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시민들의 빛나는 발전소 '둥근 해가 떴습니다'

지난 1월 16일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3호기 준공식이 열렸다. 서울뿐만 아니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바꾸는 시민들은 전국 곳곳에 햇빛발전소를 올리고 있다 

 

“그 동안 우리들은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누려야 할 권리가 있음에도 바보 같이 살아왔으니 ‘바보’입니다. 이제부터는 우리와 다음세대를 위해 깨끗하고 안전하며 정의로운 에너지로의 전환을 꿈꾸며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룰 수 없는 꿈이라며 ‘바보’라고 평합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우리들은 ‘바보’입니다. 현명한 바보!” 

위의 글은 『전태일 평전』에서 나오는 바보의 의미를 각색하여 쓴 글이다. 어찌 보면 과거나 지금이나 현명한 시민들의 모습은 한결 같다. 

 

핵과 에너지 문제에 눈 뜬 시민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 발전 참사는 현재의 화석연료와 핵 발전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전 세계에 던졌다. 그리고 세계는 탈핵사회로의 전환을 모색하게 되었다. 가까이서 참사를 지켜본 한국 대중들도 그동안 와 닿지 못했던 문제들을 하나 둘 자각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경각심을 갖고 대응했던 이들은 어머니들이었다. 일본에서 수입된 농수산물과 아이들의 급식에 빨간불을 켜고 감시와 문제 제기를 하게 된 것이다. 정부의 지나칠 정도의 무책임한 대응과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공개가 미루어지다보니 어머니와 학부모들의 관심은 더욱 커져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후쿠시마는 방사능 유출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민들은 밀양송전탑 반대운동 등 지역의 작은 갈등으로만 치부되었던 문제들을 국내 에너지체계의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화석연료와 핵에너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에너지 지역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타인의 불행 위에 사용되고 있는 전기의 편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특히 국내 발전량의 70퍼센트를 소비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시민들은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불행 위에 편안함을 바라는 삶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시작했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 만들어진 이유다.  

 

정의로운 시민들의 에너지 전환햇빛발전소 

서울시 동부여성발전센터 옥상에 올린 햇빛발전소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사람과 환경 그리고 생명을 위한 정의로운 에너지로의 전환을 꿈꾸며 2012년 12월 창립했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의 첫 번째 목적은 “우리지역에서 쓰는 에너지는 우리가 만들자”이다. 서울은 소비하는 에너지의 97퍼센트를 대형 화력과 핵발전소 등 외부 전력생산에 의존하고 있고 전력 자립률은 겨우 3퍼센트밖에 되질 않는다. 조합원들은 수도권의 전력수요 집중이 초고압 송전탑의 건립과 핵발전소 확대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어 서울에서부터 변화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둘째, 재생에너지인 “햇빛발전소의 확대”다. 햇빛은 모든 지역에서 풍부하며 분산형 에너지체계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다. 예전에는 비싼 에너지원이었지만 지금은 기술력의 변화로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11년 재생에너지가 핵에너지의 비중을 넘어섰고 에너지전환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협동조합을 통한 지역에너지공동체의 조직화이다. 인간의 삶은 기본적으로 공동체적이다. 인간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인간을 개인화시키고 인간관계를 분열시킨다. 서로 협동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체로서의 삶을 가로막는다. 이러한 삶에 협동조합은 생산수단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다. 협동조합과 공동체는 지역주민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다.  

이러한 뜻에 함께 하는 시민들이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란 이름으로 모이고 부지 선정부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며 지역의 에너지전환과 에너지 자립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 나갔다. 그리고 2013년 삼각산고등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19.11kW) 1호기를 건립했다. 이어 2014년에는 한신대학교 옥상에 시민햇빛발전소 2호기(49.82kW)를 올렸다.  

1호기 삼각산고 햇빛발전소는 2014년 한해 2만5082kWh의 전력을 생산했다. 생산된 전력은 한전에 358만1906원으로 판매됐다. 2호기 한신대 햇빛발전소는 2014년 한해 4만3735kWh의 전력을 생산해 601만5원에 판매했다. 그리고 그동안 판매하지 못했던 공급인증서를 2015년 12월에 모두 소진해 741만 원을 받게 되었다. 서울시로부터는 2014년 4월~7월 발전량 2만2097kWh로 110만4850원을 지원받았다. 녹록치 않은 소규모 태양광발전의 생태계이지만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보여준 시민들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속으로 주민과 함께 에너지전환을 향해

현재 전국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소규모 태양광발전소는 38곳에 이른다. 대부분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된 2013년 이후 지역 단위로 설립된 에너지 협동조합들이다. 이들 대부분이 후쿠시마 핵 발전 참사가 계기가 되었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 등이 맞물려 에너지전환이라는 방향전환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객관적인 상황과 구조가 바뀌게 되어 현재는 소규모 태양광발전소가 지속적으로 건립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 원인으로 꼽는 첫 번째는 2011년부터 도입된 RPS(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도)제도다. 그 전까지는 FIT(발전차액지원제도)제도로 정부가 정한 재생에너지 가격에서 입찰된 가격에 대한 차액을 정부가 지원하게 됨에 따라 소규모 태양광발전소의 존립이 가능했다. 그러나 RPS 제도 하에서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로 입찰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공급인증서를 판매하지 못한 소규모 태양광발전소 존립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더군다나 해를 거듭해 SMP(전기도매가격)가 하락함에 따라 소규모 태양광발전소들이 버티기 더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에너지 전환을 포기하고 정부의 핵 발전 확대 정책을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전국의 에너지협동조합들과 연대해 소규모 태양광발전소가 존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제도개선운동을 진행하는 한편 계속해서 햇빛발전소를 올리고 있다. 소규모 시민참여형 협동조합이 분산형 에너지체계의 대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6일 오후 3시,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서울시 동부여성발전센터 옥상에 3호기 햇빛발전소 준공식을 열었다. 기존의 핵 발전 확대정책으로 일관하는 정부에게 시민들은 햇빛발전소를 직접 만들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현명한 시민들은 과거의 성찰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간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도 지금까지 우리들이 걸어왔던 에너지전환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 연합회 주소록 참조(2015년 12월 기준)

 

글 · 사진 | 한자원 서울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이자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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