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수) 오후 1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울주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울산·부산 탈핵공동행동 명의로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공청회 장소로 이동했다. 이미 공청회 장소에는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로 가득 차 있었고, 서생면 주민들은 이미 단상을 점거하고 있었다. 이에 한수원은 미흡한 공청회에 대해 사과를 하고 공청회를 스스로 무산시켰다. 울산·부산 탈핵공동행동은 한수원의 일방적인 공청회 무산에 항의를 했다. 공청회에 진술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사조차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청회를 무산시켰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1월 23일 울주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열린 가운데 울주 서생면 주민들이 단상을 점거하자 한수원은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부산환경운동연합
11월 25일(금) 오후 2시 부산 동래구·연제구·북구·부산진구·동구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예정되어 있는 날이었다. 탈핵부산시민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12시가 조금 넘어서 공청회가 시작되기 전에 단상을 점거하였다. 1시간 20여분의 단상 점거, 필리버스터를 통해 △8개 구·군 모두 제대로 공청회를 실시할 것 △(시행령에 보장된) 전문가 진술을 (패널 토론 형식으로) 보장할 것 △제대로 된 공청회를 위한 3자 협의체 및 향후 소통안전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등을 요구했지만 한수원은 이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청회가 무산되었다고 선언을 했다. 이틀 전의 한수원은 서생면 주민들에게 허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고 도망가듯이 퇴장을 했다.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 공청회는 무산된 공청회를 포함하여 7번 진행되었다. 공청회 때마다 한수원의 대응은 조금씩 달랐지만11월 23일과 11월 25일 2번의 공청회를 통해 한수원의 대응 기조를 엿볼 수 있다. 11월 23일 울주군 공청회에서 한수원은 서생면 주민, 울주군 주민, 울산주민, 부산주민 상관없이 문을 개방했다. 11월 25일 공청회에서는 동래구·연제구·북구·부산진구·동구 주민을 제외한 나머지 시민들에게는 문을 개방하지 않고, 분리하는 전략을 취했다. 로마 제국의 통치 전략인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 지배자가 피지배층 간의 민족감정·종교·사회적 입장·경제적 이해 등을 이용하여 내부에 대립·항쟁을 일으킴으로써 통일적인 반대세력의 형성을 방해하여 지배를 용이하게 하는 정책-편집자주)을 그대로 실행한 것이다. 11월 25일의 ‘예외상태’의 경험은 공청회를 통해서 계속 반복이 된다.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는 7월 18일, 8월 11일 2차례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전문가 간담회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차례의 전문가 기자회견을 통해서 드러난 사실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절차적 문제점(형식적인 주민공람 진행), 최신기술기준 미적용 및 중대사고 미반영(사용후핵연료, 다수호기원전사고 누락) 등이 있었다.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는 2차례의 자체 워크숍을 통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전보다 구체화할 수 있었다.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정리하며 다음과 같다.
1. 오래된 기준 적용으로 최신기술기준 및 중대사고 반영 부실 : 첫 공람시 미국 NRC의 NUREG-0800(1979)을 적용했다고 기술했지만, 이 지침은 폐기가 되었으며 중대사고가 누락된 지침임. 이에 재공람 시에 KINS의 지침(2018)으로 변경했지만 전반적으로 NRC의 NUREG-1800(1997) 지침에 비교하여 부실함
2. 중대사고 누락 : 냉각재상실사고 중 증기발생기 파단사고(SGTR) 및 원자로 파괴 누락. 예상운전과도사고 중 2차 계통 대형배관파단사고, 복수기상실사고, 발전소정전사고(SBO), 안전정지불능사고(ATWS)가 누락
3.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 누락
4. 다수호기 동시사고 평가가 없음
5. 중대사고 완화 대안 누락 및 주민보호대책 없음
6. 수명연장 시 경제성 부족
‘엉터리 방사선환경영향평가’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주민공람도 문제가 되었다. 보통의 시민들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가 무엇을 평가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온라인으로 열람할 경우 문서를 내려 받지 못하게 하고, 해당 사이트에서만 읽을 수 있도록 해 제대로 된 열람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오프라인에서 자료를 보려면 관련 부서를 찾아가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주민의견서를 어디에서 볼 수 있고, 어디에 제출할지에 대한 것들은 기초지자체의 재량에 맡겨졌다. 기초지자체의 재량에 맡겨졌다는 의미는 즉 주민공람을 형식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미이다.
