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3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유연성체제(시장 메카니즘)를 도입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유연성체제는 국경을 넘는 공동감축(공동이행제도), 청정개발체제, 그리고 배출권거래제로 구성됐다. 배출권거래는 국가별 탄소배출량을 정해 그만큼 배출권을 주어 할당받은 배출권이 남거나 부족하면 서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배출권을 거래하는 두 시장, 규제적 탄소시장(국가, 지역, 제도로 제한된 총량 내 할당량 거래)과 정부나 규제기관 감독 없는 민간 시장 자율의 자발적 탄소시장이 생겼다. 2015년 파리협약에서는 유연성체제가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시장’이어야 한다는 원칙(협약 6조 1항) 아래 시장과 그 시장의 사업에 대한 규칙 조항(6조 2항과 4항)이 정해졌다. 파리협약에서는 시장이란 직접적 용어보다 ‘국제적으로 이전되는 온실가스 감축실적(이하 ITMO)’을 사용한다.
ITMO의 시장 거래는 크게 2종류로 이뤄질 수 있다. 6조 2항의 ‘복수의 국가가 공동규칙 아래 감축사업을 수행하고 그 성과를 나눠 가지는 시장 거래’와 6조 4항의 ‘UN 감독기구가 규제하는 시장 거래’가 그것이다. 한편 6조 2항은 ITMO의 용도를 3가지로 정했다.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국제 온실가스감축체계(국제민간항공기구의 ‘탄소상쇄감축제도’가 대표적인 사례) 이행 △기타 목적이 그것인데 이 기타 목적에 ‘자발적 탄소시장에 쓸 수 있다는 함의’가 포함된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규모는 2021년 26차 글래스고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 6조의 시장 조항에 관한 이행규칙이 합의된 뒤 급속히 커지고 있다.
규제시장이건 자율시장이건 탄소시장은 필요하고 제대로 지구적 탄소감축에 기여하고 있는것일까?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IPCC, 2018)는 기후변화를 1.5℃ 이하로 관리하려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온실가스 감축에 이어 2050년에는 순배출량을 제로화(넷제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더해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 제거도 동시에 진행해야 넷제로는 가능하다. 때문에, 현존하거나 유망한 인위적 탄소제거 해법과 기술이 시장의 조명을 받게 됐다. 농업, 산림, 토지이용을 통한 탄소흡수를 이르는 ‘자연기반해법’, 그리고 ‘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이 그것이다.
탄소제거기법과 탄소시장의 밀착

2023년 1월 18일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연차총회의 ‘자발적 탄소시장’ 세션에서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의 요한 록스트롬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넷제로로 이르기까지 상당량의 온실가스 배출은 불가피하다. 만일 자연의 탄소흡수능력을 높이거나 농업과 토지관리를 잘하면 다른 부문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것이 지금 국제사회가 자연기반해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자연의 보전과 복원에 들어가는 자금이 기대수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자연기반해법에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3배, 2050년까지 4배의 재원을 투입(향후 30년간 8조1000억 달러에 해당)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자연에 대한 투자가 기후변화에 대한 투자의 23%에 불과한 현실이다 보니 시장 활용 재원 마련 방안이 부각된 것이다.
시장에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자연기반해법을 시행해 얻은 ‘온실가스 흡수/제거량’을 시장에서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그 방안이다. 흡수/제거량의 감축실적을 구매하는 사람은 구매량 만큼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수 있다. 즉 감축실적을 구매해 자신의 배출량을 상쇄(offset)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규 조림을 통해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계산하고, 조림 사업자는 이를 감축실적으로 판매한다면 시장 메커니즘에 크게 반대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최근 인제군이 조림사업에 대한 흡수량을 계산하고 이를 자발적 시장을 활용해 상쇄배출권을 팔려는 것이 그런 맥락의 시도다.
한편 다른 온실가스 제거 방법인 ‘탄소포집 및 저장’도 큰 재원이 필요하다. 이 기술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지속됐지만, 사업 진행에 필요한 예산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거액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연간 100만 톤 이상 제거할 수 있는 규모의 프로젝트에 35억 달러 투자를 발표하고, 이 사업을 통해 고가의 크레딧 가격을 100달러 이하로 하락시키고,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며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밝혔다(미국 에너지부 보도자료, 2022.5.19.)
