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31일은 한국이 정한 바다의 날이다. 2023년 바다의 날에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를 포함한 환경·동물 시민단체들이 모여 수족관 돌고래들을 위한 행사를 열었다. 단체들은 오전에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전국 5개 수족관의 21마리 돌고래들을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라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오후에는 국회에서 해양포유류 보호시설 ‘바다쉼터’ 마련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정부의 바다의 날 공식행사들이 주로 무역 진흥, 해양산업 발전, 항만 청소 등인 것을 생각하면 훨씬 생태적이고 바다 보호의 의미를 살리는 행사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전에 광화문에서 합심하여 수족관 돌고래의 바다 귀향을 외쳤던 단체들이, 같은 날 오후 국회토론회에선 바다쉼터 조성에 대한 견해 차이를 드러내며 토론장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수족관의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자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어떻게 돌려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달랐기 때문이다. 일부 단체들은 바다 방류가 어려운 수족관 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 바다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고, 바다위원회는 그 바다쉼터가 오히려 돌고래를 가두는 또 다른 넓은 수족관이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바다쉼터 조성을 두고 시민단체들이 조금씩 다른 의견을 내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먼저 수족관 돌고래 방류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다쉼터는 수족관 돌고래 방류 운동 과정에서 제안된 시설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동물해방물결, 동물권행동카라, 핫핑크돌핀스 등 환경·동물단체 활동가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 5개 수족관의 21마리 돌고래의 방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동물해방물결
바다쉼터 둘러싼 두 개의 다른 시선
세계적으로 수족관 돌고래를 바다에 풀어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제주도에서 돌고래 쇼 업체를 운영하던 불법 포획업자가 관리하기 어려운 돌고래를 바다에 버리듯 풀어준 적은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계획적인 방류 훈련을 거쳐 수족관에서 바다로 돌아간 최초의 돌고래는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다. 제주 바다에서 태어난 제돌이는 2009년 불법 포획업자에게 잡힌 뒤 서울대공원에 팔려나가 4년간 돌고래 쇼에 동원됐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서울시는 2012년 시민단체와 전문가로 구성된 ‘제돌이 방류를 위한 시민위원회’를 만들었고, 2013년 7월 18일 제돌이는 야생 적응훈련 후 다시 고향 바다에 방류되었다.
제돌이의 방류 과정은 모험의 연속이었다. 저명한 동물행동학자들과 해양 전문가, 고래 전문가, 동물보호단체, 환경단체, 행정가, 법조인이 모여 아시아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수족관 돌고래 바다 방류를 위해 머리를 싸맸다. 방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해외 전문가와 돌고래 보호 활동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남방큰돌고래 자료가 없어서 남방큰돌고래와 유사한 큰돌고래 관련 자료를 참조해 행동 평가 기준을 만들고, 여러 마리를 같이 방류하는 게 좋다는 전문가 의견을 수용해 법원이 불법 포획업자로부터 몰수한 남방큰돌고래 춘삼이와 삼팔이를 데려와 합사하고, 돌고래들의 야생 적응훈련을 몇 개월을 해야 할지도 임의로 정해야 했다. 심지어 야생 적응훈련 도중 삼팔이가 찢어진 그물 사이로 탈출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 해본 것과 확실하지 않은 것 투성이였지만 시민위원회는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기록을 남기며 돌고래 방류를 진행했다.
다행히 돌고래들의 야생 본능은 인간들의 시행착오를 뛰어넘었다. 야생 방류 후 제돌이와 춘삼이는 고향 바다에 잘 적응하여 야생 무리에 합류하였고, 먼저 탈출한 삼팔이 역시 훌륭하게 바다에 적응하였다. 2013년 당시엔 어떤 전문가도 4년이나 수족관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의 방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제돌이가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었고, 한번 바다에 풀어주면 빠르게 수영하는 돌고래를 회수할 방법도 없었다. 그러나 시민위원회는 과학적 불확실성을 ‘돌고래는 좁은 수족관이 아니라 바다에 살아야 한다.’는 주장과 명분으로 보완하여 방류를 추진했다. 제돌이 방류 후 이듬해 1월에 열린 마지막 시민위원회 회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제돌이 방류는 현재까지 성공하였으며 앞으로의 일은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것임.” 세 마리 돌고래 방류 성공 사례는 이후 국내 수족관 돌고래 방류의 기준이 되었고 태산이, 복순이, 금등, 대포, 비봉이까지 모두 5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제돌이와 동일한 야생 적응훈련 절차를 걸쳐 제주 바다에 방류되었다.
