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8대 제안과 그 너머의 숙제들

지난 1월 26일 환경연합과  기후솔루션,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2022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제안서」를 발간했다. 제안서는 ▲전력 계통 및 전력 시장·요금체계 개편, ▲주민참여와 환경성 강화를 비롯해 ▲재생에너지와 조화하는 수소 경제, ▲기후대응기금의 적절한 활용에 관한 제안 등을 주요하게 다루었다.

특히 작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수립 이후 이에 걸맞은 에너지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과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때로는 갈등의 형태로, 때로는 분명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모습으로, 다양한 양상으로 가시화되고 있으며 관련한 정책제안 역시 이러한 현실과 무관할 수 없다.


생태계와 조화하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전환 목표에 비추어 본다면 미약한 수준이겠으나, 지난 몇 년간 재생에너지가 비약적으로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특히 태양광 발전시설은 문재인 정부 집권 첫해인 2017년, 누적 설비용량 5GW로 시작해서 2020년엔 14.5GW까지 늘었으니 2022년인 현 시점에서 보면 이번 정권 동안 태양광 발전설비는 3배 이상 늘었다고 봐야 한다. 다만 풍력발전의 경우 같은 기간 0.4GW 정도만 추가되었으니 거의 보급 확대에 실패한 것에 가깝다.

이렇게 태양광 보급이 확대되는 동안 우리 사회는 수많은 갈등과 오해를 겪었으며, 이 과정에서 환경운동 내부의 대립적 양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기후위기 시대에 필수 불가결한, 당위적 청정에너지라고 하더라도 각 현장에서 보면 명백한 개발사업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 현장과 사안의 맥락을 이해하지 않고서 문제를 단숨에 풀겠다는 것은 그래서 오만한 접근일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환경연합을 포함한 세 단체의 정책제안은, 재생에너지 개발 과정에서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초적 제안과 지역 현안을 취합 나열하는 단계에 머무른 한계가 있다고 하겠다. 

우선 재생에너지 환경성 강화를 위해, ‘환경성 평가 강화하는 계획입지제·원스톱숍 도입’과 ‘대체 소재 도입 및 모니터링 강화’가 제안되었다. 이미 집적화단지 제도를 통해 부분적으로 도입된 계획입지제의 시행 과정에서 사전에 환경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할 수 없다. 오랜 환경 훼손의 역사를 톺아볼 때, 개발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제도 자체의 모순과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은 개발의 신뢰성을 하락시키고 생태계 훼손을 막는 기제로 작동해왔다. 이에 기초적이나마 환경영향평가 공탁제를 도입하고 조사 과정·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를 제안했다.

또 한편,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이 개별 입지 특성에 따라 상이한 문제 양상을 띠며 보급 확대가 지체된다는 점을 고려해, 육상·해상 생태계에 대한 선제적 환경성 기초자료 구축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보전지역의 확대 지정과 연동된 재생에너지 계획입지를 운영하도록 하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이 또한, 실제 제도의 도입·운영 과정에서 주민들과 환경 진영의 참여와 지난한 토론이 예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인허가 기간·비용을 축소해주기 위한 원스톱숍 제도 역시, 국회에 발의된 「풍력발전 특별법」이 사실상 좌초되며 멀어진 듯 보이지만, 현재 입법안의 문제를 보완해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개발 및 운영 과정에서 법정 보호종 서식 등 생태계 보전에 관한 환경영향 조사 및 모니터링을 통합적·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입지별 시스템이 마련되어야만 할 것이다. 결국 이것은 비용의 문제다. 재생에너지 개발의 물적·시간적 비용을 낮춰주기 위해 환경 평가를 일부 희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가 환경 보전과 모니터링에 투자함으로써 재생에너지가 특정 입지에서 예기치 않은 환경성 이슈로 인허가가 지연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재생에너지 갈등은 ‘입지’를 둘러싸고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 결국 입지만 잘 선정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개발비용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화석연료나 원자력보다 값싸지는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시 그 과정에서 환경적으로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부실 소재나 개발 면적 대비 효율의 악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새만금과 합천호 수상태양광 등 사례를 보면 구조물 소재로 FRP(섬유강화플라스틱)를 사용하고 있는데, 부식에 따른 유리섬유·미세플라스틱의 환경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이에 관한 실증적 연구가 미미한 상태였기 때문에 무작정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 같은 대규모 사업의 구조물 소재로 사용하도록 두어선 안 된다. 게다가 FRP 자체가 운영 이후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인데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이 배출되는 문제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오염물질의 용출이나 부식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동안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던 구조물 소재의 문제가 제기된 것을 계기로 발전시설 주요 구조물에 대한 사전·사후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지역 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지난 1월 26일 환경연합은 기후솔루션,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와 함께 '2022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 제안서'를 발표하고 대선후보들의 적극적 시스템 개편을 통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시장과 사람