공기 중의 탄소를 포집하는 직접공기탄소포집(DACC)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6차 『기후변화종합보고서』(IPCC, 2923)에서 1.5℃ 이하의 기후변화를 유지하려면 이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18개의 DACC 시설이 캐나다, 유럽, 미국에서 가동 중인데 포집한 탄소를 판매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투자는 증가하고 있고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고액의 크레딧으로 거래되면서 더욱 민간 참여가 커지고 있다. 포집기술, 규모, 에너지원에 따라 다르지만 톤당 250~600달러로 크레딧 가격이 형성돼 있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는 지난해 한 기업(Carbon Engineering Ltd.)에 투자하면서, DACC 기술이 항공산업의 탈탄소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와 포집된 탄소는 지속가능한 항공연료 생산에 활용될 수 있다는 투자의 변을 밝혔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 기술의 비용이 2030년 탄소환원톤당 100달러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신기술과 탄소시장, 정말 탄소감축에 기여?
신기술과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투자가 커지고 있지만 의문 또한 지속되고 있다. 기존의 상쇄 크레딧 활용에 관해 다음과 같은 논쟁이 여전하다. ‘거래되는 온실가스 감축실적이 실제 전 지구적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가?’ ‘감축량 계산에 있어 그린워싱 문제는 없는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또 다른 문제를 촉발시키지는 않는가?’ 이와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국제사회는 발빠르게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최근 영국 『가디언』 지는 자발적 탄소시장 플랫폼 ‘베라(Verra)’가 진행했던 REDD+사업(산림 전용 및 산림 황폐화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의 크레딧 90% 이상이 유령 크레딧(온실가스 감축에 기여 없음)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베라 대표가 책임을 통감해 사임했고 감축 방법론을 새로 만들고 최신 기술을 활용해 정확성을 높이겠다 밝혔다.
국제사회는 상쇄 크레딧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20년 9월 국제금융협회(IIF) 후원 아래, UN 기후특사인 마크 카니(Mark Carney) 주도로 설립된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협의회(TSVCM)>다. TSVCM은 금융 부문, 시장 인프라 제공자, 시민 사회, 국제기관 및 학계 등을 대표하는 25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민간 주도 이니셔티브이다. 궁극적으로 탄소 크레딧의 품질 향상과 함께 탄소시장의 투명성 및 유동성을 제고함으로써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요구되는 큰 규모의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 발전(scale-up)을 목표로 하고 있다. TSVCM은 이어 2021년 9월 자발적 탄소시장의 독립적 감시기구인 <자발적 탄소시장 청렴위원회(IC-VCM)>를 설치해, 2022년 7월 ‘핵심탄소원칙’과 ‘평가체계’ 초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4개 탄소크레딧 관련 원칙의 경우 기존의 각 인증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추가성’, ‘영구성’ 원칙 외에 ‘넷제로 부합성’ 및 ‘배출량의 정확한 측정’ 원칙을 더했다. 또 다른 움직임으로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는 영국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결성됐는데 지난 6월 기업의 탄소중립 목표, 탄소 크레딧 인증방법과 조건을 규정하는 초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국내외에서 탄소크레딧 거래에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결합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는 신뢰성, 투명성의 특성을 활용하여 탄소크레딧 거래에 대한 향상된 추적 및 관리를 실시하고 효과적으로 이중계산을 방지하기 위함(자본시장포커스 2022-15호, 홍지연)이다.
시장이 기후를 지키게 만들어야
국제사회는 ‘강력하고 빠른’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지만, 이러한 감축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상상 이상의 근원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은 어렵고 도전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온실가스를 다배출하는 제조업 수출 기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온실가스 감축은 산업계의 반발로 감축목표 달성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산업계의 편의적 요구를 다 수용할 순 없다. 국제사회의 요구와 고통받는 지구의 기후정상화 요구는 시대의 요청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사회적 차원에서 탄소감축을 위한 모든 전략적 선택지에 접촉할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흡수량을 정확히 측정해서 이를 크레딧으로 환산해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의 활용은 고려할 만한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교토의정서 이후 시작된 시장 메커니즘이 실패와 비판의 과정을 겪고 글로벌 감시체제 속에서 자정과 진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기회로 활용해 국내 시장의 공정성, 유효성,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 구축에 더욱 엄정한 기준을 세워 시장이 기후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배출권 시장의 발전과 작동에 대한 감시의 눈을 더 크게 떠야 하는 이유다.
