작되어 도로 확장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확장 구간이 끝난 후 도로가 다시 좁아져 병목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비자림로 확장은 제2공항 연결도로 확장의 일환

비자림로를 지키려는 시민들
그렇다면 제주도는 사업타당성도 없는 3킬로미터도 채 안 되는 도로 확장공사를 제주도내 여론은 물론 전국 여론의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밀어붙이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바로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과 이 계획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올해 4월 원희룡 도지사가 직접 기자브리핑을 하면서 구(舊)국도 도로건설 계획을 발표한다. 발표된 도로건설 계획 중에 하나로 제주시내와 제주 제2공항을 연결하는 ‘대천동사거리0비자림로0금백조로’ 구간 확·포장 계획(14.7킬로미터, 2675억 원)을 국토교통부 제4차 국지도 도로건설계획(202102025)에 반영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비자림로 공사 구간은 제주도가 발표한 제2공항 연결도로와 중첩되는 ‘대천동사거리0비자림로(2.9킬로미터)’구간이다. 따라서 현재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 제2공항 연결도로 확장공사의 시작인 셈이다. 현재 공사가 마무리되면 다시 나머지 구간인 ‘비자림로0금백조로’ 구간의 확장공사가 추진될 것이다. 이 구간은 제주도의 오름군락 중에서도 특히 경관이 빼어난 지역으로 도로 확장시 주변 환경과 경관의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잠시 중단한 제주도는 삼나무 보전방안을 마련한다며 ‘비자림로 확장공사 개선 검토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 중에 있다. 최근까지 두 차례의 자문회의를 진행했고, 조만간 최종 결론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자문회의 과정에서도 제주도의 대안은 여전히 비자림로 확장을 전제로 한 개선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도로 확장은 하되 공사 구간 중 일부 삼나무 식재지역을 중앙분리대 형식으로 편입시키고, 삼나무 대신 다른 수종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즈음 제주도가 추진하는 정책을 보면 꽃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늘리려고 꽃을 더 심는 것이 아니라 꽃을 꺾고, 꽃밭을 줄여 더 많은 사람들이 서 있을 자리를 만드는데 골몰하고 있어 보인다. 이러는 사이 그 아름답던 제주의 경관과 생태계는 훼손되거나 사업자의 이윤창출을 위해 사유화되고, 개발의 대상이 되어버린 농촌의 공동체는 해체되어 간다. 제주도민과 관광객이 행복한 제주의 개발정책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글・사진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상당수의 삼나무가 잘려나간 비자림로
제주의 8월은 산이 바다가 되고, 바다는 하늘과 하나가 되는 계절이다. 한라산 밑자락으로 펼쳐진 제주의 오름과 초원, 울울창창한 곶자왈 숲지대는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초록빛 바다가 된다. 그 한가운데에서 시작된 비자림로를 달리다 보면 어두운 숲의 바다가 모세의 기적처럼 열리기 시작하고, 머리 위로는 숲의 파도가 일렁이며 한여름의 강한 볕을 가려 그늘을 만든다. 그러나 지난 8월 초입 익숙한 풍경을 만나는 주민들과 새로운 경험에 들뜬 관광객들은 비자림로 한복판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게 된다. 늘 있어야 하는 풍경이, 설레며 처음 만나려는 풍경이 눈앞에서 사라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쓰나미가 덮치듯이 숲의 바다가 싹둑싹둑 잘려 쓰러지고 있었다. 그 파괴의 현장에는 이 상황을 이해시켜 줄 사람 하나 없고 일방 통보하듯 한쪽 편에 도로 확장공사 안내판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시민 반대 눈치보다 결국 공사 재추진 시도
상처받은 숲의 비명은 의외로 컸다. 전국의 시민들의 눈과 귀가 비자림로 삼나무 숲 훼손 현장으로 모였다. 이 문제를 일으킨 사람도,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도 놀랄 정도였다. 삼나무를 살려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비자림로 확장의 불필요성도 함께 제기되었다. 결국 제주도는 전국의 비판여론을 맞으며 잠정 공사중단을 발표한다. 그러나 공사추진을 전제한 일시 중단이라는 속내도 함께 드러내 잠시 비만 피하고 가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비자림로는 한라산 북동쪽 중산간 지역에서 동쪽 해안마을까지 연장 27.3킬로미터로 이어진 2차선 도로이다. 1960년대 이곳 중산간 일대 목장관리를 위해서 처음 비포장도로로 개설되어 이용되다가 이후 도로포장이 되고 지방도로 지정·관리되어 왔다. 비자림로는 지난 2002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제1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건교부는 도로 및 환경전문가, 여행가, 사진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비자림로가 “천혜의 자연경관이 잘 보존됐고, 환경과의 조화, 편리성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구조물이 거의 없고 자연미를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도로였다. 그 이후 관광객들에게도 알려지면서 명품 숲길 도로의 위상을 지켜왔다.
