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 ‘가상발전소’에 물어봐

전국 최초로 에너지 자립마을을 선언한 성대골의 에너지 슈퍼마켓 ⓒ동작구청

 기후변화, 미세먼지 그리고 핵발전 사고위험 등에 직면하면서 한국도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이 단순히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핵에너지와 화석연료를 버리고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여 이를 대체하는 것은 분명 전환의 핵심요소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에너지전환을 천명하면서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2017년 말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발전량 비중을 20퍼센트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6년 기준으로 비중이 2.2퍼센트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평가하기에 따라서 혁신적인 목표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이전 정부의 소극적인 정책목표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에너지전환과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이런 정책 때문일까, 2018년 한 해 동안 설치된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의 용량은 3기가와트(GW)에 달할 만큼 재생에너지 확대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만 늘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력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송변전 설비도 함께 준비되어야만 한다. 좋은 햇빛 자원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토지가격으로 인해서 태양광 발전설비가 집중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전남의 경우, 송변전 설비의 부족으로 전력망에 연계되지 못한 설비들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런 문제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전환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서도 바람 자원이 풍부한 북해 지역의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로부터 생산된 전력을 소비가 많은 남부 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선로 확보가 중요한 의제가 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한전은 부족한 송변전 설비를 빨리 증설하여 건설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계통 연계 지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책의지의 실천을 계속 지켜 볼 일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아파트 곳곳에 태양광이 설치돼 있다 ⓒ동작구청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태양광 및 풍력발전은 출력 조절이 쉽지 않은 간헐성 전원으로 분류된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원하는 만큼 발전을 하여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화력 및 핵발전소와 다르다. 태양광으로는 밤에는 발전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면 정상 출력을 낼 수 없다. 풍력도 바람이 부는지, 또 얼마나 세게 부는지에 따라 발전량이 변한다. 이런 특성은 전력 계통의 안정적 운영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불어오던 바람이 갑자기 멈추거나 태양이 구름에 가려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들이 전력을 공급하지 못할 경우, 그에 맞춰 전력 소비량을 줄이거나 다른 발전소가 대신 발전하여 공급하지 못한다면 정전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작아서 큰 문제없이 전력 계통을 운영할 수 있지만, 재생에너지 설비가 더 많아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실 태양광 및 풍력발전의 간헐성은 에너지전환에 반대하고 재생에너지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문제로 삼는 점들이다. 그러나 핵 위험에서 벗어나고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문제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이용은 불가피한 선택이기 때문에, 과제는 이런 단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있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 중에 하나가 간헐성 등에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유연성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서 유연성 자원은 기동성이 좋은 LNG발전소일 수도 있고, 일종의 에너지저장장치라고 할 수 있는 양수발전소나 배터리일 수도 있다. 또한 전력 소비를 줄이거나 다른 시간대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수요자원도 생각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원과 이러한 유연성 자원을 잘 조합하여 운영함으로써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면서 정전과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전력중개제도의 도입과 가상발전소 등장

가상발전소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 사전 설명이 길었다. 

가상발전소는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원들이 증가하면서 요구되는 전력 계통의 안정성 확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다양한 유연성 자원을 조합하여 운영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소비지와 멀리 떨어진 대규모 발전소가 아니라 소비지 인근에 위치한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유연성 자원을 연계한다는 점에서 분산자원을 집합시킨 발전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가상’이라는 표현은 수많은 분산자원을 정보통신기술을 활용연계하여 전력 계통 운영자가 보기에 하나의 발전소와 같이 운영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가상발전소는 기존의 대규모 핵/석탄발전소들이 전력 시스템 내에서 보여주는 특성을 모방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즉, 전력 계통 운영자에게 특정 시간에 특정한 전력량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면, 가상발전소 운영자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등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간에 해당 량의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해야 한다. 간헐성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재생에너지 설비가 증가한다면, 전력운영자는 별도로 LNG 발전소나 양수 발전과 같은 대규모 유연성 자원을 유지하고 대기시켜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만약 가상발전소가 그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즉 기존의 다른 발전소처럼 정해진 시간에 약속한 전력량을 공급한다면, 기술적재정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된다. 가상발전소가 그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설비가 증가할수록 가상발전소와 같은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고 현실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려는 의욕적인 정책 목표가 부재했기에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전력산업의 (거의) 독점사업자인 한전의 기득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와 실험 자체가 크게 부족했다. 

