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수명연장허가 취소로 원전안전기준 업데이트해야
2017년 2월 7일 ‘월성1호기 수명연장허가 무효국민소송’에서 원고 2166명을 대리한 국민소송대리인단(단장 최병모 변호사)은 피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를 상대로 ‘승소’했다. 원안위는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이하 한수원)과 함께 이 판결에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소송대리인단의 주요 증인인 하정구 <원자력안전과미래> 전문위원은 지난 1심에서 월성1호기의 안전 검증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결정적인 증언으로 승소를 도왔다. 그는 과거 한국원자력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월성원전2·3·4호기 안전 및 인허가 팀장으로 일했다. 이후 캐나다로 건너가 캐나다 원자력공사(AECL)에 근무하면서 세계 최초 중수로 수명연장 사업이었던 캐나다 포인트레프트(이하 P/L) 원전의 수명연장 사업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이 하 위원과 만나 항소심의 주요 쟁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내용을 간추려 전한다.

양이원영 처장(왼쪽)과 하정구 위원 ⓒ함께사는길 이성수
함길 캐나다가 최초의 캔두형 원전 수명연장사업을 했을 때 하 위원이 참여한 것으로 안다.
하정구 월성1호기 수명연장사업의 모형은 캐나다 P/L원전의 수명연장사업이다. 나는 AECL의 직원으로서 안전 분석자(safety analyst)로 참여하여 그 사업의 시종을 경험한 바 있다. P/L의 수명연장사업은 과거 최초 운영허가 당시의 구 기술기준과 수명연장 당시의 최신기술기준을 비교해 안전관련 기기 하나하나까지 최신기술기준에 맞춰 교체할 건 교체하고 아예 새로 설계가 필요한 건 새로 만들어 당대의 기술로 최선의 안전보장을 하면서 진행됐다. P/L의 수명연장사업 이후 월성1호기 수명연장사업이 시행됐다. 월성1호기도 캐나다 규제요건에 따라 P/L처럼 해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재판의 원고 측 증인으로 참여해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주요 검토 자료인 주기적안전성검토보고서(PSR : Periodic safety Review Report)를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완전히 엉터리였다. 항소심도 승리해 월성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
양이원영 지난 1월 22일부터 3일간 하 위원을 비롯해 국민소송대리인단 분들과 월성1호기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FSAR : Final Safety Analysis Report) 전체를 처음으로 열람했다. 1심 때는 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가림 처리한 곳이 많았다. 이 보고서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가 검토했고 원안위가 최종 승인한 보고서다.
하정구 그 보고서를 보니 1심에서 내가 월성1호기는 수명연장 허가 당시 안전성 개선 사업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던 것이 다 사실이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월성1호기는 30년 전의 기술기준과 규제 여건 아래 건설된 것이다. 설계수명은 30년이지만 ‘압력관(1차 압력계통에 380개의 핵연료를 담는 다발)’의 경우 수명이 25년밖에 안 된다. 한수원이 월성1호기 수명만료시한인 2012년이 되기 전에 미리 압력관을 교체해야 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이 중요한데 ‘수명이 다하면 30년 전 기술기준이 아니라 그동안 발전된 최신의 기술기준과 규제요건에 맞도록 재설계, 안전분석을 다시 해서 수명연장이 가능한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월성1호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양이원영 1심 재판 초기, 피고들은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할 필요 없다고 주장하다가 그 주장이 법규 미준수로 지적되자 곧 ‘사실은 적용했다’고 말을 바꿨다. 무엇을 적용했는지를 따지자, 원안법 하위법령(규칙의 기술기준 조항)에 어떤 것에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할지 한정돼 있으며 자신들은 그 규정을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한 부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문제적 설비의 실제 교체나 개선이 아니라 중대사고 시나리오와 매뉴얼이나 지침 같은 안전해석 부문에만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놀라운 건 안전해석 부문에서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했다고 한 그들의 최종 주장도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즉 당시 안전해석 관련 최신기술기준은 C6 Revision 1, 2 등이었지만 한수원은 C6 Revision 0를 적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계속된 말 바꾸기가 저들의 중요한 패소 원인의 하나였다. 한편 최신기술기준 미적용 외에도 경수로에나 적용해야 할 규정을 중수로인 월성1호기에 적용했던 점도 중대한 과오였다.

