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만 해도 태양광산업의 대부 또는 개척자라고 불렸던 독일. 태양광산업의 중추적 기술개발에 선두를 달렸던 독일은 2012년 자국기업 8개 사가 세계 10대 태양광기업의 자리를 차지했던 반면, 현재는 30대 기업 리스트에서도 밀린 상태다. 2011~2012년 시작된 독일 태양광산업의 쇠퇴로 무수한 기업들이 도산했고 13만 명이 실직하는 등 태양광 산업생태계는 큰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독일 태양광업계는 지난 7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다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그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독일 태양광산업의 쇠락과 재도약 사례에서 한국사회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독일 태양광, 다시 맞은 중흥기
지난 6월 14~16일 뮌헨에서 열렸던 유럽 최대의 태양광 전시회(Intersolar Europe) 전경. 서울 코엑스의 20배가 넘는 대규모 전시공간 ‘뮌헨 메세’에서 열린 이 전시회에는 10만 명이 참가하며 엄청난 시너지를 뿜어냈다. 태양광 모듈의 세계시장은 향후 10년 안에 10배(매출 4500억 유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현재 독일 태양광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지난 6월 14~16일(컨퍼런스는 13~14일) 유럽 최대의 태양광산업 전시회(Intersolar Europe)가 독일의 남부 도시 뮌헨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서울 코엑스의 20배가 넘는 대규모 전시공간 ‘뮌헨 메세’에서 열린 이 전시회에는 59개 국가의 2450개 업체, 엔지오, 연구기관, 언론관계자 10만 명이 참여해 엄청난 시너지를 뿜어냈다. ‘더 스마터 유럽’이라는 유럽 최대 에너지 전시회의 한 부문인 이 ‘인터솔라 유럽’ 개회식에서 솔라 프로모션의 마르쿠스 엘세서 대표는 “재생에너지를 과소평가한다는 평판을 지닌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올해 추가 설치된 글로벌 재생에너지를 450GW(기가와트), 내년은 550GW 이상으로 전망한다. 태양광 설치 역량만으로도 2026년까지 천연가스, 2027년까지 석탄의 전력 생산을 따라잡는다고 하니 이제 태양광은 세계 최대의 전력 생산 가능 에너지”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필자가 전시회에서 만난
<독일태양광협회(BSW)>의 데이비드 웨데폴 국제관계 이사는 “현재 BSW는 최근 1000개 기관과 기업 회원을 넘어선 가운데 9개의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이 존재한다.”며 “독일 태양광산업은 작년 7.4기가와트피크(GWp)를 신설해 업계 성장률이 30%를 기록했고 올해는 매달 약 1GWp를 신설해 총 10GWp 이상 설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한 “1년 반 사이에, 4000여 개 설치업체들이 시장에 재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자각,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필요성으로 인해 태양광에너지 확대는 이제 유럽연합과 독일 정치권의 강력한 지원 아래 탄력을 받고 있다.
인터솔라 전시회기간 독일의 태양광 전문연구소 <프라운호퍼 연구소(ISE)>의 부스. ISE는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촉발된 에너지 위기로 인해 에너지 효율성을 늘리고자 하는 기업들의 프로젝트 참여가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 정부의 전력부문 재생에너지 비중은 올 상반기 50%(태양광 12%) 이상으로 2030년까지 80%, 2035년까지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현재 약 60GWp의 태양광을 설치한 독일은 위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215GWp, 2040년까지 400GWp를 설치해야 한다. 로베르 트 하벡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은 올봄 ‘태양광정상회의’를 개최해 태양광산업 관계자들에게 태양광 발전설비 생산공장 지원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또한 태양광 설치를 위한 물리적 공간 확보, 태양광 인허가 행정절차 대폭 축소, 발코니 및 공동주택 지붕의 태양광 설치 및 전력망 연결 규정 완화, 세입자 부담 절감, 시민 주도 태양광 프로젝트 지원 등 실용적인 정책안도 호응을 얻고 있다. 베를린과 뮌헨시도 최근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각각 2045년과 2050년까지 도시 내 필요한 전력의 25%를 태양광으로 충당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독일 경제기후부는 누구나 정책 제안이 가능한 소통창구를 열어놓고 있다. 이 부서는 그간 600여 통의 이메일을 접수했다며 “재생에너지 전환에 열성적인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 정책 및 입법과 무관하게 시민들의 태양광 발전설비 제작 주문이 쇄도해 전국적으로 평균 7~8개월을 대기하고 있다.
