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불복종 직접행동에 나선 이유

갑자기 쌀쌀해진 날을 마주하는 요즘, 다른 존재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삶을 이어가는지 궁금하다. 심각해지는 기후-생태위기 시대에서 피부로 위기를 느끼는 일상인지, 반복되는 재난으로 무뎌지는 마음을 느끼는 요즘인지 물어보고 싶다. 

기후재난이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가 계속 지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모든 지역이 그러하듯, 삼척 또한 고유한 모습이 다양한 모양으로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지역을 마음대로 착취하고 억압하는 방식은 아픔을 재생산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그저 무시하고 싶지 않은 존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을 이어간다.


5만 명이 동의한 탈석탄법, 하지만

9월 12일, 강원도 삼척블루파워 공사장 입구에서 기후환경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은 포스코 삼척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공사장 입구를 막는 직접행동을 진행했다 ⓒ박수홍


우리는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정의로운 에너지 자원의 전환을 이루기 위한 법안을 ‘탈석탄법'이라고 부른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10월에 ‘에너지전환지원법’을 대표로 발의하며 탈석탄법이 국회를 두드렸다. 에너지전환지원법은 에너지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석탄발전소 등을 변경, 취소 그리고 철회할 때 피해를  받을 해당 지역과 노동자, 사업자 등을 지원하는 법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이 법안은 3년간 멈춰있었다.

정부가 이미 인허가한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방관하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작년 9월 29일에 ‘석탄발전사업의 철회 및 신규 허가 금지를 위한 특별조치법안’ 국민동의청원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어낸다. 이 법안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에 넘겨졌다. 

국민청원 5만 명 달성 이후 약 5개월이 지난 올해 2월 14일, 산자위가 청원소위원회를 열어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청원’을 심사했다. 결과는 2020년 발의된 에너지전환지원법과 비슷한 결을 지녔다고 판단하여, 에너지전환지원법과 탈석탄법을 병합해 같이 논의하기로 했다. 

올해 8월 17일, 11인의 국회의원이 공식적으로 국회에 ‘석탄발전사업의 철회 및 신규 허가 금지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법안은 작년 9월에 국민청원 5만 명의 동의로 국회에 넘어간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대한 청원과 탈석탄법시민연대가 제안한 ‘신규석탄발전 중단법’의 내용이 반영된 법안이다. 이를 함께 발의한 정당은 민주당, 진보당과 기본소득당이 있다. 현재 여전히 탈석탄법은 국회에서 법안 심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불복종 직접행동에 나선 이유

9월 12일 포스코 삼척석탄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정부와 포스코의 탈석탄 정책을 촉구하는 청년 활동가 ⓒ서해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지난 2021년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를 수출하는 두산중공업의 론사인에 녹색 스프레이를 뿌리며 불복종 직접행동을 하였다. 두산과 재판을 치르면서 현재의 사법체계가 사유재산을 위한 권리는 지킬 수 있어도 지구 공동체를 위한 권리는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2023년 4월 9일 광주 비엔날레에서 열린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이하 CICC)에 참가했다. 삼척과 베트남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며 생태학살을 수출하고 지역 공동체를 파괴한 혐의로 두산 그룹과 포스코, 사업을 추진한 대한민국 정부를 기소하였다. 현실 법정은 우리가 법에 복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재판을 하는 것이지만, CICC에서는 법을 재판정에 세우며 자본을 얻기 위해 국가와 기업이 어떻게 공모하고 있는지를 폭로하였다.

삼척블루파워 부지는 동양시멘트가 지난 40년간 석회석을 채굴했던 폐광산이었고 시멘트 산업은 기업의 이윤 창출과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대신 그곳을 살아가는 수많은 존재의 삶의 터전을 파괴했다. 2011년부터 동양시멘트에서 폐광산을 복구하는 대신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며 2013년에 허가를 받았고 2014년, 포스코가 사업권을 인수하였다. 삼척블루파워는 기업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세워졌다. 여전히 삼척이 삶의 터전인 이들의 목소리는 배제되었다. 

2023년 9월 12일,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삼척블루파워 석탄발전소 건설 저지를 위한 불복종 직접행동에 나섰다. 그동안 자본의 논리로 정당화되었던 착취와 억압의 고리를, 삼척에서 이어진 식민주의의 역사를 끊어내고자 함이었다.


나의 솔직한 마음들을 마주하며 이어간 행동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삼척에 갔을까? 내가 삼척에서 직접행동을 하기 전 그리고 이후에 계속 고민을 이어가는 질문이다. 나의 대답은 내 의지가 나를 삼척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때론 우렁차게 외치고 주로 흔들리는 마음을 느끼며 살아가는 나는 스스로 고민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번에도 흔들리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 스스로 고민해 보고 다른 존재들과 이야기 나누기를 이어갔다. 내 생각이 당위적인 이야기에 휘감겨 나의 고유한 이야기가 들리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문득 드는 순간도 있었다.