야생 적응 실패 가정한 중간보호소는 필요할까

바다쉼터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의견이 ‘필요, 즉시 추진’과 ‘또 다른 수족관 우려’로 갈렸다(바다쉼터 마련 국회토론회 2023.5.31. 국회의원회관) 사진출처 : 윤미향TV 캡쳐
문제는 같은 야생 적응훈련 절차를 거쳐도 어떤 돌고래는 바다에서 다시 발견되고, 어떤 돌고래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제돌, 춘삼, 삼팔, 태산, 복순은 방류 후 제주 연안에 머물며 사람들에게 자주 관찰되고 심지어 새끼를 낳아 번식까지 성공했지만 금등, 대포, 비봉은 방류 이후 제주 바다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어떤 전문가는 이들이 죽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수족관에서 지냈던 기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고, 어떤 전문가는 돌고래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금등, 대포를 15년간 수족관에서 관리하던 사육사는 결과와 상관없이 바다 가두리 시설에서 야생 적응훈련을 받던 금등이와 대포의 모습이 수족관에서보다 훨씬 좋아보였다며 방류는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방류 후 돌고래가 보이지 않으면 실패라는 시각이 언론을 통해 우세하게 전파되었다.
두 번째 문제는 비봉이 방류 이후 국내 수족관에 남은 돌고래들이 모두 일본 다이지에서 잡은 큰돌고래(16마리)와 러시아에서 잡아 온 벨루가(5마리)라는 점이다. 제주 바다에서 불법 포획 됐던 남방큰돌고래들은 모두 바다로 돌아가거나 수족관에서 죽었으며, 남은 것은 외국에서 수입한 고래들뿐이다. 이 돌고래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바다쉼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서울대공원은 2017년 금등, 대포의 방류를 준비하면서 9년간 함께 살던 큰돌고래 태지는 일본에서 왔으므로 제주도 방류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태지를 수족관에 홀로 남겼다. 그리고 태지의 거취를 시민들이 논의해 달라며 회의를 열었다.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회의에서,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는 큰돌고래도 우리 바다에서 발견되는 고래이며, 일본에서 잡혔다 하더라도 넓은 바다를 누비는 돌고래들에겐 국경이 없으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태지의 방류를 시도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돌고래를 원래 살던 장소(일본)에 방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반론이 있었고 그 사이에서 모험적인 방류도, 비좁은 수족관도 아닌 바다쉼터(돌고래 보호소, dolphin sanctuary)가 제시되었다. 2017년 당시 바다쉼터는 수족관 돌고래 방류보다도 사례가 적은 새로운 개념이었고 현재도 마찬가지이지만, 설립에 성공한다면 돌고래들이 좁은 수족관을 벗어날 수 있고 방류 실패로 인한 돌고래 사망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많은 단체들이 연대체를 만들어 바다쉼터 조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그리고 태지는 서울대공원의 결정으로 돌고래 공연 금지와 바다쉼터 조성 시 그곳으로 옮기는 조건으로 제주도의 돌고래 공연 업체에 옮겨졌다.

일본 혼슈 와카야마현의 마을 다이지의 고래박물관에 딸린 해변 야외 순치장. 다이지는 1969년 이래 매년 큰돌고래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포획, 학살해 고래고기를 팔고 모양이 좋은 돌고래는 순치장에서 쇼 훈련을 시켜 해외에 수출한다. 서울대공원에 있다 구출돼 제주 보호지로 옮겨진 태지가 다이지에서 팔려온 큰돌고래다. 돌고래 쇼를 하는 한국의 수족관들처럼 포획 돌고래를 이용한 쇼가 없어져야 다이지의 잔혹극도 막을 수 있다 ⓒ최예용
이제는 행동하고 도전할 때
약 6년이 지난 현재, 국내 바다쉼터는 아직 장소와 예산이 확정되지 못했고, 해외의 바다쉼터 조성도 일부 벨루가 생추어리를 제외하면 여전히 답보상태다. 그 사이 우리나라 수족관에서는 약 20마리의 돌고래가 목숨을 잃었고 현재 5개 수족관에 21마리의 돌고래가 남았다. 사람들이 방류도 하지 않고 완성된 바다쉼터도 없다면 돌고래들이 있을 곳은 여전히 수족관뿐이다.