시장 주도력 되찾으려는 독일 태양광업계의 주문
인터솔라 전시회 기간, <유럽태양광연맹(ESIA)>이 주최한 토론회. 최근 설립된 ESIA는 2025년까지 30GWp를 추가 설치하고 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약 9만명의 숙련된 기술자가 부족한 것으로 전망하며 전문교육기관 신설을 통한 유럽연합 역내 기술자 양성 및 해외인력 유치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독일 정부와 기업들, 시민들은 독일 태양광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순풍을 맞고 있는 독일 태양광산업 생태계는 왜 과거 심각한 위기를 맞았을까. 2000년대 초 태양광에너지에 필수불가결한 기술 개발에 열정적이었고 시장의 현실화를 이뤄냈던 태양광의 대부, 독일이 어떤 문제를 겪었던 것일까. 다양한 원인 분석과 의견이 존재하는데 크게 국내적 요인과 대내외적 요인을 들 수 있다.
독일 태양광 생태계가 과거 붕괴한 국내적 배경에 대해 당시 메르켈 총리가 정부 수반이었던 기민련-자민당 연정정부의 급격한 정책 변동을 지목하는 업계 전문가들이 다수다. 즉 당시 독일 정부는 2012월 2월 「재생에너지법(EEG)」을 급작스레 변경해 ‘화석연료 이용 발전 전력가격과 재생에너지원 이용 전력가격의 차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에서 현재의 재생에너지 발전사들이 전력가격을 국가에 경매입찰하는 제도(RPS)’로 바꿨는데 이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씽크탱크인 <에너지와치그룹(EWG)>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0년 제정된 「재생에너지법」 초안을 공동집필했던 전 녹색당 의원 한스 조세프 펠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부터 독일에서는 화석연료 발전사와 원전산업계가 다수 언론매체를 통해 태양에너지가 너무 비싸서 전기요금에 큰 부담을 준다는 내용의 캠페인을 벌였다. 이러한 주장은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조치로 이어져 독일에서 태양광발전이 급감했다. 2012년에는 7GW의 태양광발전소가 새로 설치되었지만, 2014년에는 1GW에 불과했다. 이러한 정치적 조치에는 FIT제도에서 RPS제도로의 전환, EEG에 따른 발전차액지원금의 대폭 삭감 등이 있었다. 그 결과로 독일 태양광 제조업체들은 독일 내수시장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태양광업계 컨설턴트이자 태양광업체 레머스솔라의 대표인 칼 레머스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쇠퇴는 2011년과 2012년 애초에 태양광에너지를 신뢰하지 않았던 독일 정부의 결정으로 인해 발생했다. 당시 2012년 2월에 (국민의 전기요금이 재원이었던) EEG를 실행하는 비용이 늘자, 태양광 보급목표를 대폭 삭감했는데, 당시 이 조치는 1주일 만에 시행되었다. 그 순간 금융계는 독일 태양광업계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고 독일 태양광업계의 엄청난 파산이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메르켈 정부의 정책에 대한 다른 분석도 존재한다. 에너지전환을 연구하는 베를린 기반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염광희 박사는 당시 이런 정부의 조치는 시대 흐름에 적합했다고 본다. 그는 “당시 독일 정부가 입찰에 내놓은 태양광 물량이 적은 것은 맞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료가 부담이었던 데다가, 이미 독일의 태양광산업은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인터솔라 전시회에 참가했던 한국 태양광업체의 부스. 태양광 모듈과 LED가 접목된 신제품도 출시해 현지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대내외적 시장의 여건도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BSW>의 웨데폴 이사는 “이런 입찰제도로의 변경으로 약 20개월간 태양광발전설비 제작이 부재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당시 “유럽 자체 내에 이런 공급을 소화할만한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독일 시장이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를 감당해낼 여력이 없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레머스 대표는 “2008년 이후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업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성장하거나 생존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EWG의 펠 대표도 “중국 태양광산업은 압도적으로 강하다. 독일의 연구산업도 강력하기에 중국과 맞선 혁신적 기술을 제공할 수 있지만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소법(IRA)」과 맞먹는 산업지원을 제공해야 투자가 미국을 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독일 정부도 노력하고 있지만, IRA만큼 좋은 지원을 내놓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특히 레머스 대표는 지난 2월, 24개 관련 업체들과 함께 작성한 공동입장문, 「전략적 유럽 태양광 생산의 빠른 확장-독일연방정부에 대한 태양광산업의 제안」을 발표해 독일 정부의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입장문은 유럽이 경쟁력 있는 에너지 공급과 탄소중립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최소한 600GWp의 더욱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레머스 대표는 또한 탄소발자국이나 사회적 가치 등 지속가능성 평가기준을 도입해 지원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유럽투자은행(EIB)>은 그린에너지 생산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450억 유로를 제공할 의향을 밝힌 바 있다.
