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자력발전소 단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2016년 12월 6일, 경주지진으로 멈춰있던 월성원전 1, 2, 3, 4호기의 재가동이 승인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안 가결(9일 가결됨)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때다. 월성1호기는 부지 지진계도 고장 난 지 2년이 넘어 아직 설치도 되지 않은 상태였고 중수로 특성상 원전 내진설계(0.2g)에서 내진여유도가 거의 없다는 문제도 제기된 상황이었다.
경주지진의 의미
2016년은 역사에 남은 한 해였다. 지진 기록에 있어서도 그렇다. 2016년 9월 12일 50분 간격으로 연이어 발생한 규모 5.1과 5.8의 지진은 지난 100년간 지진 기록의 역사를 갱신했다. 한반도 동남부 일대의 지진 경고는 20년을 넘은 얘기다. 국내에서 활성단층 연구가 시작되면서 이 일대에 대규모 활성단층인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을 중심으로 활성단층대가 발달해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 후 활성단층은 계속 발견되어 현재는 60개가 넘는다.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는 경고는 지질학계의 이슈만이 아니었다. 이 지역에는 울산, 부산시를 비롯해 경주, 양산 등 대도시들이 모여 있고 대규모 산업단지와 원전이 들어서 있다. 원전은 건설 중인 것까지 포함해 14기에 이르고 있어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 양산단층대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계기지진인 경주 지진이었다. 규모 5.8 지진의 발생은 언제 더 큰 지진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양산단층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원전의 내진설계인 0.2g(지: 중력가속도)가 견딘다는 지진 규모 6.5보다는 낮았지만 언제 규모 6.5를 넘어서는 지진이 발생할지 모른다. 지난 2000여 년간의 역사지진 기록에서는 규모 7을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 큰 지진 기록이 있다.
이 일대 원전들 중 가동 중인 12기의 원전의 내진설계는 0.2g이다. 수평방향 최대지반가속도 0.2g를 상정한 것이다. 중력가속도의 0.2배만큼 옆으로 흔드는 힘을 견디도록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 이는 미국 동부 지역의 원전 기준을 따른 것이다. 미국 동부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다. 국내에서 원전을 도입할 당시에는 한반도 동남부 일대가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것이다.
미국 서부는 동부와 달리 대규모 활성단층이 분포해 있고 지진이 간혹 발생한다. 원전 내진설계는 0.2g를 넘어 0.75g까지 다양하다. 일본은 지진 발생을 전제로 원전이 지어졌기 때문에 최소 0.45g에서 2.3g이다. 2.3g의 내진설계는 우리와 동해를 맞닿고 있는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에 적용된 내진설계다. 2007년에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 앞바다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신규원전 2기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방사성물질이 유출되었다. 지반이 좋지 않아 지진이 증폭되었던 것이다.
월성1호기 원자로 아래는 서로 다른 암석의 경계가 있는 연약지반으로 경주지진 발생 시에 다른 원전보다 지진에너지가 1.6배 증폭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수로 원전의 안전성
한반도 동남부 일대 14기의 원전들 중 지진에 가장 취약한 원전이 월성원전이다. 월성원전은 중수로형 원전으로 캐나다형 원전, 캔두형 원전이라고 한다. 핵연료를 식히는 냉각재로 무거운 물인 중수를 써서 중수로라고 하는데 더 큰 차이는 원자로에 있다. 경수로는 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핵연료가 25센티미터 두께의 원자로인 큰 강철 통 안에 들어있다.
중수로는 농축하지 않은 천연 우라늄의 핵연료를 쓰는데 380개의 핵연료 다발이 개별로 독립된 압력관에 나뉘어 들어가서 옆으로 누워있다. 내부는 100기압 정도의 압력인데 1밀리미터 두께밖에 되지 않는다. 원자로 압력관이 외부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경수로와 달리 중수로에서 안전정지계통은 두 가지이다. 그 이유는 양(+)의 보이드 계수에 의한 핵폭주 위험이 중수로 원전에는 근본적으로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일으킨 체르노빌 원전4호기는 흑연감속 비등경수형 원전(RBMK-1000)으로 월성원전 1호기와 동일하게 1983년에 가동을 시작한 원전이다.
