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에서 실시한 ‘월성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이하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 최종 결과가 지난 6월 8일 일반에 공개됐다. 서울대학교 박수경 교수가 책임연구를 맡아 제출한 최종보고서에서 시민사회가 참고해야 할 중요한 내용 몇 가지를 간추려 살펴보고자 한다.
저선량 피폭의 위험성을 원점에서 다시 평가해야
월성 원전 바로 옆에 주민들의 마을이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는 기존 조사와 다르게 월성핵발전소 반경 5km 내의 양남면 주민을 집중 조사했다. 960명의 소변을 받아서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하고 혈액을 채취해서 여러 가지 임상 항목을 검사했다. 그 결과 주민들의 몸속에 삼중수소가 많을수록 임상 수치가 나빠지는 것을 확인했다.
‘[표1] 삼중수소 체내 농도별 혈액 및 소변 임상 검사 수치’는 삼중수소 피폭에 따른 인체 영향을 매우 잘 보여주고 있다. 최종보고서는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된 주민 739명을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체내 삼중수소 농도에 따라 1그룹(2~14.9Bq/L) 646명, 2그룹(15~99.9Bq/L) 73명, 3그룹(≥100Bq/L) 20명으로 분류하여 임상 수치를 비교했다. ①적혈구, ②백혈구, ③림프구, ④소변 크레아티닌, ⑤활성 비타민D, ⑥갑상선 자극 호르몬, ⑦소변 요오드 등 모든 임상 수치가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나쁘게 나왔다.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100베크렐(Bq/L) 이상인 3그룹 주민 20명은 모든 임상 수치가 가장 높거나 가장 낮게 나와서 삼중수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특히, 이들 3그룹 주민의 소변 요오드 함량(⑦, ⑧)은 기준치의 3배를 초과하는 양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변에서 요오드가 기준치 3배 이상 검출되면 갑상선 질환의 발생률이 7배 높아진다고 의학계에서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변 요오드 함량 외에 ⑤활성 비타민D, ⑥갑상선 자극 호르몬 등은 갑상선 기능과 밀접한 임상 수치여서 핵발전소 주변의 갑상선암 증가와 관련해 향후 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삼중수소 농도가 100베크렐 이상인 주민 20명의 평균 피폭량은 0.0033mSv로 추정 평가된다. 일반인의 연간 피폭 기준치 1mSv의 303분의 1에 해당하는 극미량 피폭이다. 이러한 추정 평가에 시민사회의 여러 비판이 있지만, 극미량 피폭에도 모든 임상 수치가 가장 나쁘게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소변 요오드 수치는 기준치의 3배를 초과했다. 국내에서 이러한 조사는 처음이다. 그동안 대다수 국민은 핵산업계의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은 안전하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어왔다. 하지만 지금껏 알아 왔던 방사선의 인체 영향은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야만 한다.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염색체 조사에서 47.1% 심각한 손상 발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반경 5km 주민 34명의 염색체를 표본 조사한 결과 16명(47.1%)의 염색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염색체 조사는 세포 1000개를 조사하여 염색체가 변형(전좌)된 세포의 개수를 카운트한다. 염색체가 변형된 세포가 6개 이상이면 평생 250mGy(밀리그레이) 이상 피폭된 것으로 추정한다. 즉, 이번 조사에서 16명이 평생 250mGy 이상 피폭된 것으로 추정됐다. 염색체를 변형시키는 원인은 방사선 외에 약물 등 다른 원인도 존재하지만, 핵발전소 주변에 살면서 염색체 변형이 발생했다면 방사선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종보고서는 주민 47.1%의 염색체 이상을 월성핵발전소와 무관하다고 결론냈다. 조사 대상 34명 중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은 6명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들 6명 중 3명도 염색체 손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월성핵발전소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최종보고서의 결론은 억지스럽다.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한 2022년은 월성핵발전소의 대기 중 삼중수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시기다. 2007년도 대기 중 삼중수소 배출량의 26.9%에 불과하다.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은 6명의 주민도 월성핵발전소 반경 5km 내에 거주하는 주민인 만큼 그동안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선에 노출되어 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 번의 소변 검사를 근거로 6명을 비피폭자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이다. 염색체 변형은 전 생애 걸친 누적 방사선 피폭을 나타내는 지표기 때문이다.