필자가 태양광 전문 연구소 <프라운호퍼 연구소(ISE)>에 ‘독일 태양광의 재도약에 있어 어떤 장벽이 존재하는가?’를 질의했을 때 ISE는 “현재 전 세계 웨이퍼(wafer)의 90%가 중국에서 제작된다. 실리콘이나 다른 제품의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깨진다면 큰 문제가 된다. 예방 차원에서 공급의 다각화와 생산능력 확대도 주요 과제”라고 회답했다. 또한 “솔라시스템 생산과 설치에 필요한 숙련된 인력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첨언했다.
태양광 확대의 과제가 된 송배전망 확충과 갈등 관리
독일 바이에른주 외곽의 한 호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바이에른주에서도 태양광 패널을 공장, 개인주택, 상업용 건물의 지붕에서 보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되었다. 뮌헨시 지방정부도 올해 야심 찬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도시 내 필요한 전력의 25%를 태양광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염광희 연구원은 아직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송배전망 문제를 지적했다. 즉 주거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을 해친다거나 이격거리가 있음에도 전자파에 대한 불안감으로 송전망 설치를 반대하는 지역이 있어 태양광 확대가 지연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현지 주민들을 잘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독일 정부의 소통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글∙사진 | 클레어 함 시사저널 유럽통신원
2000년대 초만 해도 태양광산업의 대부 또는 개척자라고 불렸던 독일. 태양광산업의 중추적 기술개발에 선두를 달렸던 독일은 2012년 자국기업 8개 사가 세계 10대 태양광기업의 자리를 차지했던 반면, 현재는 30대 기업 리스트에서도 밀린 상태다. 2011~2012년 시작된 독일 태양광산업의 쇠퇴로 무수한 기업들이 도산했고 13만 명이 실직하는 등 태양광 산업생태계는 큰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독일 태양광업계는 지난 7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다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그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독일 태양광산업의 쇠락과 재도약 사례에서 한국사회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독일 태양광, 다시 맞은 중흥기
지난 6월 14~16일 뮌헨에서 열렸던 유럽 최대의 태양광 전시회(Intersolar Europe) 전경. 서울 코엑스의 20배가 넘는 대규모 전시공간 ‘뮌헨 메세’에서 열린 이 전시회에는 10만 명이 참가하며 엄청난 시너지를 뿜어냈다. 태양광 모듈의 세계시장은 향후 10년 안에 10배(매출 4500억 유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현재 독일 태양광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지난 6월 14~16일(컨퍼런스는 13~14일) 유럽 최대의 태양광산업 전시회(Intersolar Europe)가 독일의 남부 도시 뮌헨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서울 코엑스의 20배가 넘는 대규모 전시공간 ‘뮌헨 메세’에서 열린 이 전시회에는 59개 국가의 2450개 업체, 엔지오, 연구기관, 언론관계자 10만 명이 참여해 엄청난 시너지를 뿜어냈다. ‘더 스마터 유럽’이라는 유럽 최대 에너지 전시회의 한 부문인 이 ‘인터솔라 유럽’ 개회식에서 솔라 프로모션의 마르쿠스 엘세서 대표는 “재생에너지를 과소평가한다는 평판을 지닌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올해 추가 설치된 글로벌 재생에너지를 450GW(기가와트), 내년은 550GW 이상으로 전망한다. 태양광 설치 역량만으로도 2026년까지 천연가스, 2027년까지 석탄의 전력 생산을 따라잡는다고 하니 이제 태양광은 세계 최대의 전력 생산 가능 에너지”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필자가 전시회에서 만난
<독일태양광협회(BSW)>의 데이비드 웨데폴 국제관계 이사는 “현재 BSW는 최근 1000개 기관과 기업 회원을 넘어선 가운데 9개의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이 존재한다.”며 “독일 태양광산업은 작년 7.4기가와트피크(GWp)를 신설해 업계 성장률이 30%를 기록했고 올해는 매달 약 1GWp를 신설해 총 10GWp 이상 설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한 “1년 반 사이에, 4000여 개 설치업체들이 시장에 재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자각,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필요성으로 인해 태양광에너지 확대는 이제 유럽연합과 독일 정치권의 강력한 지원 아래 탄력을 받고 있다.