재생에너지 확대의 또 하나의 과제는 석탄·원자력 등 대형 발전원 중심으로 직조된 에너지시스템 전환과 소위 ‘주민 수용성’이라고 부르는 재생에너지 개발 현장에서 주민들의 참여도일 것이다. 

먼저, 재생에너지가 지역 분산형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송배전투자가 있어야 하며, 이는 대형 발전원·소비지 중심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한전이 독점하는 형태로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독립적 규제기관에게 맡겨져야 한다고 제안했고, 나아가 권역별 전력 자립률 개선을 위해 지역에너지센터의 역할 강화 역시 과제로 남겨두었다.

다만, 전통적으로 송전망의 확대에 대한 거부감과 ‘밀양 사태’ 등으로 대변되는 오래된 상처는 시민들은 물론 환경 진영에게도 깊게 남아있는 것이라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송배전망 확대에 관해서는 아직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하나는 ‘주민 수용성’인데 이번 제안서에서는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제안되었다. 핵심은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 가이드라인의 명확화와 ▲공유 이익의 투명한 관리를 위한 등록 시스템 마련, ▲주민참여 범위 확대 및 인당 적정 투자 한도설정이 라고 하겠지만 실상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더 복잡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이미 전국 각지에서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이 확대되며 주민들에게 현물 형태로 보상이 지급되는 나쁜 관례가 시민들에게 학습되었고, 이제는 ‘주민참여형’이라는 외피를 두르더라도 결국 시민들이 이해하기로는 여전히, 조금 더 복잡한 시스템을 통해 사업자에게 받는 ‘보상금’에 다름 아니게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재생에너지 그 자체로 오염·혐오 시설이 아닌 까닭에 ‘보·배상’의 영역에 있지 않다. 또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의 모델의 핵심은 단순히 일방적으로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형성하도록 함으로써 또 다른 주민 주도형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있기 때문에 현재의 제안 또한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제주강정마을에 설치된 마을 분산형 태양광발전소 ⓒ주용기


더 많이 남은 과제들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성과 관련하여 재생에너지 개발이 ‘녹색 대 녹색’으로 이해되거나 고착되는 도식을 뛰어넘을 수 있는 토론일 것이다. 양자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개발의 속도와 양을 늘리면서도 환경성을 확보하고 보전지역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듯 ‘전 국토가 재생에너지 개발 현장의 후보지’가 되어야 한다면, 오히려 이를 기화로 전 국토의 생태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작업으로 만드는 상상이 필요하다. 보호지역과 재생에너지 개발 가능 지역을 가르는 작업은 얼마든지 병행될 수 있다.

이번 정책제안서가 미처 다루지 못한 재생에너지의 쟁점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영농형 태양광 입지 등에 관한 내용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있다. 오랫동안 에너지 운동을 해오던 이들은 농업과 전기 생산을 병행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영농형 태양광의 확대는 그런 피상적 접근을 거부하는 한국 농지 구조의 오랜 모순의 벽에 부딪쳤다. 농지 잠식의 문제뿐 아니라 높은 임대농 비율 등이 대표적이었다. 

또한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기존 대형 발전소 노동자들의 총 고용의 양과 질이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통해서 유지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해결되지 않는 난점이다. 이는 통상 ‘정의로운 전환’ 큰 담론의 영역인 것처럼 보이지만, 재생에너지 확대가 기후위기-정의로운 전환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절실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이와 같은 과제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과제가 더 이상 환경 진영만이 독자적으로 주장하고 해결할 수 없는 차원의 어떤 것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더욱 큰 틀에서 문제에 접근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는 지난 5년간 그랬듯 지엽적 문제에 가로막혀 석탄·원자력을 대체할 ‘가능성’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을 답습할 것이다. ‘환경’ 혹은 ‘생태’라는 의제는 이렇듯 전 사회적으로 확대되었고, 이는 환경운동가들이 더 많은 당사자 시민들과 울타리 없이 만나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하는 까닭이다.  


|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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