월성핵발전소 주민 암 발생률 44% 높음
최종보고서에서 특히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내용이 월성핵발전소 주민(반경 10km)의 암 발생률이다. 이번 조사를 맡은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 치 암 발생 자료를 받아 분석했다. 그 결과 월성핵발전소 주민의 암 발생률이 인근 지역보다 무려 44% 높게 나타났다.
[표2]는 ‘월성핵발전소 반경 20km 이내 지역과 영덕군’의 통합 암 발생률을 기준으로 해서 거리별로 비교한 통계다. 전체 암 발생률을 보면, 반경 10km 이내(①) 지역이 31% 높고, 반경 10~20km(②) 지역이 13% 낮다. ①지역과 ②지역을 비교하면, ①지역이 무려 44% 높다. 월성핵발전소 반경 10km 이내 주민의 암 발생률이 월등히 높은 현상은 대부분의 암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세간의 이목이 쏠린 갑상선암의 경우도 ①지역이 ②지역보다 73% 높게 나타났다.
최종보고서는 전국 암 발생률 대비 ①지역 통계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최종보고서의 여러 데이터를 종합하면 대략 13%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월성원전 인근 3개 읍·면의 표준화 암 발생비 분석 결과 전국 대비 모든 암은 남성(12%), 여성(18%)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여기엔 함정이 있다. 환경부가 인용한 월성핵발전소 인근 3개 읍면(양남면, 문무대왕면, 감포읍)을 한 덩어리로 묶으면 월성핵발전소 반경 20km가 된다. 반경 20km는 핵발전소 주변으로 볼 수 없다.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 민관협의회 위원들도 3개 읍면을 통합한 통계 작성에 반대했고, 월성핵발전소를 중심으로 거리별 암 발생률 통계 작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환경부의 발표 이후 “비싼 돈 들여 암보험 가입하지 말고 핵발전소 옆에서 살면 된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핵발전소 주민의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낮다는 환경부의 발표는 일반인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살펴본 체내 삼중수소 농도에 따른 임상 수치 변화와 주민 절반 염색체 이상 등을 미루어 볼 때 월성핵발전소 주민의 암 발생률이 44% 높은 게 자연스럽다.
반경 5km 주민 체내 삼중수소 77.1% 검출
앞서 월성핵발전소 반경 5km 주민 960명의 소변과 혈액을 채취해서 여러 검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 중 주민 740명(77.1%)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평균 검출량은 10.3베크렐이고, 월성핵발전소에 인접한 나아리 주민은 평균 15.3베크렐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종보고서는 86명의 주민을 핵발전소 출입자로 분류하여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 삼중수소 검출률을 75.7%로 낮추고, 평균 검출량도 7.9베크렐로 낮췄다. 86명은 도시락 배달, 노인 일자리 사업 등으로 핵발전소에 잠깐씩 출입한 주민이다. 이러한 핵발전소 출입은 이곳 주민의 자연스러운 생활로 여기고 체내 삼중수소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최종보고서는 1600명 주민의 설문조사 결과도 담고 있다. 62.9%의 주민이 중증의 불안 및 우울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고, 월성핵발전소 최인접 주민의 개별 이주에 대해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10.8% 높게 나타났다.
