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책임과 보상 대신 약속만 나왔다- 27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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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 총회장 부근에 모인 ‘기후정의를 위한 글로벌 데이’ 행진 참가자들 ⓒSusann Scherbath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11월 7일 시작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개회사에서 “지구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회복불가능한 혼란의 정점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면서 “기후 지옥행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덧붙여 그는 “우리는 기후연대협정 혹은 집단자살협정(collective suicide pact)”을 맺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텐데, 선진국과 개도국, 특히 미국과 중국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실과 피해’ 정식 의제 채택, 기금 조성 합의

11월 7일 2주간의 협상이 시작되어 18일에 마칠 것으로 예고된 회의는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팽팽한 대립으로 일정을 넘겨 계속되다 일요일에야 극적으로 타결됐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분명한 의견 차이를 보인 이슈는 ①손실과 피해(L&D: Loss and Damage) ②화석 연료 퇴출 ③ 1.5℃ 목표 유지 등을 꼽을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 기상재해와 해수면 상승 등으로 피해를 본 도서국가연합(AOSIS)과 저개발국 그룹 등은 이에 대한 법적 책임과 보상을 선진국이 앞장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COP26에서도 손실과 피해(이하 L&D)에 따른 개도국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반대로 L&D 기금 문제가 논의에서 제외되었다. 선진국들은 L&D 대응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재정을 구축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유럽연합은 “L&D를 주제로 토론하는 것에는 찬성하나, L&D펀드를 구축하는 것에는 주저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선진국들이 L&D 펀드 구축을 꺼리는 주요 원인은 이것이 개도국에 대한 책무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져 ‘법적 다툼’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L&D’라는 개념의 정의도 아직 동의되지 않은 상황으로, 이것이 법적 책무(liability), 보상(compensation), 배상(reparation) 중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국제적으로 아직까지 합의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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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의 역사적이고 현재적인 ‘손실과 피해’의 복구를 위한 재정을 요구하는 기후활동가가 COP27 총회장 밖에서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후변화센터

그러나 파키스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단 0.4%만 차지하지만, 올여름 사상 최대 강수량을 동반한 몬순의 영향으로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파키스탄 홍수 피해 현장을 방문했던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COP27에서 L&D 문제가 논의되어야 한다고 각국에 촉구했다. 에티오피아, 케냐와 소말리아 일부 등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지역은 지난 40년 동안 유례없는 극심한 가뭄으로 가축 150만 마리 이상이 폐사했다. 기후 위기로 가뭄홍수 등의 피해가 개도국에 집중돼 L&D에 대한 보상을 정식 의제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고, 이번 COP27에서 L&D의 정식 의제화가 처음으로 성사되었다. 그리고 L&D 기금 조성을 포함한 ‘샤름 엘 세이크’ 실행계획이 20일 일요일 채택되자 저개발국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외신에 따르면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은 “이번 합의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로 생사 갈림길에 선 전 세계 취약 계층에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또한 “이 기금은 자선이 아니다. 기후 정의를 실현하는 데 대한 착수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구체적 지원대상국이 정해지지 않고 ‘특별히 취약한(국가)’으로 막연히 규정돼 있고 기금에 재정을 댈 국가에 대해서는 개도국은 ‘산업선진국이 대라.’는 입장이고, 기후변화에 책임이 큰 산업선진국들은 ‘경제력 있는 국가들을 모두 참여시켜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린 상황이다. 기금 마련과 집행이 수월해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구체적인 규모 및 조성 계획 등은 내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화석연료의 더 빠른 퇴출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합의문에 실리지 못했다. 


1.5도 목표 유지 노력만 재확인

21세기 내 기후변화를 1.5°C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총회에서는 파리협정에서 논의되었던 ‘지구평균온도 상승폭 2°C 미만, 1.5°C 상승 제한’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재확인하고 유지하기로 했으나 실제 각국의 ‘기여’가 이루어지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COP27에 참석한 주요 인사 다수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C로 제한하려는 각국의 행동계획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기후행동추적(CAT: Climate Action Tracker)’은 지난해 120여 당사국들이 상향된 NDC를 제출했지만, 모든 조치가 이행된다고 하더라도 금세기말 온도는 2.4℃까지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22년 10월 기준으로 24개국만이 상향된 NDC를 제출한 상태이다. 내년으로 예정된 전지구적 이행점검을 앞두고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상향된 NDC를 제출할지가 ‘1.5°C 제한 목표’ 달성의 관건이다.


어린이와 청년 파빌리온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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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국가 정부와 기업들이 파리협정에서 논의되었던 ‘21세기 내 지구평균온도 상승폭 2°C 미만, 1.5°C 상승 제한목표’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비판하고 ‘1.5°C 상승 억제 목표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청년 시위 ⓒIISD

이번 총회를 개최한 이집트 정부는 그간 COP 행사마다 등장하던 환경운동가들의 시위를 사실상 원천봉쇄했다. 이에 따라 많은 환경운동가가 아예 이집트 입국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어려운 조건에서도, 각국에서 온 기후활동가와 시민단체의 이벤트와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COP27에서는 총회 역사상 처음으로 ‘어린이와 청년 파빌리온(Children and Youth Pavilion)’이 구성되었고, 이 장소에서 UN 사무총장인 안토니오 구테흐스와의 미팅도 있었다. 어린이와 청년들은 파빌리온의 벽에 그림을 그리고, 목소리를 담은 메모를 붙이고, 각종 예술작품을 설치해 전시하고, 피켓을 만들어 홍보하는 등 청년들의 창의적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파빌리온을 꾸미고 기후위기에 대한 청년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밖에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케냐 등 각국에서 모인 청년들이 행사에 참여해 호소했는데 공통적으로 행사장까지 도착하는 데 어려움이, 특히 숙박 및 교통 등 재정적인 어려움이 매우 컸다고 토로했다. 청년의 기후변화 대응 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관에서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세미나 등이 지난 총회에 비해 많이 열렸다. 기후변화센터의 대학생 자원봉사자 모임인 ‘유세이버스’ 소속 학생도 참가해 자신들의 활동을 발표했다. 

한편, 콩고민주공화국은 COP27 행사장(Blue Zone) 내에서 랩네임 ‘바바 브링크먼’으로 널리 알펴진 기후 랩 아티스트 더크 머레이 브링크먼(Dirk Murray Brinkman)과 함께 기후행진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퍼포먼스에는 여성, 원주민, 지역시민 등을 대표하는 이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참여해 노래와 함께 행진했다. 

이번 COP27은 ‘파리 기후변화 제한 목표’의 재확인, ‘구체성을 결여한 L&D 기금 조성 합의’ 외에 이전 총회에서 결정된 수준을 뛰어넘는 진보적인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행사장 터미널 외벽에 영상으로 쏘아진 ‘희망은 행동 속에 있다(Hope lies in actions)’는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더 역설적이고 동시에 시사적이다. 


글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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