체르노빌 원전 역시 양(+)의 보이드 계수를 지니고 있었다. 양(+)의 보이드 계수는 증기가 늘어나면 핵분열 반응이 더 빨라진다는 의미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실험 중 제어봉을 대부분 제거한 상태에서 원자로 노심에 증기의 양이 늘어나면서 양(+)의 보이드 효과로 인해 핵반응 속도가 급증하였고 빠져 있던 모든 제어봉을 삽입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18초). 결국 폭발적인 핵분열 반응(핵폭주)으로 이어져 증기압이 급증, 그로 인해 원자로가 폭발했다.
이 사건 이후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로 운전 상태에서는 언제나 음(-)의 보이드 계수를 취하는 것을 의무화시켰다. 경수로는 온도가 올라가서 증기가 증가하면 핵분열 반응도는 자연스럽게 감소하여 이에 만족하지만 중수로 원전은 여전히 이를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냉각이 되지 않아 온도가 올라가는 경우이거나 압력이 줄어들어 냉각재가 끓어오르는 경우 증기가 발생할 수 있다. 원전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설계기준 사고이다. 중수로인 원전이 이런 사고 상황에서 핵폭주가 발생하지 않고 제대로 안전하게 정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아직 확인된 적은 없다. 현재까지 두 가지의 안전정지계통은 이론상 작동할 뿐이다.
냉각이 되지 않는 경우는 정전으로 인해 펌프가 작동하지 않거나 증기발생기 세관 파단(파괴되어 잘려짐) 사고와 같이 냉각재가 빠져나가는 사고의 경우가 해당된다. 이 세관 역시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하지만 두께는 1밀리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압력이 줄어드는 경우는 냉각재 배관 파단 사고의 경우나 원자로 압력관이 깨지는 사고 등에 해당한다.
지진에 특히 취약한 월성원전
월성원전의 핵연료가 있는 원자로 압력관이 내진설계 기준 지진에 1퍼센트 내진여유도만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경주지진 이후에 내놓은 ‘기존 원전의 내진성능(규모 6.5)을 규모 7.0에도 견딜 수 있도록 보강(산업통상자원부 2016. 9. 18 보도자료)’하겠다는 후속조치가 월성원전에는 소용이 없는 셈이다.
월성원전 1호기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내진여유도가 0.3g까지 확보되었다는 것이 그동안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핵분열이 일어나는 핵연료가 들어있는 원자로 압력관은 정작 설계기준지진에 해당하는 최대지반가속도 0.2g에 대해서 1퍼센트 미만의 여유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월성원전 1~4호기와 동일한 캔두형 원자로, 캔두6 디자인 리포트(설계문서)를 확인한 결과이다. 이 설계문서에는 설계기준사고별 시나리오 9가지 중에서 7번째에 해당하는 ‘LevelC DBE + Loss of Class Ⅳ Power + SDS1Failure’ 사고 시 원자로 압력관에 미치는 힘(응력, stress intensity)은 43,999psi라고 적혀있다. 원자로 압력관이 견디는 한계치(Stress Limit)인 44,458psi의 99퍼센트에 달하는 셈이다. 결국 0.2g로 수평으로 흔들렸을 때 원자로 압력관이 견디는 정도는 아슬아슬한 셈이다. 여유도가 1퍼센트 미만이다.
LevelC DBE란 설계기준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진동 하중을 의미하고 Loss of Class Ⅳ Power란 어떤 이유에서든지 안전등급 전원 공급이 되지 않을 때를 말한다. 안전등급 전원은 주전원 송전망에서 연결되는 전원이다. SDS1 Failure는 shut down system 1은 제1 정지계통을 말하는데 이 정지계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설계기준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하중 조건(진동)에서 안전등급전원이 끊어지고 정지계통 1이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의 사고를 의미한다. 중수로인 월성원전의 설계기준지진은 0.2g이다.
보강 없이 평가방법만 바꿔서 통과
박재호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월성원전에 대해 확률론적 안전성평가 기법에 근거한 내진여유도 평가를 수행한 결과 월성1호기는 내진여유도 0.3g 이상, 2, 3, 4호기는 내진성능 0.6g로 평가되었다고 한국수력원자력(주)가 답했다.
