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리 5・6호기백지화시민행동은 지난 10월 2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권고안 국무회의 상정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정부는 탈핵에너지전환을 중단 없이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누군가는 전화를 걸어서 ‘참패’라고 말하면서 이유를 묻고 누군가는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평가할 것도 남겼고 과제도 남겼다.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여론조사에서 건설재개와 중단이 팽팽하게 나온 것에 비해 공론조사에서는 왜 건설 재개가 19퍼센트나 높게 나왔느냐이다. 그 다음이 20대와 30대의 건설재개 비율이 높아진 것에 대한 질문이다.
네거티브와 비방이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읽혀지다
건설 재개 측은 진행 중이던 사업이 중단되고 탈원전 정책이 시행될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는 이해관계자였다. 원전 건설과 원전 운영, 설계, 설비와 부품을 제공하는 업체들과 원전 이익금으로 연구자금을 지원받는 학자, 그리고 그들과 광고 등으로 공생관계에 있는 언론사들이다. 공론화 자체를 부정하면서 건설을 주장하는 한수원 노조와 찬성 주민 역시 확실한 이해관계자였다.
반면에 건설 중단 측은 가치의 실현을 위해 운동하는 환경단체의 활동가들이 주축이었고 여기에 민간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지원이었다.
건설 재개 측은 건설을 재개할 경우 예상되는 이익도 건설을 중단할 경우 손해 보는 것도 확실했다. 건설 중단 측은 당위와 명예, 명분이었다. 직접적인 이익과 간접적인 이익의 차이 때문일까. 건설 재개 측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2박 3일 종합토론에 임했다. 그들은 가장 먼저, 건설 중단 측이 시민참여단에 제공한 자료들을 언론사들을 통해서 흠집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박 3일 합숙에서는 거짓 자료를 기반으로 공사 중단 측에 대한 비방, 비난 등 적극적인 네가티브 전략을 내세웠다.
건설 중단 측이 간절하지 않다는 인상은 가장 중요한 종합토론인 1세션에서 드러났다. 희망과 대안을 키워드로 신고리 56호기라는 위험을 중단하자는 제안에 대해서 건설 재개 측은 원전을 줄이면 가스발전 늘어나고 원전보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많이 나오고 해외 의존도 높아지며 비용도 122조 원이 더 들어간다고 공격했다. 건설 중단 측은 원자력계의 비방과 네가티브, 공격에 대해 당황했다. 건설 재개 측으로 나온 정범진 교수는 원자력공학과 교수 신분을 숨기고 ‘산업부 전력정책심의위원’이라는 명패를 달아서 마치 정부인사인 것처럼 치장했다. 건설 중단 측에서도 위원들이 있었지만 정 교수와 같이 본인을 숨길 생각을 못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석탄과 원전을 줄이는 대신 가스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계획이다. 노후 석탄화력발전 10기를 조기 폐쇄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을 가스발전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25년부터 추가로 필요할 수도 있다는 5~10기의 발전설비가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로 채워지는 대신 석탄과 원전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전력정책심의위원 정범진 교수는 가스만 늘어나는 것처럼 과장해서 거짓을 집요하게 강조했다. 건설 재개 측처럼 거짓말하고 비방하지 못하는 건설 중단 측은 소극적인 것처럼 비춰졌다.
네거티브와 비방에 대응하지 말고 품위를 지키자고 한 것은 결과적으로 시민참여단에게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준비 부족, 열정 부족으로 비춰진 것으로 보였다. 이는 20~30대의 입장 변화의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장외에서 조중동, 경제지들은 불안한 전력수급, 가스발전 의존, 재생에너지 비현실성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융단 폭격했다. 아무리 기존 언론의 영향력이 적다고 해도 하루 수십여 개씩 쏟아지는 탈원전 반대, 재생에너지 불가 기사는 시민참여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48개 조에서 논의를 거쳐 건설 재개와 중단 측에 질의하는 내용 중 하나는 ‘태양광에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많은데 그걸 지붕에 설치하면 그 밑에 사람이 살 수 있는지’를 비롯해 태양광 패널 유해성에 대한 질문이 꽤 되었다. 이는 사실과 다른 재생에너지 부정 기사의 영향 때문이다. 대표적인 건설 재개 측의 거짓 자료 중 하나는 고리, 신고리 원전 설비를 태양광으로 설치했을 때 부산, 울산 합친 면적의 80퍼센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는 5.5퍼센트이다. 원전을 가스발전으로 대체했을 경우에 122조 원이 더 든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신고리 5 · 6호기는 건설하되 원전은 축소”
시민참여단의 다수는 원전축소는 동의하지만 신고리 56호기는 재개하자고 선택했다. 탈원전은 동의하지만 신고리 56호기는 이왕 시작된 것이니 그냥 가자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중단하면 실직하게 될 노동자들이 있고 건설 재개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있는데다가 1조6천억 원이 이미 들어가 버렸다는 것이다. 원전사고의 위험성, 안전성 문제를 얘기하다보면, 차라리 신규 원전은 짓고 노후 원전은 폐쇄하는 게 더 낫겠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다만, 유럽 수출용 원전과 국내용 원전의 안전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유럽 수출용은 이중 격납건물이고 국내는 단일 격납건물인 것에 대한 반향은 컸다. 그래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대해서 원전안전기준 강화라는 조건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이다.
