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여전히 굳건한 탄소중독예산

재정은 중립적이지 않다.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일 만한 말이지만 실질적인 의미를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재정이 중립적이지 않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정파적 재정 분배다. 이를테면 대통령이 바뀌거나 단체장이 바뀌면 으레 기존 사업들은 사라지고 새로운 사업들이 등장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지나치게 피상적인 접근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재정의 원천은 국민들의 소득이고 따라서 조세는 개별 소득의 이전이고, 정부의 예산이라는 건 국민들이 벌어들인 돈을 세금으로 걷고 이를 편성하여 지출하기까지를 생각해보면 지출의 유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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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지구의 날,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차 없는 거리’ 행사가 서울 도심에서 진행됐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그렇다면 왜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별 국민들의 소득을 조세라는 방식으로 이전하여 지출을 유보하면서까지 재정행위를 하게 될까. 그것은 국가가 국민들의 문제를 개개인의 문제해결이 아니라 좀 더 집합적인 문제로 접근하고 해결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인식은 기껏해야 20세기 중반을 거치면서 형성된, 거의 새로운 생각이다. 왜냐하면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주요한 국가들의 국가소득 중 조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내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의 기능에서 재정행위가 가지고 있는 비중이 매우 미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국가의 재정 수입과 지출이 우리의 삶에 중요해진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재정은 중립적이지 않다’는 말을 생각해보자. 개별 경제행위를 통해서 발생한 경제적 부를 걷어 들여 다시 재정지출을 통해서 분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기존의 사회조건 및 환경을 ‘어떤 방향으로 바꾸겠다’라는, 사회 변화의 방향성에 대한 재배치로 볼 수 있다. 만약 기업에서 걷어 들인 돈을 그대로 기업을 위해서 사용하고, 자가용에서 걷어 들인 돈을 그대로 자가용을 위해서 사용한다면 이는 현상 유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력자로서의 국가를 의미할 뿐이고 그런 국가의 정당성이 민주적으로 성립되긴 어렵다. 그래서 재정행위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고 재정 지출을 통해 현재의 상황에 ‘어떤 변화를 주고자 하는가’라는 지향을 담는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재정 문제가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그만큼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지만 그 문제를 시민 개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국가라는 집합적 힘을 통해서만 유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자 현재의 탄소중독사회를 효과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향성을 틀 수 있는 효과적인 재정행위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이 현상유지를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변화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통예산 구조, 중앙정부는 짓고 지방정부는 관리

한국의 교통 예산구조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명확한 역할의 분담과 그에 따른 재정 구조의 칸막이를 들 수 있다. 계획-건설-관리라는 3단계로 교통 분야의 인프라 사업 방식을 구분한다면, 중앙정부는 계획 부분을 사실상 독점하고 건설 부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관여하지 않기로 한 잔여적인 부분의 계획과 떠넘겨진 책임 하에서의 건설을 담당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교통 인프라에 대한 유지관리를 떠맡는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의 교통 예산은 실제 교통수단을 이용한 이용자들이나 그 산업 내에서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오로지 해당 수단을 운영할 사업자와 그들에게 도움을 줄 만한 인프라의 규모에만 관심을 둔다.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교통시설특별회계’라는 특별한 자금이다. 90년대에 부족한 교통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회계는 주행 목적의 석유연료에 부가하는 유류세를 통해서 조성된다. 문제는 특별회계가 만들어지고 이미 교통 인프라에 대한 공급이 어느 수준에 올라선 지금도 90년대의 회계목적에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2022년 기준으로 교통시설특별회계의 세입은 15조7008억 원에 달하는데, 이 중 8조6559억 원을 도로계정에 편성해 사용하고 있다. 법률상 교통시설특별회계 내의 도로계정은 도로의 건설에 특화되어 있는 예산이기 때문에 유류세 수입으로 조성되는 특별회계의 절반이 다시 주행 목적의 석유연료 소비를 촉진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교통시설특별회계의 일부를 기후대응기금으로 전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규모는 고작 3000억 원에 머물고 도로 건설에 사용하는 도로계정과 비교하면 0.2% 수준에 불과하다.