한수원은 월성원전 내진성능 평가를 위해 고신뢰도 저파손확률(HCLPF)을 이용했는데 구조물 및 기기의 고유 내진성능 값으로 95퍼센트의 신뢰도를 가지고 최대 5퍼센트의 파손확률값을 갖는 지진을 상정해서 평가했다. 이는 5퍼센트의 파손확률을 전제로 한 것이라서 원자로 압력관 일부가 파손되는 것을 아예 허용했다는 의미가 된다. 월성원전 원자로 압력관이나 이를 감싸고 있는 칼란드리아관에 대한 어떠한 실질적인 보강도 없이 평가방법만 바꿔서 내진성능이 높은 것처럼 사실상 꼼수를 쓴 것이다. 이 평가법에 의하면 위 표의 사고 시나리오 중 내진여유도가 낮은 사고들은 제외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재가동 승인을 하면서 ‘월성원전의 압력관은 후쿠시마 후속조치 내진보강 대상인 안전정지유지계통에는 포함되지 않음’이라고 변명하면서 ‘후쿠시마 후속조치는 압력관 건전성에 손상이 있더라도 안전정지 및 유지가 가능하도록 보강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는 핵분열이 일어나는 핵연료가 들어있는 원자로 압력관이 손상되더라도 핵분열 중지만 되면 된다는 의미다. 즉, 자동차의 안전성은 보장하지 못하지만 브레이크만 잘 작동하면 문제없다는 표현이다. 지진 발생 시에 원자로 압력관의 파손을 전제하고 있으니 냉각재 상실, 유출사고(LOCA)를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전 주변에 수백만 명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무시하고 있다.
내진강화 불가능한 월성원전 폐로계획 세울 때
월성원전 1~4호기 설비는 모두 합쳐도 2.7기가와트밖에 되지 않는다. 2017년 현재 국내 발전설비는 103기가와트인데 자가발전설비와 재생에너지 설비까지 합치면 120기가와트나 된다. 지난여름 가장 전기를 많이 쓴 때에도 발전설비는 18기가와트나 여유가 있었다. 전기수급상황 핑계를 대고 급히 재가동할 필요가 없다.
지난 9월 이후로 여진은 계속 되고 있고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대규모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사실상 내진강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월성원전의 폐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고 현명한 길이다.
글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팀 처장
월성원자력발전소 단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2016년 12월 6일, 경주지진으로 멈춰있던 월성원전 1, 2, 3, 4호기의 재가동이 승인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안 가결(9일 가결됨)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때다. 월성1호기는 부지 지진계도 고장 난 지 2년이 넘어 아직 설치도 되지 않은 상태였고 중수로 특성상 원전 내진설계(0.2g)에서 내진여유도가 거의 없다는 문제도 제기된 상황이었다.
경주지진의 의미
2016년은 역사에 남은 한 해였다. 지진 기록에 있어서도 그렇다. 2016년 9월 12일 50분 간격으로 연이어 발생한 규모 5.1과 5.8의 지진은 지난 100년간 지진 기록의 역사를 갱신했다. 한반도 동남부 일대의 지진 경고는 20년을 넘은 얘기다. 국내에서 활성단층 연구가 시작되면서 이 일대에 대규모 활성단층인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을 중심으로 활성단층대가 발달해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 후 활성단층은 계속 발견되어 현재는 60개가 넘는다.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는 경고는 지질학계의 이슈만이 아니었다. 이 지역에는 울산, 부산시를 비롯해 경주, 양산 등 대도시들이 모여 있고 대규모 산업단지와 원전이 들어서 있다. 원전은 건설 중인 것까지 포함해 14기에 이르고 있어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 양산단층대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계기지진인 경주 지진이었다. 규모 5.8 지진의 발생은 언제 더 큰 지진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양산단층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원전의 내진설계인 0.2g(지: 중력가속도)가 견딘다는 지진 규모 6.5보다는 낮았지만 언제 규모 6.5를 넘어서는 지진이 발생할지 모른다. 지난 2000여 년간의 역사지진 기록에서는 규모 7을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 큰 지진 기록이 있다.
이 일대 원전들 중 가동 중인 12기의 원전의 내진설계는 0.2g이다. 수평방향 최대지반가속도 0.2g를 상정한 것이다. 중력가속도의 0.2배만큼 옆으로 흔드는 힘을 견디도록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 이는 미국 동부 지역의 원전 기준을 따른 것이다. 미국 동부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다. 국내에서 원전을 도입할 당시에는 한반도 동남부 일대가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것이다.
