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익, 키키익, 키익’ 카랑카랑한 참매의 울음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진다. 잡목이 우거진 숲속은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숲속의 제왕 참매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울음소리에 먹잇감인 작은 새와 동물들이 쥐 죽은 듯 침묵에 빠진다. 병아리처럼 귀여운 하얀 솜털의 새끼를 둥지에 남겨두고 먹이 사냥을 나서는 어미 참매는 ‘내 둥지에 얼씬거리지 말라.’는 경고음을 발한다.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는 듯 수시로 둥지를 둘러보고, 연신 경계음을 발한다. 둥지에는 막 깨어난 1마리의 새끼와 2개의 알이 있었다. 2006년 5월 충북 충주에서 겨울철새로 알려진 참매가 우리 땅에서 번식한 현장을 처음 목격한 기억이 생생하다.

보라매(참매 유조)가 한강에서 청둥오리를 추격하고 있다
옛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참매의 번식 둥지를 찾기 위해 1991년부터 고 김수일(전 한국교원대 생물교육학과 교수) 박사와 인제, 영월, 울진, 봉화, 철원군 김화읍 등 전국의 숲을 구석구석 조사해왔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농부 윤상호 씨의 제보로 어렵게 이곳의 둥지를 찾았다. 한반도가 참매의 고향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참매는 멸종위기종이며 천연기념물 323호로 겨울철에만 극소수가 남하하여 월동하는 것으로 국내 모든 조류도감에 나와 있다. 매목 수리과의 참매는 고대부터 매사냥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맹금류로 해동청 응(鷹)속으로 통한다. 털갈이 전 참매를 보라매라 부른다. 고구려, 백제 등 고대국가 때부터 매사냥이 성행했던 우리나라는 참매에 대한 문헌과 그림이 많이 남아 있다. 백제의 또다른 이름이 참매를 지칭하는 응준(鷹準)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의 흰머리수리처럼 국조(나라새)가 있다. 대한제국의 국조가 참매였고, 북한이 이를 계승해 나라새를 참매로 정하고 있다.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참매 암컷(오른쪽)에게 수컷이 날아와 잠시 살펴보고 있다. 수컷은 암컷보다 덩치가 작지만 날렵해 복잡한 숲속에서 작은 새들을 주로 사냥한다
참매는 매란 이름은 붙었어도 매(송골매)와 달리 수리과에 속한다. 매는 이빨처럼 붙은 치상돌기라는 날카로운 윗부리로 단숨에 먹잇감을 물어 죽이지만, 수리과인 참매는 힘세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한 먹이의 명줄을 끊는다. 매는 광활한 지역에서 하늘에 높이 치솟아 날아가는 작은 새를 사냥하지만, 참매는 우거진 숲속에서 숨어 있다가 나무 사이를 오가는 작은 새나 동물을 기습한다. 사냥 습성은 다르지만, 가장 빠르고 사나운 맹금류로 먹이사슬의 상층부에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깃대종이다. 참매가 없는 생태계는 먹이사슬의 균형이 깨진 곳이다. 참매가 살아가려면 작은 새나 동물이 풍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참매 수컷이 부화한 새끼를 둘러보고 둥지를 떠나고 있다

참매 암컷이 부화한 삼 남매를 사랑스런 눈초리로 쳐다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국토가 황폐해지면서 참매 번식을 한반도에서 볼 수가 없었다. 참매가 번식할 만한 숲도 사라지고, 먹잇감이 사라진 탓이다. 오로지 겨울철새를 따라오는 러시아나 중국에서 번식한 개체들이 주류였다. 학자들이 참매를 겨울철새로 분류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던 참매가 이제는 전국 곳곳에서 번식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해마다 들려온다. 올해는 도심과 가까운 경기 시흥시 관곡지 건너편 매봉산에서 번식하고 있는 참매 가족을 기록했다. 전국에서 몰려온 탐조가와 사진가들이 새벽부터 북새통을 이루어도, 참매 부부는 3마리의 새끼를 건강하게 양육했다. 모든 맹금류가 그렇듯 덩치가 작은 수컷은 숲속을 이리저리 헤치며 사냥해 온 작은 새와 청설모를 둥지에 떨구고 간다. 덩치가 큰 암컷은 이를 잘게 찢어 3마리의 자식들에게 골고루 나눠 준다. 그러나 새끼들의 하얀 솜털이 빠지고 갈색 깃털이 솟아나고 날개가 자라면 암컷도 교대로 먹이 사냥을 나간다. 어미처럼 커진 새끼들이 수컷이 잡아오는 작은 새로는 주린 배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암컷은 인근의 논으로 날아가 흰뺨검둥오리, 황로, 해오라기 등 제법 큰 새도 사냥해 온다.