환경부의 핵발전소 주민 첫 건강영향조사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는 2020년 양이원영 국회의원의 요청으로 환경부가 예산을 마련하여 2021년 5월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고 2022년부터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핵발전소 주민들의 건강 문제는 지금껏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안전위원에서 다뤘다. 환경부가 환경 피해의 관점에서 다루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주민들의 기대가 컸고,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 1600명의 주민이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960명의 주민이 소변과 혈액 채취에 응했다는 사실이 주민들의 큰 기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월성핵발전소 주민의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낮다’는 환경부의 발표에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보다 오히려 실망감과 불신을 크게 드러냈다. 평생을 월성핵발전소 곁에 살면서 몸에 새겨진 상흔과 환경부의 발표가 큰 불일치를 보였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발표는 사실상 왜곡에 가깝다.
지난 6월 26일 민관협의회에 참가한 위원 3인은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하여 환경부의 입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환경부에 월성핵발전소 주변 주민의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 및 인근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결과를 수용하여 주민 건강 대책 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민관협의회 위원 3인의 공동 기자회견이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의 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월성원전에서 가까울수록, 오래 살수록, 집에 오래 머무를수록 체내 삼중수소 수치는 높고 건강에 나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월성핵발전소 주민의 암 발생이 인근지역보다 44% 높은 데 근거하여 주민 건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문제가 되는 염색체 변이 등에 대한 후속 조사가 필요하다.
* 필자 주: 이 글은 탈핵신문에도 실렸습니다.
** Bq(베크렐): 방사성 물질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 1Bq은 1초에 방사선이 1번 방출되는 양. ‘삼중수소 100Bq/L’는 1리터의 액체에 삼중수소 방사선이 1초에 100개 검출된다는 의미
*Sv(시버트): 인체의 방사선 피폭을 추정하는 단위. mSv(밀리시버트)는 Sv의 1/1000 크기. 가슴 X레이를 촬영하면 평균 0.2~0.34mSv 피폭으로 평가
*Gy(그레이): 방사선 에너지가 물질에 흡수된 양을 측정하는 단위. 통상 1Gy는 1Sv 피폭으로 추정함. mGy(밀리그레이)는 Gy의 1/1000 크기
글 |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환경부에서 실시한 ‘월성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이하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 최종 결과가 지난 6월 8일 일반에 공개됐다. 서울대학교 박수경 교수가 책임연구를 맡아 제출한 최종보고서에서 시민사회가 참고해야 할 중요한 내용 몇 가지를 간추려 살펴보고자 한다.
저선량 피폭의 위험성을 원점에서 다시 평가해야
월성 원전 바로 옆에 주민들의 마을이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는 기존 조사와 다르게 월성핵발전소 반경 5km 내의 양남면 주민을 집중 조사했다. 960명의 소변을 받아서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하고 혈액을 채취해서 여러 가지 임상 항목을 검사했다. 그 결과 주민들의 몸속에 삼중수소가 많을수록 임상 수치가 나빠지는 것을 확인했다.
