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건설과 대책 없는 재가동, 탈석탄이 위험하다


포스파워의 삼척화력 1, 2호기 건설공사 중 발견된 천연 동굴 ⓒ배여진


 석탄발전소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최대 단일 배출원이다.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는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석탄발전을 퇴출시키고 있다. 그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오히려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하며 국제사회로부터 ‘기후악당’이란 오명까지 받았던 우리나라는 다행히 문재인 정부 들면서 탈석탄에 동참하겠다 선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 발생과 매년 갱신하는 폭염 앞에 탈석탄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정부가 탈석탄을 선포했지만 2019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총 6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당진, 태안, 보령, 인천, 고성(경남), 여수, 삼척, 동해 등 우리나라 삼면을 석탄화력발전소가 에워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중 6기는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다. 이에 더해 5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추가로 건설 중에 있다. 정부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이와는 다르다. 졸속으로 석탄화력발전 건설을 밀어붙이는가 하면 미세먼지 저감장치 없는 석탄화력발전을 재가동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천연동굴 위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강원도 삼척시에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포스코의 자회사 포스파워는 총 공사비용 3조5000억 원을 들여 삼척시 폐광산 부지에 삼척화력 1, 2호기를 건설하고 있다. 총 2000메가와트가 넘는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로 국민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이 투자했다. 

 삼척화력 1, 2호기는 계획 단계부터 논란이 많았다. 석탄을 싣고 내릴 하역부두를 건설할 예정지는 2015년 8월 해양수산부가 해안침식관리구역으로 이미 지정한 곳으로, 하역부두가 건설될 경우 해안 침식이 추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미 대규모 시멘트 공장으로 인한 오염이 심각한 수준인데 여기에 석탄화력발전소까지 가동되면 주민들의 건강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며 주민들은 반대했다. 환경연합이 2017년 12월 삼척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삼척시민 54퍼센트가 석탄발전소 추진에 반대했다. 이에 삼척시민들은 포스파워 사업에 대한 주민 의사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는 청원을 했지만, 정부는 이를 묵살했다. 오히려 정부는 2017년 12월 29일 삼척화력 1, 2호기 건설을 반영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고 같은 날 환경부는 삼척 포스파워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 동의했다. 그리고 2주 만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종 실시계획을 승인하는 등 마치 입을 맞춘 듯 일사천리로 삼척화력 인허가를 진행했다. 

 하지만 첫 삽을 뜬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18년 8월 삼척화력 부지를 정리하는 공사 중에 천연 동굴이 발견된 것이다. 이어 같은 해 12월 또 다른 천연 동굴이 발견됐는데 발견 당시에도 규모가 컸다. 발견된 천연 동굴에 각각 안정산동굴1, 안정산동굴2로 이름을 붙이고 기초조사가 실시되었다. 지난 3월 제출된 ‘포스파워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사업 부지 내 동굴에 대한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안정산동굴은 최소 규모 1.3킬로미터 이상의 동굴로 동굴수의 용식 및 침식작용에 의해 통로의 천장, 벽면, 그리고 바닥에 발달하는 작은 규모의 지형을 이르는 ‘동굴 미지형’이 매우 발달하여 학술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었다. 관련 전문가들은 해당 동굴이 기초조사의 문화재(자연유산)평가등급 ‘나’ 등급 이상의 지질학적·학술적 가치를 잠재적으로 내포하고 있다며, 향후 정밀조사 등에 의해 ‘가’등급으로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문화재 등급 ‘나’등급은 ‘시도지정문화재’에 해당하며, ‘가’등급인 ‘국가지정문화재’ 정도의 가치도 있다는 뜻이다. 안정산동굴2의 규모는 도내 강원도 지정 기념물로 지정된 동굴 13개보다 크다. 아울러 보고서는 대기, 수질, 지형지질, 생물 등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포스파워는 공사 전 사업지구에 대한 지형지질 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 포스파워가 제출한 삼척화력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보전 가치가 있는 지형지질 현황을 조사했지만 사업지구 인근에서 천연샘, 인공샘, 고층습지, 천연동굴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사업자는 발전소의 실시 계획, 도면이 나오기 전에 두 번에 걸쳐 문화재 지표조사도 진행했다. 삼척은 환선굴과 초당굴 등 동굴 지형이 많이 발달되어 있는 지역인데다 이번에 발견된 안정산동굴 1, 2는 땅을 깊이 파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 부지를 평평하게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지표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이는 이유다.  