참매 유조 삼 남매가 둥지 밖에서 움직이는 작은 새를 응시하고 있다

참매 둥지에서 어미를 기다리던 보라매 삼 남매가 어미가 날아들자 반갑게 소리 지르고 있다

참매 수컷이 청설모를 사냥해 새끼가 기다리는 둥지로 날아오고 있다

참매 삼 남매가 이소(둥지를 떠나는 것)를 앞두고 둥지 옆 소나무 가지에 나란히 앉아 있다
5월 초 부화해 6월 중순이 되면, 새끼들은 어미 정도의 덩치가 되어 둥지 주변을 날아다닌다. 날개에 힘이 생기고 비행과 착지에 자신이 붙으면, 둥지를 떠나 어미를 따라다니며 사냥 연습을 하면서 홀로서기를 준비한다.
한반도에서 잠시 사라졌던 참매가 돌아와 둥지를 트고 2세를 기르는 일은 우리의 숲 생태계가 건강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좋은 신호다. 숲을 건강하게 지켜야 생태계를 지킬 수 있다. 참매의 귀환이 알리는 이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삼 남매 중 덩치가 가장 작은 수컷 보라매가 둥지를 박차고 첫 비행하고 있다
글・사진 | 김연수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키익, 키키익, 키익’ 카랑카랑한 참매의 울음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진다. 잡목이 우거진 숲속은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숲속의 제왕 참매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울음소리에 먹잇감인 작은 새와 동물들이 쥐 죽은 듯 침묵에 빠진다. 병아리처럼 귀여운 하얀 솜털의 새끼를 둥지에 남겨두고 먹이 사냥을 나서는 어미 참매는 ‘내 둥지에 얼씬거리지 말라.’는 경고음을 발한다.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는 듯 수시로 둥지를 둘러보고, 연신 경계음을 발한다. 둥지에는 막 깨어난 1마리의 새끼와 2개의 알이 있었다. 2006년 5월 충북 충주에서 겨울철새로 알려진 참매가 우리 땅에서 번식한 현장을 처음 목격한 기억이 생생하다.
보라매(참매 유조)가 한강에서 청둥오리를 추격하고 있다
옛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참매의 번식 둥지를 찾기 위해 1991년부터 고 김수일(전 한국교원대 생물교육학과 교수) 박사와 인제, 영월, 울진, 봉화, 철원군 김화읍 등 전국의 숲을 구석구석 조사해왔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농부 윤상호 씨의 제보로 어렵게 이곳의 둥지를 찾았다. 한반도가 참매의 고향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참매는 멸종위기종이며 천연기념물 323호로 겨울철에만 극소수가 남하하여 월동하는 것으로 국내 모든 조류도감에 나와 있다. 매목 수리과의 참매는 고대부터 매사냥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맹금류로 해동청 응(鷹)속으로 통한다. 털갈이 전 참매를 보라매라 부른다. 고구려, 백제 등 고대국가 때부터 매사냥이 성행했던 우리나라는 참매에 대한 문헌과 그림이 많이 남아 있다. 백제의 또다른 이름이 참매를 지칭하는 응준(鷹準)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의 흰머리수리처럼 국조(나라새)가 있다. 대한제국의 국조가 참매였고, 북한이 이를 계승해 나라새를 참매로 정하고 있다.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참매 암컷(오른쪽)에게 수컷이 날아와 잠시 살펴보고 있다. 수컷은 암컷보다 덩치가 작지만 날렵해 복잡한 숲속에서 작은 새들을 주로 사냥한다
