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도민 여론이 분노로 들끓었다. 지난 4월 2일,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24시간수질감시측정기(TMS)를 조작해 130만 전북도민의 상수원인 용담호에 법정기준치 이상의 나쁜 물을 방류해 온 것이 정부종합감사에서 드러났다.
용담댐은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큰 다목적댐이자 전라북도 5개 시군과 130만 충남 금산 주민의 상수원이다. 수공은 댐과 정수장 그리고 유역 진안, 장수 하수종말처리장을 비롯해 총 64개의 마을 하수처리시설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들이 운영하는 하수처리장에서 TMS를 조작해 기준치를 초과한 배출수를 자신들이 관리하는 광역상수원인 용담호로 흘려보낸 것이다. 이는 관련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이자 국민의 세금으로 먹는 물 생산과 공급을 책임지는 전문 공기업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민의 식수 안전을 위협하고, 자치단체와 환경단체가 어렵게 쌓아 온 수돗물의 신뢰도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부도덕한 짓이다. 하수처리 시설의 노후화와 처리 용량이 부족하다고 해서 수공의 도덕적 책무가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다. 진안군, 장수군, 전라북도와 시설 보완 대책을 협의하면 될 일이었다. 이제 누구에게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안심하고 먹으라할 것인가?
전북도민의 상수원 용담호 출처 진안군
수공은 왜 수질측정기를 조작했을까?
아직 최종 감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고,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하게 담당 직원의 도덕적 해이나 개인의 일탈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혹시나 조직적인 묵인이나 시스템상의 문제는 없었을까?
그동안 수공 용담댐관리단은 상수원 유역의 하수를 부적절하게 처리하면 수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렵고 정수 처리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그러면서 수공의 기술력이 하수처리의 전문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사기업이나 자치단체에 비해 우위에 있음을 부각시켰다. 그 예로 진안·장수군 하수처리장의 방류수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가 1.7㎎/L로 전국 평균인 4.5㎎/L에 비해 크게 낮다고 자랑해왔다. 하수처리 기술이 우수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기준치 초과를 조직적으로 감춰온 것은 아닌지도 조사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4대강사업으로 떠안은 빚 8조 원과 국민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이자 1조2000억 원에 대한 부담으로 적정한 운영 인력을 배치하지 않거나 비정규직을 늘린 것은 아닌지도 짚어봐야 한다. 개인의 근무태만이라고 보기에 수치 조작은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TMS 조작이 중대한 범죄 행위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감사 기간인 3년 동안 총인(T-P)값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조작했다. 나머지 검사 항목도 수치 조작을 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혹여나 신분상 불안한 처지인 계약 직원에게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수질기준을 맞추라며 조작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 지휘 계통에 있는 관련자 전체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상수원 관리의 근간은 상수원보호구역을 지정해 관리하는 것이다. 130만 명이 마시는 광역상수원임에도 용담호는 아직까지도 상수원보호구역이 아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것도 억울한데 개발 제한으로 재산권마저 침해당한다는 수몰지역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댐 건설의 전제는 맑은 물 공급이고 상수원 관리 정책의 근간인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은 당연히 예고된 절차였다. 4대강 특별법 제정으로 물이용부담금을 조성해 상류 쪽 주민 지원 사업이 확대되었다. 물그릇이 320제곱킬로미터나 되는 넓은 유역의 상수원을 주민자율관리로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용담호 주민자율관리의 한계는 무엇인지 냉철하게 짚어야 한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을 하든지 수질이 개선되는 것을 전제로 ‘주민자율관리’를 법적으로 제도화하고 이행 평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수돗물을 마시는 국민 모두가 예의주시 하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수질감시기기(TMS)조작 규탄과 용담호 수질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 합동 조사단 구성을 제안하는 전북 도민들 ⓒ이정현
먹는 물 위협은 곧 국민 안전 위협
‘복수불수(覆水不收)’ 즉, 한 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아 낼 수 없다. 신뢰를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수공의 TMS 조작 사건이 법적인 처벌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상수원 유역의 환경기초시설 운영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하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또 아직은 불안정한 수질 TMS에 대한 운영관리체계 문제점을 찾아내 매뉴얼을 다시 작성하고 제도 정비, 조례 제정 등 관계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 먹는 물의 안전성을 위협한 행위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CJ 그룹은 학교 급식 사고가 나자 해당 사업 부문에서 철수했다. 공업용 유지 파동을 일으켰던 삼양라면은 시장 지배력을 상실했다. 수공도 예외일 수 없다. 뼈를 깎는 각오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수공 해체라는 국민적인 저항에 맞닥뜨릴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도민 여론이 분노로 들끓었다. 지난 4월 2일,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24시간수질감시측정기(TMS)를 조작해 130만 전북도민의 상수원인 용담호에 법정기준치 이상의 나쁜 물을 방류해 온 것이 정부종합감사에서 드러났다.
