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KEYWORD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 도쿄올림픽 방사능, 월성핵발전소, 한빛핵발전소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 :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2019년 5월 출범했다. 위원회는 2016년 7월 수립된 ‘고준위방폐물 관리기본계획’에 포함된 처분장 선정, 부지 확보 후 중간저장시설 건설 및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 건설, 실증연구, 영구처분장 건설 계획과 건설 시기 등에 관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관리하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담당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요구와 지역 주민들의 의견마저 배제한 채 파행과 일방적 운영을 거듭하고 있다.


10만 년 이상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고준위핵폐기물! 아직까지 처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핵발전소 내에 임시로 보관하던 핵폐기물도 이제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아직 이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재까지 문제와 한계를 정확히 돌아보고, 더 이상 미래로만 이 문제를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근본적인 해결 논의는 외면한 채, 안전성 검증도 제대로 안된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맥스터 등) 건설만 지역에 강요하고 있어 문제만 더욱 키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초 약속한대로 ‘사용후핵연료의 종합적인 관리계획’을 먼저 수립한 뒤, 이를 근거로 포화상태인 ‘핵폐기물의 단기적인 대책 방안’에 대한 ‘지역 공론화’를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결정도 나기 전에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 월성핵발전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건설을 기정사실로 하고 건설자재를 반입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건설심사를 강행했다. 공론화 자체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다. 또한 월성핵발전소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울산지역을 배제하고, 경주만의 지역실행기구 출범을 강행해 주변 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가 현실인데, 이를 눈감는다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늦더라도 제대로 된 공론화가 필요하다. 핵발전소 가동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국민을 명령에 복종하는 대상으로 보는 발상에서 나온다. 정부와 원자력계는 핵폐기물 대책도 없이 핵발전소 확대만 해온 정책에 대한 과오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민사회와 지역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대로 된’ 공론화위원회 구성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고준위핵폐기물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데 한 발 나아갈지, 또다시 갈등만 키울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지난 8월 13일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탈핵시민행동은 방사능 불안 도쿄 올림픽,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은폐, 핵발전소 재가동 강행한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도쿄올림픽 방사능 : 제32회 도쿄올림픽이 2020년 7월 24일 열린다. 하지만 시작 전부터 방사능 오염 지역 생산 식자재 공급과 방사능 오염 핫스팟 내에서의 경기개최 등 부적절한 스포츠 행정으로 이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도쿄 올림픽 개막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 스포츠인들과 스포츠를 사랑하는 세계인의 축제가 되어야 할 올림픽이지만,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지속되고 있는 방사능오염 문제가 여러 걱정과 논란을 만들고 있다. 특히 동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선수촌에 후쿠시마 산 농수산물을 공급하고, 후쿠시마 현지에서 성황봉송과 야구경기 등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안전하다 말하기에는 이르다. 무엇보다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하지 못했고, 해결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또한 방사성오염수도 115만 톤에 달하지만, 일본정부는 무책임하게 바다로 방출하는 방법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아직 ‘371제곱킬로미터’ 범위는 고농도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지역이 사람이 살 수 없는 ‘피난지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에서 방사성물질 세슘이 검출된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방사능 오염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장으로 동경올림픽을 활용하는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축소하고 은폐할 뿐이다. 올림픽에 최대한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해도 모자랄 마당에 방사능 오염에 노출돼 있는 후쿠시마 산 식자재를 최대한 공급하겠다는 전략은 그 자체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올림픽선수촌에 후쿠시마 산 식자재를 공급하는 계획을 백지화해야 하며, 후쿠시마 현에서 성황봉송, 야구경기 등이 개최돼서는 안 된다. 안전한 올림픽과 후쿠시마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목소리와 행동이 더욱 절실하다.

 




월성핵발전소 :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해변에 위치한 중수로 핵발전단지. 국내 핵발전단지들 중 삼중수소와 핵폐기물 발생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1위 핵쓰레기 배출 핵단지이다. 지역주민들은 방사능 피폭과 암 발병 등 고통과 피해를 호소하며 6년 째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월성 핵발전소 앞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월성』이 2019년 12월 개봉했워다. 발전소에 나오는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이 소변에서 검출되고, 갑상선암을 비롯한 중대질환에 시달리는 주민들이지만 핵발전소를 떠날 수가 없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핵발전소가 바로 보이는 마을에는 누구도 들어와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월성원자력 홍보관 앞에서 이주를 요구하며 6년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고 않고 있다. 2016년 9월 규모 5.8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하면서, 크고 작은 지진도 이어져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월성핵발전소와 같은 중수로형 핵발전소는 사양 모델이 된지 오래이다. 국내에서도 월성 1~4호기가 유일하다. 월성핵발전소는 내진설계도 다른 원전보다 낮게 돼 있고, 근본적인 내진 보강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2012년에 30년 수명 만료로 퇴출돼야 했을 월성 1호기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수명연장 의결해 7년 동안 수명연장과 영구정지 사이에서 국론 분열을 불러왔다. 2019년 12월 24일 원안위는 마침내 영구정지를 의결했다. 월성 1호기가 폐쇄된다 해도 나머지 2~4호기는 여전히 가동된다. 월성핵발전단지 인근 주민들의 피해 또한 계속 이어진다.

지진 위험, 고준위핵폐기물 대량 발생, 방사능 피폭, 암 발생 등 주민 피해대책과 이주대책이 전무한 경주 월성 핵발전소 폐쇄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2019년 12월부터 시작됐다. 핵발전소 옆에서 살아가는 고통은 우리 세대에 끝내겠다는 피해 주민들의 절규에 정부와 법원은 이제 답을 해야 한다. 2020년 월성 주민들은 안전한 곳으로 이주할 수 있어야 한다.



 


한빛핵발전소 :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에 위치한 핵발전단지로 영광핵발전소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현재 총 6기의 원자로가 가동중이다. 


영광 한빛 핵발전소 4호기 격납건물에 157센티미터에 달하는 구멍이 뚫린 게 발견됐다. 콘크리트 두께가 168센티미터인 것을 감안하면 불과 10센티미터 정도의 여유밖에 없는 상태다. 이 구멍이 다가 아니다. 2017년 5월 처음으로 구멍이 발견된 이후, 한빛 4호기는 102곳, 한빛 3호기는 98곳의 구멍이 발견됐다. 그야 말로 구멍 숭숭 뚫린 부실투성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또 곳곳에 인장강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한 텐돈(쇠줄)에 사용한 윤활유도 새고 있다는 점도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에는 아무런 안전 문제가 없다며, 발견된 구멍을 메워서 가동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과연 제대로 안전성을 검증할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영광 3,4호기만 격납건물에 구멍이 200개나 발견됐다는 점 자체가 핵발전소가 사고에 제대로 된 대비나 기능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구멍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가벼이 넘어갈 수 없다. 지난 5월 한빛 1호기에서 있었던 원자로 출력 급증 사고도 충격적이다. 핵발전소는 작은 고장이나 인적 실수로도 큰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이 체르노빌핵발전소 폭발사고로 이미 입증됐다. 한빛핵발전소의 더 큰 문제는 원자로 출력 급증 사고 대처 과정에서 조직적인 은폐와 대응 부실 문제가 중첩됐다는 점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처음으로 특별사법경찰관까지 투입해서 조사를 진행했지만, 늑장, 부실 관리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현재 정지 중인 구멍 숭숭 한빛 핵발전소 3,4호기를 제대로 된 조사나 대책 마련  없이 다시 재가동해서는 안 된다. 부실덩어리 한빛핵발전소 3,4호기는 땜질이 아니라 폐쇄가 필요하다.   


정리 /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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