바다쉼터 그 자체는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다. 일부 단체의 제안처럼 최상의 경우 바다쉼터를 돌고래 야생 적응훈련을 위한 거점으로 잘 활용할 수도 있고 특히 점박이물범, 상괭이 같은 해양포유류들이 다치거나 좌초되었을 때 재활 후 바다로 돌려보내는 구조·치료기관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바다쉼터가 관광객으로 붐비는 야외 수족관이 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바다쉼터 유치를 강하게 희망하는 경북의 한 마을은 펜션업자를 중심으로 관광객 유치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만약 바다에서 잡아 와 콘크리트 수조에 가두고 구경하던 돌고래를 그물로 둘러싸인 바다로 돌려보낸 뒤 다시 구경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온전한 회복이라 할 수 있을까? 또,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흔쾌히 돌고래 방류를 찬성할 수 있을까?
수족관의 돌고래들은 인간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바다쉼터를 만든다고 돌고래 방류를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돌고래 방류를 한다고 바다쉼터를 못 만드는 것도 아니다. 바다쉼터는 바다쉼터대로 열심히 만들고, 방류 역시 별개로 열심히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시민사회가 남방큰돌고래 방류 경험을 활용하여 이번에는 큰돌고래와 벨루가 방류를 모색하는 모험을 시도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돌고래가 있어야 할 곳은 바다인데, 그 바다엔 그물이 없으면 좋겠다. 수족관의 돌고래들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돌고래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글 | 김영환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위원
매년 5월 31일은 한국이 정한 바다의 날이다. 2023년 바다의 날에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를 포함한 환경·동물 시민단체들이 모여 수족관 돌고래들을 위한 행사를 열었다. 단체들은 오전에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전국 5개 수족관의 21마리 돌고래들을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라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오후에는 국회에서 해양포유류 보호시설 ‘바다쉼터’ 마련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정부의 바다의 날 공식행사들이 주로 무역 진흥, 해양산업 발전, 항만 청소 등인 것을 생각하면 훨씬 생태적이고 바다 보호의 의미를 살리는 행사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전에 광화문에서 합심하여 수족관 돌고래의 바다 귀향을 외쳤던 단체들이, 같은 날 오후 국회토론회에선 바다쉼터 조성에 대한 견해 차이를 드러내며 토론장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수족관의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자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어떻게 돌려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달랐기 때문이다. 일부 단체들은 바다 방류가 어려운 수족관 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 바다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고, 바다위원회는 그 바다쉼터가 오히려 돌고래를 가두는 또 다른 넓은 수족관이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바다쉼터 조성을 두고 시민단체들이 조금씩 다른 의견을 내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먼저 수족관 돌고래 방류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다쉼터는 수족관 돌고래 방류 운동 과정에서 제안된 시설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동물해방물결, 동물권행동카라, 핫핑크돌핀스 등 환경·동물단체 활동가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 5개 수족관의 21마리 돌고래의 방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동물해방물결
바다쉼터 둘러싼 두 개의 다른 시선
세계적으로 수족관 돌고래를 바다에 풀어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제주도에서 돌고래 쇼 업체를 운영하던 불법 포획업자가 관리하기 어려운 돌고래를 바다에 버리듯 풀어준 적은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계획적인 방류 훈련을 거쳐 수족관에서 바다로 돌아간 최초의 돌고래는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다. 제주 바다에서 태어난 제돌이는 2009년 불법 포획업자에게 잡힌 뒤 서울대공원에 팔려나가 4년간 돌고래 쇼에 동원됐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서울시는 2012년 시민단체와 전문가로 구성된 ‘제돌이 방류를 위한 시민위원회’를 만들었고, 2013년 7월 18일 제돌이는 야생 적응훈련 후 다시 고향 바다에 방류되었다.
