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터키 시민들은 군부의 쿠데타를 막아냈다. 민간인을 포함 250명이 죽고 2000여 명이 다쳤다.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군부의 폭력적 전복에 반대한 대가였다. 군부 쿠데타의 실패는 시민들이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승리였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은 잠시, 시민들의 감격은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폭력적 전복 막아낸 시민들

1년 전 군부의 탱크를 가로막고 쿠데타를 막아낸 터키 시민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를 정치에 역이용했다. 쿠데타 후 이른바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대규모 투옥과 무더기 해고가 이뤄졌다. 자산이 압류되어 폐쇄되는 기관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권이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자에 대한 숙청은 계속되고 있고 쿠데타와 직접 관련이 없는 반대 세력에게까지 칼날을 겨누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쿠데타 지휘부가 무슨 목적으로 반란을 시도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해 7월 15일 발생한 쿠데타는 15년간 이어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와 이슬람 중심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던 일부 군 세력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거리에 탱크를 배치했고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에 놓인 다리를 봉쇄하고 앙카라 의회 건물에 포격을 가했다.
당시 휴양지에 머물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로 복귀, 집권 정의개발당(AKP) 및 수만 명의 시민과 함께 쿠데타 세력을 몰아냈다. 9시간 만에 폭력으로 체제를 전복하려던 이들의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다. 터키 정부는 이날을 ‘민주주의와 국가통합의 날’로 정하고 국경일로 지정하는 한편 희생된 시민들을 ‘이슬람 순교자’라 부르며 추모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군부 쿠데타를 막아낸 자리에는 평화 대신 음모론과 혼돈이 들이닥쳤다. 터키 정부는 쿠데타 가담자뿐만 아니라 추종 세력 일체를 뿌리 뽑으려 했다. 하지만 그 근거가 모호하고 기준이 불분명했다.
“마녀사냥을 중단하라”
터키 정부는 재미 이슬람 학자인 펫훌라흐 귈렌을 배후 세력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쿠데타 지휘부가 펫훌라흐 귈렌과 언제, 어떻게 공모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펫훌라흐 귈렌은 터키 정부에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며 배후설을 부정했다. 미국 정부도 터키 정부의 송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배후로 지목된 자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이들도 끌려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후 터키에서만 5만여 명이 쿠데타 관련 혐의로 체포됐다. 현재 쿠데타 사범으로 지칭되는 5만510명이 형을 살고 있거나 구속 상태로 재판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터키 법무부에 따르면 펫훌라흐 연관 테러 용의자 8087명이 사법조처를 피해 도주해 수배중이다.
쿠데타 배후 연계 혐의로 해고되거나 직위해제 된 군인, 경찰, 판·검사, 교사, 교수, 공무원 등 공공부문 종사자는 15만 명 이상이다. 이중 상당수는 교사와 경찰, 판사, 기자들이다. 학교, 병원, 비영리기구 수천여 곳이 정부 직권으로 문을 닫았다. 쿠데타 연루 혐의로 자산이 압류된 기업은 965곳, 압류된 자산은 410억 리라(약 13조530억 원)에 이른다.
터키 정부의 해고 바람은 쿠데타를 막아낸 1주년을 하루 앞둔 7월 14일에도 현재진행형이다. 통합을 외치던 터키 정부는 이날에도 군인과 경찰, 학자, 관리 등 공무원 7000여 명을 테러조직 또는 국가안보 저해 조직 연계 혐의로 해임했다.
이 모든 것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가능했으며 개헌으로 견고해졌다. 쿠데타 진압 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터키는 정부가 발동하는 행정명령을 통해 헌법, 법률에 구속 받지 않고 국민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쿠데타 진압 후 닷새 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던 터키 정부는 이를 석 달씩 세 차례 연장했고 7월 19일이면 종료되는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법 조처의 범위는 기준을 두지 않고 확장됐다. 예를 들어 사법당국은 범죄 사실의 소명 없이도 최장 30일까지 용의자를 구금 심문할 수 있다. 임의 구금 기간은 올해 1월 최장 7일로 단축됐지만 구속은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한 고문과 의문사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헌으로 2034년까지 재임 가능
한편 터키에서는 지난 4월 16일 대통령중심제 개헌안이 가결됐다. 정치구조 개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총유권자 5836만 명 가운데 5060만 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51.3퍼센트, 반대 48.7퍼센트로 개헌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로써 터키는 2019년부터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전환된다. 1923년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공화국을 수립한 지 약 1세기 만에 의원내각제가 폐지되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임조항에 따라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게 됐다. 임기만료 직전 조기 대선을 실시하면 2034년까지도 재임할 수 있다.