하정구 <원자력안전과미래> 전문위원. 그는 캐나다 원자력공사(AECL)에 근무하면서 세계 최초 중수로 수명연장 사업이었던 캐나다 포인트레프트(이하 P/L) 원전의 수명연장 사업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하정구 그렇다. 그 부분이 월성1호기 안전기준과 규제기준이 짜깁기인 증거다. 월성1호기는 수명연장을 위해 일부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한 부분들이 있다. 그런데 캔두라는 중수로형 원전에 맞는 최신기술기준이 아니라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USNRC :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가 자국산 경수로에 적용하는 기준을 가져다 쓰기도 한 것이다. 월성1호기 같은 중수로형 원전의 압력관은 캔두 원전의 고유 핵심부분으로 원천기술국가인 캐나다 기술기준을 따르는 게 마땅하다. 물론 캐나다 기준 또한 ‘미국 원자력기기에 대한 현행기술기준(ASME Code)’을 준용하고 있다. 그러나 캔두형 원전은 미국이 아닌 캐나다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캔두형 원전 설비에 대한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안전 요건에 대한 고유기술기준을 가진 곳도 캐나다이지 미국이 아니다. 캔두 고유의 핵심부분인 압력관 교체를 하면서 그 검증기준으로 USNRC 기준을 적용한 것은 무리하고 비합리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다.
양이원영 USNRC의 경수로 기준을 중수로에 적용한 데다, 그 적용기준 또한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년마다 개정되는 ASEM Code(미국기계공학협회는 기계구조물, 특히 보일러와 압력용기에 관한 세계최고의 기술기준집단이다. 이들은 최신의 기술기준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원전산업을 비롯한 관련 산업계는 그 업데이트되는 최신기술기준을 해당 산업공정의 글로벌 스탠다드로서 수용한다)라는 게 있다. ASEM Code는 전면적인 강제 적용체제가 아니라 적용 평가를 통해 해당 시설이 ‘최신기술기준을 물리적으로 적용 가능한지 아닌지, 아니라면 대체할 다른 보완책은 없는지’를 살펴 융통성 있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돼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에서 문제적인 것은 최신기술기준 적용 평가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평가에서 이 최신기술기준이 적용됐는지?’를 알려면 수명연장 당시의 월성1호기 ‘주기적안전성평가(PSR, 10년 주기로 원전 안전성을 평가)보고서’와 ‘최종안전성분석(FSA, 해당시점에서 최신의 기준에 맞춰 안전성을 평가)보고서’를 봐야 한다. 이 두 핵심적 보고서를 공개해 시민들도 확인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피고들은 이 보고서를 완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정구 그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에는 여러 가지 참고자료가 달려 있는데 그 중 중요한 것은 디자인매뉴얼(Design Manual), 즉 ‘설계문서’이다. 그런데 이를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번에 3일간 단순 열람만 가능하게 해준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FSAR)를 본 뒤 들었던 생각은 ‘이 보고서 자체가 대단히 부실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FSAR은 현장 요원들이 원전을 운전, 유지, 보수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참고하면서 업무를 보는 ‘리빙 다큐먼트(Living Document)’여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 해결 참고 문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가 본 FSAR은 현장 요원들이 참조할 수 없는 수준의 엉성한 것이었다.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가 이 문건을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시 안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는데 어떻게 검토했기에 이 문건을 보고 안전하다고 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함길 결국 수명연장을 위해 엉터리 안전성 평가를 했다는 뜻인데, 최신기술기준과 구 기술기준의 차이 분석(Gap Analysis)에 따른 안전조치 미비 외에 다른 어떤 문제들이 발견됐는가?

