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과학자들이 6번째 지구 대멸종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6번째 대멸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지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급속한 기온 상승’이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21세기 내 온난화 파국을 피할 시간 한계선인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화해야 한다는 ‘넷제로(Net-Zero)’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잡을 ‘100퍼센트 재생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2050 에너지전환 시나리오(홍종호 외)’에 따르면 2050년 재생에너지 100퍼센트 시나리오(VTS:Visionary Transition Scenario)의 달성을 위해서는 태양광 353기가와트(GW), 풍력 103GW가 필요하다. 이는 태양광발전이 연간 약 11GW, 풍력발전이 연간 3GW씩 증가해야 이룰 수 있는 수치다. 특히, 풍력발전은 이용률도 높고 24시간 전기생산이 가능해 기존 발전원 대체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풍력의 역할이 그토록 크지만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발전 활성화 방안 보도자료(2019. 8. 23)’에 따르면 국내 풍력발전 확대의 가장 큰 난제는 ‘입지과정의 어려움’으로 확인된다. 2019년 7월까지 육상풍력 발전사업허가를 획득한 사업 224건(9.9GW) 중 사업 개시 건수는 37건(941MW)에 불과하다.
확인된 사업 중 실시가 지연되는 사업 80건의 지연 사유를 분석해보면 ‘입지애로(45퍼센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주민 수용성으로 인한 지연(20퍼센트)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환경과 공존 가능한데 왜?
우리나라는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재생에너지 대체 시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높다. 특히, 풍력발전의 경우 1MW의 풍력 전기로 동일 용량의 화석연료 기반 전기를 대체하면 연간 약 1400톤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발생한다. 같은 면적의 30년생 소나무 숲과 비교했을 때 태양광발전이 30배 이상, 풍력발전은 놀랍게도 200배 이상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크다.
풍력발전기는 바람을 이용하는 것 외에 어떤 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고 발전단지 보안상 외부 출입도 제한적(관광지로 개발되는 경우는 예외)이므로 생태계 복원이 병행될 수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높은 풍력발전기를 단순히 ‘인공구조물’로 볼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인공나무’로 볼 수 있다.
풍력발전으로 충분한 전력을 공급받으려면 1년 365일 좋은 바람이 부는 곳이 필요하다. 육상에서는 해안가 또는 해발고도 1000미터 가량의 산지가 적지인데, 해발고도가 높은 곳은 깊은 산인 경우가 많아 민가는 적더라도 산림 훼손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풍력발전기는 타워, 블레이드(날개), 터빈으로 구성되는데 산에 설치되기 위해서는 도로가 필요하고 타워를 세우는 과정에서 타워크레인 작업 공간을 위해서 터빈 설치장소에 일정 부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력발전단지는 도로인 ‘선’과 타워가 설치되는 ‘점’으로 구성되어 ‘면적’이 필요한 태양광 설비나 타 발전설비에 비해 필요 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바람 이용을 위해 사면이 아닌 완만한 능선에 들어서면 훼손 면적을 더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 풍력발전의 역사가 짧아서 풍력발전과 생태계 복원 및 서식지 복구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축적돼 있지 않으나, 실제로, 일부 풍력발전단지 사후환경조사 보고서에서 포유류 종별 숫자가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준공 이후 생태자연도등급이 1등급으로 상향된 풍력발전단지도 있는데, 공사 시 훼손된 곳이 공사 후 생태계가 복원되는 사실이 관찰된다.
풍력발전시설은 기존의 택지, 리조트, 골프장, 도로, 산업단지의 개발처럼 복구가 어려운 환경훼손 시설이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으로 실질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공사 후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어 자연과 상생할 수 있는 시설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벌목지라서 풍력발전 안 된다?
지난 8월 23일 발표된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발전 활성화 방안’(산업부, 환경부, 산림청과 더불어민주당 당정협의회)에는 ‘불분명하거나 타당성이 부족한 환경산림 규제의 합리적 개선’ 대목이 들어있다. 목재 생산과 묘목 식재를 위해 벌목한 지역을 풍력발전단지와 공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대목이다. 사실 인공조림지의 벌목은 생태·자연도 등급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고 있어 환경 훼손 논란이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목재 생산과 어린 나무의 온실가스 흡수량 증가가 목적인 사업이라 하는데, 이러한 인공조림지에 풍력발전 입지를 근원적으로 불허해왔으나 이번 규제 개선으로 풍력발전단지 입지에 인공조림지가 일부(10% 이내)가 포함되는 것이 허용됐다. 어린 나무와 인공나무가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극대화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인공조림지의 기존 임도를 최대한 활용해, 풍력발전을 위한 신규 도로 건설에 따르는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산림청에서 기존 임도를 같이 사용하는데 인색해 풍력발전사업을 위한 새 도로를 개설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기존 임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공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원전·석탄발전엔 관대 풍력발전엔 초 엄격, 판정 기준은?
