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무시한 핵발전 폭주를 막아야 한다

2월 23일 『뉴스타파』가 감사원 유병호 사무총장이 작성한 내부 문건을 보도하며 파문이 일고 있다. 유 사무총장이 공공기관 감사국장 시절 작성한 이 문건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가 사전에 시나리오를 갖고 편향되게 진행됐음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문건에서 유병호 국장은 월성원전 감사팀을 ‘부당개입팀’이라 부르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 부당 개입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2020년 5월 21일 유 국장은 ‘부당개입팀’에게 “스토리 라인과 큰 그림을 전달하겠음”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결국 5개월 뒤인 2020년 10월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과 일치하는 감사결과 보고서를 내놓았다.


월성1호기 폐쇄 문제 삼은 짜 맞추기 감사

지난 3월 11일 부산 송산현 광장에서 후쿠시마 참사 12주기 탈핵행진이 진행됐다


월성1호기 문제가 감사원의 편향 감사 속에 부실하고 부당한 결론을 맺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에 환경단체들은 감사원이 안전성, 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는 감사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애초에 한계를 갖는 감사였다고 지적했다. 월성1호기는 2015년 2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수명연장 허가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이미 받았다. 재판부는 원자력안전법령에 근거한 심사 서류(운영변경허가 비교표)를 제출하지 않은 점,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이 심의 의결에 참여한 점, 최신안전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허가 취소판결을 내렸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감사 결과 부실의 원인이 감사원의 편향적 짜 맞추기 감사 탓이라는 강력한 정황이 재차 확인”됐다며 “감사 공무원으로서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유병호 사무총장의 즉각 해임”을 촉구했다. 부실 감사 속에 월성1호기는 2021년 차수막 손상과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의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 누설 문제가 드러나 2년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후 12년, 오염은 지속

지난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맞이하여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은 광화문에서 일본 정부의 방사능 방류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12년이다. 도쿄전력은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꺼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그 상태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전히 고방사선을 내뿜고 있는 핵연료 파편들에 사람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핵연료는 무너져 내린 발전소 내부의 구조물들과 덩어리져 있다. 이러한 덩어리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1, 2, 3호기에 총 880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수습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핵연료 덩어리들을 꺼내야 하지만 언제 그 작업이 가능할지, 완료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전히 이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가 주입되고 있고 오염수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쌓여있는 오염수가 130만 톤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는 보관할 장소가 없다며 오염수를 바닷물에 희석해 해양 방류하는 절차를 올봄과 여름에 시작할 예정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핵종들을 ALPS(다핵종 제거장치)를 통해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완벽한 제거는 불가능하며, 삼중수소나 탄소14 등은 제거조차 불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기준 이내로 배출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희석을 한다고 해도 오염 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더구나 바다로 흘러가면 회수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방법이다. 유엔과학위원회(UNSCEAR)의 평가(2013)에 의하면 후쿠시마 사고로 방사성 요오드는 100~500PBq(페타베크렐, 페타=1000조)이 유출되어 체르노빌 유출량의 약 10%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었으며 세슘은 6~20PBq로 체르노빌 유출량의 약 20%에 이른다고 한다. 이미 기준을 초과한 많은 양의 방사성물질을 배출했는데, 이제 와서 기준치 운운하는 것은 침소봉대와 다름없다. 더구나 관리되지 않고 직접 지하수로 바다로 흘러가는 오염수는 제대로 확인조차 안 되고 있다는 점은 더 심각하다.


때아닌 ‘원자력 강국’ 외치는 윤석열 정부

지난 3월 11일 부산 송산현광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참사 12주기 탈핵행진에 전국에서 모인 시민사회단체 및 정치인이 참여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을 비판하며 때아닌 ‘원자력 강국’을 외치고 있다. 모든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한울 3, 4호기 신규 건설 등을 큰 우려에도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은 25기나 되는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라 핵발전소 밀집도는 전세계 1위다.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핵발전은 재생에너지와 공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줄여야 한다. 지난 3월 19일 영광 한빛 1~3호기, 6호기 등 4개 핵발전소의 발전 출력을 10~25% 줄여 운전했다. 호남지역에 태양광발전량이 늘어난 데 반해 봄철 전력수요가 급감하면서 전력거래소가 한빛원자력본부에 출력 감발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아직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 수준인데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재생에너지가 더 늘어난다면 원전의 더 잦은 출력감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핵발전소의 잦은 출력 조정은 설비에 무리를 주어 안전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핵발전 확대는 아직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를 더욱 심화할 수 있다. 10만 년 이상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을 우리는 마련하지 못했다. 지금 발전을 마친 사용후핵연료는 발전소 내 저장수조에 보관 중이지만 이마저도 곧 포화시점을 앞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아래 산업부)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가 부산 고리 32년, 영광 한빛 30년, 울진 한울 31년, 경주 신월성 42년, 월성 37년, 울산 새울 66년에 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부는 당장 포화에 달한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소 부지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모든 지역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에도 고준위핵폐기물 관련 특별법이 여야 의원들이 발의하여 제출되어 있지만,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 건설 등을 이유로 지역에서는 법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은 위험 그 자체

후쿠시마 참사 12주기 탈핵행진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회원이 시민들에게 영구핵폐기장 결사 반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부가 다시 핵발전 확대 정책을 들고 나왔지만, 반대 운동도 다시 거세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1일 부산 송상현 광장에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수명 다한 고리2호기 폐쇄와 탈핵을 외치는 집회와 행진이 이어졌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부산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와 <후쿠시마 핵사고 12년 탈핵행진준비위원회>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리2호기 폐쇄부터 해야 함을 알렸다.

<탈핵행진준비위원회>는 “4월 8일이면 40년의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2호기의 수명연장 추진 상황만 보더라도 핵발전소 안전과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처참하게 묵살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무려 18기의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으로 시민들의 안전은 더욱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산과 울산, 경주 등 한반도 동남권은 핵발전소가 몰려 있지만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안전에 더 취약하다. 한겨레신문은 최근 보도를 통해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보고서에서 “한반도 동남권(경남·북, 부산, 울산)에서 14개의 ‘활성단층 분절’이 확인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음”을 보도했다. 즉 한반도 동남권에 강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활성단층이 존재하지만, 이를 지난 40여 년간 고리와 월성에 들어선 14기 핵발전소나 건설 중인 신고리5, 6호기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도 알렸다. 현재 진행 중인 고리2호기 수명연장 관련해서도 새롭게 발견된 지진 등 위험성을 제대로 반영한 평가를 했다고 볼 수 없다.


핵발전 폭주를 막아야

최소한의 안전성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정치적인 이해득실로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후쿠시마 핵사고 자체가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은 자연재해와 안전을 무시한 인재가 복합된 재난이었다는 점에서 그저 남의 일처럼만 보이지는 않는다. 핵발전이 미래의 먹거리처럼,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위해 핵발전을 확대하는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 지금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핵발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보아야 한다.

더 무서운 것은 “지금 여기 원전 업계는 전시다”,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다. 안전을 무시한 대가가 옆 나라 일본처럼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핵발전의 폭주를 우리는 막아야 한다.


글 |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

사진 | 이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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