용담댐은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큰 다목적댐이자 전라북도 5개 시군과 130만 충남 금산 주민의 상수원이다. 수공은 댐과 정수장 그리고 유역 진안, 장수 하수종말처리장을 비롯해 총 64개의 마을 하수처리시설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들이 운영하는 하수처리장에서 TMS를 조작해 기준치를 초과한 배출수를 자신들이 관리하는 광역상수원인 용담호로 흘려보낸 것이다. 이는 관련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이자 국민의 세금으로 먹는 물 생산과 공급을 책임지는 전문 공기업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민의 식수 안전을 위협하고, 자치단체와 환경단체가 어렵게 쌓아 온 수돗물의 신뢰도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부도덕한 짓이다. 하수처리 시설의 노후화와 처리 용량이 부족하다고 해서 수공의 도덕적 책무가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다. 진안군, 장수군, 전라북도와 시설 보완 대책을 협의하면 될 일이었다. 이제 누구에게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안심하고 먹으라할 것인가?
전북도민의 상수원 용담호 출처 진안군
수공은 왜 수질측정기를 조작했을까?
아직 최종 감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고,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하게 담당 직원의 도덕적 해이나 개인의 일탈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혹시나 조직적인 묵인이나 시스템상의 문제는 없었을까?
그동안 수공 용담댐관리단은 상수원 유역의 하수를 부적절하게 처리하면 수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렵고 정수 처리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그러면서 수공의 기술력이 하수처리의 전문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사기업이나 자치단체에 비해 우위에 있음을 부각시켰다. 그 예로 진안·장수군 하수처리장의 방류수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가 1.7㎎/L로 전국 평균인 4.5㎎/L에 비해 크게 낮다고 자랑해왔다. 하수처리 기술이 우수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기준치 초과를 조직적으로 감춰온 것은 아닌지도 조사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4대강사업으로 떠안은 빚 8조 원과 국민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이자 1조2000억 원에 대한 부담으로 적정한 운영 인력을 배치하지 않거나 비정규직을 늘린 것은 아닌지도 짚어봐야 한다. 개인의 근무태만이라고 보기에 수치 조작은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TMS 조작이 중대한 범죄 행위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감사 기간인 3년 동안 총인(T-P)값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조작했다. 나머지 검사 항목도 수치 조작을 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혹여나 신분상 불안한 처지인 계약 직원에게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수질기준을 맞추라며 조작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 지휘 계통에 있는 관련자 전체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상수원 관리의 근간은 상수원보호구역을 지정해 관리하는 것이다. 130만 명이 마시는 광역상수원임에도 용담호는 아직까지도 상수원보호구역이 아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것도 억울한데 개발 제한으로 재산권마저 침해당한다는 수몰지역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댐 건설의 전제는 맑은 물 공급이고 상수원 관리 정책의 근간인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은 당연히 예고된 절차였다. 4대강 특별법 제정으로 물이용부담금을 조성해 상류 쪽 주민 지원 사업이 확대되었다. 물그릇이 320제곱킬로미터나 되는 넓은 유역의 상수원을 주민자율관리로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용담호 주민자율관리의 한계는 무엇인지 냉철하게 짚어야 한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을 하든지 수질이 개선되는 것을 전제로 ‘주민자율관리’를 법적으로 제도화하고 이행 평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수돗물을 마시는 국민 모두가 예의주시 하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수질감시기기(TMS)조작 규탄과 용담호 수질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 합동 조사단 구성을 제안하는 전북 도민들 ⓒ이정현
먹는 물 위협은 곧 국민 안전 위협
‘복수불수(覆水不收)’ 즉, 한 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아 낼 수 없다. 신뢰를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수공의 TMS 조작 사건이 법적인 처벌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상수원 유역의 환경기초시설 운영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하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또 아직은 불안정한 수질 TMS에 대한 운영관리체계 문제점을 찾아내 매뉴얼을 다시 작성하고 제도 정비, 조례 제정 등 관계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 먹는 물의 안전성을 위협한 행위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CJ 그룹은 학교 급식 사고가 나자 해당 사업 부문에서 철수했다. 공업용 유지 파동을 일으켰던 삼양라면은 시장 지배력을 상실했다. 수공도 예외일 수 없다. 뼈를 깎는 각오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수공 해체라는 국민적인 저항에 맞닥뜨릴 것이다.
글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