양이원영 환경연합 에너지국 처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양이원영 FSAR에 언급된 내진성능에 대한 부분은 ‘설계매뉴얼(DM : Design Manual) 상의 규정에 따라 내진설계가 제대로 됐다.’는 언급뿐이다. 그 외 다른 구체적인 사항은 없다. 그것만 보고서 어떻게 이 원전이 안전하다고 분석했는지 알 길이 없다. FSAR은 해당 원전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는 보고서다. 안전성을 계속 업데이트하기 위한 것이다. 신고리5·6호기의 경우, 건설허가 당시 제출한 ‘예비안전성보고서’ 내에 ‘부지안전성보고서’가 들어있다. 그런데 월성1호기 FSAR에는 이 부분이 현재 수준으로 업데이트돼 있지 않다. 역대 최대지진의 문헌기록이 규모 5.1로 기록돼 있었다. 2016년 경주지진(규모 5.8), 2017년 포항지진(규모 5.4) 등 대형지진이 발생했는데도 부지안전성과 내진안전대책을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FSAR이 담고 있지 못한 것이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하정구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수원이 설계기준지진(DBE : Design Basis Earthquake, 중력가속도 단위로 표시) 값을 더 높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월성1호기는 0.2g로 돼있는데 이를 0.3g로 높이는 사업을 마쳤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했다는 내진성능 향상사업은 이른바 안전여유도분석 (Safety Margin Analysis)을 이용한 5퍼센트의 실패확률에 95퍼센트의 신뢰도를 갖는 HCLPF(High Confidence of Low Probability of Failure)기법을 사용해 내진여유도평가를 한 것이다. 월성1호기의 설계기준지진 0.2g는 안전여유도를 보수적으로 엄격하게 감안해 설정한 값이다. ‘확률론적안전성평가’는 설계한계를 넘는 0.3g를 적용해서 과연 해당 기기들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확률론적으로 평가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원자로 내의 압력관, 칼란드리아 관과 그 탱크, 엔드피팅 등이 각각, 혹은 함께 깨질 수도 있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그런 부품들로 이루어진 원자로가 대형 냉각재상실사고(LOCA)를 일으키고, 이것이 다시 노심용융 등 중대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예측해 보는 것이다. 그 예측을 기반으로 노심손상에 이르는 사고가 일어나는 순서(Event Sequences)를 찾아내 취약부품과 설비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사업이 내진성능 향상사업이다. 만약 취약부분이 압력관으로 밝혀진다면 ‘압력관의 내진성능을 0.3g로 실제로 향상시킬 수 있나?’를 따져보고, 교체, 개선, 보강을 통해서도 안전성 향상이 불가능하다면 그 원전은 폐쇄해야 하는 것이다.
양이원영 ‘확률론적안전성평가기법’을 통한 내진성능 향상이란 건 결국, 실제 설비 개선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평가방법을 바꿔서 안전여유도를 늘리는 꼼수다. ‘안전여유도가 좀 줄어든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걸 왜 그들이 결정하는가? 그 선택권은 시민들에게 있다. 중요한 건 원전 근처 주민과 시민들의 안전이다. 시민들에게 ‘안전여유도는 줄었지만 평가방법을 바꾸니 여전히 기준치 이내여서 안전하다. 이를 인정해 달라!’고 제안하고 시민들이 그 제안을 수용할지 거절할지 판단하게 했어야 한다. 그런데 월성1호기 모델인 ‘캔두6’의 디자인리포트(Design Report)를 보면 ‘압력관은 0.2g 설계기준지진에 대한 안전여유도가 1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원전사업자인 한수원과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자의적으로 안전성을 판단, 결정한 건 몰상식을 넘어 반시민적 행태다. 2017년 11월 포항지진에서 관측된 최대중력가속도는 지점에 따라 0.5g까지 나온 곳도 있다. 한수원은 원전 부지에서는 설계 값 이하로 측정됐으며 안전에 문제는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월성1호기는 원자로가 놓인 위치의 지하에 서로 다른 암반이 지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황이다. 지진 발생시 부등침하 가능성조차 있는 것이다. 이번에 안전했다고 앞으로도 안전하다 말할 근거는 전혀 없다.