인터솔라 전시회기간 독일의 태양광 전문연구소 <프라운호퍼 연구소(ISE)>의 부스. ISE는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촉발된 에너지 위기로 인해 에너지 효율성을 늘리고자 하는 기업들의 프로젝트 참여가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 정부의 전력부문 재생에너지 비중은 올 상반기 50%(태양광 12%) 이상으로 2030년까지 80%, 2035년까지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현재 약 60GWp의 태양광을 설치한 독일은 위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215GWp, 2040년까지 400GWp를 설치해야 한다. 로베르 트 하벡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은 올봄 ‘태양광정상회의’를 개최해 태양광산업 관계자들에게 태양광 발전설비 생산공장 지원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또한 태양광 설치를 위한 물리적 공간 확보, 태양광 인허가 행정절차 대폭 축소, 발코니 및 공동주택 지붕의 태양광 설치 및 전력망 연결 규정 완화, 세입자 부담 절감, 시민 주도 태양광 프로젝트 지원 등 실용적인 정책안도 호응을 얻고 있다. 베를린과 뮌헨시도 최근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각각 2045년과 2050년까지 도시 내 필요한 전력의 25%를 태양광으로 충당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독일 경제기후부는 누구나 정책 제안이 가능한 소통창구를 열어놓고 있다. 이 부서는 그간 600여 통의 이메일을 접수했다며 “재생에너지 전환에 열성적인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 정책 및 입법과 무관하게 시민들의 태양광 발전설비 제작 주문이 쇄도해 전국적으로 평균 7~8개월을 대기하고 있다.
시장 주도력 되찾으려는 독일 태양광업계의 주문
인터솔라 전시회 기간, <유럽태양광연맹(ESIA)>이 주최한 토론회. 최근 설립된 ESIA는 2025년까지 30GWp를 추가 설치하고 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약 9만명의 숙련된 기술자가 부족한 것으로 전망하며 전문교육기관 신설을 통한 유럽연합 역내 기술자 양성 및 해외인력 유치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독일 정부와 기업들, 시민들은 독일 태양광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순풍을 맞고 있는 독일 태양광산업 생태계는 왜 과거 심각한 위기를 맞았을까. 2000년대 초 태양광에너지에 필수불가결한 기술 개발에 열정적이었고 시장의 현실화를 이뤄냈던 태양광의 대부, 독일이 어떤 문제를 겪었던 것일까. 다양한 원인 분석과 의견이 존재하는데 크게 국내적 요인과 대내외적 요인을 들 수 있다.