환경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은 환경규제의 과도한 적용으로 대폭 축소된 풍력발전 시장 잠재량 산정 현황에서 확인된 바 있고, 실제 육상풍력발전 사업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에 제출되어 협의 중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6개 육상풍력발전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서’를 보면 최근 당정협의된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활성화 방안’은 물론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2018.1.1.)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환경영향평가가,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반하여 산지를 훼손하고 다량의 대기오염물질과 중금속, 방사성폐기물을 방출하는 원전과 석탄발전에 대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면죄부를 주어왔음을 돌이켜 볼 때, 오히려 산지 훼손면적 최소화, 환경과의 높은 공존 가능성, 온실가스 저감과 산림보호 기능이 있는 육상풍력발전에 대해 유독 불합리하고 과도한 규제를 적용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영양군에 신청된 한 풍력발전사업에 대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검토의견서를 살펴보자. 먼저, 이 의견서는 기후변화로 토양생태계가 붕괴해 소나무 숲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전 세계 기후과학자들에게서 나오는 마당에 풍력발전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산림생태계 가치에만 비교하는 단순한 접근을 하고 있다. 또한 육상풍력발전 입지는 공사 중에 일부 능선 부위를 훼손하지만, 훼손 면적은 전체 산지와 숲 면적 중 극히 일부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생태계와 서식지가 복원되는 사례도 일부 단지의 사후환경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는데, 이 의견서에서는 사후환경조사를 검토해야 할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객관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식생의 토양안정기능은 탄소흡수·저장기능보다 훨씬 많은 서비스 비용’이라거나 ‘생태적 연결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계획’이라는 객관성이 결여된 표현으로 풍력의 온실가스 저감효과를 폄하하고 육상풍력발전의 생태계 복원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합리성이 의심되는 판단이 아닐 수 없다.
환경성평가 지침에 따르면 생태·자연도 1등급의 경우도 입지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 주요 식생 회피 등 충분한 환경보호대책을 강구하는 것을 전제로 ‘입지 가능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및 천연기념물 등 법정보호종도 ‘사업지역 또는 주변지역에 유사한 수준의 대체서식지를 마련하고 순응적 관리를 통해 자발적 천이가 이루어지도록 검토’하게 돼 있다. 풍력발전의 특성상 환경과 공존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검토 의견을 보면, 전국 대부분의 산이 위치한 지맥, 분지맥에까지 ‘입지 부적정’ 의견을 내고 있으며 심지어는 생태자연도 등급 2, 3등급지이고, 정맥이나 지맥도 아니며, 사방이 도로로 단절되어 있고 높은 산도 아니라서 지도에 이름조차 없는 부지를 두고서도 ‘입지 부적정’ 의견을 내면서 객관적인 근거 없이 ‘태백산, 지리산과 상응하는 생태기능적으로 동일한 보존적 가치’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6개월간 무인감시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은 산양 서식에 대해서 주민이 제보했다는 사진 한 장으로 객관적인 검증 없이 산양 서식을 주장하는 과정도 공공기관으로서 신뢰 받을 태도는 아니다. 한편, 누적적 생태영향에 대해서도 주관적인 주장만 있다. 이미 풍력발전단지가 중첩된 지역에서 법정보호종의 서식지 회복이 확인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고찰 없이, 게다가 다른 풍력발전단지와 달리 특별히 더 누적적인 영향이 있을 만한 근거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입지 부적정’ 의견을 내고 있다. 풍력발전기가 ‘많다’ 주장은 상대적인 것이다. 재생에너지 전기 40퍼센트, 육상풍력발전 설비 50GW인 독일은 여전히 풍력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미래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2위 대한민국, 여전히 높은 증가율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이는 현실에도 재생에너지 전기 비중은 4퍼센트에 불과하다. 기후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민관 모두 재생에너지발전단지 입지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로 공존의 길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글 /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과학자들이 6번째 지구 대멸종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6번째 대멸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지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급속한 기온 상승’이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21세기 내 온난화 파국을 피할 시간 한계선인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화해야 한다는 ‘넷제로(Net-Zero)’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잡을 ‘100퍼센트 재생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2050 에너지전환 시나리오(홍종호 외)’에 따르면 2050년 재생에너지 100퍼센트 시나리오(VTS:Visionary Transition Scenario)의 달성을 위해서는 태양광 353기가와트(GW), 풍력 103GW가 필요하다. 이는 태양광발전이 연간 약 11GW, 풍력발전이 연간 3GW씩 증가해야 이룰 수 있는 수치다. 특히, 풍력발전은 이용률도 높고 24시간 전기생산이 가능해 기존 발전원 대체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풍력의 역할이 그토록 크지만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발전 활성화 방안 보도자료(2019. 8. 23)’에 따르면 국내 풍력발전 확대의 가장 큰 난제는 ‘입지과정의 어려움’으로 확인된다. 2019년 7월까지 육상풍력 발전사업허가를 획득한 사업 224건(9.9GW) 중 사업 개시 건수는 37건(941MW)에 불과하다.