함길 비합리적인 안전규제기준을 설정하고 안전성 평가방법 또한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행태는 원자력마피아에게 지배되는 한국원전산업과 안전규제기관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이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과 1심 패소에도 항소한 저들의 의도가 다름 아닌 그들 이익동맹의 이윤에 있는 게 아닌가.
하정구 중수로 원전 1기의 과거 건설비용은 대략 30억 달러 내외로 예상된다. ACEL의 최근 신규원전 건설비용 추정으로는 5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본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은 안전비용이 갈수록 늘어나 총건설비 또한 계속 늘어나는 신규 원전 대신 노후원전의 부품만 교체해 계속운전을 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이다. 안전을 내팽개친 위험한 사업을 하고 있다.
양이원영 사실 작년에 개정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1호기 폐쇄가 명문화됐다. 이것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런데 그 산하 공기업인 한수원과 독립적인 안전규제기관인 원안위가 피고로서 월성1호기 수명을 연장해 계속 운전하겠다는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법정계획으로 폐쇄가 결정된 상황이지만, 한수원은 현재 월성1호기를 가동정지시키고 수소제거기(사고 시 폭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다는 수소제거장치)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산자부와 원안위의 묵인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행정부와 한수원, 그리고 원안위의 이런 2중적 태도는 법정계획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자, 시민들의 안전의식 수준을 비웃는 반시민적 행태다. ‘낡은 차에 에어백만 추가한 뒤 안전하니까 더 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소위 전문가들의 이러한 반시민적 행태가 더는 불가능하도록 시민판 원전 안전규제기준을 만들어 국가기준으로서 공식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번 항소심이 이를 위한 시민사회의 대공감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정리 | 박현철 편집주간
월성1호기 수명연장허가 취소로 원전안전기준 업데이트해야
2017년 2월 7일 ‘월성1호기 수명연장허가 무효국민소송’에서 원고 2166명을 대리한 국민소송대리인단(단장 최병모 변호사)은 피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를 상대로 ‘승소’했다. 원안위는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이하 한수원)과 함께 이 판결에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소송대리인단의 주요 증인인 하정구 <원자력안전과미래> 전문위원은 지난 1심에서 월성1호기의 안전 검증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결정적인 증언으로 승소를 도왔다. 그는 과거 한국원자력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월성원전2·3·4호기 안전 및 인허가 팀장으로 일했다. 이후 캐나다로 건너가 캐나다 원자력공사(AECL)에 근무하면서 세계 최초 중수로 수명연장 사업이었던 캐나다 포인트레프트(이하 P/L) 원전의 수명연장 사업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이 하 위원과 만나 항소심의 주요 쟁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내용을 간추려 전한다.
양이원영 처장(왼쪽)과 하정구 위원 ⓒ함께사는길 이성수
함길 캐나다가 최초의 캔두형 원전 수명연장사업을 했을 때 하 위원이 참여한 것으로 안다.
하정구 월성1호기 수명연장사업의 모형은 캐나다 P/L원전의 수명연장사업이다. 나는 AECL의 직원으로서 안전 분석자(safety analyst)로 참여하여 그 사업의 시종을 경험한 바 있다. P/L의 수명연장사업은 과거 최초 운영허가 당시의 구 기술기준과 수명연장 당시의 최신기술기준을 비교해 안전관련 기기 하나하나까지 최신기술기준에 맞춰 교체할 건 교체하고 아예 새로 설계가 필요한 건 새로 만들어 당대의 기술로 최선의 안전보장을 하면서 진행됐다. P/L의 수명연장사업 이후 월성1호기 수명연장사업이 시행됐다. 월성1호기도 캐나다 규제요건에 따라 P/L처럼 해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재판의 원고 측 증인으로 참여해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주요 검토 자료인 주기적안전성검토보고서(PSR : Periodic safety Review Report)를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완전히 엉터리였다. 항소심도 승리해 월성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
양이원영 지난 1월 22일부터 3일간 하 위원을 비롯해 국민소송대리인단 분들과 월성1호기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FSAR : Final Safety Analysis Report) 전체를 처음으로 열람했다. 1심 때는 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가림 처리한 곳이 많았다. 이 보고서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가 검토했고 원안위가 최종 승인한 보고서다.