‘[표1] 삼중수소 체내 농도별 혈액 및 소변 임상 검사 수치’는 삼중수소 피폭에 따른 인체 영향을 매우 잘 보여주고 있다. 최종보고서는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된 주민 739명을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체내 삼중수소 농도에 따라 1그룹(2~14.9Bq/L) 646명, 2그룹(15~99.9Bq/L) 73명, 3그룹(≥100Bq/L) 20명으로 분류하여 임상 수치를 비교했다. ①적혈구, ②백혈구, ③림프구, ④소변 크레아티닌, ⑤활성 비타민D, ⑥갑상선 자극 호르몬, ⑦소변 요오드 등 모든 임상 수치가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나쁘게 나왔다.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100베크렐(Bq/L) 이상인 3그룹 주민 20명은 모든 임상 수치가 가장 높거나 가장 낮게 나와서 삼중수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특히, 이들 3그룹 주민의 소변 요오드 함량(⑦, ⑧)은 기준치의 3배를 초과하는 양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변에서 요오드가 기준치 3배 이상 검출되면 갑상선 질환의 발생률이 7배 높아진다고 의학계에서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변 요오드 함량 외에 ⑤활성 비타민D, ⑥갑상선 자극 호르몬 등은 갑상선 기능과 밀접한 임상 수치여서 핵발전소 주변의 갑상선암 증가와 관련해 향후 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삼중수소 농도가 100베크렐 이상인 주민 20명의 평균 피폭량은 0.0033mSv로 추정 평가된다. 일반인의 연간 피폭 기준치 1mSv의 303분의 1에 해당하는 극미량 피폭이다. 이러한 추정 평가에 시민사회의 여러 비판이 있지만, 극미량 피폭에도 모든 임상 수치가 가장 나쁘게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소변 요오드 수치는 기준치의 3배를 초과했다. 국내에서 이러한 조사는 처음이다. 그동안 대다수 국민은 핵산업계의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은 안전하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어왔다. 하지만 지금껏 알아 왔던 방사선의 인체 영향은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야만 한다.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염색체 조사에서 47.1% 심각한 손상 발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반경 5km 주민 34명의 염색체를 표본 조사한 결과 16명(47.1%)의 염색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염색체 조사는 세포 1000개를 조사하여 염색체가 변형(전좌)된 세포의 개수를 카운트한다. 염색체가 변형된 세포가 6개 이상이면 평생 250mGy(밀리그레이) 이상 피폭된 것으로 추정한다. 즉, 이번 조사에서 16명이 평생 250mGy 이상 피폭된 것으로 추정됐다. 염색체를 변형시키는 원인은 방사선 외에 약물 등 다른 원인도 존재하지만, 핵발전소 주변에 살면서 염색체 변형이 발생했다면 방사선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종보고서는 주민 47.1%의 염색체 이상을 월성핵발전소와 무관하다고 결론냈다. 조사 대상 34명 중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은 6명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들 6명 중 3명도 염색체 손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월성핵발전소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최종보고서의 결론은 억지스럽다.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한 2022년은 월성핵발전소의 대기 중 삼중수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시기다. 2007년도 대기 중 삼중수소 배출량의 26.9%에 불과하다.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은 6명의 주민도 월성핵발전소 반경 5km 내에 거주하는 주민인 만큼 그동안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선에 노출되어 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 번의 소변 검사를 근거로 6명을 비피폭자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이다. 염색체 변형은 전 생애 걸친 누적 방사선 피폭을 나타내는 지표기 때문이다.
월성핵발전소 주민 암 발생률 44% 높음
최종보고서에서 특히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내용이 월성핵발전소 주민(반경 10km)의 암 발생률이다. 이번 조사를 맡은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 치 암 발생 자료를 받아 분석했다. 그 결과 월성핵발전소 주민의 암 발생률이 인근 지역보다 무려 44% 높게 나타났다.
[표2]는 ‘월성핵발전소 반경 20km 이내 지역과 영덕군’의 통합 암 발생률을 기준으로 해서 거리별로 비교한 통계다. 전체 암 발생률을 보면, 반경 10km 이내(①) 지역이 31% 높고, 반경 10~20km(②) 지역이 13% 낮다. ①지역과 ②지역을 비교하면, ①지역이 무려 44% 높다. 월성핵발전소 반경 10km 이내 주민의 암 발생률이 월등히 높은 현상은 대부분의 암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세간의 이목이 쏠린 갑상선암의 경우도 ①지역이 ②지역보다 73% 높게 나타났다.