독일 태양광 생태계가 과거 붕괴한 국내적 배경에 대해 당시 메르켈 총리가 정부 수반이었던 기민련-자민당 연정정부의 급격한 정책 변동을 지목하는 업계 전문가들이 다수다. 즉 당시 독일 정부는 2012월 2월 「재생에너지법(EEG)」을 급작스레 변경해 ‘화석연료 이용 발전 전력가격과 재생에너지원 이용 전력가격의 차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에서 현재의 재생에너지 발전사들이 전력가격을 국가에 경매입찰하는 제도(RPS)’로 바꿨는데 이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씽크탱크인 <에너지와치그룹(EWG)>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0년 제정된 「재생에너지법」 초안을 공동집필했던 전 녹색당 의원 한스 조세프 펠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부터 독일에서는 화석연료 발전사와 원전산업계가 다수 언론매체를 통해 태양에너지가 너무 비싸서 전기요금에 큰 부담을 준다는 내용의 캠페인을 벌였다. 이러한 주장은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조치로 이어져 독일에서 태양광발전이 급감했다. 2012년에는 7GW의 태양광발전소가 새로 설치되었지만, 2014년에는 1GW에 불과했다. 이러한 정치적 조치에는 FIT제도에서 RPS제도로의 전환, EEG에 따른 발전차액지원금의 대폭 삭감 등이 있었다. 그 결과로 독일 태양광 제조업체들은 독일 내수시장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태양광업계 컨설턴트이자 태양광업체 레머스솔라의 대표인 칼 레머스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쇠퇴는 2011년과 2012년 애초에 태양광에너지를 신뢰하지 않았던 독일 정부의 결정으로 인해 발생했다. 당시 2012년 2월에 (국민의 전기요금이 재원이었던) EEG를 실행하는 비용이 늘자, 태양광 보급목표를 대폭 삭감했는데, 당시 이 조치는 1주일 만에 시행되었다. 그 순간 금융계는 독일 태양광업계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고 독일 태양광업계의 엄청난 파산이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메르켈 정부의 정책에 대한 다른 분석도 존재한다. 에너지전환을 연구하는 베를린 기반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염광희 박사는 당시 이런 정부의 조치는 시대 흐름에 적합했다고 본다. 그는 “당시 독일 정부가 입찰에 내놓은 태양광 물량이 적은 것은 맞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료가 부담이었던 데다가, 이미 독일의 태양광산업은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인터솔라 전시회에 참가했던 한국 태양광업체의 부스. 태양광 모듈과 LED가 접목된 신제품도 출시해 현지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대내외적 시장의 여건도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BSW>의 웨데폴 이사는 “이런 입찰제도로의 변경으로 약 20개월간 태양광발전설비 제작이 부재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당시 “유럽 자체 내에 이런 공급을 소화할만한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독일 시장이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를 감당해낼 여력이 없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레머스 대표는 “2008년 이후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업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성장하거나 생존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EWG의 펠 대표도 “중국 태양광산업은 압도적으로 강하다. 독일의 연구산업도 강력하기에 중국과 맞선 혁신적 기술을 제공할 수 있지만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소법(IRA)」과 맞먹는 산업지원을 제공해야 투자가 미국을 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독일 정부도 노력하고 있지만, IRA만큼 좋은 지원을 내놓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특히 레머스 대표는 지난 2월, 24개 관련 업체들과 함께 작성한 공동입장문, 「전략적 유럽 태양광 생산의 빠른 확장-독일연방정부에 대한 태양광산업의 제안」을 발표해 독일 정부의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입장문은 유럽이 경쟁력 있는 에너지 공급과 탄소중립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최소한 600GWp의 더욱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레머스 대표는 또한 탄소발자국이나 사회적 가치 등 지속가능성 평가기준을 도입해 지원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유럽투자은행(EIB)>은 그린에너지 생산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450억 유로를 제공할 의향을 밝힌 바 있다.
필자가 태양광 전문 연구소 <프라운호퍼 연구소(ISE)>에 ‘독일 태양광의 재도약에 있어 어떤 장벽이 존재하는가?’를 질의했을 때 ISE는 “현재 전 세계 웨이퍼(wafer)의 90%가 중국에서 제작된다. 실리콘이나 다른 제품의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깨진다면 큰 문제가 된다. 예방 차원에서 공급의 다각화와 생산능력 확대도 주요 과제”라고 회답했다. 또한 “솔라시스템 생산과 설치에 필요한 숙련된 인력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첨언했다.
태양광 확대의 과제가 된 송배전망 확충과 갈등 관리
독일 바이에른주 외곽의 한 호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바이에른주에서도 태양광 패널을 공장, 개인주택, 상업용 건물의 지붕에서 보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되었다. 뮌헨시 지방정부도 올해 야심 찬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도시 내 필요한 전력의 25%를 태양광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염광희 연구원은 아직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송배전망 문제를 지적했다. 즉 주거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을 해친다거나 이격거리가 있음에도 전자파에 대한 불안감으로 송전망 설치를 반대하는 지역이 있어 태양광 확대가 지연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현지 주민들을 잘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독일 정부의 소통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글∙사진 | 클레어 함 시사저널 유럽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