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의 날개를 꺾어야 한다

스웨덴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플뤼그스캄(Flygskam)’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직역하자면 ‘비행 수치’. 항공기 이용이 부끄러운 일로 바뀌고 있는 세태를 알려주는 말이다. 정당한 근거가 있는 말이다. 한 해 평균 항공기가 직접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만 해도 전체 탄소 배출량의 2.5%에 달한다. 여는 산업 선진국 한 나라의 연간 배출량 수준이다. 탄소 배출량만 문제가 아니다. 공항 건설과 유지를 위해 파괴되는 생태계와 서식지를 잃고 위험에 노출된 생물들도 공항 이용의 부끄러움을 더한다. 더구나 항공기 이용은 많은 경우, 다른 교통수단으로 대체가 가능하거나 또한 그 이동 자체가 ‘반드시 필요한’ 이동이 아닌 경우가 많다.

유럽에서 제도적 규제를 통해 단거리 항공 노선을 폐지하거나, 공항 확장 계획이 취소되는 동향 또한 항공기 이용과 공항 확장의 반환경성이 화두가 된 결과다. 항공 분야의 수요 감축은 이제 시민들의 캠페인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 과정의 필수 정책 과제가 되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같은 보수적 기구까지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를 결의하며 항공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동결을 천명한 것도 그 때문이다.


‘탄소중립’ 잊은 신공항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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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제주 성산읍 수산리에 내걸린 공항 반대 깃발 ⓒ함께사는길 이성수


한국도 일단 주요 선진국을 따라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CORSIA에도 동참했다. 하지만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퇴행을 보면, 여전히 한국은 그 선언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게 분명하다.

국토부의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따르면 국내의 신공항 사업은 6개(흑산, 울릉, 제주 제2, 새만금, 가덕도, 대구공항 이전)가 추진 중이다. 여기에 작년 말 국회 예결심의 중 갑작스럽게 경기 남부 국제공항의 사전타당성 연구용역 예산이 편성되며 신공항 사업이 또 하나 늘었다.

이 무분별한 신공항 계획들이 얼마나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지 설명하는 것은 이제 진부하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코로나로 위축된 항공수요를 회복함에 더해, 동북아 지역의 대규모 공항들과 개발 경쟁을 지속하고자 하는 시대착오적 정부에게 기후위기 대응과 항공수요 감축은 다른 세상 얘기다. 그나마 ‘탄소흡수 수단 강화’ 과제로 내놓은 것의 골자는 공항 주변 녹지조성이다. 녹지를 조성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런데 공항 짓느라 생태계를 다 파괴해놓고 주변부에 다시 녹지를 조성하겠다는 건, 제비 다리를 붙여주고자 손수 부러뜨린 놀부의 짓거리와 다를 게 뭔가.


개발 쿠데타에 가까운 공항 개발 계획

공항 확대 계획 자체의 반기후적 특성을 차치하고 보더라도, 각각의 신공항 계획은 저마다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추진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신공항 건설 추진은 광기의 폭주다.

세 번이나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된 바 있는 ‘제주 제2공항’에 대해 환경부가 별안간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준 것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항공기-조류 충돌 영향 및 서식지 보전’, ‘항공기 소음 영향’, ‘법적보호종’, ‘숨골’ 등에 대해 보완하는 조건이면 환경영향평가에서 동의하겠다는 건데, 반려 사유였던 것이 보완 사안 수준으로 달리 판단한 것이다.

최소한의 환경 기준조차 충족할 수 없는 제주 제2공항 계획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동안 도민들의 마음도 돌아섰다. 건설계획 초기 단계와 달리 지난 몇 년간 신공항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2020년 공론화 당시에 도민 동의 없이 강행하지 않겠다는 합의가 있었지만, 지금 국토부와 환경부의 자세는 일방적 강행이고 주민을 무시하는 태도다.

흑산도 신공항 추진 상황도 비상식의 극치다. 흑산공항의 사업부지는 애초 국립공원이었다. 처음부터 법적으로 입지가 불가능한 곳에 사업계획을 짠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월 31일, 국립공원위원회가 돌연 흑산공항 사업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자연공원법에 따라 국립공원은, 충분한 지정 사유를 근거로 지정된다. 그리고 자연공원법의 기본 원칙은 “생태계의 건전성, 생태축(生態軸)의 보전·복원 및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도록 지정·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타당한 사유 없이 공항 건설을 위해 특정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것은 법의 기본 원칙에도 위배된다.