그러나 2018년 5월에 조금은 갑작스럽게 전기사업법이 개정이 되면서 가상발전소를 제한적으로나마 실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소규모 분산자원(재생에너지 발전원,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자동차)을 모아서 전력거래소와 거래할 수 있는 전력중개사업을 허용한 것이다. 말하자면 가상발전소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가상발전소와 시민참여

성대골의 에너지 슈퍼마켓에 전시되어 있는 에너지절약 제품들 ⓒ동작구청

가상발전소 개념은 시민참여라는 맥락과 독립적으로 등장한 것이지만,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나 수요자원과 같은 분산자원의 집합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런 소규모 분산자원은 대기업들이 아니라 시민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집합적으로 설치소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정부도 재생에너지 사업에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밝히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개인, 농민, 협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수많은 개별 시민이나 협동조합들이 참여하여 소규모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이를 가상발전소가 집합하여 거대한 발전소와 같이 운영할 수 있다면, 재생에너지 확대에 시민들이 직접 기여할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나오는 수익도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또한 개별 시민들이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운영관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전력중개사업자가 이를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 나아가 가상발전소는 시민들이 연합하여 상당한 규모의 발전소를 운영하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에너지 분권과 자치를 위한 좋은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다. 

선구적인 에너지자립마을로 잘 알려진 성대골(서울시 동작구 상도 3,4동 지역)에서 시민들이 중심이 된 가상발전소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활동가들은 지역 내에 위치한 전통시장의 상인들과 에이치 에너지, 마이크로발전소와 같은 기업 대표 등과 협력하여 가상발전소 사업을 목표로 하는 ‘성대골에너지협동조합’(이하, 성대골에협)을 창립했다. 

성대골에협은 동작구 내의 건물 옥상과 지붕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설비를 그리고 전력 소비가 많은 주요 건물에 리튬이온배터리로 ESS를 구축하고 이를 연계하여 가상발전소를 구축할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킨다는 점도 중요하다. 창립 초기 자본 마련을 위해서 조합원 출자와 지역 내 신협의 융자 이외에 서울시 및 한국에너지공단의 자금 지원 약속을 받아냈고, 올해 안에 500kW의 태양광 발전기와  10기의 ESS를 설치하고 이를 가상발전소로 운영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성대골에협은 태양광 발전사업자이자 전력중개사업자로서 운영될 예정이며, 지역 주민들은 출자하는 조합원으로 혹은 지붕을 제공하는 수요자로서 참여할 수 있다. 비슷하게 서울에너지공사도 작년 말부터 가상발전소 실증사업에 들어갔으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함께 가상발전소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리빙랩을 진행하고 있다. 


제도 개선 시급

시민들이 가상발전소 사업에 손쉽게 참여하는 데까지는 아직 많은 장애물이 있다. 가상발전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민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협동조합 등으로 집합적으로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운영해야 하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다. 자본이 부족한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적절한 금융이 없다면 초기 투자비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다행히 서울시에서는 저리 융자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가 소유의 주택이나 건물이 있는 시민이 아니라면(이런 점에서 재생에너지 경제가 토지/건물 소유주에게만 유리하게 작동될 위험도 있다),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부지 마련도 쉽지 않다. 에너지협동조합들은 공공기관의 유휴부지를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해왔지만 규모가 있는 부지는 빠르게 소진되고 있으며, 경쟁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도시 지역에서 가상발전소를 추진하는 성대골에협은 자가 주택이나 건물의 지붕/옥상에 소유주와 함께 투자하여 직접 태양광을 설치하는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거의 활용되지 않은 도시 건물의 지붕과 옥상을 활용하여 도시의 전력자립율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민들의 분산자원을 가상발전소에 참여시키는데 필요한 제도 정비가 충분히 이루어져 있지 않아서 이런 전략은 제대로 구사되지 못하고 있다. 전력중개제도는 특별히 용량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서 10kW 이하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설비도 참여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으나, 실제 참여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자가 사용 목적으로 10kW 이하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한 후, 소비하고 남은 전력을 전력중개사업자를 통해 판매하여 현금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은 아예 봉쇄되어 있다. 도시 지역의 건물 옥상/지붕 면적이 큰 용량을 설치하기에는 좁기 때문에 10kW 이하 태양광 발전설비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될 필요가 있다. 그 이상 용량의 경우, 추가 투자비 부담이 커져서 참여하려는 시민들의 의욕도 꺾을 수도 있다. 

한편 도시 지역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은 시공단가가 대규모에 비해서 높아져 수익률이 크게 낮아진다. 대규모 시설의 경우 3~4년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반면, 10kW 정도의 시설 설치에 필요한 2천여 만 원의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저리 융자지원을 받더라도)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제대로 평가하여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되어야 하지만 아직 답보 상태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거대 발전사들이 나눠 갖는 이익을 쪼개서 전력중개사업자와 분산자원 보유자에게 나누어줘야 한다는 점에서 찾는다. 기득권을 나누기 싫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7~8월 경 전력거래소는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제도 개선책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주목할 일이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성대골에협 등은 서울시가 또 다시 선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확대하여, 가상발전소에 결합하는(특히, 자가용) 소규모 태양광 발전시설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서울시는 아직 부정적인 태도다. 본격적인 지원정책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

 

 글 |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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