참매는 매란 이름은 붙었어도 매(송골매)와 달리 수리과에 속한다. 매는 이빨처럼 붙은 치상돌기라는 날카로운 윗부리로 단숨에 먹잇감을 물어 죽이지만, 수리과인 참매는 힘세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한 먹이의 명줄을 끊는다. 매는 광활한 지역에서 하늘에 높이 치솟아 날아가는 작은 새를 사냥하지만, 참매는 우거진 숲속에서 숨어 있다가 나무 사이를 오가는 작은 새나 동물을 기습한다. 사냥 습성은 다르지만, 가장 빠르고 사나운 맹금류로 먹이사슬의 상층부에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깃대종이다. 참매가 없는 생태계는 먹이사슬의 균형이 깨진 곳이다. 참매가 살아가려면 작은 새나 동물이 풍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참매 수컷이 부화한 새끼를 둘러보고 둥지를 떠나고 있다
참매 암컷이 부화한 삼 남매를 사랑스런 눈초리로 쳐다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국토가 황폐해지면서 참매 번식을 한반도에서 볼 수가 없었다. 참매가 번식할 만한 숲도 사라지고, 먹잇감이 사라진 탓이다. 오로지 겨울철새를 따라오는 러시아나 중국에서 번식한 개체들이 주류였다. 학자들이 참매를 겨울철새로 분류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던 참매가 이제는 전국 곳곳에서 번식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해마다 들려온다. 올해는 도심과 가까운 경기 시흥시 관곡지 건너편 매봉산에서 번식하고 있는 참매 가족을 기록했다. 전국에서 몰려온 탐조가와 사진가들이 새벽부터 북새통을 이루어도, 참매 부부는 3마리의 새끼를 건강하게 양육했다. 모든 맹금류가 그렇듯 덩치가 작은 수컷은 숲속을 이리저리 헤치며 사냥해 온 작은 새와 청설모를 둥지에 떨구고 간다. 덩치가 큰 암컷은 이를 잘게 찢어 3마리의 자식들에게 골고루 나눠 준다. 그러나 새끼들의 하얀 솜털이 빠지고 갈색 깃털이 솟아나고 날개가 자라면 암컷도 교대로 먹이 사냥을 나간다. 어미처럼 커진 새끼들이 수컷이 잡아오는 작은 새로는 주린 배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암컷은 인근의 논으로 날아가 흰뺨검둥오리, 황로, 해오라기 등 제법 큰 새도 사냥해 온다.
참매 유조 삼 남매가 둥지 밖에서 움직이는 작은 새를 응시하고 있다
참매 둥지에서 어미를 기다리던 보라매 삼 남매가 어미가 날아들자 반갑게 소리 지르고 있다
참매 수컷이 청설모를 사냥해 새끼가 기다리는 둥지로 날아오고 있다
참매 삼 남매가 이소(둥지를 떠나는 것)를 앞두고 둥지 옆 소나무 가지에 나란히 앉아 있다
5월 초 부화해 6월 중순이 되면, 새끼들은 어미 정도의 덩치가 되어 둥지 주변을 날아다닌다. 날개에 힘이 생기고 비행과 착지에 자신이 붙으면, 둥지를 떠나 어미를 따라다니며 사냥 연습을 하면서 홀로서기를 준비한다.
한반도에서 잠시 사라졌던 참매가 돌아와 둥지를 트고 2세를 기르는 일은 우리의 숲 생태계가 건강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좋은 신호다. 숲을 건강하게 지켜야 생태계를 지킬 수 있다. 참매의 귀환이 알리는 이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삼 남매 중 덩치가 가장 작은 수컷 보라매가 둥지를 박차고 첫 비행하고 있다
글・사진 | 김연수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