제돌이의 방류 과정은 모험의 연속이었다. 저명한 동물행동학자들과 해양 전문가, 고래 전문가, 동물보호단체, 환경단체, 행정가, 법조인이 모여 아시아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수족관 돌고래 바다 방류를 위해 머리를 싸맸다. 방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해외 전문가와 돌고래 보호 활동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남방큰돌고래 자료가 없어서 남방큰돌고래와 유사한 큰돌고래 관련 자료를 참조해 행동 평가 기준을 만들고, 여러 마리를 같이 방류하는 게 좋다는 전문가 의견을 수용해 법원이 불법 포획업자로부터 몰수한 남방큰돌고래 춘삼이와 삼팔이를 데려와 합사하고, 돌고래들의 야생 적응훈련을 몇 개월을 해야 할지도 임의로 정해야 했다. 심지어 야생 적응훈련 도중 삼팔이가 찢어진 그물 사이로 탈출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 해본 것과 확실하지 않은 것 투성이였지만 시민위원회는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기록을 남기며 돌고래 방류를 진행했다.
다행히 돌고래들의 야생 본능은 인간들의 시행착오를 뛰어넘었다. 야생 방류 후 제돌이와 춘삼이는 고향 바다에 잘 적응하여 야생 무리에 합류하였고, 먼저 탈출한 삼팔이 역시 훌륭하게 바다에 적응하였다. 2013년 당시엔 어떤 전문가도 4년이나 수족관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의 방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제돌이가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었고, 한번 바다에 풀어주면 빠르게 수영하는 돌고래를 회수할 방법도 없었다. 그러나 시민위원회는 과학적 불확실성을 ‘돌고래는 좁은 수족관이 아니라 바다에 살아야 한다.’는 주장과 명분으로 보완하여 방류를 추진했다. 제돌이 방류 후 이듬해 1월에 열린 마지막 시민위원회 회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제돌이 방류는 현재까지 성공하였으며 앞으로의 일은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것임.” 세 마리 돌고래 방류 성공 사례는 이후 국내 수족관 돌고래 방류의 기준이 되었고 태산이, 복순이, 금등, 대포, 비봉이까지 모두 5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제돌이와 동일한 야생 적응훈련 절차를 걸쳐 제주 바다에 방류되었다.
야생 적응 실패 가정한 중간보호소는 필요할까
바다쉼터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의견이 ‘필요, 즉시 추진’과 ‘또 다른 수족관 우려’로 갈렸다(바다쉼터 마련 국회토론회 2023.5.31. 국회의원회관) 사진출처 : 윤미향TV 캡쳐
문제는 같은 야생 적응훈련 절차를 거쳐도 어떤 돌고래는 바다에서 다시 발견되고, 어떤 돌고래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제돌, 춘삼, 삼팔, 태산, 복순은 방류 후 제주 연안에 머물며 사람들에게 자주 관찰되고 심지어 새끼를 낳아 번식까지 성공했지만 금등, 대포, 비봉은 방류 이후 제주 바다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어떤 전문가는 이들이 죽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수족관에서 지냈던 기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고, 어떤 전문가는 돌고래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금등, 대포를 15년간 수족관에서 관리하던 사육사는 결과와 상관없이 바다 가두리 시설에서 야생 적응훈련을 받던 금등이와 대포의 모습이 수족관에서보다 훨씬 좋아보였다며 방류는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방류 후 돌고래가 보이지 않으면 실패라는 시각이 언론을 통해 우세하게 전파되었다.
