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핵발전소는 사고시 방사성물질이나 방사선이 누출될 우려를 늘 안고 있다. 핵발전소 사고는 백색, 청색, 적색사고로 구분되고 적색사고는 방사선이 발전소 밖으로 퍼질 것이 우려되는 중대사고에 해당한다. 적색경보 사고시 핵발전소 인근의 방사선재난이 우려된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EPZ, Emergency Planning Zone, 이하 비상계획구역)은 방사능재난 우려 상황에서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의 ‘소개(피난)’를 중심으로 한 특별대응계획과 그 계획이 미치는 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한국의 비상계획구역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그리고 그해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터졌다. 

89f2f8fce5dd7.jpg

 

후쿠시마 핵사고 당시 일본의 기존 비상계획구역은 완전히 무력했다. 방사능오염의 속도와 심각성은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일본의 비상계획구역은 선제적 예방조처구역인 PAZ(Precautionary Action Zone) 개념 자체가 없었는데, 현재 우리나라 비상계획구역은 발전용 원자로를 중심으로 8~10킬로미터로 정해져 있는 후쿠시마 사고 당시 일본의 비상계획구역과 같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에 대한 IAEA의 개선요구를 수용하고 후쿠시마의 교훈을 적용해 비상계획구역 개선 준비를 해왔다. 

 

e34d1dca27f8e.jpg

 

원안위 안은 3~5킬로미터 인접구역(PAZ-적색경보시 예방적으로 즉시 주민 소개), 8~10킬로미터 중간구역(UPZ-적색경보시 주민 소개 준비), 30킬로미터 이내 광역구역(UPZ-적색경보시 환경감시결과를 기준으로 소개, 의약품 지급, 식품 통제 등 주민보호조치 준비 지역)으로 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안에 대한 시민환경단체의 평가는 낮다. 원안위 안은 주민 소개훈련 등 주민보호조치를 직접 취하는 ‘실질적인 비상계획구역을 30킬로미터로 늘리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 기존 8~10킬로미터 비상계획구역은 온존시키고 거기에 주민보호조치를 ‘준비’하는 환경감시구역을 신설한 것뿐이다. IAEA 개선권고를 외형만 따랐을 뿐 진정한 비상계획구역 30킬로미터 확대가 아닌 것이다. 

 

무늬만 30킬로미터 확대 안 된다! 

지난 3월 17일 <탈핵지역대책위>와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시민사회가 마련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안 의견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전달했다. 이 의견서에 담긴 주요 내용과 주장은 다음과 같다. 

먼저, 원안위는 개편의 직접 원인의 하나인 후쿠시마 핵사고 결과를 반영한 우리나라 핵발전소 주변 방사선량 시뮬레이션 평가결과를 감추지 말고 공개해 개편안의 적정성을 국민들이 따져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의 명칭을 더 직관적으로 바꾸고 적용면적을 현실에 맞게 확대해야 한다. 최소한 원전 반경 10킬로미터 내 주민들은 원전 사고 즉시 대피할 수 있도록 즉시피난구역(PAZ)을 10킬로미터로 정해야 한다. 그리고 피난준비구역(UPZ)을 30킬로미터, 식품을 통제관리하는 장기보호감시구역(LPZ)을 전국토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원전 반경 30킬로미터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대피소개계획을 수립하고 방사능 방재훈련을 실질화해야 한다. 현재 주민들이 참여하는 방사능 방재훈련은 합동훈련(4년 1회)과 연합훈련(5년 1회)뿐이고 참여 주민은 극소수에 불과한 형편이다. 또 30킬로미터 이내 주민들을 수용할 구호소를 건설하고, 방호의약품을 미리 확보하여 배포하고 복용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홍보•교육해야 한다.

 

82eddd46b3a7d.jpg

 

넷째, 원안위의 주민 대피 및 소개 기준은 옥내대피 10mSv(2일), 소개 50mSv(1주일), 일시 이주 30mSv(첫 월)/10mSv(다음 월)이다. 평상시 관리기준치인 1mSv의 10배에서 50배에 달하는 기준을 넘어야 ‘피하라!’는 경고를 발령하겠다는 것으로 국민의 이해 및 요구와 동떨어져 있다. 

다섯째,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의 내용과 범위는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2조를 개정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의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개편에 따른 정부와 지자체, 원자력사업자의 역할이 명확해야 한다. 특히 정부와 원자력사업자가 예산을 확보하고 인력을 확충해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자체 역할은 기초단체 중심에서 광역단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6•4 지방선거 의제로 다루자

<핵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행동>과 지역 탈핵대책위는 6•4 지방선거에서 방사능 비상계획구역 개선을 선거의제로 부각시켜 지역자치의 장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 나가기로 했다. 우리나라 핵발전소 23기 중 고리1~2호기, 월성1~4호기 등 6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원자로는 약 1000메가와트 이상에 해당되고, 모든 핵발전소 지역들에 5~6기 이상의 원자로가 집중돼 있다. 적색경보 사고가 후쿠시마의 재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현실인 것이다. 비상계획구역 개선안이 사고의 대응계획을 넘어서 탈핵의 정당성을 시민사회가 깊이 논의하는 공간으로 열려가야 할 것이다.

 


글 | 함께사는길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