그 결과 공람 대상 주민(고리원전 반경 30km내 거주민) 387만9507명 중 0.02%인 750명만 보고서를 공람한 것이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찬성하는 부산시 박종철 의원(기장군 1)조차 시민안전실 행정사무감사에서 낮은 열람율을 지적하며 “시민들이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의 보고서를 보고 이해하기 어려우니 시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발언을 했다.
한수원의 일방적인 공람 일정에 부산의 시민사회단체들은 11월 8일(화) 부산시 시민안전실 원자력안전과 과장과 미팅을 가졌다. △공청회 협의를 위한 3자협의체(부산시, 한수원, 시민사회) 구성, △향후 소통협의회 구성 및 운영 등을 치열하게 협의하였으나, 2시간 후에 원자력안전과 팀장에게 ‘한수원 계획(안)대로 진행하겠다’는 문자 통보를 받았다.
한수원의 안하무인의 태도와 부산시의 안일한 행정 때문에 11월 16일(수) 오전 10시 부산지역의 시민사회 원로들이 중심이 되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부산시 이성권 경제부시장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 이후 한수원은 큰 선심을 쓰는 것처럼 기존의 부산 지역 공청회를 2회 진행하는 것에서 3회 진행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왔다.
계속되는 공청회의 파행

지난해 12월 2일 부산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금정구∙남구∙수영구∙해운대구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진행되기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의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공청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11월 28일(월) 울산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울산 4개구·양산시 공청회가 진행됐다. 울산탈핵시민행동은 공청회에서 최대한 진술인을 확보하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허점을 계속해서 지적하는 전략을 세웠고 이를 충실히 수행했다. 울산에서의 공청회에서는 큰 파행이 없이 진행되었다. 부산에서의 동래구·연제구·북구·부산진구·동구 공청회(11월 25일) 이후로 한수원은 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11월 30일(수) 기장군 공청회에서도 공청회장 1층에 기장군민만 들어갈 수 있도록 제한하고 3층에 마련된 방청석에서 영상을 통해 공청회를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날 양이원영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이 공청회에 참석하여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한수원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수원의 안하무인 태도가 극적으로 나타난 공청회는 12월 2일(금)에 진행된 금정구·남구·수영구·해운대구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였다. 한수원 고리본부장은 이번에는 공청회에 모두가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그 약속은 바로 깨어지고 말았다. 공청회장에는 금정구·남구·수영구·해운대구 주민들만 진입을 할 수 있었고, 한수원 용역업체, 경찰, 한수원이 동원한 인력에 둘러싸여 그 외 시민들은 고립이 되었고 시민사회 활동가는 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리 들어간 활동가들은 공청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한수원은 이를 무시하고 공청회를 진행해버렸다. 12월 2일 공청회 이후 다시 한수원은 작전을 바꿔서 어떻게든 공청회를 빠르게 진행하는 전략을 택했다. 한수원이 구획한 ‘예외상태’ 안에서는 ‘호모 사케르’(Homo Sacer, 희생물은 아니지만 죽임을 당해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존재, 즉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편집자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제3의 문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격렬한 공청회 대응 때문이었는지 부산시는 12월 22일(목) 오후 2시에 “고리2호기 계속운전, 부산시민의 의견을 듣는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겠다고 시민사회에게 연락을 해왔다. 한수원과 부산시의 행보는 이례적인 것이었지만 막상 토론회를 진행하니 그간의 공청회에 있었던 일들의 반복이었다. 한수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토론회 룰을 지키려고 하지 않았고, 미리 기장군민들을 동원해서 시민단체를 모욕하는 현수막을 준비했다.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을 때 토론 좌장을 무시하면서 훼방을 놓는 장면들도 연출되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시민사회 발제·토론자들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 수명연장 경제성의 문제점, 원자력 안전,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법적인 절차에 대한 내용을 묵묵히 전달했다.
중대사고를 포함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 국면은 여기에서 막을 내린다. 하지만 이 공청회에서의 전투는 이번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어떻게든 정부의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한수원, 지침을 제대로 만들지 않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규제기관이지만 규제를 바라만 보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부산시원자력안전조례」의 제4조(책무), 제5조(원자력안전 정책 기본원칙)를 지키지 않은 부산시 등 이번 전투를 통해 많은 모순지점들이 발견되었다.
