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에는 탈핵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굳은 의지가 드러나 있었다. 새 정부는 탈원전과 함께 안전한 나라, 미래에너지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의 탈원전 목표는 당해 발표된 에너지전환 로드맵(2017.10.24.)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했던 대한민국 탈원전 정책은 과연 얼마나 실현되었을까.
지난 4년간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은 한 걸음 나아가다가도 후퇴하는, 전진과 역진을 반복하는 모양새였다. 정부의 주요 탈원전 정책안은 ‘신규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와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였다. 그러나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하나의 정책 안에서 이행과 불이행이 섞여 있는 모순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대상이었던 천지 12호기와 신한울 34호기이다.
한울핵발전소 사진제공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영덕 천지12호기 예정구역 지정 철회
지난 4월 12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영덕군의 천지 12호기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고시하였다. 영덕군은 지난 2011년, 신규 핵발전소인 천지 12호기의 부지 후보로 선정되었고 2012년에는 삼척과 함께 핵발전소 부지로 확정되었다. 천지 12호기는 당시 정부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8기의 원전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는 2010년 확정된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이었다. 이에, 환경연합을 포함한 전국의 탈핵 및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신규원전 건설 계획에 반대 운동에 돌입하였다. 그리고 2015년 11월 진행되었던 영덕 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에서 투표 참여자의 91.7%의 반대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영덕 핵발전소 예정구역 지정 철회는 기나긴 주민들의 핵발전소 반대 운동의 결실이자, 탈원전 로드맵의 성과였다. 2017년 발표된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르면 단계적 감축 대상 원전 6기에 천지 1·2호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2017년 확정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삼척과 영덕, 울진의 6기의 신규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한다는 내용으로 담겼다. 이는 신규 핵발전소에 반대한다는 국민의 의견이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이 한 걸음 전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탈원전 역행한 신한울 34호기
그러나 천지 1·2호기와 달리, 탈원전 로드맵에 역행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신한울 3·4호기이다. 지난 2월 22일, 산자부는 신한울 3·4호기 핵발전소의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2023년 12월로 2년 간 연장한다고 의결했다. 공사계획인가 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발전사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고, 앞으로 2년간 신규 발전사업을 하지 못한다는 한수원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탈원전 로드맵이 후퇴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신한울 3·4호기는 탈원전 로드맵뿐만 아니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건설 백지화 대상이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제대로 된 건설 백지화를 진행하지 않고 시간만 끌었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한 주장들이 오갔다.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늘린 것은 또한, 일단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늘린 후 공사 중단 명령 혹은 완전한 백지화 결정은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차기 정권으로 결정을 유보하는 것은 이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명시된 백지화 계획에도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금지해야 탈원전 정책의 후퇴를 막을 수 있다.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제대로 못박아야
정체되어 있는 정책도 있다. 바로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다. 탈핵 로드맵에 따르면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2038년까지 14기의 노후 원전이 차례로 문을 닫는다. 그 시작점인 고리 2호기는 2023년 4월 8일자로 수명이 만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고리 2호기는 현재 제대로 된 폐쇄 절차에 돌입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수원은 작년 11월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신청 기한 연장 요청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 제출하였다. 하지만 한수원이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원안위에 ‘주기적안전성평가’(이하 PSR)를 제출해야 하지만, 한수원은 제출 기한(2021.4.8.)까지 PSR을 제출하지 못했다.
한수원이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신청 기한을 늘리려는 것은 작년 월성 1호기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경제성 평가 지침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러한 핑계를 대며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의 가능성을 열어두려 하고 있다. 사업자가 수명연장을 신청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을 틈타 한수원은 언제든지 수명연장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탈핵 로드맵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는 내용임에도 구체적인 법·제도 마련 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탈핵 로드맵에 담긴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를 법·제도화하여 그 내용을 분명히 못 박아야 한다.
지난 2015년 11월 진행된 영덕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 결과 유치 반대를 발표하며 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말 뿐인 탈원전 정책, 구체적 실행으로 나아가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 금지’ 및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의 기본적인 원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대통령이 국정 과제로 내놓았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실패로 끝났다. 정부가 외쳤던 탈핵 정책은 4년 동안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그 속도를 잃어갔다. 이제라도 애초의 정책 취지를 되살려 탈핵을 위한 정책적 전진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 없이는 ‘말잔치’에 불과한 문재인 정부 탈핵정책이라는 쓰디쓴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 송주희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에는 탈핵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굳은 의지가 드러나 있었다. 새 정부는 탈원전과 함께 안전한 나라, 미래에너지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의 탈원전 목표는 당해 발표된 에너지전환 로드맵(2017.10.24.)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했던 대한민국 탈원전 정책은 과연 얼마나 실현되었을까.
