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은 지지 않았다-6.11 행정대집행 그리고 밀양 시즌 2 개막

일러스트 김소희


6월 11일 새벽.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9년째 싸워온 밀양 주민들이 지난 3년 동안 송전탑 예정지에 세워 활동의 중심으로 삼았던 농성장 가운데 마지막 남은 4개소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강행됐습니다. 법적으로야 밀양시가 집행주체지만 실제로 그 뒤에는 신고리3호기를 비롯한 고리핵발전단지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몸이 단 (주)한국수력원자력과 중앙정부가 있습니다. 2000명이 넘는 경찰들과 200명의 공무원들은 움막 밑을 파고 쇠사슬을 몸에 묶은 채 저항하는 노인들을 향해 커터칼로 농성장 움막을 찢고 들어와 절단기로 쇠사슬을 잘라내고 주민들을 들어냈습니다. 뼈가 부러지고 전신 타박상을 입은 주민들과 수녀님들을 비롯한 연대자들이 21명이나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후송됐습니다.

 

 

6월 11일 행정대집행 후 경남경찰청 소속 여경들의 기념촬영과 6월 16일 밀양 대책위의 경찰청 집회 후 기념촬영. 진정한 승리자의 V는 누구의 것입니까? 한국 탈핵사에 길이 남을 한 컷입니다. 위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 아래  ⓒ함께사는길 이성수

 

경찰은 주민들의 위임을 받은 밀양피해주민 법률지원단 변호사들의 현장 접근을 막고, 철거용역들처럼 농성장 철거에 나섰습니다. 행정대집행은 공무원과 밀양시의 위임을 받은 제3자만 참여할 수 있지만, 경찰은 그 둘 중 아무 것도 아니면서 인권침해감시활동과 변론권 행사를 막고 행정대집행을 주도한 것입니다. 농성장 철거에 직접 나선 경찰의 행위는 그 과정에서 스무 명이 넘는 부상자를 만든 잔인한 폭력도 문제지만 철거행동 그 자체가 행정대집행법을 위반한 불법입니다. 들려나와 내팽겨쳐진 노인들과 연대자들의 울부짖음 속에서 부상자들이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는 아수라장이 벌어졌습니다. 그 뒷편에서 일단의 경남경찰청 소속 여경들이 ‘작전 성공’을 축하하는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손으로 승리의 V자를 그려가면서 말입니다.   

6월 16일 밀양 주민들이 상경해 경찰청 앞에서 행정대집행 과정의 경찰 폭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9년의 싸움을 통해 핵전기의 참혹한 민낯을 우리 사회에 폭로해낸 밀양 할매, 할배들은 기죽지 않고 밝은 목소리로 “승리”를 외치며 손가락을 들어 V자를 만들어 보였습니다. 이날 밀양 대책위 대표인 김준한 신부는 폭력경찰의 소굴인 경찰청을 철거해야 한다며 국민의 이름으로 고시하는 ‘국민대집행 영장’을 낭독했습니다. 한편 밀양 대책위는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밀양 시즌 2가 시작된다.’고 향후 활동계획을 밝혔습니다. 시즌 1이 남긴 과제를 중심으로 장기지속형 탈핵운동으로 시즌 2를 이어나간다는 것입니다. 대책위는 시즌 1 이상의 감동적인 연대만이 한국 탈핵의 길을 넓혀갈 수 있다며 ‘밀양 할매, 할배들의 손을 국민들이 잡아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글 | 함께사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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