확인된 사업 중 실시가 지연되는 사업 80건의 지연 사유를 분석해보면 ‘입지애로(45퍼센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주민 수용성으로 인한 지연(20퍼센트)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환경과 공존 가능한데 왜?
우리나라는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재생에너지 대체 시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높다. 특히, 풍력발전의 경우 1MW의 풍력 전기로 동일 용량의 화석연료 기반 전기를 대체하면 연간 약 1400톤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발생한다. 같은 면적의 30년생 소나무 숲과 비교했을 때 태양광발전이 30배 이상, 풍력발전은 놀랍게도 200배 이상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크다.
풍력발전기는 바람을 이용하는 것 외에 어떤 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고 발전단지 보안상 외부 출입도 제한적(관광지로 개발되는 경우는 예외)이므로 생태계 복원이 병행될 수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높은 풍력발전기를 단순히 ‘인공구조물’로 볼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인공나무’로 볼 수 있다.
풍력발전으로 충분한 전력을 공급받으려면 1년 365일 좋은 바람이 부는 곳이 필요하다. 육상에서는 해안가 또는 해발고도 1000미터 가량의 산지가 적지인데, 해발고도가 높은 곳은 깊은 산인 경우가 많아 민가는 적더라도 산림 훼손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풍력발전기는 타워, 블레이드(날개), 터빈으로 구성되는데 산에 설치되기 위해서는 도로가 필요하고 타워를 세우는 과정에서 타워크레인 작업 공간을 위해서 터빈 설치장소에 일정 부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력발전단지는 도로인 ‘선’과 타워가 설치되는 ‘점’으로 구성되어 ‘면적’이 필요한 태양광 설비나 타 발전설비에 비해 필요 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바람 이용을 위해 사면이 아닌 완만한 능선에 들어서면 훼손 면적을 더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 풍력발전의 역사가 짧아서 풍력발전과 생태계 복원 및 서식지 복구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축적돼 있지 않으나, 실제로, 일부 풍력발전단지 사후환경조사 보고서에서 포유류 종별 숫자가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준공 이후 생태자연도등급이 1등급으로 상향된 풍력발전단지도 있는데, 공사 시 훼손된 곳이 공사 후 생태계가 복원되는 사실이 관찰된다.
풍력발전시설은 기존의 택지, 리조트, 골프장, 도로, 산업단지의 개발처럼 복구가 어려운 환경훼손 시설이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으로 실질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공사 후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어 자연과 상생할 수 있는 시설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벌목지라서 풍력발전 안 된다?
지난 8월 23일 발표된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발전 활성화 방안’(산업부, 환경부, 산림청과 더불어민주당 당정협의회)에는 ‘불분명하거나 타당성이 부족한 환경산림 규제의 합리적 개선’ 대목이 들어있다. 목재 생산과 묘목 식재를 위해 벌목한 지역을 풍력발전단지와 공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대목이다. 사실 인공조림지의 벌목은 생태·자연도 등급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고 있어 환경 훼손 논란이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목재 생산과 어린 나무의 온실가스 흡수량 증가가 목적인 사업이라 하는데, 이러한 인공조림지에 풍력발전 입지를 근원적으로 불허해왔으나 이번 규제 개선으로 풍력발전단지 입지에 인공조림지가 일부(10% 이내)가 포함되는 것이 허용됐다. 어린 나무와 인공나무가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극대화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인공조림지의 기존 임도를 최대한 활용해, 풍력발전을 위한 신규 도로 건설에 따르는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산림청에서 기존 임도를 같이 사용하는데 인색해 풍력발전사업을 위한 새 도로를 개설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기존 임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공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원전·석탄발전엔 관대 풍력발전엔 초 엄격, 판정 기준은?