<표1.  지방정부 총예산과 교통재정 현황(단위: 억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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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지방재정 365 재구성




교통시설특별회계가 곧 국토교통부의 교통재정 수준이라면, 그와 다르게 지방정부에도 교통재정이 있다. ‘수송 및 교통’ 분야에 해당하는 지방재정 지출 항목은 전체 지방재정의 8% 수준(2022년 기준)인 23조370억 원이다. 중앙정부의 교통재정 구조에서는 ‘대중교통’이라는 항목을 찾아보기 힘든데 그 이유는 대중교통과 관련한 정책 사업들은 대부분 비 인프라 사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정부의 교통재정에서는 물류나 교통신호 등의 시설을 포함한 대중교통 항목이 별도로 존재한다. 해당 비율은 지방정부 전체의 4% 내외를 보이고 교통 분야 전체 예산 중에서는 절반 정도에 해당된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도로 항목인데 지방정부의 도로 예산은 도로의 신설보다는 유지관리가 더욱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방재정의 교통재정은 당연히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부산시의 경우에는 전국 대비 전체 예산에서 수송 및 교통 분야 예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해당 수송 및 교통 분야 예산 중에서 대중교통 등에 배정된 예산 비중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부산시가 다른 지방정부에 비해 교통사업에 대한 관심이 있지만 그것이 대중교통 등에 대한 관심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최근 대중교통 등에 대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다는 점 역시 근래의 정책 변화를 짐작하게 한다. 


2023년 정부 교통예산은 강화된 ‘현상유지’ 예산

기후변화의 예측에 있어 ‘현상 유지’라는 기준이 있고(통상적으로 BAU business as usual로 표기된다) 이는 통상적으로 기후위기에 가장 나쁜 시나리오로 다뤄진다. 그도 그럴 것이 현상 유지란 곧 탄소에 의존하는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023년 정부의 교통예산은 기존의 예산, 좀 더 야박하게 말하면 10년 전의 교통예산과 차이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현상 유지에 충실한 예산이다. 눈에 띄는 것은 2022년에 15조 원이었던 교통시설특별회계의 세입이 13조9000억 원으로 전년 본예산 대비 1조8000억 원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2021년과 2022년까지 이어진 유류세 감면 조치에 따른 것이다. 즉 부담금을 걷지 않음으로써 석유 연료 사용자들에게 혜택을 준 셈이다. 재정 지출을 기준으로 보면 2022년 최종예산보다 8.8% 정도 줄어든 셈인데 철도 계정이 13.8% 줄어든 것에 비해 도로 계정은 6.6% 정도만 감소했을 뿐이다. 도로계정에서는 고속도로 건설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국도건설은 늘어났고 민자도로 건설 및 관리는 기존보다 1/3에 가까운 증가폭을 보였다. 이는 전체 도로 건설 총량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민자도로를 선택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표2. 2023년 교통시설특별회계 예산안 중 도로 계정 현황(단위: 백만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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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23년 국토교통부 예산(안)




2023년 국토교통부 전체 예산은 19조7141억 원 규모이고 새롭게 반영된 신규 사업은 총 50개이다. 이 중 12개가 도로 신설 사업으로 신규 사업 예산의 절반을 넘어서고 가덕도신공항건설에 120억 원이 반영되었다. 반면 예산 편성의 기준이 되는 2023년 국토교통부 성과계획서에는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은 5번뿐이다. 이 중 3번은 ‘탄소중립법’이나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고 사업 목적에 반영된 것은 ‘산악 벽지용 친환경 전기열차 기술개발’(72억 원)과 수소 기반 교통기술 개발 등에 506억 원을 편성한 것에 불과하다. 대중교통 활성화나 보행, 자전거 등 대안교통수단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당장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높여서 총통행량을 줄여야 함에도 수요관리에 대한 사업이 전무한 것 역시 확인된다. 그렇게 본다면 2023년 정부의 교통예산이라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의 의지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수동적인 평가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탄소예산’으로서의 지향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글 |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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