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서천갯벌에서 동죽 캐는 주민들과 물새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황금빛으로 물든 농촌에 가을걷이가 한창일 무렵, 어촌은 바지락, 동죽 등 어패류 채취를 시작한다. 만조시간이 지나고 서해에 드넓은 갯벌이 드러나면 어민은 물론 물새들도 바빠진다. 저어새는 물골을 따라 물고기를 사냥하며, 도요·물떼새들은 갯지렁이, 게, 조개 잡이에 여념이 없다. 청명한 도요새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 울려퍼지면, 땡볕에서 조개 채취를 하던 어민들은 어느새 피로를 잊어버린다. 물 빠진 갯벌에서 어민과 물새들이 오랜 세월동안 평화롭게 공존하는 장면이다. 이따금 매나 흰꼬리수리 등 맹금류가 나타나면 도요·물떼새들은 일제히 비상해 무리를 이루어 생명을 보호한다.

가을철새인 도요∙물떼새들이 충남 서천군 장항읍 유부도 해안에서 먹이를 찾아 물이 빠지는 바다로 날아가고 있다

남반구로 이동중인 큰부리도요들이 충남 서천군 마서면 서천갯벌에서 먹이사냥을 하고 있다. 큰부리도요는 호주에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4월 고향인 러시아 툰드라지역으로 돌아간다
동북아 러시아, 중국, 몽골의 드넓은 습지에서 번식한 민물도요, 뒷부리도요, 큰부리도요, 마도요, 왕눈물떼새 등 물떼새들은 매년 가을 한반도의 서남해안을 통과해, 멀리 호주, 뉴질랜드 등 남반구까지 이동한다. 북반구의 혹독한 겨울을 피해, 여름인 남반구에서 월동한다. 이들은 이듬해 북반구에 봄이 오면 다시 서남해안을 따라 고향으로 북상한다.이들 대부분은 이동 중 충남 서천군 서천갯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비교적 개발이 덜된 서천갯벌은 도요·물떼새들의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을 하는 물새들이 에너지를 보충하고 충분한 휴식을 갖는 곳이다.
지난해 유엔 산하 유네스코는 우리나라 전남의 신안갯벌과 보성벌교 및 순천만갯벌, 충남의 서천갯벌, 전북의 고창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그 중에 하나인 서천갯벌의 중심은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위치한 유부도다. 이곳은 봄, 가을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는 도요·물떼새와 대만으로 월동하러 가는 저어새가 중간기착하는 동북아 최대 철새서식지다. 수천 마리의 검은머리물떼새와 알락꼬리마도요가 유부도갯벌에서 겨울을 보낸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한 저어새(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205호) 무리가 월동지인 대만으로 이동 중 충남 서천군 장항읍 유부도 갯벌에 중간 기착하고 있다. 저어새는 대만, 홍콩, 중국 남부에서 월동 후 이듬해 4월 다시 한국을 찾는다
간척사업으로 새만금갯벌이 사라진 후, 가장 인접한 유부도갯벌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새만금갯벌에서 서식하던 철새들이 유부도 갯벌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2022년 가을 이곳에 넓적부리도요가 3마리 발견되었다. 지구상에 500여 마리도 남지 않은 넓적부리도요는 전 세계의 생태학자와 활동가들이 관심을 갖는 가장 절박한 멸종위기종이다. 영국에서는 이새를 살리기 위해 인공증식을 연구하고 있다. 새만금 등 한국의 갯벌이 살아있을 때는 최대 200 여 마리의 넓적부리도요가 발견된 적도 있는데 이제는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다.이 넓적부리도요를 보기 위해 유부도 갯벌을 찾는 국내외 탐조가들의 발길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 마서면 장구만의 갯벌이 드러나자 한 주민이 자녀와 함께 조개를 채취하러 바다로 향하고 있다
넓적부리도요가 멸종된다면 우리나라는 환경파괴국의 불명예를 영원히 안고 가야 한다. 서천갯벌이 생명이 살아있는 땅으로 영원히 지속하도록 우리세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번 망가진 갯벌은 다시 복원할 수가 없다. 갯벌은 인간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만들 수 없는 지구의 귀중한 자연유산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것은 인종, 국가, 종교, 문화를 초월하여 전 세계 누구나 미래세대에게 전달해주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만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실천해야 한다.