공청회 문턱에 발목 잡히지 않고, 많은 시민들의 힘을 모아 ‘제 3의 문’을 돌파할 역량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번 전투에서 여실히 느낀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글 |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
11월 23일(수) 오후 1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울주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울산·부산 탈핵공동행동 명의로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공청회 장소로 이동했다. 이미 공청회 장소에는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로 가득 차 있었고, 서생면 주민들은 이미 단상을 점거하고 있었다. 이에 한수원은 미흡한 공청회에 대해 사과를 하고 공청회를 스스로 무산시켰다. 울산·부산 탈핵공동행동은 한수원의 일방적인 공청회 무산에 항의를 했다. 공청회에 진술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사조차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청회를 무산시켰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1월 23일 울주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열린 가운데 울주 서생면 주민들이 단상을 점거하자 한수원은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부산환경운동연합
11월 25일(금) 오후 2시 부산 동래구·연제구·북구·부산진구·동구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예정되어 있는 날이었다. 탈핵부산시민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12시가 조금 넘어서 공청회가 시작되기 전에 단상을 점거하였다. 1시간 20여분의 단상 점거, 필리버스터를 통해 △8개 구·군 모두 제대로 공청회를 실시할 것 △(시행령에 보장된) 전문가 진술을 (패널 토론 형식으로) 보장할 것 △제대로 된 공청회를 위한 3자 협의체 및 향후 소통안전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등을 요구했지만 한수원은 이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청회가 무산되었다고 선언을 했다. 이틀 전의 한수원은 서생면 주민들에게 허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고 도망가듯이 퇴장을 했다.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 공청회는 무산된 공청회를 포함하여 7번 진행되었다. 공청회 때마다 한수원의 대응은 조금씩 달랐지만11월 23일과 11월 25일 2번의 공청회를 통해 한수원의 대응 기조를 엿볼 수 있다. 11월 23일 울주군 공청회에서 한수원은 서생면 주민, 울주군 주민, 울산주민, 부산주민 상관없이 문을 개방했다. 11월 25일 공청회에서는 동래구·연제구·북구·부산진구·동구 주민을 제외한 나머지 시민들에게는 문을 개방하지 않고, 분리하는 전략을 취했다. 로마 제국의 통치 전략인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 지배자가 피지배층 간의 민족감정·종교·사회적 입장·경제적 이해 등을 이용하여 내부에 대립·항쟁을 일으킴으로써 통일적인 반대세력의 형성을 방해하여 지배를 용이하게 하는 정책-편집자주)을 그대로 실행한 것이다. 11월 25일의 ‘예외상태’의 경험은 공청회를 통해서 계속 반복이 된다.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는 7월 18일, 8월 11일 2차례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전문가 간담회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차례의 전문가 기자회견을 통해서 드러난 사실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절차적 문제점(형식적인 주민공람 진행), 최신기술기준 미적용 및 중대사고 미반영(사용후핵연료, 다수호기원전사고 누락) 등이 있었다.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는 2차례의 자체 워크숍을 통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전보다 구체화할 수 있었다.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정리하며 다음과 같다.
1. 오래된 기준 적용으로 최신기술기준 및 중대사고 반영 부실 : 첫 공람시 미국 NRC의 NUREG-0800(1979)을 적용했다고 기술했지만, 이 지침은 폐기가 되었으며 중대사고가 누락된 지침임. 이에 재공람 시에 KINS의 지침(2018)으로 변경했지만 전반적으로 NRC의 NUREG-1800(1997) 지침에 비교하여 부실함
2. 중대사고 누락 : 냉각재상실사고 중 증기발생기 파단사고(SGTR) 및 원자로 파괴 누락. 예상운전과도사고 중 2차 계통 대형배관파단사고, 복수기상실사고, 발전소정전사고(SBO), 안전정지불능사고(ATWS)가 누락
3.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 누락
4. 다수호기 동시사고 평가가 없음
5. 중대사고 완화 대안 누락 및 주민보호대책 없음
6. 수명연장 시 경제성 부족
‘엉터리 방사선환경영향평가’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주민공람도 문제가 되었다. 보통의 시민들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가 무엇을 평가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온라인으로 열람할 경우 문서를 내려 받지 못하게 하고, 해당 사이트에서만 읽을 수 있도록 해 제대로 된 열람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오프라인에서 자료를 보려면 관련 부서를 찾아가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주민의견서를 어디에서 볼 수 있고, 어디에 제출할지에 대한 것들은 기초지자체의 재량에 맡겨졌다. 기초지자체의 재량에 맡겨졌다는 의미는 즉 주민공람을 형식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미이다.