두 번째 문제는 비봉이 방류 이후 국내 수족관에 남은 돌고래들이 모두 일본 다이지에서 잡은 큰돌고래(16마리)와 러시아에서 잡아 온 벨루가(5마리)라는 점이다. 제주 바다에서 불법 포획 됐던 남방큰돌고래들은 모두 바다로 돌아가거나 수족관에서 죽었으며, 남은 것은 외국에서 수입한 고래들뿐이다. 이 돌고래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바다쉼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서울대공원은 2017년 금등, 대포의 방류를 준비하면서 9년간 함께 살던 큰돌고래 태지는 일본에서 왔으므로 제주도 방류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태지를 수족관에 홀로 남겼다. 그리고 태지의 거취를 시민들이 논의해 달라며 회의를 열었다.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회의에서,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는 큰돌고래도 우리 바다에서 발견되는 고래이며, 일본에서 잡혔다 하더라도 넓은 바다를 누비는 돌고래들에겐 국경이 없으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태지의 방류를 시도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돌고래를 원래 살던 장소(일본)에 방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반론이 있었고 그 사이에서 모험적인 방류도, 비좁은 수족관도 아닌 바다쉼터(돌고래 보호소, dolphin sanctuary)가 제시되었다. 2017년 당시 바다쉼터는 수족관 돌고래 방류보다도 사례가 적은 새로운 개념이었고 현재도 마찬가지이지만, 설립에 성공한다면 돌고래들이 좁은 수족관을 벗어날 수 있고 방류 실패로 인한 돌고래 사망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많은 단체들이 연대체를 만들어 바다쉼터 조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그리고 태지는 서울대공원의 결정으로 돌고래 공연 금지와 바다쉼터 조성 시 그곳으로 옮기는 조건으로 제주도의 돌고래 공연 업체에 옮겨졌다.
일본 혼슈 와카야마현의 마을 다이지의 고래박물관에 딸린 해변 야외 순치장. 다이지는 1969년 이래 매년 큰돌고래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포획, 학살해 고래고기를 팔고 모양이 좋은 돌고래는 순치장에서 쇼 훈련을 시켜 해외에 수출한다. 서울대공원에 있다 구출돼 제주 보호지로 옮겨진 태지가 다이지에서 팔려온 큰돌고래다. 돌고래 쇼를 하는 한국의 수족관들처럼 포획 돌고래를 이용한 쇼가 없어져야 다이지의 잔혹극도 막을 수 있다 ⓒ최예용
이제는 행동하고 도전할 때
약 6년이 지난 현재, 국내 바다쉼터는 아직 장소와 예산이 확정되지 못했고, 해외의 바다쉼터 조성도 일부 벨루가 생추어리를 제외하면 여전히 답보상태다. 그 사이 우리나라 수족관에서는 약 20마리의 돌고래가 목숨을 잃었고 현재 5개 수족관에 21마리의 돌고래가 남았다. 사람들이 방류도 하지 않고 완성된 바다쉼터도 없다면 돌고래들이 있을 곳은 여전히 수족관뿐이다.
바다쉼터 그 자체는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다. 일부 단체의 제안처럼 최상의 경우 바다쉼터를 돌고래 야생 적응훈련을 위한 거점으로 잘 활용할 수도 있고 특히 점박이물범, 상괭이 같은 해양포유류들이 다치거나 좌초되었을 때 재활 후 바다로 돌려보내는 구조·치료기관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바다쉼터가 관광객으로 붐비는 야외 수족관이 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바다쉼터 유치를 강하게 희망하는 경북의 한 마을은 펜션업자를 중심으로 관광객 유치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만약 바다에서 잡아 와 콘크리트 수조에 가두고 구경하던 돌고래를 그물로 둘러싸인 바다로 돌려보낸 뒤 다시 구경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온전한 회복이라 할 수 있을까? 또,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흔쾌히 돌고래 방류를 찬성할 수 있을까?
수족관의 돌고래들은 인간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바다쉼터를 만든다고 돌고래 방류를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돌고래 방류를 한다고 바다쉼터를 못 만드는 것도 아니다. 바다쉼터는 바다쉼터대로 열심히 만들고, 방류 역시 별개로 열심히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시민사회가 남방큰돌고래 방류 경험을 활용하여 이번에는 큰돌고래와 벨루가 방류를 모색하는 모험을 시도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돌고래가 있어야 할 곳은 바다인데, 그 바다엔 그물이 없으면 좋겠다. 수족관의 돌고래들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돌고래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글 | 김영환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