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은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안겨주었다.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기대되는 철도, 관광 산업 등 여러 분야의 성장과 확대는 그동안 막혀있었던 경제성장의 병목현상을 해결해주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가스, 전력, 열을 포함한 에너지 산업도 기대에 부풀기는 마찬가지다.
태양광은 다른 에너지보다 더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의 발전설비 용량, 전력망, 송배전 인프라 등 전반적인 수준은 남한의 19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태양광은 전력망 인프라 설비가 부족한 국가나 지역에서도 소규모 전력공급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따라서 태양광은 남북 에너지 협력에서 주도적 첨병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문헌과 기사에서 보도된 북한의 태양에너지 보급과 사용현황을 소개하고, 향후 태양광의 역할을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독일보다 좋은 태양광 조건
북한의 평균 일사량은 1300kWh/m2(1제곱미터당 1킬로와트시)로 적도 Sun belt 지역(북위도 37도 이남의 따뜻하고 일조량이 많은 지역들)보다는 일사량이 적지만,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북부지역보다는 나은 여건이다. 국내 20년 평균 일조량(1298.75 kWh/m2)과도 큰 차이가 없다.
기존에 북한은 태양광보다 태양열을 중심으로 보급했다. 조선신보 보도에 따르면 2005년에 평양 주변 협동농장에 비료 생산을 위해 태양열 온실을 건설하였는데, 태양열 온실을 통해 비료 생산에 필요한 열원 확보가 가능해졌다. 또한 2006년에는 평양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아파트에 난방용으로 태양열 시스템을 설치했다. 평양 주변 협동농장에 작물저장 용도로 축열식 태양열 온실도 건설했다. 2011년에는 독일의 에너지 설비기업 ‘카리타스’에서 요양소, 병원, 예방원 등에 태양열 온실 건설 사업을 지원했다. 북한의 태양열 시설은 주로 열 공급 차원에서 국제 협력사업 및 외부 원조를 받아 설치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전력공급을 위한 북한의 태양광 보급은 걸음마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은 북한의 태양광 분야는 현재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일부 집광 부문이 실용화되었다고 분석했다. 북한에서는 2009년쯤부터 각급 기관, 병원, 체신소, 학교, 유치원, 탁아소, 개인 주택 등에 자가소비용 소규모 태양광이 보급됐다. 북한은 평양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소규모 태양광을 활용하여 전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3년에 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하며, 태양광에 대한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2015년에 태양광 전지판 생산 공정을 건설하였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태양광을 동력으로 해서 운행하는 배와 태양광으로 덮은 버스도 소개하고 있으며, 태양광으로 전기를 자급자족하는 주유소도 소개하고 있다.
미국 버클리 노틸러스 연구소 데이비드 폰 히펠에 따르면 북한의 소규모 태양광 보급은 꾸준히 증가하여 약 10만 가구에서 태양광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대부분은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지만 일부는 북한 생산제품일 것으로 보고 있다. 노틸러스 연구소는 북한에서 전력지원 사업 경험이 있고, 데이비드 폰 히펠은 1998년, 2000년, 2009년 3차례나 북한에 방문해 풍력발전기 건설 사업에 참여했다. 『LA Times』는 평양 내 보통강정보기술센터(전자제품 매장) 점원과 인터뷰를 했다. 점원에 따르면 매달 약 150개 태양광 패널을 판매하고 있고, 처음에는 개별 가정에서 주로 구매했지만, 현재는 공장과 사무실에서도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판매 중인 패널 일부는 북한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휴대전화, TV, 태블릿, 태양광 등 첨단기술가공품의 수입 비중이 지속해서 증가했다. KBS 「남북의 창」 보도에서는 평양, 개성 등 인근 지역에서 아파트와 주택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데이비드 폰 히펠은 2015년까지 북한은 약 15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시스템을 수입한 것으로 집계하였고, 국제재생에너지기구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북한의 태양광 설비용량은 약 10메가와트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에 익숙한 북한 사회
물론 태양광이 북한의 전반적인 전력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현재 북한의 전력생산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0.