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Friends of the Earth 82] 오랑우탄에겐 슬픈 2020 도쿄올림픽

2018-12-01

오랑우탄 ⓒMegan Coughlin

전 세계인의 축제이자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불리는 올림픽은 언제나 뜨겁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개최지로 선정된 국가와 도시는 화려한 개회식으로 세계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십여 일간 계속되는 대회 기간 중 인간 승리나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수많은 명승부에 세계가 열광한다. 개회식과 명승부 말고도 이와는 전혀 다른 면에서 올림픽은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한다. 상업주의, 철거민, 아동노동 등 그동안 제기되었던 여러 문제 중에서 환경파괴 문제는 올림픽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올림픽 선언했지만

올림픽과 환경 파괴는 오랫동안 그 역사를 함께해왔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은 최악의 환경오염을 일으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헌정에 환경 보호에 관한 내용을 추가하여 올림픽의 새로운 이상으로 환경올림픽을 선언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도시는 반드시 환경 보호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한 그루의 나무도 베지 않겠다고 선언한 대회도 있었고, 특정 동물의 서식지를 피하기 위해 경기장 위치를 변경한 대회도 있었으며, 각종 친환경 기술을 사용해 경기장을 짓기도 하였다. 그러한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올림픽에서 환경이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변하지 않는 또 다른 사실은 환경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린다는 것이다. 

알베르빌 이후 여러 노력에도 올림픽은 환경 파괴를 동반하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장 건설을 위해 훼손된 가리왕산을 떠올릴 수 있다. 단 3일간의 스키 경기를 위해 조선 시대부터 보호해온 숲을 무자비하게 파괴했다. 올림픽이 끝난 지금 파괴한 산을 복원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산 정상부터 입구까지 무참히 베어진 수십만 그루의 나무와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올림픽은 계속될 것이다. 올림픽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하계와 동계 계절을 가리지 않고, 나라와 지역도 가리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새로운 올림픽과 새로운 환경문제는 이미 진행 중이다. 

 

오랑우탄 서식지 파괴

다가오는 2020년 도쿄에서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입각해 올림픽을 진행하겠다고 천명했다.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빈곤, 기아, 교육과 같은 인류 보편적인 문제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발생하는 경제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사회가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17개 분야 169개 목표를 말한다. 일본은 경기장 신축 최소화, 기존 경기장 재사용 등의 노력을 통해 올림픽 준비 단계에서부터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아우르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공동체와 시민단체는 코린도가 사업을 개시한 이래 이 지역에 많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Rainforest Action Network

그러나 지난 11월 13일 인도네시아 풀뿌리 환경단체 왈히(Walhi), 미국 소재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inforest Action Network, RAN) 등 해외 4개 비정부단체는 일본이 올림픽 건축자재용 목재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2020년까지 산림파괴를 중지하고 황폐화된 숲을 복원’하겠다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훼손하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 「깨진 약속(Broken Promise)」을 발표했다. 이들은 올림픽 공사 현장에 한국계 인도네시아 대기업 코린도가 불법으로 벌채한 목재가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일본 정부 및 금융기관이 즉각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국내에서 생소한 기업인 코린도는 인도네시아 산림자원 개발 업계의 강자다. 팜유, 합판, 목재 등의 생산을 주력으로 하고 신문용지 생산, 금융산업 및 해운물류 부문에도 진출해 30개 이상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코린도는 인도네시아 전체 합판 생산량의 30퍼센트, 신문용지 생산량의 70퍼센트를 차지한다. 일본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코린도 합판 수입국이다. 그중 3분의 1은 일본 목자재 기업 스미토모 임업(Sumitomo Forestry)이 거래하는데, 이들이 코린도로부터 구매한 합판이 2020 도쿄올림픽을 위해 새로 짓는 아리아케 경기장(Ariake Arena) 건설자재로 사용되며 문제가 되고 있다.   

코린도기업의 벌목 현장.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다 ⓒRAN

보고서 「깨진 약속」은 현장 사진과 각종 데이터를 증거로 제시하며 코린도에서 생산한 합판이 오랑우탄 서식지 파괴 및 불법 벌채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인도네시아 동 칼리만탄주에서 벌목 및 팜유 생산을 하는 기업인 PT Tunas Alam Nusantara(PT TAN)은 코린도에 목재를 공급하는 업체 중 하나다. 코린도가 인도네시아 당국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PT TAN은 2016~2017년 코린도의 발릭파판 합판 공장(PT Balikpapan Forest Industries)에 목재를 공급해왔다. 인도네시아 산림환경부가 제공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PT PAN의 사업부지 안에 있는 대부분의 숲이 오랑우탄 서식지였다. 그러나 PT PAN은 오랑우탄 서식지를 무참히 파괴하고 얻어낸 목재를 코린도의 합판공장에 납품했고, 그곳에서 생산한 합판이 도쿄올림픽 건설현장에 투입되었다. 

북말루쿠 지역에 있는 코린도의 또 다른 벌목팜유 회사 PT Gelora Mandiri Membangun(PT GMM)은 사업의 불법성 논란을 적나라하게 조명한다. 지역 공동체와 시민단체는 PT GMM이 사업 등록과정에 있어 필수적으로 지켜야 할 인도네시아 법과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PT GMM은 개발에 대한 지역공동체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환경영향평가 이행에 실패하고, 토지사용등기(HGU) 역시 취득하지 못했지만 2012년에 불법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코린도는 PT GMM을 인수하기 전인 2011년 필요한 모든 허가증을 발급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인도네시아 토지청은 시민사회 대표단과의 만남에서 PT GMM이 당시까지도 토지사용등기(HGU)를 취득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코린도가 사업을 개시한 이래 이 지역에 많은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이는 인도네시아 방화금지법 위반을 시사한다. 위성영상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5년까지 PT GMM 사업 부지에서 127건의 화재지점(hot spot)이 포착되었다. 코린도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인 2013년에는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PT GMM에서 벌채한 목재 역시 올림픽 건축자재용으로 공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과 한국계 기업 코린도 

이처럼 코린도 그룹이 2020 도쿄올림픽 건설 현장에 수출하는 목재가 산림파괴, 지역공동체 권리침해, 지속가능발전 정신 훼손 등을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올림픽 주최 측과 코린도 모두 적법한 절차를 밟았기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거의 유일한 천연림이자 그 생태적 가치는 감히 계산할 수도 없는 가리왕산 역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무참히 파괴되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우리는 환경파괴라는 아픈 손가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그 논란의 중심에는 한국계 기업이 있다.

 

 

글 | 김혜린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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