미국 서부는 동부와 달리 대규모 활성단층이 분포해 있고 지진이 간혹 발생한다. 원전 내진설계는 0.2g를 넘어 0.75g까지 다양하다. 일본은 지진 발생을 전제로 원전이 지어졌기 때문에 최소 0.45g에서 2.3g이다. 2.3g의 내진설계는 우리와 동해를 맞닿고 있는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에 적용된 내진설계다. 2007년에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 앞바다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신규원전 2기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방사성물질이 유출되었다. 지반이 좋지 않아 지진이 증폭되었던 것이다.
월성1호기 원자로 아래는 서로 다른 암석의 경계가 있는 연약지반으로 경주지진 발생 시에 다른 원전보다 지진에너지가 1.6배 증폭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수로 원전의 안전성
한반도 동남부 일대 14기의 원전들 중 지진에 가장 취약한 원전이 월성원전이다. 월성원전은 중수로형 원전으로 캐나다형 원전, 캔두형 원전이라고 한다. 핵연료를 식히는 냉각재로 무거운 물인 중수를 써서 중수로라고 하는데 더 큰 차이는 원자로에 있다. 경수로는 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핵연료가 25센티미터 두께의 원자로인 큰 강철 통 안에 들어있다.
중수로는 농축하지 않은 천연 우라늄의 핵연료를 쓰는데 380개의 핵연료 다발이 개별로 독립된 압력관에 나뉘어 들어가서 옆으로 누워있다. 내부는 100기압 정도의 압력인데 1밀리미터 두께밖에 되지 않는다. 원자로 압력관이 외부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경수로와 달리 중수로에서 안전정지계통은 두 가지이다. 그 이유는 양(+)의 보이드 계수에 의한 핵폭주 위험이 중수로 원전에는 근본적으로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일으킨 체르노빌 원전4호기는 흑연감속 비등경수형 원전(RBMK-1000)으로 월성원전 1호기와 동일하게 1983년에 가동을 시작한 원전이다.
체르노빌 원전 역시 양(+)의 보이드 계수를 지니고 있었다. 양(+)의 보이드 계수는 증기가 늘어나면 핵분열 반응이 더 빨라진다는 의미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실험 중 제어봉을 대부분 제거한 상태에서 원자로 노심에 증기의 양이 늘어나면서 양(+)의 보이드 효과로 인해 핵반응 속도가 급증하였고 빠져 있던 모든 제어봉을 삽입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18초). 결국 폭발적인 핵분열 반응(핵폭주)으로 이어져 증기압이 급증, 그로 인해 원자로가 폭발했다.
이 사건 이후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로 운전 상태에서는 언제나 음(-)의 보이드 계수를 취하는 것을 의무화시켰다. 경수로는 온도가 올라가서 증기가 증가하면 핵분열 반응도는 자연스럽게 감소하여 이에 만족하지만 중수로 원전은 여전히 이를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냉각이 되지 않아 온도가 올라가는 경우이거나 압력이 줄어들어 냉각재가 끓어오르는 경우 증기가 발생할 수 있다. 원전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설계기준 사고이다. 중수로인 원전이 이런 사고 상황에서 핵폭주가 발생하지 않고 제대로 안전하게 정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아직 확인된 적은 없다. 현재까지 두 가지의 안전정지계통은 이론상 작동할 뿐이다.
냉각이 되지 않는 경우는 정전으로 인해 펌프가 작동하지 않거나 증기발생기 세관 파단(파괴되어 잘려짐) 사고와 같이 냉각재가 빠져나가는 사고의 경우가 해당된다. 이 세관 역시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하지만 두께는 1밀리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압력이 줄어드는 경우는 냉각재 배관 파단 사고의 경우나 원자로 압력관이 깨지는 사고 등에 해당한다.
지진에 특히 취약한 월성원전
월성원전의 핵연료가 있는 원자로 압력관이 내진설계 기준 지진에 1퍼센트 내진여유도만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경주지진 이후에 내놓은 ‘기존 원전의 내진성능(규모 6.5)을 규모 7.0에도 견딜 수 있도록 보강(산업통상자원부 2016. 9. 18 보도자료)’하겠다는 후속조치가 월성원전에는 소용이 없는 셈이다.