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태양광은 일반 주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부분 소규모이기 때문에 공장 가동이나 상업용 시설 조명으로도 활용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주택에서 조명이나 스마트폰 충전, 컴퓨터나 DVD 기기에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북한 주민들에게 스마트폰과 Notel(노트북과 텔레비전 합성어)이라 불리는 미디어 플레이어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가정의 전력수요가 조금씩 늘어났고, 동시에 태양광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Daily NK』에 따르면 전자기기들이 220볼트에서 태양광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12볼트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조되어 판매되고 있다. 12볼트 제품이 대중화되면서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도 220볼트에서 12볼트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북한의 빈번한 정전사태 속에서 주민들의 태양광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비디오 자료도 나왔다. Unification Media Group이 촬영한 비디오에서 큰 도시 중 하나인 청진에서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패널은 30와트(약 35달러)이고, 50060킬로그램의 쌀값과 같아서 대부분 사람들에게 비싼 선택이다. 비용이 많이 들어도 여유가 있는 주택에서는 밤에 조명을 켤 수 있기 때문에 널리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평양사회과학연구원 김경일 선임연구원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태양광을 통해 일부 시골 지역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절반 정도를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주택의 30040퍼센트가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다. 북한의 시골 지역이나 주택에서 태양광이 효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일반적인 북한 주택에서 가전제품이 1~2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소형 민간 태양광 지원사업부터 남북협력 시작하자
최근 남북 에너지 협력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전제조건이 요구되고, 다양한 상황과 조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반면에 소규모 태양광은 기존의 송배전망 인프라 없이도 주택에서 일정 부분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그것이 주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비용, 노력으로 의미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ODA(공적개발원조) 지원과 관련하여 민간단체 중심으로 개도국에 소규모 태양광을 보급하고 지원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기보다 먼저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윤성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은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안겨주었다.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기대되는 철도, 관광 산업 등 여러 분야의 성장과 확대는 그동안 막혀있었던 경제성장의 병목현상을 해결해주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가스, 전력, 열을 포함한 에너지 산업도 기대에 부풀기는 마찬가지다.
태양광은 다른 에너지보다 더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의 발전설비 용량, 전력망, 송배전 인프라 등 전반적인 수준은 남한의 19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태양광은 전력망 인프라 설비가 부족한 국가나 지역에서도 소규모 전력공급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따라서 태양광은 남북 에너지 협력에서 주도적 첨병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문헌과 기사에서 보도된 북한의 태양에너지 보급과 사용현황을 소개하고, 향후 태양광의 역할을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독일보다 좋은 태양광 조건
북한의 평균 일사량은 1300kWh/m2(1제곱미터당 1킬로와트시)로 적도 Sun belt 지역(북위도 37도 이남의 따뜻하고 일조량이 많은 지역들)보다는 일사량이 적지만,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북부지역보다는 나은 여건이다. 국내 20년 평균 일조량(1298.75 kWh/m2)과도 큰 차이가 없다.
기존에 북한은 태양광보다 태양열을 중심으로 보급했다. 조선신보 보도에 따르면 2005년에 평양 주변 협동농장에 비료 생산을 위해 태양열 온실을 건설하였는데, 태양열 온실을 통해 비료 생산에 필요한 열원 확보가 가능해졌다. 또한 2006년에는 평양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아파트에 난방용으로 태양열 시스템을 설치했다. 평양 주변 협동농장에 작물저장 용도로 축열식 태양열 온실도 건설했다. 2011년에는 독일의 에너지 설비기업 ‘카리타스’에서 요양소, 병원, 예방원 등에 태양열 온실 건설 사업을 지원했다. 북한의 태양열 시설은 주로 열 공급 차원에서 국제 협력사업 및 외부 원조를 받아 설치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전력공급을 위한 북한의 태양광 보급은 걸음마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은 북한의 태양광 분야는 현재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일부 집광 부문이 실용화되었다고 분석했다. 북한에서는 2009년쯤부터 각급 기관, 병원, 체신소, 학교, 유치원, 탁아소, 개인 주택 등에 자가소비용 소규모 태양광이 보급됐다. 북한은 평양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소규모 태양광을 활용하여 전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3년에 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하며, 태양광에 대한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2015년에 태양광 전지판 생산 공정을 건설하였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태양광을 동력으로 해서 운행하는 배와 태양광으로 덮은 버스도 소개하고 있으며, 태양광으로 전기를 자급자족하는 주유소도 소개하고 있다.