글 |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1997년 3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유연성체제(시장 메카니즘)를 도입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유연성체제는 국경을 넘는 공동감축(공동이행제도), 청정개발체제, 그리고 배출권거래제로 구성됐다. 배출권거래는 국가별 탄소배출량을 정해 그만큼 배출권을 주어 할당받은 배출권이 남거나 부족하면 서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배출권을 거래하는 두 시장, 규제적 탄소시장(국가, 지역, 제도로 제한된 총량 내 할당량 거래)과 정부나 규제기관 감독 없는 민간 시장 자율의 자발적 탄소시장이 생겼다. 2015년 파리협약에서는 유연성체제가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시장’이어야 한다는 원칙(협약 6조 1항) 아래 시장과 그 시장의 사업에 대한 규칙 조항(6조 2항과 4항)이 정해졌다. 파리협약에서는 시장이란 직접적 용어보다 ‘국제적으로 이전되는 온실가스 감축실적(이하 ITMO)’을 사용한다.
ITMO의 시장 거래는 크게 2종류로 이뤄질 수 있다. 6조 2항의 ‘복수의 국가가 공동규칙 아래 감축사업을 수행하고 그 성과를 나눠 가지는 시장 거래’와 6조 4항의 ‘UN 감독기구가 규제하는 시장 거래’가 그것이다. 한편 6조 2항은 ITMO의 용도를 3가지로 정했다.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국제 온실가스감축체계(국제민간항공기구의 ‘탄소상쇄감축제도’가 대표적인 사례) 이행 △기타 목적이 그것인데 이 기타 목적에 ‘자발적 탄소시장에 쓸 수 있다는 함의’가 포함된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규모는 2021년 26차 글래스고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 6조의 시장 조항에 관한 이행규칙이 합의된 뒤 급속히 커지고 있다.
규제시장이건 자율시장이건 탄소시장은 필요하고 제대로 지구적 탄소감축에 기여하고 있는것일까?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IPCC, 2018)는 기후변화를 1.5℃ 이하로 관리하려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온실가스 감축에 이어 2050년에는 순배출량을 제로화(넷제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더해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 제거도 동시에 진행해야 넷제로는 가능하다. 때문에, 현존하거나 유망한 인위적 탄소제거 해법과 기술이 시장의 조명을 받게 됐다. 농업, 산림, 토지이용을 통한 탄소흡수를 이르는 ‘자연기반해법’, 그리고 ‘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이 그것이다.
탄소제거기법과 탄소시장의 밀착
2023년 1월 18일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연차총회의 ‘자발적 탄소시장’ 세션에서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의 요한 록스트롬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넷제로로 이르기까지 상당량의 온실가스 배출은 불가피하다. 만일 자연의 탄소흡수능력을 높이거나 농업과 토지관리를 잘하면 다른 부문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것이 지금 국제사회가 자연기반해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자연의 보전과 복원에 들어가는 자금이 기대수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자연기반해법에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3배, 2050년까지 4배의 재원을 투입(향후 30년간 8조1000억 달러에 해당)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자연에 대한 투자가 기후변화에 대한 투자의 23%에 불과한 현실이다 보니 시장 활용 재원 마련 방안이 부각된 것이다.
시장에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자연기반해법을 시행해 얻은 ‘온실가스 흡수/제거량’을 시장에서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그 방안이다. 흡수/제거량의 감축실적을 구매하는 사람은 구매량 만큼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수 있다. 즉 감축실적을 구매해 자신의 배출량을 상쇄(offset)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규 조림을 통해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계산하고, 조림 사업자는 이를 감축실적으로 판매한다면 시장 메커니즘에 크게 반대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최근 인제군이 조림사업에 대한 흡수량을 계산하고 이를 자발적 시장을 활용해 상쇄배출권을 팔려는 것이 그런 맥락의 시도다.
한편 다른 온실가스 제거 방법인 ‘탄소포집 및 저장’도 큰 재원이 필요하다. 이 기술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지속됐지만, 사업 진행에 필요한 예산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거액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연간 100만 톤 이상 제거할 수 있는 규모의 프로젝트에 35억 달러 투자를 발표하고, 이 사업을 통해 고가의 크레딧 가격을 100달러 이하로 하락시키고,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며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밝혔다(미국 에너지부 보도자료, 2022.5.19.)