그 결과 공람 대상 주민(고리원전 반경 30km내 거주민) 387만9507명 중 0.02%인 750명만 보고서를 공람한 것이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찬성하는 부산시 박종철 의원(기장군 1)조차 시민안전실 행정사무감사에서 낮은 열람율을 지적하며 “시민들이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의 보고서를 보고 이해하기 어려우니 시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발언을 했다.
한수원의 일방적인 공람 일정에 부산의 시민사회단체들은 11월 8일(화) 부산시 시민안전실 원자력안전과 과장과 미팅을 가졌다. △공청회 협의를 위한 3자협의체(부산시, 한수원, 시민사회) 구성, △향후 소통협의회 구성 및 운영 등을 치열하게 협의하였으나, 2시간 후에 원자력안전과 팀장에게 ‘한수원 계획(안)대로 진행하겠다’는 문자 통보를 받았다.
한수원의 안하무인의 태도와 부산시의 안일한 행정 때문에 11월 16일(수) 오전 10시 부산지역의 시민사회 원로들이 중심이 되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부산시 이성권 경제부시장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 이후 한수원은 큰 선심을 쓰는 것처럼 기존의 부산 지역 공청회를 2회 진행하는 것에서 3회 진행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왔다.
계속되는 공청회의 파행
지난해 12월 2일 부산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금정구∙남구∙수영구∙해운대구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진행되기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의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공청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11월 28일(월) 울산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울산 4개구·양산시 공청회가 진행됐다. 울산탈핵시민행동은 공청회에서 최대한 진술인을 확보하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허점을 계속해서 지적하는 전략을 세웠고 이를 충실히 수행했다. 울산에서의 공청회에서는 큰 파행이 없이 진행되었다. 부산에서의 동래구·연제구·북구·부산진구·동구 공청회(11월 25일) 이후로 한수원은 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11월 30일(수) 기장군 공청회에서도 공청회장 1층에 기장군민만 들어갈 수 있도록 제한하고 3층에 마련된 방청석에서 영상을 통해 공청회를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날 양이원영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이 공청회에 참석하여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한수원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수원의 안하무인 태도가 극적으로 나타난 공청회는 12월 2일(금)에 진행된 금정구·남구·수영구·해운대구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였다. 한수원 고리본부장은 이번에는 공청회에 모두가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그 약속은 바로 깨어지고 말았다. 공청회장에는 금정구·남구·수영구·해운대구 주민들만 진입을 할 수 있었고, 한수원 용역업체, 경찰, 한수원이 동원한 인력에 둘러싸여 그 외 시민들은 고립이 되었고 시민사회 활동가는 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리 들어간 활동가들은 공청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한수원은 이를 무시하고 공청회를 진행해버렸다. 12월 2일 공청회 이후 다시 한수원은 작전을 바꿔서 어떻게든 공청회를 빠르게 진행하는 전략을 택했다. 한수원이 구획한 ‘예외상태’ 안에서는 ‘호모 사케르’(Homo Sacer, 희생물은 아니지만 죽임을 당해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존재, 즉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편집자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제3의 문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격렬한 공청회 대응 때문이었는지 부산시는 12월 22일(목) 오후 2시에 “고리2호기 계속운전, 부산시민의 의견을 듣는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겠다고 시민사회에게 연락을 해왔다. 한수원과 부산시의 행보는 이례적인 것이었지만 막상 토론회를 진행하니 그간의 공청회에 있었던 일들의 반복이었다. 한수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토론회 룰을 지키려고 하지 않았고, 미리 기장군민들을 동원해서 시민단체를 모욕하는 현수막을 준비했다.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을 때 토론 좌장을 무시하면서 훼방을 놓는 장면들도 연출되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시민사회 발제·토론자들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 수명연장 경제성의 문제점, 원자력 안전,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법적인 절차에 대한 내용을 묵묵히 전달했다.
중대사고를 포함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 국면은 여기에서 막을 내린다. 하지만 이 공청회에서의 전투는 이번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어떻게든 정부의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한수원, 지침을 제대로 만들지 않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규제기관이지만 규제를 바라만 보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부산시원자력안전조례」의 제4조(책무), 제5조(원자력안전 정책 기본원칙)를 지키지 않은 부산시 등 이번 전투를 통해 많은 모순지점들이 발견되었다.
공청회 문턱에 발목 잡히지 않고, 많은 시민들의 힘을 모아 ‘제 3의 문’을 돌파할 역량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번 전투에서 여실히 느낀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글 |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