월성원전 1호기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내진여유도가 0.3g까지 확보되었다는 것이 그동안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핵분열이 일어나는 핵연료가 들어있는 원자로 압력관은 정작 설계기준지진에 해당하는 최대지반가속도 0.2g에 대해서 1퍼센트 미만의 여유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월성원전 1~4호기와 동일한 캔두형 원자로, 캔두6 디자인 리포트(설계문서)를 확인한 결과이다. 이 설계문서에는 설계기준사고별 시나리오 9가지 중에서 7번째에 해당하는 ‘LevelC DBE + Loss of Class Ⅳ Power + SDS1Failure’ 사고 시 원자로 압력관에 미치는 힘(응력, stress intensity)은 43,999psi라고 적혀있다. 원자로 압력관이 견디는 한계치(Stress Limit)인 44,458psi의 99퍼센트에 달하는 셈이다. 결국 0.2g로 수평으로 흔들렸을 때 원자로 압력관이 견디는 정도는 아슬아슬한 셈이다. 여유도가 1퍼센트 미만이다.
LevelC DBE란 설계기준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진동 하중을 의미하고 Loss of Class Ⅳ Power란 어떤 이유에서든지 안전등급 전원 공급이 되지 않을 때를 말한다. 안전등급 전원은 주전원 송전망에서 연결되는 전원이다. SDS1 Failure는 shut down system 1은 제1 정지계통을 말하는데 이 정지계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설계기준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하중 조건(진동)에서 안전등급전원이 끊어지고 정지계통 1이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의 사고를 의미한다. 중수로인 월성원전의 설계기준지진은 0.2g이다.
보강 없이 평가방법만 바꿔서 통과
박재호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월성원전에 대해 확률론적 안전성평가 기법에 근거한 내진여유도 평가를 수행한 결과 월성1호기는 내진여유도 0.3g 이상, 2, 3, 4호기는 내진성능 0.6g로 평가되었다고 한국수력원자력(주)가 답했다.
한수원은 월성원전 내진성능 평가를 위해 고신뢰도 저파손확률(HCLPF)을 이용했는데 구조물 및 기기의 고유 내진성능 값으로 95퍼센트의 신뢰도를 가지고 최대 5퍼센트의 파손확률값을 갖는 지진을 상정해서 평가했다. 이는 5퍼센트의 파손확률을 전제로 한 것이라서 원자로 압력관 일부가 파손되는 것을 아예 허용했다는 의미가 된다. 월성원전 원자로 압력관이나 이를 감싸고 있는 칼란드리아관에 대한 어떠한 실질적인 보강도 없이 평가방법만 바꿔서 내진성능이 높은 것처럼 사실상 꼼수를 쓴 것이다. 이 평가법에 의하면 위 표의 사고 시나리오 중 내진여유도가 낮은 사고들은 제외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재가동 승인을 하면서 ‘월성원전의 압력관은 후쿠시마 후속조치 내진보강 대상인 안전정지유지계통에는 포함되지 않음’이라고 변명하면서 ‘후쿠시마 후속조치는 압력관 건전성에 손상이 있더라도 안전정지 및 유지가 가능하도록 보강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는 핵분열이 일어나는 핵연료가 들어있는 원자로 압력관이 손상되더라도 핵분열 중지만 되면 된다는 의미다. 즉, 자동차의 안전성은 보장하지 못하지만 브레이크만 잘 작동하면 문제없다는 표현이다. 지진 발생 시에 원자로 압력관의 파손을 전제하고 있으니 냉각재 상실, 유출사고(LOCA)를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전 주변에 수백만 명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무시하고 있다.
내진강화 불가능한 월성원전 폐로계획 세울 때
월성원전 1~4호기 설비는 모두 합쳐도 2.7기가와트밖에 되지 않는다. 2017년 현재 국내 발전설비는 103기가와트인데 자가발전설비와 재생에너지 설비까지 합치면 120기가와트나 된다. 지난여름 가장 전기를 많이 쓴 때에도 발전설비는 18기가와트나 여유가 있었다. 전기수급상황 핑계를 대고 급히 재가동할 필요가 없다.
지난 9월 이후로 여진은 계속 되고 있고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대규모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사실상 내진강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월성원전의 폐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고 현명한 길이다.
글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팀 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