공기 중의 탄소를 포집하는 직접공기탄소포집(DACC)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6차 『기후변화종합보고서』(IPCC, 2923)에서 1.5℃ 이하의 기후변화를 유지하려면 이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18개의 DACC 시설이 캐나다, 유럽, 미국에서 가동 중인데 포집한 탄소를 판매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투자는 증가하고 있고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고액의 크레딧으로 거래되면서 더욱 민간 참여가 커지고 있다. 포집기술, 규모, 에너지원에 따라 다르지만 톤당 250~600달러로 크레딧 가격이 형성돼 있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는 지난해 한 기업(Carbon Engineering Ltd.)에 투자하면서, DACC 기술이 항공산업의 탈탄소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와 포집된 탄소는 지속가능한 항공연료 생산에 활용될 수 있다는 투자의 변을 밝혔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 기술의 비용이 2030년 탄소환원톤당 100달러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신기술과 탄소시장, 정말 탄소감축에 기여?
신기술과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투자가 커지고 있지만 의문 또한 지속되고 있다. 기존의 상쇄 크레딧 활용에 관해 다음과 같은 논쟁이 여전하다. ‘거래되는 온실가스 감축실적이 실제 전 지구적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가?’ ‘감축량 계산에 있어 그린워싱 문제는 없는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또 다른 문제를 촉발시키지는 않는가?’ 이와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국제사회는 발빠르게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최근 영국 『가디언』 지는 자발적 탄소시장 플랫폼 ‘베라(Verra)’가 진행했던 REDD+사업(산림 전용 및 산림 황폐화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의 크레딧 90% 이상이 유령 크레딧(온실가스 감축에 기여 없음)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베라 대표가 책임을 통감해 사임했고 감축 방법론을 새로 만들고 최신 기술을 활용해 정확성을 높이겠다 밝혔다.
국제사회는 상쇄 크레딧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20년 9월 국제금융협회(IIF) 후원 아래, UN 기후특사인 마크 카니(Mark Carney) 주도로 설립된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협의회(TSVCM)>다. TSVCM은 금융 부문, 시장 인프라 제공자, 시민 사회, 국제기관 및 학계 등을 대표하는 25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민간 주도 이니셔티브이다. 궁극적으로 탄소 크레딧의 품질 향상과 함께 탄소시장의 투명성 및 유동성을 제고함으로써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요구되는 큰 규모의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 발전(scale-up)을 목표로 하고 있다. TSVCM은 이어 2021년 9월 자발적 탄소시장의 독립적 감시기구인 <자발적 탄소시장 청렴위원회(IC-VCM)>를 설치해, 2022년 7월 ‘핵심탄소원칙’과 ‘평가체계’ 초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4개 탄소크레딧 관련 원칙의 경우 기존의 각 인증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추가성’, ‘영구성’ 원칙 외에 ‘넷제로 부합성’ 및 ‘배출량의 정확한 측정’ 원칙을 더했다. 또 다른 움직임으로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는 영국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결성됐는데 지난 6월 기업의 탄소중립 목표, 탄소 크레딧 인증방법과 조건을 규정하는 초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국내외에서 탄소크레딧 거래에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결합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는 신뢰성, 투명성의 특성을 활용하여 탄소크레딧 거래에 대한 향상된 추적 및 관리를 실시하고 효과적으로 이중계산을 방지하기 위함(자본시장포커스 2022-15호, 홍지연)이다.
시장이 기후를 지키게 만들어야
국제사회는 ‘강력하고 빠른’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지만, 이러한 감축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상상 이상의 근원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은 어렵고 도전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온실가스를 다배출하는 제조업 수출 기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온실가스 감축은 산업계의 반발로 감축목표 달성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산업계의 편의적 요구를 다 수용할 순 없다. 국제사회의 요구와 고통받는 지구의 기후정상화 요구는 시대의 요청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사회적 차원에서 탄소감축을 위한 모든 전략적 선택지에 접촉할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흡수량을 정확히 측정해서 이를 크레딧으로 환산해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의 활용은 고려할 만한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교토의정서 이후 시작된 시장 메커니즘이 실패와 비판의 과정을 겪고 글로벌 감시체제 속에서 자정과 진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기회로 활용해 국내 시장의 공정성, 유효성,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 구축에 더욱 엄정한 기준을 세워 시장이 기후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배출권 시장의 발전과 작동에 대한 감시의 눈을 더 크게 떠야 하는 이유다.
글 |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