지난 4년간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은 한 걸음 나아가다가도 후퇴하는, 전진과 역진을 반복하는 모양새였다. 정부의 주요 탈원전 정책안은 ‘신규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와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였다. 그러나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하나의 정책 안에서 이행과 불이행이 섞여 있는 모순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대상이었던 천지 12호기와 신한울 34호기이다.
한울핵발전소 사진제공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영덕 천지12호기 예정구역 지정 철회
지난 4월 12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영덕군의 천지 12호기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고시하였다. 영덕군은 지난 2011년, 신규 핵발전소인 천지 12호기의 부지 후보로 선정되었고 2012년에는 삼척과 함께 핵발전소 부지로 확정되었다. 천지 12호기는 당시 정부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8기의 원전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는 2010년 확정된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이었다. 이에, 환경연합을 포함한 전국의 탈핵 및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신규원전 건설 계획에 반대 운동에 돌입하였다. 그리고 2015년 11월 진행되었던 영덕 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에서 투표 참여자의 91.7%의 반대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영덕 핵발전소 예정구역 지정 철회는 기나긴 주민들의 핵발전소 반대 운동의 결실이자, 탈원전 로드맵의 성과였다. 2017년 발표된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르면 단계적 감축 대상 원전 6기에 천지 1·2호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2017년 확정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삼척과 영덕, 울진의 6기의 신규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한다는 내용으로 담겼다. 이는 신규 핵발전소에 반대한다는 국민의 의견이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이 한 걸음 전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탈원전 역행한 신한울 34호기
그러나 천지 1·2호기와 달리, 탈원전 로드맵에 역행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신한울 3·4호기이다. 지난 2월 22일, 산자부는 신한울 3·4호기 핵발전소의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2023년 12월로 2년 간 연장한다고 의결했다. 공사계획인가 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발전사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고, 앞으로 2년간 신규 발전사업을 하지 못한다는 한수원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탈원전 로드맵이 후퇴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신한울 3·4호기는 탈원전 로드맵뿐만 아니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건설 백지화 대상이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제대로 된 건설 백지화를 진행하지 않고 시간만 끌었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한 주장들이 오갔다.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늘린 것은 또한, 일단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늘린 후 공사 중단 명령 혹은 완전한 백지화 결정은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차기 정권으로 결정을 유보하는 것은 이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명시된 백지화 계획에도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금지해야 탈원전 정책의 후퇴를 막을 수 있다.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제대로 못박아야
정체되어 있는 정책도 있다. 바로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다. 탈핵 로드맵에 따르면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2038년까지 14기의 노후 원전이 차례로 문을 닫는다. 그 시작점인 고리 2호기는 2023년 4월 8일자로 수명이 만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고리 2호기는 현재 제대로 된 폐쇄 절차에 돌입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수원은 작년 11월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신청 기한 연장 요청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 제출하였다. 하지만 한수원이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원안위에 ‘주기적안전성평가’(이하 PSR)를 제출해야 하지만, 한수원은 제출 기한(2021.4.8.)까지 PSR을 제출하지 못했다.
한수원이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신청 기한을 늘리려는 것은 작년 월성 1호기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경제성 평가 지침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러한 핑계를 대며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의 가능성을 열어두려 하고 있다. 사업자가 수명연장을 신청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을 틈타 한수원은 언제든지 수명연장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탈핵 로드맵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는 내용임에도 구체적인 법·제도 마련 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탈핵 로드맵에 담긴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를 법·제도화하여 그 내용을 분명히 못 박아야 한다.
지난 2015년 11월 진행된 영덕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 결과 유치 반대를 발표하며 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말 뿐인 탈원전 정책, 구체적 실행으로 나아가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 금지’ 및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의 기본적인 원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대통령이 국정 과제로 내놓았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실패로 끝났다. 정부가 외쳤던 탈핵 정책은 4년 동안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그 속도를 잃어갔다. 이제라도 애초의 정책 취지를 되살려 탈핵을 위한 정책적 전진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 없이는 ‘말잔치’에 불과한 문재인 정부 탈핵정책이라는 쓰디쓴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 송주희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