터키 야권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처벌을 빌미 삼아 정치적 반대파를 척결하고 있으며 독재 권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터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의회 연설에서 “지난해 폭격도 견뎌낸 의회가 지금 오히려 그 기능을 상실하고 권한을 잃었다”며 “정상화 대신 영구적 국가비상사태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425킬로미터의 ‘정의의 행진’을 완주한 시민들은 지난 7월 9일 이스탄불 해안에 모여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CHP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지난 6월 지지자들과 함께 독재를 비판하며 앙카라에서 이스탄불까지 25일간 425킬로미터를 걷는 ‘정의의 행진’을 진행했다. 지난 7월 9일 이스탄불 해안 광장에 200만 명이 모여 열린 집회는 행진 완주 선언장이자 독재를 규탄하는 시민 성토의 장이었다. 최근 이스탄불연구소의 설문에 따르면 ‘정의의 행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43퍼센트로 공화인민당(CHP)의 지지율보다 17퍼센트나 높게 나타났다. 행진에 공감하고 의미 있게 지켜본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국민 기본권 영구 제한 우려
지난 7월 15일 쿠데타 진압 1주년을 맞아 터키의 수도 앙카라와 최대도시 이스탄불 등 주요 도시 곳곳이 붉은색의 대형 국기로 뒤덮였을 때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가에 대한 공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반역자의 목을 잘라야 한다”고 경고했다.
1년째 지속되고 있는 국가비상사태가 국민 기본권 제한을 영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터키의 언론자유 순위는 180개국 가운데 155위로 매우 낮은 편이다. 1년 전 쿠데타를 구실로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하며 국민을 억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는 터키의 상황에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회원
1년 전 터키 시민들은 군부의 쿠데타를 막아냈다. 민간인을 포함 250명이 죽고 2000여 명이 다쳤다.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군부의 폭력적 전복에 반대한 대가였다. 군부 쿠데타의 실패는 시민들이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승리였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은 잠시, 시민들의 감격은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폭력적 전복 막아낸 시민들
1년 전 군부의 탱크를 가로막고 쿠데타를 막아낸 터키 시민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를 정치에 역이용했다. 쿠데타 후 이른바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대규모 투옥과 무더기 해고가 이뤄졌다. 자산이 압류되어 폐쇄되는 기관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권이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자에 대한 숙청은 계속되고 있고 쿠데타와 직접 관련이 없는 반대 세력에게까지 칼날을 겨누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쿠데타 지휘부가 무슨 목적으로 반란을 시도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해 7월 15일 발생한 쿠데타는 15년간 이어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와 이슬람 중심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던 일부 군 세력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거리에 탱크를 배치했고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에 놓인 다리를 봉쇄하고 앙카라 의회 건물에 포격을 가했다.
당시 휴양지에 머물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로 복귀, 집권 정의개발당(AKP) 및 수만 명의 시민과 함께 쿠데타 세력을 몰아냈다. 9시간 만에 폭력으로 체제를 전복하려던 이들의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다. 터키 정부는 이날을 ‘민주주의와 국가통합의 날’로 정하고 국경일로 지정하는 한편 희생된 시민들을 ‘이슬람 순교자’라 부르며 추모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군부 쿠데타를 막아낸 자리에는 평화 대신 음모론과 혼돈이 들이닥쳤다. 터키 정부는 쿠데타 가담자뿐만 아니라 추종 세력 일체를 뿌리 뽑으려 했다. 하지만 그 근거가 모호하고 기준이 불분명했다.