최종보고서는 전국 암 발생률 대비 ①지역 통계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최종보고서의 여러 데이터를 종합하면 대략 13%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월성원전 인근 3개 읍·면의 표준화 암 발생비 분석 결과 전국 대비 모든 암은 남성(12%), 여성(18%)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여기엔 함정이 있다. 환경부가 인용한 월성핵발전소 인근 3개 읍면(양남면, 문무대왕면, 감포읍)을 한 덩어리로 묶으면 월성핵발전소 반경 20km가 된다. 반경 20km는 핵발전소 주변으로 볼 수 없다.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 민관협의회 위원들도 3개 읍면을 통합한 통계 작성에 반대했고, 월성핵발전소를 중심으로 거리별 암 발생률 통계 작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환경부의 발표 이후 “비싼 돈 들여 암보험 가입하지 말고 핵발전소 옆에서 살면 된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핵발전소 주민의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낮다는 환경부의 발표는 일반인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살펴본 체내 삼중수소 농도에 따른 임상 수치 변화와 주민 절반 염색체 이상 등을 미루어 볼 때 월성핵발전소 주민의 암 발생률이 44% 높은 게 자연스럽다.
반경 5km 주민 체내 삼중수소 77.1% 검출
앞서 월성핵발전소 반경 5km 주민 960명의 소변과 혈액을 채취해서 여러 검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 중 주민 740명(77.1%)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평균 검출량은 10.3베크렐이고, 월성핵발전소에 인접한 나아리 주민은 평균 15.3베크렐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종보고서는 86명의 주민을 핵발전소 출입자로 분류하여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 삼중수소 검출률을 75.7%로 낮추고, 평균 검출량도 7.9베크렐로 낮췄다. 86명은 도시락 배달, 노인 일자리 사업 등으로 핵발전소에 잠깐씩 출입한 주민이다. 이러한 핵발전소 출입은 이곳 주민의 자연스러운 생활로 여기고 체내 삼중수소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최종보고서는 1600명 주민의 설문조사 결과도 담고 있다. 62.9%의 주민이 중증의 불안 및 우울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고, 월성핵발전소 최인접 주민의 개별 이주에 대해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10.8% 높게 나타났다.
환경부의 핵발전소 주민 첫 건강영향조사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는 2020년 양이원영 국회의원의 요청으로 환경부가 예산을 마련하여 2021년 5월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고 2022년부터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핵발전소 주민들의 건강 문제는 지금껏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안전위원에서 다뤘다. 환경부가 환경 피해의 관점에서 다루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주민들의 기대가 컸고,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 1600명의 주민이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960명의 주민이 소변과 혈액 채취에 응했다는 사실이 주민들의 큰 기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월성핵발전소 주민의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낮다’는 환경부의 발표에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보다 오히려 실망감과 불신을 크게 드러냈다. 평생을 월성핵발전소 곁에 살면서 몸에 새겨진 상흔과 환경부의 발표가 큰 불일치를 보였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발표는 사실상 왜곡에 가깝다.
지난 6월 26일 민관협의회에 참가한 위원 3인은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하여 환경부의 입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환경부에 월성핵발전소 주변 주민의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 및 인근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결과를 수용하여 주민 건강 대책 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민관협의회 위원 3인의 공동 기자회견이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의 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월성원전에서 가까울수록, 오래 살수록, 집에 오래 머무를수록 체내 삼중수소 수치는 높고 건강에 나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월성핵발전소 주민의 암 발생이 인근지역보다 44% 높은 데 근거하여 주민 건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문제가 되는 염색체 변이 등에 대한 후속 조사가 필요하다.
* 필자 주: 이 글은 탈핵신문에도 실렸습니다.
** Bq(베크렐): 방사성 물질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 1Bq은 1초에 방사선이 1번 방출되는 양. ‘삼중수소 100Bq/L’는 1리터의 액체에 삼중수소 방사선이 1초에 100개 검출된다는 의미
*Sv(시버트): 인체의 방사선 피폭을 추정하는 단위. mSv(밀리시버트)는 Sv의 1/1000 크기. 가슴 X레이를 촬영하면 평균 0.2~0.34mSv 피폭으로 평가
*Gy(그레이): 방사선 에너지가 물질에 흡수된 양을 측정하는 단위. 통상 1Gy는 1Sv 피폭으로 추정함. mGy(밀리그레이)는 Gy의 1/1000 크기
글 |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