건설 중단 측은 신고리 56호기 매몰비용 함정에 빠지지 말고 앞으로 투자할 비용 7조 원을 세계에서 가장 뒤쳐져 있는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신고리 56호기는 건설을 재개하되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조건으로 선택됐다. 또한 60년 가동하면 3600톤의 핵폐기물이 더 나올 것이고 핵폐기물 해결책은 요원하다는 주장에 대해 시민참여단은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거의 비슷하게 핵폐기물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선택했다.
결국,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제시된 근거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의 조건으로 정리되었다. 이미 시작된, 비용을 꽤 들인 사업을 중단시킬 만큼의 설득력이 없었던 것이다.
원자력계는 필사적으로 변화했다. 그동안 재생에너지를 부정하는 전술에서 벗어나 값싼 원전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투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조차 채우지 않고 다른 발전사업자들에게 미루어 버렸다는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확인되었는데도 말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2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건설 중인 원전을 닫자는 주장에 시민참여단은 불안했던 것일까. 재생에너지가 확대되기까지 원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원자력계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던 것이다. 시민참여단 구성에서부터 건설 재개 쪽이 건설 중단 쪽보다 9퍼센트가 많았다. 그리고 유보층의 절반 이상이 건설 재개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언뜻 보면 건설 중단이 40퍼센트밖에 되지 않아 참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1조6천억 원이나 들어간 건설 중인 프로젝트를 중단 결정한 적이 있었나 되돌아본다면 한쪽으로 한참 기울어진 상황에서 40퍼센트나 지지를 받은 것도 성과라고 본다. 더구나 집요한 흠집 내기에도 원전 축소를 53퍼센트나 지지하지 않았나. 원전을 줄여야 한다는 시민들의 굳은 의지를 확인한 셈이다.
앞으로 과제가 더 많다
시민참여단의 다수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선택했지만 그와 함께 ‘원전안전기준 강화’과 ‘원전 축소’를 권고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원전 안전기준 강화를 ‘원전비리 척결과 투명성 강화, 지진 연구 강화’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는 데에 놀랍기도 하고 실망이 크다. ‘원전 축소’ 권고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에서야 원전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 것 역시 한가한 얘기다.
원전 비리 근절과 투명성 향상은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던 전 정권부터 추진 중이었던 내용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시민참여단은 숙의과정에서 신고리 56호기에 적용되는 안전기준이 수출용 원전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 곳에 여러 기의 원전이 집중되는 건설허가를 하면서도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경주지진에도 지진 평가가 제대로 없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일본 등에서 후쿠시마 후속조치로 원전 1기당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설계보완을 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23기 원전에 안전성 강화비용 1조 원이 들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원전안전성 강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안전기준은 높아져 가는데도 우리나라는 10년 전이든 30년 전이든 운영허가를 받았을 때의 안전기준이 설계수명 내내 유효하다고 보며 설계수명대로 운영허가를 내어 준다. 이는 세계적인 안전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기준이다. 가동 중인 원전을 항상 최신기술기준에 맞도록 규제하는 미국의 소급적용(Back fitting)제도를 도입하거나 유럽처럼 10년을 주기로 원전 안전성을 업그레이드하고 나아가 운영허가를 10년 주기로 다시 받도록 해야 한다.