“마녀사냥을 중단하라”
터키 정부는 재미 이슬람 학자인 펫훌라흐 귈렌을 배후 세력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쿠데타 지휘부가 펫훌라흐 귈렌과 언제, 어떻게 공모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펫훌라흐 귈렌은 터키 정부에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며 배후설을 부정했다. 미국 정부도 터키 정부의 송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배후로 지목된 자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이들도 끌려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후 터키에서만 5만여 명이 쿠데타 관련 혐의로 체포됐다. 현재 쿠데타 사범으로 지칭되는 5만510명이 형을 살고 있거나 구속 상태로 재판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터키 법무부에 따르면 펫훌라흐 연관 테러 용의자 8087명이 사법조처를 피해 도주해 수배중이다.
쿠데타 배후 연계 혐의로 해고되거나 직위해제 된 군인, 경찰, 판·검사, 교사, 교수, 공무원 등 공공부문 종사자는 15만 명 이상이다. 이중 상당수는 교사와 경찰, 판사, 기자들이다. 학교, 병원, 비영리기구 수천여 곳이 정부 직권으로 문을 닫았다. 쿠데타 연루 혐의로 자산이 압류된 기업은 965곳, 압류된 자산은 410억 리라(약 13조530억 원)에 이른다.
터키 정부의 해고 바람은 쿠데타를 막아낸 1주년을 하루 앞둔 7월 14일에도 현재진행형이다. 통합을 외치던 터키 정부는 이날에도 군인과 경찰, 학자, 관리 등 공무원 7000여 명을 테러조직 또는 국가안보 저해 조직 연계 혐의로 해임했다.
이 모든 것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가능했으며 개헌으로 견고해졌다. 쿠데타 진압 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터키는 정부가 발동하는 행정명령을 통해 헌법, 법률에 구속 받지 않고 국민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쿠데타 진압 후 닷새 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던 터키 정부는 이를 석 달씩 세 차례 연장했고 7월 19일이면 종료되는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법 조처의 범위는 기준을 두지 않고 확장됐다. 예를 들어 사법당국은 범죄 사실의 소명 없이도 최장 30일까지 용의자를 구금 심문할 수 있다. 임의 구금 기간은 올해 1월 최장 7일로 단축됐지만 구속은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한 고문과 의문사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헌으로 2034년까지 재임 가능
한편 터키에서는 지난 4월 16일 대통령중심제 개헌안이 가결됐다. 정치구조 개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총유권자 5836만 명 가운데 5060만 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51.3퍼센트, 반대 48.7퍼센트로 개헌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로써 터키는 2019년부터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전환된다. 1923년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공화국을 수립한 지 약 1세기 만에 의원내각제가 폐지되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임조항에 따라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게 됐다. 임기만료 직전 조기 대선을 실시하면 2034년까지도 재임할 수 있다.
터키 야권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처벌을 빌미 삼아 정치적 반대파를 척결하고 있으며 독재 권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터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의회 연설에서 “지난해 폭격도 견뎌낸 의회가 지금 오히려 그 기능을 상실하고 권한을 잃었다”며 “정상화 대신 영구적 국가비상사태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425킬로미터의 ‘정의의 행진’을 완주한 시민들은 지난 7월 9일 이스탄불 해안에 모여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CHP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지난 6월 지지자들과 함께 독재를 비판하며 앙카라에서 이스탄불까지 25일간 425킬로미터를 걷는 ‘정의의 행진’을 진행했다. 지난 7월 9일 이스탄불 해안 광장에 200만 명이 모여 열린 집회는 행진 완주 선언장이자 독재를 규탄하는 시민 성토의 장이었다. 최근 이스탄불연구소의 설문에 따르면 ‘정의의 행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43퍼센트로 공화인민당(CHP)의 지지율보다 17퍼센트나 높게 나타났다. 행진에 공감하고 의미 있게 지켜본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국민 기본권 영구 제한 우려
지난 7월 15일 쿠데타 진압 1주년을 맞아 터키의 수도 앙카라와 최대도시 이스탄불 등 주요 도시 곳곳이 붉은색의 대형 국기로 뒤덮였을 때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가에 대한 공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반역자의 목을 잘라야 한다”고 경고했다.
1년째 지속되고 있는 국가비상사태가 국민 기본권 제한을 영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터키의 언론자유 순위는 180개국 가운데 155위로 매우 낮은 편이다. 1년 전 쿠데타를 구실로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하며 국민을 억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는 터키의 상황에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