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은 지구, 우리동네 氣후천사가 나섰다!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오후 3시가 되면 전주시 곳곳에서 온도계를 손에 든 청소년들이 나타난다.

바로 전주시의 열섬현상을 관찰하고 모니터링하는 ‘우리동네 기후천사’들이다. 기후천사들은 전주시의 200여 개의 지점에서 한 달에 한 번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기온을 측정하고, 지점별로 기온이 다르게 나타나는 원인과 전주시의 열섬현상을 저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찾아보는 활동을 한다.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기후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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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의 열섬현상을 관찰하고 모니터링하는 ‘우리동네 기후천사’ ⓒ전북환경운동연합


한여름인 8월의 어느 날 기상청에서 발표한 오늘의 기온은 30℃ 정도로 여름철 날씨치고는 그리 높지 않은 기온이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집밖으로 나가보면 기온이 30℃라기에는 숨이 턱 막히며 훨씬 덥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도저히 같은 온도라고 생각이 들지 않아 직접 온도계를 들고 나와 집 앞의 온도를 측정해 보니 온도계의 눈금이 가리키는 숫자는 33℃, 기상청에서 발표한 30℃보다 무려 3℃나 높게 측정되었다. 

‘왜 기상청에서 측정한 기온이랑 다를까?, 왜 우리 집 앞의 기온이 훨씬 높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이런 작은 궁금증을 시작으로 중·고등학생 청소년들과 함께 전주시 곳곳의 온도측정을 시작하였다. 2016년 처음 활동을 시작한 기후천사는 공원과 숲이 있는 녹지지역, 각 동의 주민센터와 아파트, 학교 등이 있는 생활지역, 차량 이동이 많은 교차로와 큰길 중심의 대로변 등 100여 곳의 측정 지점을 선정하여 120여 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기온을 측정했다. 

매년 새롭게 기후천사들을 선발하며 2023년 현재까지 매월 기온 측정을 하고 있으며 측정장소도 더욱 세분화하여 현재는 약 200곳의 측정 지점을 정하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온 측정은 청소년들이 각자 정한 측정장소의 밝은 곳(양지)에서 수은 온도계를 이용하여 오후 3시 같은 시간에 가슴높이(약1.2~1.5m)에 온도계를 두고 측정값을 관찰하여 결과를 보고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그렇다면 왜 기상청의 기온과 기후천사가 측정한 기온이 다른 것일까? 먼저 기상청에서 측정하는 장비들은 과거의 측정 조건과 동일하게 유지하여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객관적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복사열이나 직사광선의 영향이 없는 곳에서 측정한다. 그러나 기후천사가 측정하는 온도는 실제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온도를 측정하게 되는데, 그 공간들은 건물, 차량, 도로, 배기열 등 여러 가지 온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기상청에서 측정하는 온도와 기후천사들이 측정하는 온도가 적게는 0.5℃부터 크게는 5℃ 이상 더 높게 측정된다.


우리가 직접 나선다

2016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약 7년간 기온측정 데이터를 축적해 오고 있다. 기후천사들은 매년 측정한 기온을 전주시 지도 위에 표시한 열지도를 제작한다. 최초에는 단순히 측정지점별온도만 점으로 나타내어 표시했지만 2019년부터는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도움을 받아 전주시의 지역별 상대적인 온도 차이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열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각자 측정한 온도를 가지고 한곳에 모여 서로의 측정 값을 공유하고 측정지점별로 차이가 나는 원인을 알아보고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다.

기후천사들이 모여 토론한 결과 측정 지점별 온도 차이가 나타나는 요인으로 바람길, 지열, 복사열, 지역의 높이, 지형, 습도, 전기, 아스팔트, 아파트와 건물의 밀집 정도를 꼽았다. 이와 함께 도시의 열섬현상을 저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무 식재와 난개발 저지, 도심 습지 조성, 개문 영업 금지, 도시공원 확대, 도심 내 차량감축, 녹지 확대 등을 이야기했다. 실제 측정지점 중 기온이 높게 측정되는 지점과 비교적 낮게 측정되는 지점의 위성사진을 비교해보면 기온이 높게 측정되는 지점은 주변의 녹지가 부족하고 건물의 밀집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고, 기온이 낮게 측정되는 지점은 주변에 산이나 공원 등 녹지 비율이 높거나 건물의 밀집도가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년간 축적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기가 정체되지 않고 공기의 흐름이 원활한 곳과 도시공원, 도시 숲 등 녹지 비율이 높은 곳이 도심 내에서 비교적 시원한 곳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점점 뜨거워지는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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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많이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요즘 날씨 왜 이래?” “요즘 날씨가 이상하다?”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이렇게까지 날씨가 변덕스러웠던 적이 있었을까? 언제부터인지 여름철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겁다는 ‘대프리카’라는 별칭을 가진 대구에 버금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주시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8월의 평균기온이 전국 29.15℃, 전주 30.15℃로 더 높으며 기후천사의 기온측정 자료를 살펴보면 측정일의 기상 상황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7년간 8월의 평균기온은 약 33.8℃로 매우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주시도 ‘전주시 열섬 특성 분석 연구용역’을 통해 18개의 자동측정망을 설치하고 도시열섬 저감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뜨거워진 도시에서 지역의 시민들에게 관심을 가지도록 하고 도시열섬저감을 위한 기후천사들의 홍보 활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나는 우리동네 기후천사

기후천사 기온측정 활동이 2016년에 시작하여 어느덧 8년 차에 들어섰다. 활동 자체는 매우 단순하게 기온을 측정하면서 자료를 쌓아가고, 주변에 홍보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와 활동들이 쌓여 추후 전주시가 도시를 만들어 나갈 때나 새로운 계획을 할 때 도심 녹지의 비율이나 바람길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천사의 기온 측정자료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로 인정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전주시민과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여 기록한 도시의 기온 자료가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닐 것이다. 

기후천사로 활동 중인 청소년들은 “기후천사 활동을 하면서 기후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고 작지만 냉난방기 절전이나 작은 실천들을 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책이나 영화에서 다뤄왔던 기후문제들을 제가 측정하면서 더 체감할 수 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분리배출이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 여러 실천들을 하고 있다.” 등 기온측정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환경과 기후를 생각하며 여러 실천들을 함께 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천사의 활동이 한 마리 나비의 작은 날갯짓처럼 보일지라도 이 바람이 이어져 미래에 기후변화와 기후위기를 막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는 나비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믿는다.


글 | 장진호 전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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