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Friends of the Earth 70] 스페인 뒤흔드는 카탈루냐의 함성

2017-11-01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원하는 카탈루냐 시민들은 분리독립 투표를 요구해왔다. 그리고 지난 11월 1일 진행한 투표 결과 분리 독립 찬성이 90퍼센트 이상 나왔다 ⓒxaqu?n sm


전 세계가 스페인을 주시하고 있다. 스페인에 속한 카탈루냐 지방과 스페인 정부 간 관계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일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 독립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43퍼센트의 참여율을 보인 가운데 실시된 투표에서 분리 독립에 대한 찬성표는 무려 90.18퍼센트. 투표 참여도는 높지 않았지만 투표 결과는 분리 독립 찬성의 압도적 우세였다. 

하지만 현행 스페인 헌법은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분리 독립 투표를 진행할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 만약 카탈루냐에 대한 분리 독립 투표를 하려면 카탈루냐 지역 주민을 포함하여 스페인 전역의 국민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거쳤어야 한다.


분리 독립 원하는 카탈루냐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 투표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11월 9일에도 카탈루냐는 비공식 분리 독립 투표를 실시했다. 당시 투표율은 40퍼센트 미만에 그쳤지만 투표 결과는 분리 독립 찬성쪽이 80퍼센트였다. 카탈루냐는 2015년 9월 27일 자치의회 선거에서 분리 독립 찬성이 과반수를 차지하자 지방정부 주도로 18개월 이내에 자치의회에서 독립 절차 시작을 채택키로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2016년 8월 위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카탈루냐 자치의회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 1일 분리 독립 투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다양한 구성원과 역사적 배경을 가진 공간에 현대 국가의 틀이 자리 잡은 이래 스페인은 지금 국가체제 존속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는지 모른다. 따지고 보면 지방정부의 분리 독립 주장은 자치권 강화와는 차원이 다른 극단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그만큼 스페인의 일부로서 카탈루냐의 골은 깊었다. 

프랑스와 인접한, 스페인 북동부에 위치한 카탈루냐는 경제적으로 스페인 GDP의 2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부유한 지역이다. 카탈루냐의 주도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이어 스페인의 두 번째 대표적인 도시로 꼽히기도 한다. 

카탈루냐는 18세기 이후부터 현재까지 300여 년간 스페인 중앙정부에 소속된 지방으로 존재해 왔지만 문화, 언어 등의 독자성을 오랜 기간 유지해오고 있다. 활달한 북방민족 기질의 문화를 갖는 한편 언어도 스페인어보다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어에 가까운 카탈루냐어를 갖고 있다. 

카탈루냐는 1714년 스페인에 병합됐다. 복합적 이유로 분리 독립 운동이 끊이지 않았던 카탈루냐는 19세기 후반에는 자치독립 운동의 중심지였고 20세기초 부분적으로 자치권을 획득했던 짧은 시기가 있었으나 스페인 내전 후 프랑코 정권 하에서 자치권을 상실했으며 당시 카탈루냐어의 공식 사용도 금지 당하는 등 탄압 받았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분리 독립 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했으며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대해 ‘분리 독립 선언 시 자치권 몰수’를 경고해 왔다. 즉,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취소하고 이 지역에 대한 직접 통치를 실시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분리 독립 투표 실시를 막기 위해 지난 11월 1일 경찰을 동원해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압수했으며 무력으로 2000개의 투표소 중 93개를 폐쇄했다. 이 과정에서 분리 독립 지지자들과 충돌해 900여 명이 다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스페인 정부는 주민투표 과격진압을 공식 사과했지만 팽팽한 긴장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페인 사법당국은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단체인 <옴니움쿨투랄>의 조르디 키사르트 대표와 <카탈루냐국민의회(ANC)>의 호르디 산체스 대표를 분리 독립 지지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했다. 

 

평화적 해법 요구에도 긴장 고조

긴장이 고조되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자 보다 못한 스페인 시민들이 무력 대신 평화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지기 시작했다. 11월 7일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와 카탈루냐의 주도 바르셀로나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모여 스페인 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대해 대화와 협상을 요구했다. 두 도시의 도심 광장에서는 시민들이 일제히 흰색 옷을 입고 나와 “대화 할까요”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중앙정부와 자치정부 간 협상을 통한 갈등 해결을 외쳤다. 분리 독립 찬성과 반대 세력의 중심지인 두 도시에서 시민들이 모여 찬반을 떠나 평화적 해법을 주장하고 나선 것. 

하지만 상황은 이 같은 시민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11월 1일 분리 독립 투표 이후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카를레스 푸지데몬 수반을 압박하며 “16일까지 분리 독립 여부를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다. 분리 독립 선언을 예고해 왔던 카탈루냐는 입장을 밝히는 대신 스페인 정부에 협상을 요구하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스페인 정부는 19일까지 사흘 더 기한을 연장했지만 카탈루냐는 스페인 정부가 원하는 대로 분리 독립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 운동을 반대하는 스페인 국민들이 ‘모두 스페인이다’란 푯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Contando Estrelas


이에 11월 19일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지역의 자치권 박탈을 위한 헌법 155조 발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헌법 155조는 자치정부가 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스페인의 전반적 이익을 침해할 경우 중앙정부가 필요한 모든 수단을 쓸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21일 소집될 스페인 비상각료 회의에서는 카탈루냐 자치권 몰수가 의결될 것이며 곧바로 이에 대한 상원의 승인이 요청될 것이다.

스페인 여야 정치권은 이미 카탈루냐 지방정부를 해산하기로 합의한 상태. 현재로선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해산되고 내년 1월께 지방선거가 실시될 공산이 크다. 카탈루냐 현 지방정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은 카탈루냐 분리 독립 대신 현상유지를 촉구하며 “우리는 우리를 기쁨과 고통으로 함께 엮었던 성공과 실패, 승리와 희생을 나누며 살아왔다”면서 “우리는 그것들을 잊을 수 없다”고 호소했지만 모든 것을 돌이키기에 때는 늦은 것 같다.

스페인 정부의 강경 입장에 맞서 카탈루냐 현지에서도 현금인출 등 불복종 운동과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옴니움쿨투랄>과 <카탈루냐국민의회(ANC)>는 중앙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현금인출 운동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본사가 카탈루냐 이외 지역으로 이동한 카이사방크 은행 등에서 대규모 인출 사태가 두드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나

유럽연합(EU) 역시 카탈루냐 사태를 면밀히 주시, 역내 다른 지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카탈루냐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개입이나 중재에 나서지는 않을 방침이다. 

지역 주민의 자기결정권은 중요하다. 무력 진압 역시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분리 독립은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다. 카탈루냐가 자치권 강화 대신 분리 독립 카드를 꺼내어 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이 카탈루냐인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루하루 긴급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카탈루냐를 포함, 먹구름이 드리워진 스페인에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길 바란다.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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