원전 사고가 일어난다는 가정 하에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의 시민들의 대피를 위한 원전사고 시 방사성물질 확산 시뮬레이션과 그에 따른 대피 시나리오와 함께 실질적인 대피소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한 부지에 여러 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어도 동시사고는 고려하지 않은 채 1기에서만 사고가 난다고 가정하는데, 다수호기 동시사고에 대한 안전성 평가도 실시해야 한다. 한 번에 몇 기의 원전에서 사고가 날지, 그때의 방사성물질 방출량은 얼마나 되고 그에 따른 대처가 가능한지, 집단 피폭선량을 감안했을 때 인구 밀집 지역으로부터 충분한 거리가 떨어져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경주지진 진앙지인 양산단층을 비롯한 활성단층들을 포함한 원전부지 최대지진 평가를 해서 그에 걸맞은 내진설계를 건설 중인 원전에 반영해야 한다. 다수호기 동시사고 평가가 다수호기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로 둔갑해서는 안 된다. 또한 신고리 56호기는 수출용 원전과 동일하게 유럽 수준의 안전기준이 적용되어 현재의 중대사고 대처가 실효성이 있는지 평가되어야 한다. 나아가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자체 안전기술기준을 수립할 수 있도록 관련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원전 축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건설 중인 원전인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는 초대용량 원전으로 5기에 7GW의 발전설비이다. 고리 원전 1호기 12기 분량이다. 동남권 노후 원전인 고리 234호기와 월성 1234호기 다 합쳐도 설비용량은 5.3GW밖에 되지 않는다. 원전 축소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원전 총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과 동남권 일대의 원전 밀집지역의 원전 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필수적인 안전성 강화로 인해 큰 비용이 예상되는 노후 원전 조기폐쇄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탈원전’ 탈 쓴 원전 확대 안 돼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원전 1호기 폐쇄 기념식에서 ‘탈원전’을 강조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재개된다고 해서 어물쩍 기존의 부실한 안전성 평가를 그대로 둔 채로 넘어가서도, 탈원전의 탈을 쓴 ‘원전 확대’를 당연히 해서도 안 된다. 탈원전을 넘어 탈석탄, 에너지효율 상까지 포함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전 안전성 강화와 원전 축소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계획이 나와야 한다.
글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신고리 5・6호기백지화시민행동은 지난 10월 2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권고안 국무회의 상정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정부는 탈핵에너지전환을 중단 없이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누군가는 전화를 걸어서 ‘참패’라고 말하면서 이유를 묻고 누군가는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평가할 것도 남겼고 과제도 남겼다.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여론조사에서 건설재개와 중단이 팽팽하게 나온 것에 비해 공론조사에서는 왜 건설 재개가 19퍼센트나 높게 나왔느냐이다. 그 다음이 20대와 30대의 건설재개 비율이 높아진 것에 대한 질문이다.
네거티브와 비방이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읽혀지다
건설 재개 측은 진행 중이던 사업이 중단되고 탈원전 정책이 시행될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는 이해관계자였다. 원전 건설과 원전 운영, 설계, 설비와 부품을 제공하는 업체들과 원전 이익금으로 연구자금을 지원받는 학자, 그리고 그들과 광고 등으로 공생관계에 있는 언론사들이다. 공론화 자체를 부정하면서 건설을 주장하는 한수원 노조와 찬성 주민 역시 확실한 이해관계자였다.
반면에 건설 중단 측은 가치의 실현을 위해 운동하는 환경단체의 활동가들이 주축이었고 여기에 민간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지원이었다.
건설 재개 측은 건설을 재개할 경우 예상되는 이익도 건설을 중단할 경우 손해 보는 것도 확실했다. 건설 중단 측은 당위와 명예, 명분이었다. 직접적인 이익과 간접적인 이익의 차이 때문일까. 건설 재개 측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2박 3일 종합토론에 임했다. 그들은 가장 먼저, 건설 중단 측이 시민참여단에 제공한 자료들을 언론사들을 통해서 흠집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박 3일 합숙에서는 거짓 자료를 기반으로 공사 중단 측에 대한 비방, 비난 등 적극적인 네가티브 전략을 내세웠다.