나는 스스로 고민하고 서로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함께 나누며 삶과 운동을 넓게 바라볼 때, 흔들리고 불안한 마음이 사그라짐을 느낀다. 기후-생태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존재들은 일상에서 위기를 선명히 감각하곤 한다. 삼척에 도착해 보니, 내 삶의 대부분이 기후위기로 가득 차 있었던 순간들이 기억났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모두 기후-생태위기에 당사자이다. 흔들리고 아픈 마음을 가진 존재들을 같이 마주하고 함께하고 싶다. 

9월 12일,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흔들림과 두려움을 그저 혼자 내버려 두지 않고 함께 끌어안으며 고민하는 발걸음이 삼척에 가 닿았다. 삼척의 도로를 혼자가 아닌 ‘함께’ 점유하는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누군가는 현장에서, 다른 누군가는 먼발치에서 그들의 방식으로 마음을 보내며 아파했을 모습이 그려진다. 탈석탄법이 제정되지 않고 삼척화력발전소가 가동된다면, 되돌리기 어렵고 슬픈 현실을 만드는 지름길로 갈 것이다. 

내가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다양한 고민을 차근차근 이어가는 중이다. 나는 내 행동의 의미를 기억하며 살고 싶다. 우리는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함께 살아간다. 자기 자신과 서로의 이야기가 필요한 우리의 마음을 모으는 작업을 같이 이어가고 싶다. 

2023.10.17. 청년기후긴급행동 시봉


한 명의 외침이 아닌 우리들의 울림으로

나는 2023년 3월, CICC를 준비하며 현장 답사를 하러 처음으로 삼척에 갔다. 삼척 시내에서는 기괴하게 생긴 시멘트 공장과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항만이 건설되는 맹방해변으로 갔더니 해변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며 뛰놀고 있었고, 바로 옆에서 굉음을 내는 공사 현장의 모습은 이질적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남해변에서의 일출을 맞이했다. 삼척의 바다가 붉게 떠오르는 태양에 물들어가는 시간, 자연의 숭고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아침을 먹고 마을 주민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뗐다. “삼척에서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돌아온 대답은 “그런 게 어딨어~”였다. “특별한 거 없어. 그냥 어렸을 때부터 뛰어다니고 친구들과 모여 놀고 심심하면 앞바다도 가고, 농사지으면서 살아온거지.” 그렇다. 무수한 존재들이 일상적으로 관계 맺어 온 순간이 담긴, 그들이 숨 쉬고 가꿔온 땅. 구체적인 삶의 터전으로서의 삼척이 있었다.

그러나 그 장소의 의미와 가치를 알지 못하는 자들의 지역 공동체 파괴는 손쉽게 이뤄진다. 아름다운 자연과 여러 생명이 공존하는 삼척에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섰다. 자연을 황폐화하고 이득을 얻고자 하는 이들은 그 땅의 아픔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생태학살이 가능한 이유는 경제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을 허용하고 정당화하는 자본의 언어가 지금 사회에서도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언어의 권리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특정 소수일 뿐이다. 지역의 희생으로 에너지를 공급받는 수도권-중심부, 그리고 이윤을 얻는 기업이다. 

삼척의 일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삼척이라는 현장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가,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으로 다가왔다. 나는 생명을 짓밟고 삶의 터전을 앗아감을 허용하는 억압, 폭력적인 체제의 사회와 불화하는 감각을 느꼈다.

자연은 인간이 지배할 수 없다. 우리가 지구 생태계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다른 존재와의 연결성을 인식할 때, 지구와 인간은 동지의 관계로 재정립이 가능할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파괴가 아닌 돌봄의 삶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사라져가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듣고, 파괴되는 현장과 관계 맺고, 아픔과 폭력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바꾸고 싶었다. 

직접행동을 결심하기까지,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 서로의 삶의 경계에서만 외치는 목소리는 공허했다. 내 삶에 안주하며 선을 지키는 방식이 아닌, 벽을 허물고 기꺼이 그들의 삶에 함께하고자 하는 발걸음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랬을 때, 나 한 명의 고독한 외침이 아니라 여럿의 울림이 되어 우리는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석탄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불복종 직접행동의 이유는 ‘기후위기가 가속화되기 때문‘이라는 한 문장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발전소 건설 공사장 터널 앞에 사다리를 설치하고 석탄 운송 트럭을 막았던 것은 우리 시대가 만들어낸 불의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투쟁이었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아니. 그렇게는 살 수 없다는 나의 울부짖음이었다.

2023.10.17. 청년기후긴급행동 하은 


글 | 시봉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2004sihyun@gmail.com 하은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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