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중교통 친화도시가 미래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요청, 혼잡통행료 폐지 발의, 스쿨존 사망사고 발생까지 모두 2022년 서울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대한민국 교통정책의 모델인 서울시 교통행정이 시대의 요구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신호다. 기후위기에 대응해 전 세계 국가들이 자동차 도로를 자전거 도로로 바꾸고, 보행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서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교통정책의 방향 설정에 큰 영향력을 갖는 서울시는, 오히려 자동차 이용을 권장하며 다른 교통수단의 안전을 위협하고, 온실가스 감축 기여에 있어서도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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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2일 ‘연세로 차량통행 허용을 위한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서울시 서대문구청장이 “주말 차 없는 거리 해제”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인구 주는데 자동차는 늘어나는 도시

우리나라, 특히 서울시는 차량 중심 교통체계를 구축해왔다. 이는 자가용의 편리함을 유지시켜 자동차산업을 키우고 세수를 증가시키려는 행정과 기업의 협력 아래 진행됐다. 이러한 협력구조 아래 도시환경과 삶의 질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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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1975년 만해도 19만 대에 불과했지만 마이카 시대를 거쳐 1985년 100만 대를 넘었고 1997년에 1000만 대를 기록했다. 2014년 2000만 대까지 증가하는 데 불과 20년도 걸리지 않았다. 2022년 올해 자동차 등록 대수는 2507만 대로, 국민 2명당 1명이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자동차 등록 대수도 꾸준히 증가해 2021년 기준 317만 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서울시 1000만 명 인구는 2016년 5월에 깨졌고, 이후로도 계속 줄어 2022년 5월 949만6000여 명으로 집계되었다.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자동차 등록 대수는 매년 2~3%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시대와 환경에 역행하는 교통정책

교통정책은 신체, 나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언제든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 교통정책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자동차 중심 교통체계로 나아가겠다는 정책신호를 지속적으로 발하고 있다.

△26년 동안 안 올린 혼잡통행료, 효과 없다 폐지?

혼잡통행료는 차량으로 인한 교통혼잡으로 발생하는 사회적비용을 운전자에게 통행료로 부과해 교통량을 줄이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특별시 혼잡통행료 징수조례에 따라 서울시설관리공단이 1996년 11월 11일부터 남산 1호와 3호 터널에 평일 오전 7시~밤 9시까지 2000원의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지속가능 교통물류발전법 41조와 43조에 한양도성 내 혼잡통행료 부과 강제조항이 징수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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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서울시의회 고광민 의원은 그간 혼잡통행료 징수의 근거가 된 ‘서울특별시 혼잡통행료 징수조례’를 폐지하고, 폐지조례안 시행 1년 뒤부터 통행료 징수를 중단하는 ‘혼잡통행료 징수 조례 폐지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징수 초기와 비교해 혼잡통행료 효과가 현저히 줄었고, 한양도성을 나가는 차량도 통행료를 징수하는 이중과세 문제, 타지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혼잡통행료는 2007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연구에서 ‘현재 시행 중인 교통수요관리 정책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확인된 바 있다. 1996년 대비 2009년 자동차 등록 대수는 36.3% 증가하였음에도 승용차 교통량은 36.8% 감소, 버스 교통량은 113.4% 증가, 차량통행속도 2배 향상 등 징수 효과가 확인되었다. 2013년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혼잡통행료제도 효과평가와 발전 방향’에서도 혼잡통행료 제도가 통행량 감소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혼잡통행료 징수 효과가 떨어진 이유는 요금 때문이다. 혼잡통행료는 도입된 지 26년이나 되었지만, 초기 요금인 2000원에서 전혀 인상되지 않았다. 물가상승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통행료가 인상되어야 한다. 2014년 서울연구원은 8000원 정도가 적절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된 한양도성의 경우는 법적 근거 또한 마련되어 있다. 요금 현실화와 더불어 징수범위 또한 도심까지 확대해 교통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야 한다. 

△시속 1.4km 도로 만들자고 대중교통전용지구 폐지?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에 위치한 연세로는 2014년부터 운영되어 도입 9년째를 맞은 서울의 유일한 대중교통전용지구다. 버스 등 대중교통의 통행만 허용되고 일반 차량은 진입할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상권 활성화를 명목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11월 21일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관련 의견수렴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 모무기 서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시행으로 보행량이 증가했으며, 상권 매출도 2014년 대비 2018년에 14.2%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현재 신촌 상권이 침체된 이유를 파악한 후 정책을 추진해야하며, 차량 진입으로 교통정체가 발생할 경우 매출 하락의 새로운 원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김지환 서울시 교통수요관리팀장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세로에 차량이 통행하게 될 경우 극심한 정체가 발생해 속도가 시속 1.4km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으로 오히려 상권이 활성화되었으며,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차량 이용도 줄일 수 있었다. 서울시는 연세로 이후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추가 지정하겠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추가지정은 없었다. 서대문구의 해제 요청에 타당성을 검토 중이라며, 지금까지 내세운 ‘보행친화도시 서울’ 슬로건을 무색하게 만드는 행정 실태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는 면죄부 아냐 자동차 이용 줄이자

자동차 이용을 줄이는 노력 없이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2050 넷제로를 위해 수송부문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전기차 보급이 주 정책이지만,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감축 효과가 작은 정책이다. 자동차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타이어 미세먼지와 폐배터리 처리 문제도 있다.

또한 아무리 전기차라 하더라도 혼잡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자동차가 많아지고 차가 막힐수록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증가한다. 교통혼잡비용은 차량 정체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기름값과 시간 손실 등 추가로 발생하는 총체적인 손실비용을 말한다. 2021년 교통혼잡비용은 67조7631억 원으로, 우리나라 명목 GDP의 3.6%에 달하는 금액이다. 부족한 주차장으로 인한 주차문제도 심각한 사회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불법주정차 민원건수는 2010년 8450건이었지만, 2021년에는 340만 건으로 400배 이상 증가했다. 주차장 1면을 조성할 때도 1억이 넘는 비용이 든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자동차 이용자보다 대중교통 이용자와 보행자가 더 많지만, 도시의 많은 공간이 자동차를 위해 만들어졌다. 2021년 기준 서울시 도로 연장은 8328km, 자전거 도로는 1242km, 보행로는 1698km로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를 합쳐도 도로의 35% 수준이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응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사람들은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을 이용하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혜택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의 형태로 오히려 차를 사는 사람에게만 돌아가고 있다. 자동차에 투입되는 예산을 독일의 9유로 교통패스 등 대중교통 지원과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 인프라 구축 등에 사용해야 한다. 


도로를 보행자·버스·지하철에게 

교통정책이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자동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교통수요정책을 통해 자동차의 도로 이용을 불편하게 해야 한다. 자동차 이용자들이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으로 수단을 전환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하며,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자동차 도로를 자전거 전용도로나 대중교통전용지구 등 대체교통 이용자들을 위한 곳으로 전환해야 한다. 더 이상 자동차만을 위한 도로가 늘어나서는 안 된다.  



글 | 최화영 서울환경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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