건설 중단 측이 간절하지 않다는 인상은 가장 중요한 종합토론인 1세션에서 드러났다. 희망과 대안을 키워드로 신고리 56호기라는 위험을 중단하자는 제안에 대해서 건설 재개 측은 원전을 줄이면 가스발전 늘어나고 원전보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많이 나오고 해외 의존도 높아지며 비용도 122조 원이 더 들어간다고 공격했다. 건설 중단 측은 원자력계의 비방과 네가티브, 공격에 대해 당황했다. 건설 재개 측으로 나온 정범진 교수는 원자력공학과 교수 신분을 숨기고 ‘산업부 전력정책심의위원’이라는 명패를 달아서 마치 정부인사인 것처럼 치장했다. 건설 중단 측에서도 위원들이 있었지만 정 교수와 같이 본인을 숨길 생각을 못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석탄과 원전을 줄이는 대신 가스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계획이다. 노후 석탄화력발전 10기를 조기 폐쇄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을 가스발전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25년부터 추가로 필요할 수도 있다는 5~10기의 발전설비가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로 채워지는 대신 석탄과 원전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전력정책심의위원 정범진 교수는 가스만 늘어나는 것처럼 과장해서 거짓을 집요하게 강조했다. 건설 재개 측처럼 거짓말하고 비방하지 못하는 건설 중단 측은 소극적인 것처럼 비춰졌다.
네거티브와 비방에 대응하지 말고 품위를 지키자고 한 것은 결과적으로 시민참여단에게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준비 부족, 열정 부족으로 비춰진 것으로 보였다. 이는 20~30대의 입장 변화의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장외에서 조중동, 경제지들은 불안한 전력수급, 가스발전 의존, 재생에너지 비현실성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융단 폭격했다. 아무리 기존 언론의 영향력이 적다고 해도 하루 수십여 개씩 쏟아지는 탈원전 반대, 재생에너지 불가 기사는 시민참여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48개 조에서 논의를 거쳐 건설 재개와 중단 측에 질의하는 내용 중 하나는 ‘태양광에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많은데 그걸 지붕에 설치하면 그 밑에 사람이 살 수 있는지’를 비롯해 태양광 패널 유해성에 대한 질문이 꽤 되었다. 이는 사실과 다른 재생에너지 부정 기사의 영향 때문이다. 대표적인 건설 재개 측의 거짓 자료 중 하나는 고리, 신고리 원전 설비를 태양광으로 설치했을 때 부산, 울산 합친 면적의 80퍼센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는 5.5퍼센트이다. 원전을 가스발전으로 대체했을 경우에 122조 원이 더 든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신고리 5 · 6호기는 건설하되 원전은 축소”
시민참여단의 다수는 원전축소는 동의하지만 신고리 56호기는 재개하자고 선택했다. 탈원전은 동의하지만 신고리 56호기는 이왕 시작된 것이니 그냥 가자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중단하면 실직하게 될 노동자들이 있고 건설 재개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있는데다가 1조6천억 원이 이미 들어가 버렸다는 것이다. 원전사고의 위험성, 안전성 문제를 얘기하다보면, 차라리 신규 원전은 짓고 노후 원전은 폐쇄하는 게 더 낫겠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다만, 유럽 수출용 원전과 국내용 원전의 안전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유럽 수출용은 이중 격납건물이고 국내는 단일 격납건물인 것에 대한 반향은 컸다. 그래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대해서 원전안전기준 강화라는 조건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이다.
건설 중단 측은 신고리 56호기 매몰비용 함정에 빠지지 말고 앞으로 투자할 비용 7조 원을 세계에서 가장 뒤쳐져 있는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신고리 56호기는 건설을 재개하되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조건으로 선택됐다. 또한 60년 가동하면 3600톤의 핵폐기물이 더 나올 것이고 핵폐기물 해결책은 요원하다는 주장에 대해 시민참여단은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거의 비슷하게 핵폐기물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선택했다.
결국,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제시된 근거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의 조건으로 정리되었다. 이미 시작된, 비용을 꽤 들인 사업을 중단시킬 만큼의 설득력이 없었던 것이다.