하정구 그 보고서를 보니 1심에서 내가 월성1호기는 수명연장 허가 당시 안전성 개선 사업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던 것이 다 사실이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월성1호기는 30년 전의 기술기준과 규제 여건 아래 건설된 것이다. 설계수명은 30년이지만 ‘압력관(1차 압력계통에 380개의 핵연료를 담는 다발)’의 경우 수명이 25년밖에 안 된다. 한수원이 월성1호기 수명만료시한인 2012년이 되기 전에 미리 압력관을 교체해야 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이 중요한데 ‘수명이 다하면 30년 전 기술기준이 아니라 그동안 발전된 최신의 기술기준과 규제요건에 맞도록 재설계, 안전분석을 다시 해서 수명연장이 가능한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월성1호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양이원영 1심 재판 초기, 피고들은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할 필요 없다고 주장하다가 그 주장이 법규 미준수로 지적되자 곧 ‘사실은 적용했다’고 말을 바꿨다. 무엇을 적용했는지를 따지자, 원안법 하위법령(규칙의 기술기준 조항)에 어떤 것에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할지 한정돼 있으며 자신들은 그 규정을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한 부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문제적 설비의 실제 교체나 개선이 아니라 중대사고 시나리오와 매뉴얼이나 지침 같은 안전해석 부문에만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놀라운 건 안전해석 부문에서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했다고 한 그들의 최종 주장도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즉 당시 안전해석 관련 최신기술기준은 C6 Revision 1, 2 등이었지만 한수원은 C6 Revision 0를 적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계속된 말 바꾸기가 저들의 중요한 패소 원인의 하나였다. 한편 최신기술기준 미적용 외에도 경수로에나 적용해야 할 규정을 중수로인 월성1호기에 적용했던 점도 중대한 과오였다.
하정구 <원자력안전과미래> 전문위원. 그는 캐나다 원자력공사(AECL)에 근무하면서 세계 최초 중수로 수명연장 사업이었던 캐나다 포인트레프트(이하 P/L) 원전의 수명연장 사업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하정구 그렇다. 그 부분이 월성1호기 안전기준과 규제기준이 짜깁기인 증거다. 월성1호기는 수명연장을 위해 일부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한 부분들이 있다. 그런데 캔두라는 중수로형 원전에 맞는 최신기술기준이 아니라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USNRC :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가 자국산 경수로에 적용하는 기준을 가져다 쓰기도 한 것이다. 월성1호기 같은 중수로형 원전의 압력관은 캔두 원전의 고유 핵심부분으로 원천기술국가인 캐나다 기술기준을 따르는 게 마땅하다. 물론 캐나다 기준 또한 ‘미국 원자력기기에 대한 현행기술기준(ASME Code)’을 준용하고 있다. 그러나 캔두형 원전은 미국이 아닌 캐나다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캔두형 원전 설비에 대한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안전 요건에 대한 고유기술기준을 가진 곳도 캐나다이지 미국이 아니다. 캔두 고유의 핵심부분인 압력관 교체를 하면서 그 검증기준으로 USNRC 기준을 적용한 것은 무리하고 비합리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다.