환경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은 환경규제의 과도한 적용으로 대폭 축소된 풍력발전 시장 잠재량 산정 현황에서 확인된 바 있고, 실제 육상풍력발전 사업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에 제출되어 협의 중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6개 육상풍력발전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서’를 보면 최근 당정협의된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활성화 방안’은 물론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2018.1.1.)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환경영향평가가,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반하여 산지를 훼손하고 다량의 대기오염물질과 중금속, 방사성폐기물을 방출하는 원전과 석탄발전에 대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면죄부를 주어왔음을 돌이켜 볼 때, 오히려 산지 훼손면적 최소화, 환경과의 높은 공존 가능성, 온실가스 저감과 산림보호 기능이 있는 육상풍력발전에 대해 유독 불합리하고 과도한 규제를 적용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영양군에 신청된 한 풍력발전사업에 대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검토의견서를 살펴보자. 먼저, 이 의견서는 기후변화로 토양생태계가 붕괴해 소나무 숲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전 세계 기후과학자들에게서 나오는 마당에 풍력발전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산림생태계 가치에만 비교하는 단순한 접근을 하고 있다. 또한 육상풍력발전 입지는 공사 중에 일부 능선 부위를 훼손하지만, 훼손 면적은 전체 산지와 숲 면적 중 극히 일부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생태계와 서식지가 복원되는 사례도 일부 단지의 사후환경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는데, 이 의견서에서는 사후환경조사를 검토해야 할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객관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식생의 토양안정기능은 탄소흡수·저장기능보다 훨씬 많은 서비스 비용’이라거나 ‘생태적 연결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계획’이라는 객관성이 결여된 표현으로 풍력의 온실가스 저감효과를 폄하하고 육상풍력발전의 생태계 복원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합리성이 의심되는 판단이 아닐 수 없다.
환경성평가 지침에 따르면 생태·자연도 1등급의 경우도 입지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 주요 식생 회피 등 충분한 환경보호대책을 강구하는 것을 전제로 ‘입지 가능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및 천연기념물 등 법정보호종도 ‘사업지역 또는 주변지역에 유사한 수준의 대체서식지를 마련하고 순응적 관리를 통해 자발적 천이가 이루어지도록 검토’하게 돼 있다. 풍력발전의 특성상 환경과 공존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검토 의견을 보면, 전국 대부분의 산이 위치한 지맥, 분지맥에까지 ‘입지 부적정’ 의견을 내고 있으며 심지어는 생태자연도 등급 2, 3등급지이고, 정맥이나 지맥도 아니며, 사방이 도로로 단절되어 있고 높은 산도 아니라서 지도에 이름조차 없는 부지를 두고서도 ‘입지 부적정’ 의견을 내면서 객관적인 근거 없이 ‘태백산, 지리산과 상응하는 생태기능적으로 동일한 보존적 가치’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6개월간 무인감시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은 산양 서식에 대해서 주민이 제보했다는 사진 한 장으로 객관적인 검증 없이 산양 서식을 주장하는 과정도 공공기관으로서 신뢰 받을 태도는 아니다. 한편, 누적적 생태영향에 대해서도 주관적인 주장만 있다. 이미 풍력발전단지가 중첩된 지역에서 법정보호종의 서식지 회복이 확인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고찰 없이, 게다가 다른 풍력발전단지와 달리 특별히 더 누적적인 영향이 있을 만한 근거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입지 부적정’ 의견을 내고 있다. 풍력발전기가 ‘많다’ 주장은 상대적인 것이다. 재생에너지 전기 40퍼센트, 육상풍력발전 설비 50GW인 독일은 여전히 풍력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미래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2위 대한민국, 여전히 높은 증가율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이는 현실에도 재생에너지 전기 비중은 4퍼센트에 불과하다. 기후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민관 모두 재생에너지발전단지 입지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로 공존의 길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글 /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