이번에 확장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은 전체 비자림로 중 중간지점에 위치하며 공사구간은 2.9킬로미터이다.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제주도는 비자림로를 경유하는 차량이 날로 증가하고 있어 이의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임을 강조한다. 또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해 환경영향 최소화 방안도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잘려나간 삼나무
하지만 확인 결과 제주도가 주장하는 내용과 상이한 점이 많다. 우선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보면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본 계획은 경관보전지구 1등급 지역인 선족이오름을 통과함에 따라 오름의 훼손이 발생하고, 계획노선의 대부분 구간이 경관보전지구 2등급 지역을 통과하는 바 도로노선 확장 필요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업시행으로 인한 주변의 오름 및 경관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확장공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재검토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제주도는 이러한 환경부의 의견에도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강행해 왔다. 그렇다면 과연 비자림로가 제주도의 주장처럼 교통량이 증가해서 정체되는 구간일까. 이와 관련하여 제주도내 도로의 교통량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제주교통정보센터에서 통행량이 많은 시간대 비자림로 구간의 통행량을 확인한 바가 있다. 확인 결과 교통정보센터 관계자는 비자림로 구간은 자동차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도로확장의 시급성이나 필요성이 낮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제주도와 일부 확장공사 찬성론자들은 비자림로의 안전성 문제로 교통사고가 잦다는 주장을 한다. 버스와 같은 대형 차량과 트랙터 등 농기계가 이동할 경우 좁은 도로 폭으로 인해 반대편 차량과 충돌하거나 이탈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겨울철에는 나무 그늘로 인해 결빙이 지속되어 사고 발생이 높다는 주장까지 한다. 그러나 이 역시 확인 결과 사실과 달랐다. 경찰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이 구간에서 접수받은 교통사고 건수는 6회에 불과했다. 이는 제주지역 도로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비교하더라도 매우 낮은 수치였다. 특히 비자림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6건의 내용을 보면 운전자의 안전운전 불이행 3건, 과속 1건, 중앙선 침범 1건, 기타 1건으로 도로의 문제라기보다는 운전자의 운전습관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비자림로 확장공사의 실효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업의 필요성도 낮을뿐더러 확장을 하더라도 공사 후 효과 역시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주변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사를 강행하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사구간인 2.9킬로미터를 4차선으로 확장하더라도 확장구간이 끝나는 지점부터 다시 2차선이 시작되어 도로 확장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확장 구간이 끝난 후 도로가 다시 좁아져 병목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비자림로 확장은 제2공항 연결도로 확장의 일환
비자림로를 지키려는 시민들
그렇다면 제주도는 사업타당성도 없는 3킬로미터도 채 안 되는 도로 확장공사를 제주도내 여론은 물론 전국 여론의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밀어붙이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바로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과 이 계획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올해 4월 원희룡 도지사가 직접 기자브리핑을 하면서 구(舊)국도 도로건설 계획을 발표한다. 발표된 도로건설 계획 중에 하나로 제주시내와 제주 제2공항을 연결하는 ‘대천동사거리0비자림로0금백조로’ 구간 확·포장 계획(14.7킬로미터, 2675억 원)을 국토교통부 제4차 국지도 도로건설계획(202102025)에 반영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비자림로 공사 구간은 제주도가 발표한 제2공항 연결도로와 중첩되는 ‘대천동사거리0비자림로(2.9킬로미터)’구간이다. 따라서 현재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 제2공항 연결도로 확장공사의 시작인 셈이다. 현재 공사가 마무리되면 다시 나머지 구간인 ‘비자림로0금백조로’ 구간의 확장공사가 추진될 것이다. 이 구간은 제주도의 오름군락 중에서도 특히 경관이 빼어난 지역으로 도로 확장시 주변 환경과 경관의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잠시 중단한 제주도는 삼나무 보전방안을 마련한다며 ‘비자림로 확장공사 개선 검토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 중에 있다. 최근까지 두 차례의 자문회의를 진행했고, 조만간 최종 결론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자문회의 과정에서도 제주도의 대안은 여전히 비자림로 확장을 전제로 한 개선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도로 확장은 하되 공사 구간 중 일부 삼나무 식재지역을 중앙분리대 형식으로 편입시키고, 삼나무 대신 다른 수종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즈음 제주도가 추진하는 정책을 보면 꽃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늘리려고 꽃을 더 심는 것이 아니라 꽃을 꺾고, 꽃밭을 줄여 더 많은 사람들이 서 있을 자리를 만드는데 골몰하고 있어 보인다. 이러는 사이 그 아름답던 제주의 경관과 생태계는 훼손되거나 사업자의 이윤창출을 위해 사유화되고, 개발의 대상이 되어버린 농촌의 공동체는 해체되어 간다. 제주도민과 관광객이 행복한 제주의 개발정책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글・사진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