양이원영 USNRC의 경수로 기준을 중수로에 적용한 데다, 그 적용기준 또한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년마다 개정되는 ASEM Code(미국기계공학협회는 기계구조물, 특히 보일러와 압력용기에 관한 세계최고의 기술기준집단이다. 이들은 최신의 기술기준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원전산업을 비롯한 관련 산업계는 그 업데이트되는 최신기술기준을 해당 산업공정의 글로벌 스탠다드로서 수용한다)라는 게 있다. ASEM Code는 전면적인 강제 적용체제가 아니라 적용 평가를 통해 해당 시설이 ‘최신기술기준을 물리적으로 적용 가능한지 아닌지, 아니라면 대체할 다른 보완책은 없는지’를 살펴 융통성 있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돼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에서 문제적인 것은 최신기술기준 적용 평가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평가에서 이 최신기술기준이 적용됐는지?’를 알려면 수명연장 당시의 월성1호기 ‘주기적안전성평가(PSR, 10년 주기로 원전 안전성을 평가)보고서’와 ‘최종안전성분석(FSA, 해당시점에서 최신의 기준에 맞춰 안전성을 평가)보고서’를 봐야 한다. 이 두 핵심적 보고서를 공개해 시민들도 확인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피고들은 이 보고서를 완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정구 그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에는 여러 가지 참고자료가 달려 있는데 그 중 중요한 것은 디자인매뉴얼(Design Manual), 즉 ‘설계문서’이다. 그런데 이를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번에 3일간 단순 열람만 가능하게 해준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FSAR)를 본 뒤 들었던 생각은 ‘이 보고서 자체가 대단히 부실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FSAR은 현장 요원들이 원전을 운전, 유지, 보수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참고하면서 업무를 보는 ‘리빙 다큐먼트(Living Document)’여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 해결 참고 문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가 본 FSAR은 현장 요원들이 참조할 수 없는 수준의 엉성한 것이었다.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가 이 문건을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시 안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는데 어떻게 검토했기에 이 문건을 보고 안전하다고 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함길 결국 수명연장을 위해 엉터리 안전성 평가를 했다는 뜻인데, 최신기술기준과 구 기술기준의 차이 분석(Gap Analysis)에 따른 안전조치 미비 외에 다른 어떤 문제들이 발견됐는가?
양이원영 환경연합 에너지국 처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양이원영 FSAR에 언급된 내진성능에 대한 부분은 ‘설계매뉴얼(DM : Design Manual) 상의 규정에 따라 내진설계가 제대로 됐다.’는 언급뿐이다. 그 외 다른 구체적인 사항은 없다. 그것만 보고서 어떻게 이 원전이 안전하다고 분석했는지 알 길이 없다. FSAR은 해당 원전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는 보고서다. 안전성을 계속 업데이트하기 위한 것이다. 신고리5·6호기의 경우, 건설허가 당시 제출한 ‘예비안전성보고서’ 내에 ‘부지안전성보고서’가 들어있다. 그런데 월성1호기 FSAR에는 이 부분이 현재 수준으로 업데이트돼 있지 않다. 역대 최대지진의 문헌기록이 규모 5.1로 기록돼 있었다. 2016년 경주지진(규모 5.8), 2017년 포항지진(규모 5.4) 등 대형지진이 발생했는데도 부지안전성과 내진안전대책을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FSAR이 담고 있지 못한 것이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하정구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수원이 설계기준지진(DBE : Design Basis Earthquake, 중력가속도 단위로 표시) 값을 더 높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월성1호기는 0.2g로 돼있는데 이를 0.3g로 높이는 사업을 마쳤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했다는 내진성능 향상사업은 이른바 안전여유도분석 (Safety Margin Analysis)을 이용한 5퍼센트의 실패확률에 95퍼센트의 신뢰도를 갖는 HCLPF(High Confidence of Low Probability of Failure)기법을 사용해 내진여유도평가를 한 것이다. 월성1호기의 설계기준지진 0.2g는 안전여유도를 보수적으로 엄격하게 감안해 설정한 값이다. ‘확률론적안전성평가’는 설계한계를 넘는 0.3g를 적용해서 과연 해당 기기들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확률론적으로 평가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원자로 내의 압력관, 칼란드리아 관과 그 탱크, 엔드피팅 등이 각각, 혹은 함께 깨질 수도 있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그런 부품들로 이루어진 원자로가 대형 냉각재상실사고(LOCA)를 일으키고, 이것이 다시 노심용융 등 중대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예측해 보는 것이다. 그 예측을 기반으로 노심손상에 이르는 사고가 일어나는 순서(Event Sequences)를 찾아내 취약부품과 설비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사업이 내진성능 향상사업이다. 만약 취약부분이 압력관으로 밝혀진다면 ‘압력관의 내진성능을 0.3g로 실제로 향상시킬 수 있나?’를 따져보고, 교체, 개선, 보강을 통해서도 안전성 향상이 불가능하다면 그 원전은 폐쇄해야 하는 것이다.