글∙사진 | 김연수 생태사진가,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서천갯벌에서 동죽 캐는 주민들과 물새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황금빛으로 물든 농촌에 가을걷이가 한창일 무렵, 어촌은 바지락, 동죽 등 어패류 채취를 시작한다. 만조시간이 지나고 서해에 드넓은 갯벌이 드러나면 어민은 물론 물새들도 바빠진다. 저어새는 물골을 따라 물고기를 사냥하며, 도요·물떼새들은 갯지렁이, 게, 조개 잡이에 여념이 없다. 청명한 도요새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 울려퍼지면, 땡볕에서 조개 채취를 하던 어민들은 어느새 피로를 잊어버린다. 물 빠진 갯벌에서 어민과 물새들이 오랜 세월동안 평화롭게 공존하는 장면이다. 이따금 매나 흰꼬리수리 등 맹금류가 나타나면 도요·물떼새들은 일제히 비상해 무리를 이루어 생명을 보호한다.
가을철새인 도요∙물떼새들이 충남 서천군 장항읍 유부도 해안에서 먹이를 찾아 물이 빠지는 바다로 날아가고 있다
남반구로 이동중인 큰부리도요들이 충남 서천군 마서면 서천갯벌에서 먹이사냥을 하고 있다. 큰부리도요는 호주에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4월 고향인 러시아 툰드라지역으로 돌아간다
동북아 러시아, 중국, 몽골의 드넓은 습지에서 번식한 민물도요, 뒷부리도요, 큰부리도요, 마도요, 왕눈물떼새 등 물떼새들은 매년 가을 한반도의 서남해안을 통과해, 멀리 호주, 뉴질랜드 등 남반구까지 이동한다. 북반구의 혹독한 겨울을 피해, 여름인 남반구에서 월동한다. 이들은 이듬해 북반구에 봄이 오면 다시 서남해안을 따라 고향으로 북상한다.이들 대부분은 이동 중 충남 서천군 서천갯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비교적 개발이 덜된 서천갯벌은 도요·물떼새들의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을 하는 물새들이 에너지를 보충하고 충분한 휴식을 갖는 곳이다.
지난해 유엔 산하 유네스코는 우리나라 전남의 신안갯벌과 보성벌교 및 순천만갯벌, 충남의 서천갯벌, 전북의 고창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그 중에 하나인 서천갯벌의 중심은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위치한 유부도다. 이곳은 봄, 가을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는 도요·물떼새와 대만으로 월동하러 가는 저어새가 중간기착하는 동북아 최대 철새서식지다. 수천 마리의 검은머리물떼새와 알락꼬리마도요가 유부도갯벌에서 겨울을 보낸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한 저어새(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205호) 무리가 월동지인 대만으로 이동 중 충남 서천군 장항읍 유부도 갯벌에 중간 기착하고 있다. 저어새는 대만, 홍콩, 중국 남부에서 월동 후 이듬해 4월 다시 한국을 찾는다
간척사업으로 새만금갯벌이 사라진 후, 가장 인접한 유부도갯벌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새만금갯벌에서 서식하던 철새들이 유부도 갯벌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2022년 가을 이곳에 넓적부리도요가 3마리 발견되었다. 지구상에 500여 마리도 남지 않은 넓적부리도요는 전 세계의 생태학자와 활동가들이 관심을 갖는 가장 절박한 멸종위기종이다. 영국에서는 이새를 살리기 위해 인공증식을 연구하고 있다. 새만금 등 한국의 갯벌이 살아있을 때는 최대 200 여 마리의 넓적부리도요가 발견된 적도 있는데 이제는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다.이 넓적부리도요를 보기 위해 유부도 갯벌을 찾는 국내외 탐조가들의 발길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 마서면 장구만의 갯벌이 드러나자 한 주민이 자녀와 함께 조개를 채취하러 바다로 향하고 있다
넓적부리도요가 멸종된다면 우리나라는 환경파괴국의 불명예를 영원히 안고 가야 한다. 서천갯벌이 생명이 살아있는 땅으로 영원히 지속하도록 우리세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번 망가진 갯벌은 다시 복원할 수가 없다. 갯벌은 인간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만들 수 없는 지구의 귀중한 자연유산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것은 인종, 국가, 종교, 문화를 초월하여 전 세계 누구나 미래세대에게 전달해주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만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실천해야 한다.
글∙사진 | 김연수 생태사진가,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