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2017 예산운동으로 만들어가야 할 지속가능한 사회

2017-02-01

“끼얏호!”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2017년 예산 중 4대강사업 부채를 지원하기 위한 한국수자원공사의 이자 및 원금지원 예산 622억 원이 삭감되었다. 앞서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에 투자해 발생한 채무원금 지원금과 채권발행 조달 비용 3400억 원 지원 가운데 일부가 감액된 것이다. 

일부 삭감이라 아쉽다는 반응도 꽤 있지만, 이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622억 원은 약 1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태양광발전 시설(1kw당 200만 원 기준)을 설치할 수 있으며 핀란드 수준의 기본소득 월 70만 원을 9만 명에게 지급할 수 있는 돈이다. 

돈의 규모도 규모지만 이 예산 삭감이 의미 있는 이유는 또 있다. 4대강사업에 앞장서서 참여했던 공기업이 자구책을 통한 부채 삭감을 위해 노력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수자원공사 봤지? 정부가 뒤 봐준다고 무턱대고 국책사업 뛰어들면 저렇게 된다.”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해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4대강사업이 사라질 수 있다.  

4대강예산 삭감에 환영 논평을 쓰고 싶었지만 사실 그럴 수 없었다. 4대강 예산 중 일부가 삭감되었을 뿐, 2017년 예산은 여전히 토목카르텔과 핵마피아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하천을 괴롭히는 각종 공사

ⓒ함께사는길 이성수


국토교통부의 지방하천정비사업 예산의 경우 5700억 원에서 87억 원 증액되어 5787억 원으로 결정되었다. 지방하천정비사업은 과도한 직강화와 준설, 서식지 훼손 등으로 사업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고, 환경부의 생태환경복원사업과 중복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적게는 4억 원, 많게는 23억 원씩 다수의 지자체에 증액이 결정되어 의원들의 지역예산 챙기기 예산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4대강사업에 열심히 싸우는 의원들조차도 해당지역에서는 하천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 예산을 열심히 챙겨간다. 4대강사업의 본질적 교훈에 대해 아직 내면화되지 못한 탓이다.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한강관광자원화 사업은 예산 243억 원에서 48억 원이 감액돼 반영되었다. 한강관광자원화 사업은 한강르네상스 후속사업인데, 특히 통합선착장 조성사업의 경우 이전 정권에서 추진된 경인운하 사업의 연장이라는 면에서 심각하다. 서울 한강구간을 포함하지 않아도 비용편익비가 1.25로 경제성이 있다며 2조2500억 원의 돈을 쏟은 경인운하가 유령운하로 전락했다. 그에 대한 적절한 평가 없이 서울구간까지 연장하지 못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국토부와 수자원공사, 인천시의 생떼를 국회와 서울시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에 예산이 통과된 선착장 예정부지 인근에는 람사르습지이자 생태경관보전지역 1호인 밤섬이 위치하고 있다는 면에서도 매우 우려가 크다.

 

판도라 상자를 여는 예산

파이로 및 소듐고속로 개발사업 총 1021억4300만 원(원자력연구원 운영비 268억4600만 원 포함)예산이 원안 통과되었다. 사용 후 핵연료 건식 재처리 사업인 파이로사업은 핵무기 제조기술로 지목받아서 핵 확산 우려가 있는 사업이다. 소듐고속로 역시 사용 후 핵연료 해결방법의 하나인데 액체나트륨 폭발 사고 등의 문제로 세계적으로 외면 받는 기술이다. 재처리 과정에서 기체방사성물질로 주변 오염, 핵폐기물 추가 발생,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이미 확인되었다. 

원자력연구원은 3년 연속 초과 결산잉여금이 발생하여 여유재원이 있는 기관이다. 그럼에도 ‘사기진작’과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며 삭감을 반대한 지역구 의원의 주장에 결국 이번에도 1000억 원의 혈세가 낭비되었다.

수출용 신형연구로 개발 및 실증사업에 새롭게 38억8000만 원의 예산이 추가 배정되었다. 2015년 건설공사비 이월액 299억8000만 원이 남아 있고, 2016년도 건설공사비 133억 8100만 원이 불용되었음에도 추가로 세금을 축내고자 하는 대표적인 낭비사업이다. 연구로는 규모만 작을 뿐이지 역시 핵연료를 이용한 원전이다. 대전 원자력연구원에 의해서도 추가로 연구용 원자로가 필요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았다. 이미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로 원전에 대한 우려가 높은 지역에 또 하나의 원전을 들이는 것을 지역구 의원이 합심한 것이다. 

예산반영을 요구한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신형연구로 개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도 없이 지역 예산 따기용으로만 고집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방사능 오염의 위험성과 국민의 혈세를 생각해야 할 국회의원들의 이 같은 행태가 심지어 일부 야당의원들의 주도로 통과되었다는 것이 한심한 상황이다.

 

새로운 정권과 환경연합의 과제

지난해 12월 2일, 국회가 2017년 정부 예산안을 심의 확정했다. 확정한 2017년 예산안은 400조5000억 원 규모로 전년대비 3조7000억 원이 늘었다. 박근혜 게이트와 경제사령탑 공백 등에도 별다른 파행 없이 대체로 순조로운 진행되었고 여소야대임에도 정부안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여야 실세의원들의 지역예산 챙기기가 반복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경연합은 지난해 11월 ‘2017 정부예산안 의견서’를 통해 국토교통부, 환경부, 미래창조과학부,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등에 환경예산 증액, 반환경예산 감액을 제안했다. 그 결과 실제 감액된 예산은 1253억 원 규모다. 문제 예산 규모에 비해 감액 성과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4대강사업, 그린벨트개발, 골프장, 케이블카, 핵발전소 등 대기업 먹을거리를 위한 각종 건설사업으로 인해 온 국토가 몸살을 앓고 세금이 축나고 있다. 

2017년 예산 대응을 통해 20대 국회의 한계도 확인했고, 환경연합의 예산 운동 과제가 뚜렷해졌다. 

격동의 2017년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정권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많은 과제를 안고 시작해야만 한다. 지난 두 정권을 거치며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선명해지고, 저성장 사회로의 진입이 본격화되었다. 그 사이 4대강은 철저히 파괴되고,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목도했으며,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겪었다. 더 이상 환경과 안전을 볼모로 한 성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은 시기였다.

우리는 이미 나아갈 방향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 나와 이웃들, 그리고 나무와 물고기, 다음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의 예산운동은 문제예산 삭감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예산들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환경연합 예산운동의 과제가 묵직하다. 

 

정리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활동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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