양이원영 ‘확률론적안전성평가기법’을 통한 내진성능 향상이란 건 결국, 실제 설비 개선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평가방법을 바꿔서 안전여유도를 늘리는 꼼수다. ‘안전여유도가 좀 줄어든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걸 왜 그들이 결정하는가? 그 선택권은 시민들에게 있다. 중요한 건 원전 근처 주민과 시민들의 안전이다. 시민들에게 ‘안전여유도는 줄었지만 평가방법을 바꾸니 여전히 기준치 이내여서 안전하다. 이를 인정해 달라!’고 제안하고 시민들이 그 제안을 수용할지 거절할지 판단하게 했어야 한다. 그런데 월성1호기 모델인 ‘캔두6’의 디자인리포트(Design Report)를 보면 ‘압력관은 0.2g 설계기준지진에 대한 안전여유도가 1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원전사업자인 한수원과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자의적으로 안전성을 판단, 결정한 건 몰상식을 넘어 반시민적 행태다. 2017년 11월 포항지진에서 관측된 최대중력가속도는 지점에 따라 0.5g까지 나온 곳도 있다. 한수원은 원전 부지에서는 설계 값 이하로 측정됐으며 안전에 문제는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월성1호기는 원자로가 놓인 위치의 지하에 서로 다른 암반이 지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황이다. 지진 발생시 부등침하 가능성조차 있는 것이다. 이번에 안전했다고 앞으로도 안전하다 말할 근거는 전혀 없다.
함길 비합리적인 안전규제기준을 설정하고 안전성 평가방법 또한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행태는 원자력마피아에게 지배되는 한국원전산업과 안전규제기관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이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과 1심 패소에도 항소한 저들의 의도가 다름 아닌 그들 이익동맹의 이윤에 있는 게 아닌가.
하정구 중수로 원전 1기의 과거 건설비용은 대략 30억 달러 내외로 예상된다. ACEL의 최근 신규원전 건설비용 추정으로는 5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본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은 안전비용이 갈수록 늘어나 총건설비 또한 계속 늘어나는 신규 원전 대신 노후원전의 부품만 교체해 계속운전을 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이다. 안전을 내팽개친 위험한 사업을 하고 있다.
양이원영 사실 작년에 개정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1호기 폐쇄가 명문화됐다. 이것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런데 그 산하 공기업인 한수원과 독립적인 안전규제기관인 원안위가 피고로서 월성1호기 수명을 연장해 계속 운전하겠다는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법정계획으로 폐쇄가 결정된 상황이지만, 한수원은 현재 월성1호기를 가동정지시키고 수소제거기(사고 시 폭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다는 수소제거장치)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산자부와 원안위의 묵인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행정부와 한수원, 그리고 원안위의 이런 2중적 태도는 법정계획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자, 시민들의 안전의식 수준을 비웃는 반시민적 행태다. ‘낡은 차에 에어백만 추가한 뒤 안전하니까 더 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소위 전문가들의 이러한 반시민적 행태가 더는 불가능하도록 시민판 원전 안전규제기준을 만들어 국가기준으로서 공식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번 항소심이 이를 위한 시민사회의 대공감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정리 | 박현철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