원자력계는 필사적으로 변화했다. 그동안 재생에너지를 부정하는 전술에서 벗어나 값싼 원전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투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조차 채우지 않고 다른 발전사업자들에게 미루어 버렸다는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확인되었는데도 말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2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건설 중인 원전을 닫자는 주장에 시민참여단은 불안했던 것일까. 재생에너지가 확대되기까지 원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원자력계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던 것이다. 시민참여단 구성에서부터 건설 재개 쪽이 건설 중단 쪽보다 9퍼센트가 많았다. 그리고 유보층의 절반 이상이 건설 재개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언뜻 보면 건설 중단이 40퍼센트밖에 되지 않아 참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1조6천억 원이나 들어간 건설 중인 프로젝트를 중단 결정한 적이 있었나 되돌아본다면 한쪽으로 한참 기울어진 상황에서 40퍼센트나 지지를 받은 것도 성과라고 본다. 더구나 집요한 흠집 내기에도 원전 축소를 53퍼센트나 지지하지 않았나. 원전을 줄여야 한다는 시민들의 굳은 의지를 확인한 셈이다.
앞으로 과제가 더 많다
시민참여단의 다수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선택했지만 그와 함께 ‘원전안전기준 강화’과 ‘원전 축소’를 권고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원전 안전기준 강화를 ‘원전비리 척결과 투명성 강화, 지진 연구 강화’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는 데에 놀랍기도 하고 실망이 크다. ‘원전 축소’ 권고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에서야 원전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 것 역시 한가한 얘기다.
원전 비리 근절과 투명성 향상은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던 전 정권부터 추진 중이었던 내용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시민참여단은 숙의과정에서 신고리 56호기에 적용되는 안전기준이 수출용 원전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 곳에 여러 기의 원전이 집중되는 건설허가를 하면서도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경주지진에도 지진 평가가 제대로 없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일본 등에서 후쿠시마 후속조치로 원전 1기당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설계보완을 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23기 원전에 안전성 강화비용 1조 원이 들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원전안전성 강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안전기준은 높아져 가는데도 우리나라는 10년 전이든 30년 전이든 운영허가를 받았을 때의 안전기준이 설계수명 내내 유효하다고 보며 설계수명대로 운영허가를 내어 준다. 이는 세계적인 안전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기준이다. 가동 중인 원전을 항상 최신기술기준에 맞도록 규제하는 미국의 소급적용(Back fitting)제도를 도입하거나 유럽처럼 10년을 주기로 원전 안전성을 업그레이드하고 나아가 운영허가를 10년 주기로 다시 받도록 해야 한다.
원전 사고가 일어난다는 가정 하에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의 시민들의 대피를 위한 원전사고 시 방사성물질 확산 시뮬레이션과 그에 따른 대피 시나리오와 함께 실질적인 대피소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한 부지에 여러 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어도 동시사고는 고려하지 않은 채 1기에서만 사고가 난다고 가정하는데, 다수호기 동시사고에 대한 안전성 평가도 실시해야 한다. 한 번에 몇 기의 원전에서 사고가 날지, 그때의 방사성물질 방출량은 얼마나 되고 그에 따른 대처가 가능한지, 집단 피폭선량을 감안했을 때 인구 밀집 지역으로부터 충분한 거리가 떨어져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경주지진 진앙지인 양산단층을 비롯한 활성단층들을 포함한 원전부지 최대지진 평가를 해서 그에 걸맞은 내진설계를 건설 중인 원전에 반영해야 한다. 다수호기 동시사고 평가가 다수호기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로 둔갑해서는 안 된다. 또한 신고리 56호기는 수출용 원전과 동일하게 유럽 수준의 안전기준이 적용되어 현재의 중대사고 대처가 실효성이 있는지 평가되어야 한다. 나아가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자체 안전기술기준을 수립할 수 있도록 관련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원전 축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건설 중인 원전인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는 초대용량 원전으로 5기에 7GW의 발전설비이다. 고리 원전 1호기 12기 분량이다. 동남권 노후 원전인 고리 234호기와 월성 1234호기 다 합쳐도 설비용량은 5.3GW밖에 되지 않는다. 원전 축소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원전 총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과 동남권 일대의 원전 밀집지역의 원전 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필수적인 안전성 강화로 인해 큰 비용이 예상되는 노후 원전 조기폐쇄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탈원전’ 탈 쓴 원전 확대 안 돼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원전 1호기 폐쇄 기념식에서 ‘탈원전’을 강조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재개된다고 해서 어물쩍 기존의 부실한 안전성 평가를 그대로 둔 채로 넘어가서도, 탈원전의 탈을 쓴 ‘원전 확대’를 당연히 해서도 안 된다. 탈원전을 넘어 탈석탄, 에너지효율 상까지 포함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전 안전성 강화와 원전 축소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계획이 나와야 한다.
글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