 황당한 것은 문화재급 천연동굴이 발견된 후에도 여전히 건설이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천연동굴 조사 기간에도 발파 작업은 중단되었지만 건설 중장비를 사용한 공사는 계속 진행됐다. 조사하는 동안 동굴 안에서 공사 진동이 느껴졌고, 공사 소음이 들렸으며 알 수 없는 균열이 발견됐다고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다. 문화재 기초조사가 완료되고, 동굴의 사후 환경 영향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동굴의 여러 측면에서 조사가 진행될 계획이지만 공사가 계속 진행된다면 천연 동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훼손이 얼마나 더 진행될지 모를 일이다. 



사천환경운동연합은 삼천포화력 5, 6호기의 재가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천환경운동연합


미세먼지 1위 배출 삼천포화력의 재가동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삼천포 5, 6호기는 60기의 석탄발전소 중 대기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삼천포 화력발전소는 현대제철 다음으로 가장 많은 먼지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을 잡아내는 설비(이후 탈황 설비, 탈질 설비)가 없기 때문이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초미세먼지를 만드는데 삼천포 5, 6호기는 그야말로 초미세먼지 공장인 셈이다.  

 

 

이 때문에 삼천포 5, 6호기는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가동이 중단됐다. 정부는 봄철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 조치의 일환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는데 노후 석탄발전소보다도 대기오염을 더 많이 배출하는 삼천포화력 5, 6호기의 가동을 중단시킨 것이다. 남동발전은 현재 삼천포화력 5, 6호기의 탈황, 탈질 설비를 건설하고 있는데 2020년에야 완공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그 전까지는 아무런 대책 없이 탈황, 탈질 설비 없이 그대로 가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봄철가동중지 기간이 끝나자마자 삼천포화력 5, 6호기를 재가동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1인 시위와 경남도청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삼천포화력 5, 6호기의 재가동 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전력 수급을 이유로 들며 7월 재가동을 결정했다.  

 과연 정부와 지자체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 여름철 전력수급 안정을 내세우며 삼천포 5, 6호기 재가동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폭염으로 전력 사용이 증가했던 지난해 여름의 공급예비율은 20퍼센트를 웃돌았다. 또한 전력수급 안정이 목적이라면 연평균 이용률이 40퍼센트대인 LNG발전소를 가동하는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앞에서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지를 대책이라고 말하더니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소를 가동하는 행태를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탈석탄 제대로 추진해야

 삼천포화력 발전소에서 500미터 가량 떨어진 군호마을 주민 29명이 암으로 사망 또는 투병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삼천포화력뿐만이 아니다. 당진화력과 하동화력 주변에서 암 환자가 발생했고, 암으로 사망했다. 또한 포스파워의 삼척화력이 건설되면 이곳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송전선로를 건설해야 하고,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 주민들은 제2의 밀양사태를 겪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포스파워 삼척화력은 삼척만의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포스파워 삼척화력에서 내뿜는 대기오염물질로 국내 발생 미세먼지가 증가할 것이며,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300만 톤에 달할 것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고민하고 걱정하는 모든 국민에게, 그리고 폭염 때문에 고생하는 모든 국민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 하나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깨끗한 공기는 국민의 권리입니다.” 지난 6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한 말이다. 이날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소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하고 탈석탄을 목표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재차 천명했다.  

 굳이 탈석탄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비민주적인 절차와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로 건설되는 삼척화력 1, 2호기는 공사가 중단되어야 하며 탈황·탈질 설비가 없는 삼천포 5, 6호기는 그 대책이 세워지기 전까지 가동이 중단되어야 옳다. 그것이 상식이다. 이조차도 하지 못한다면  깨끗한 공기도 국민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를 해결하겠다는 말도 그저 말장난에 불과하다.

 

 글 / 배여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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