가덕도 신공항 역시 법률·행정 체계를 무너뜨리며 변칙적으로 진행되는 개발사업의 표본이다. 입지 적합성 조사에서 매번 다른 후보지들보다 뒤처진 가덕도 신공항은 선거를 앞두고 ‘특별법’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환경성, 모든 항목에서 낙제점인 가덕도 신공항은 특별법을 통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약속받았다. 하면 안 되는 사업을 하려다 보니, 기존의 법질서를 무력화시켜야 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덕도 특별법은 개발쿠데타에 가깝다.

가덕도에 사는 법적 보호종과 무리한 매립으로 파괴될 해양 생태계 등에 대한 고려가 없음은 물론이다. 오로지 유치 확정도 안 된 부산 엑스포 일정에 맞춰 어떻게든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가덕도 신공항을 탄소중립 공항으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상 미래에 수소항공기나 CCUS같은 기술이 경제적 상용화된다면 탄소중립 공항이 될 것이라는 무책임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수치를 모르는 도박 중독 혹은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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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를 들어가는 입구 전망대에 설치된 모형 비행기에 ‘탄소중립 이행하라, 가덕도 신공항 결사반대’ 문구가 적혀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이렇게도 변칙과 비상식을 일삼아 끊임없이 신공항 건설이 강행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국토부의 설명을 인용하자면, 공항은 “전·후방 산업파급 효과가 큰 경제 활동 거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편협한 시각이다. 모든 공항이 인천공항처럼 경제적으로 성공한 모델이 될 수 없기에 그렇다. 단적으로 국내 15개 공항 중 11개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니까 정치권이 공항 건설에 매달리는 것은 일종의 도박 중독이거나 성과를 사기 치려는 것이다. 운 좋으면 인천공항처럼 경제활동 거점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도박 중독자의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거나, 또는 꼭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우리 지역에 공항을 유치했다고 현수막이나 몇 개 내걸려는 얄팍한 계산이다.

만성 적자인 군산 공항 바로 근처에 수라 갯벌을 짓뭉개고 새만금 신공항을 건설하려 하거나, 교통 인프라가 충분한 화성에 굳이 화옹지구 습지를 파괴하며 경기 남부 국제공항을 지으려는 것도 그러한 어리석음의 소산이다. 어리석은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것이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라는 말을 통해 사치스러운 관광 산업이 지역민의 일상과 보전가치가 높은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플뤼그스캄’은 기후위기 시대 무분별한 항공 산업의 퇴행성을 성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런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좁은 국토에 수십 개의 공항을 지어두고 과소비적 관광과 파괴적 산업 팽창을 지향하려는 것은 수치 이상의 참담함을 안겨준다.


기후정의로 신공항에 맞서자

기실 현재 추진되는 대부분의 신공항은 플뤼그스캄, 기후정의, 항공 수요 감축과 같은 낯선 최신 동향을 들이밀며 설명하지 않아도 불가한 사업들이다. 기존에 시행되던 법과 제도만 제 역할을 다했어도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을 사업이라는 뜻이다. 지극히 반환경적인 데다 경제성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수준 미달의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관련 제도를 차근차근 무력화시키며 토건의 광기가 선연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신공항 개발에 맞서야 한다. 우선 공항사업법 개정을 통해 신규공항 건설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면 어떨까. 그에 따라 ‘공항개발 종합계획’도 ‘공항 관리 및 항공수요 관리 종합계획’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개발과 확장이 아닌 전환과 지속가능성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항공기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철도 중심의 공공 교통체계를 확장해 국토 내 이동의 효율성을 재고하는 데 공적 자금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 우리도 국내 단거리 항공 노선을 폐지하거나 높은 비행세를 부과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한 생활 권역 내에 더 많은 녹지와 돌봄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시민들이 자기 생활의 영역에서 충만감과 여유를 찾게 하는 것도 중장거리 여행 수요를 줄이는 방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무리하게 추진되는 7개의 신공항 개발을 백지화하기 위한 싸움이 필요하다. 생명을 짓밟고 주민을 무시하고 절차를 무력화시키는 기후 부정의, 개발의 시대와 작별해야 한다. 제주 제2공항 투쟁 속에서 제주도민들이 되새긴 4.3항쟁의 정신, ‘탄압이면 항쟁이다’를 톺아본다. 이제 새로운 공항은 어떤 이유에서도 필요 없다. 오히려 수치스러운 일이다.

거짓된 신공항 야욕에 맞서 지역민의 삶터와 생물다양성의 터전을 지키는 것이 기후정의다.


글 |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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