미국 버클리 노틸러스 연구소 데이비드 폰 히펠에 따르면 북한의 소규모 태양광 보급은 꾸준히 증가하여 약 10만 가구에서 태양광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대부분은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지만 일부는 북한 생산제품일 것으로 보고 있다. 노틸러스 연구소는 북한에서 전력지원 사업 경험이 있고, 데이비드 폰 히펠은 1998년, 2000년, 2009년 3차례나 북한에 방문해 풍력발전기 건설 사업에 참여했다. 『LA Times』는 평양 내 보통강정보기술센터(전자제품 매장) 점원과 인터뷰를 했다. 점원에 따르면 매달 약 150개 태양광 패널을 판매하고 있고, 처음에는 개별 가정에서 주로 구매했지만, 현재는 공장과 사무실에서도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판매 중인 패널 일부는 북한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휴대전화, TV, 태블릿, 태양광 등 첨단기술가공품의 수입 비중이 지속해서 증가했다. KBS 「남북의 창」 보도에서는 평양, 개성 등 인근 지역에서 아파트와 주택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데이비드 폰 히펠은 2015년까지 북한은 약 15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시스템을 수입한 것으로 집계하였고, 국제재생에너지기구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북한의 태양광 설비용량은 약 10메가와트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에 익숙한 북한 사회
물론 태양광이 북한의 전반적인 전력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현재 북한의 전력생산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0.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태양광은 일반 주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부분 소규모이기 때문에 공장 가동이나 상업용 시설 조명으로도 활용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주택에서 조명이나 스마트폰 충전, 컴퓨터나 DVD 기기에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북한 주민들에게 스마트폰과 Notel(노트북과 텔레비전 합성어)이라 불리는 미디어 플레이어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가정의 전력수요가 조금씩 늘어났고, 동시에 태양광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Daily NK』에 따르면 전자기기들이 220볼트에서 태양광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12볼트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조되어 판매되고 있다. 12볼트 제품이 대중화되면서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도 220볼트에서 12볼트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북한의 빈번한 정전사태 속에서 주민들의 태양광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비디오 자료도 나왔다. Unification Media Group이 촬영한 비디오에서 큰 도시 중 하나인 청진에서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패널은 30와트(약 35달러)이고, 50060킬로그램의 쌀값과 같아서 대부분 사람들에게 비싼 선택이다. 비용이 많이 들어도 여유가 있는 주택에서는 밤에 조명을 켤 수 있기 때문에 널리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평양사회과학연구원 김경일 선임연구원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태양광을 통해 일부 시골 지역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절반 정도를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주택의 30040퍼센트가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다. 북한의 시골 지역이나 주택에서 태양광이 효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일반적인 북한 주택에서 가전제품이 1~2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소형 민간 태양광 지원사업부터 남북협력 시작하자
최근 남북 에너지 협력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전제조건이 요구되고, 다양한 상황과 조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반면에 소규모 태양광은 기존의 송배전망 인프라 없이도 주택에서 일정 부분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그것이 주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비용, 노력으로 의미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ODA(공적개발원조) 지원과 관련하여 민간단체 중심으로 개도국에 소규모 태양광을 보급하고 지원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기보다 먼저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윤성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