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덥다!
비단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올해 전 세계가 폭염을 앓고 있다. 강력한 폭염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결과라는 원인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2016년은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해마다 이런 기록 갱신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것. 기후변화는 폭염이라는 극단적 이상기후 현상을 심화시키며 지구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지구 상의 그 어떤 생명체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불볕더위에 빠진 지구촌

기록적인 폭염 속에 산불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노스림인근에서 자연발화한 산불로 89제곱킬로미터의 임야가 불에 탔다 ⓒUSDA
중동 지역에서는 섭씨 50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쿠웨이트의 사막대인 미트리바(Mitribah) 지역의 경우 지난 7월 낮 최고기온이 섭씨 54도를 기록했다. 이 온도는 지구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Jeaddah)는 지난 7월 기온이 섭씨 52도까지 치솟았고,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는 6월 하순부터 섭씨 42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더니 지난 7월 51도까지 올라갔다.이라크의 바스라(Basra)는 53도까지 올랐다. 체감온도는 이보다 더 높은 섭씨 60도로 유례없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높은 기온 속에 농작물은 말라 죽었다. 땡볕 아래 맨땅에 달걀을 올리면 불 없이 프라이가 될 정도이다 보니 일상생활은 불가능해진 지 오래다. 급기야 이라크 정부는 임시 공휴일을 선포했지만 에어컨의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정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는 하루 12시간 이상 단전이 되기도 했다.최근 엄청난 폭염이 지속되자 ‘미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 ‘땀 공화국(United Sweats of America)’으로 변했다는 우스개소리도 나온다. 미국 대부분의 지역이 이토록 오래 더위에 시달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7월 미국 기상당국은 일부 지역의 기온이 46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하고 26개 주에 폭염 경보를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라스베이거스는 섭씨 46도를 기록했으며 심지어 알래스카에서도 기온이 30도를 넘어가는 등 이례적인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Fairbanks)에서는 7월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야생 블루베리와 라스베리가 자라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미국 동부 13개 주의 전력수요량도 지난 7월25일 1만825㎿(메가와트)를 기록해 3년 만에 정점을 찍었다.
폭염은 재난으로 이어진다. 시뻘건 화염이 곳곳에서 치솟아 오르고 불덩이들이 사방으로 날리는 등 지난 7월 그랜드캐니언의 북벽, 노스림(North Rim) 인근에서는 자연발화한 산불로 사흘간 여의도 면적의 30배가 넘는 89제곱킬로미터의 임야가 불탔다.
한편 서유럽에서도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겹치며 큰 산불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포르투갈 마데이라(Madeira) 섬에서는 지난 8월 대형 산불로 4명이 숨졌고 관광객 1000여 명이 대피했다. 프랑스 부슈뒤론 주에서는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3명이 부상당했으며 지난 7월 영국 노스요크셔(North Yorkshire) 주 등 곳곳에서 폭염으로 철로가 휘어져 열차가 연착 지연됐다.
중국에서도 남부지방의 기온이 연일 섭씨 40도를 웃도는 가마솥 더위가 계속되면서 최고 단계의 폭염 경보인 ‘고온 홍색 경보’가 발령됐다. 중국 상하이는 지난 7월 낮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중국의 저장 성과 푸젠 성 등 동남부 해안 지역도낮 최고기온이 섭씨 38∼40도를 오갔다. 너무 뜨거운 수온에 물고기들은 떼죽음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60년 만에 최고 수준의 더위가 찾아온 인도의 낮 기온은 지난 7월 섭씨 50도에 달했다. 일본도 기온이 연일 섭씨 40도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야마나시 현은 섭씨 39.2도를 찍었고 열사병으로 인한 환자가 8월 1일부터 7일 사이 역대 최대인 658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6일과 7일에는 1700여 명이 더위로 구급차에 실렸다. 일본 최북단의 홋카이도 지역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33.6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폭염은 기후변화의 산물
지난 8월 15일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은 세계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무더운 달이었다. 나사가 세계 평균 기온을 관측한 1880년 이래 가장 더웠던 달은 2011년 7월과 2015년 7월이지만 올해 7월의 기온은 이들보다 섭씨 0.11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를 관측하는 또 다른 기구인 미국 해양대기관리국(NOAA) 또한 지난 7월을 역대 7월 가운데 가장 무더웠던 달로 보고 있다.

나사는 지난 7월 세계 평균 기온이 1950~1980년 7월 평균 기온보다도 섭씨 0.84도 높았다고 발표했다. 세계 월별 평균기온은 15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 곧 8월이 16개월 연속 경신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폭염의 원인으로 1차적으로 엘니뇨를 지목한다. 엘니뇨란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수온이 평년보다 섭씨 0.4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인데 지난해 겨울 동태평양 적도 부근 수온이 무려 2.5도 이상 상승하는 소위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고 올해 이상 고온과 폭염도 지난 슈퍼 엘니뇨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폭염은 지역을 불문하고 나타나고 있어 엘니뇨로 인한 국지적 현상의 범주를 벗어난다. 전 세계적인 폭염인 만큼 지구온난화 가속화로 인해 나타난 기후변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나사의 개빈 슈미츠(Gavin Schmidt) 박사는 “고온 현상에는 일부 엘니뇨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1960년대 이후 기온 상승의 거의 모든 원인은 인간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한편 2005년부터 2014년까지 25번의 주요한 폭염이 있었는데 연평균 7232건의 사망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은 가장 뜨거운 연도였으며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프랑스에서는 3275건, 인도에서는 2248건, 파키스탄에서는 1229건 보고된 바 있다.
유엔재난경감국제전략기구(United Nations Office for Disaster Risk Reduction, UNISDR)는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으로 인한 사망을 경고하며 자연적 위험으로부터 치사율을 감소시키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빈곤층과 취약계층, 난민, 노인과 아동,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폭염을 제때 경고하고 물 공급과 쉼터 제공 등 적절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직시하라
지난해 12월 출범한 파리기후협정체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세계 각국은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대비 섭씨 1.5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목표에 합의했으나 사실상 첫해부터 상한선을 코앞에 두게 된 상황. 올해 전 세계 상반기 평균 기온은 19세기 때보다 1.3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망칠 곳은 없다. 기후변화를 직시하고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맞서는 방법 밖에는.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회원
더워도 너무 덥다!
비단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올해 전 세계가 폭염을 앓고 있다. 강력한 폭염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결과라는 원인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2016년은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해마다 이런 기록 갱신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것. 기후변화는 폭염이라는 극단적 이상기후 현상을 심화시키며 지구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지구 상의 그 어떤 생명체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불볕더위에 빠진 지구촌
기록적인 폭염 속에 산불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노스림인근에서 자연발화한 산불로 89제곱킬로미터의 임야가 불에 탔다 ⓒUSDA
중동 지역에서는 섭씨 50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쿠웨이트의 사막대인 미트리바(Mitribah) 지역의 경우 지난 7월 낮 최고기온이 섭씨 54도를 기록했다. 이 온도는 지구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Jeaddah)는 지난 7월 기온이 섭씨 52도까지 치솟았고,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는 6월 하순부터 섭씨 42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더니 지난 7월 51도까지 올라갔다.이라크의 바스라(Basra)는 53도까지 올랐다. 체감온도는 이보다 더 높은 섭씨 60도로 유례없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높은 기온 속에 농작물은 말라 죽었다. 땡볕 아래 맨땅에 달걀을 올리면 불 없이 프라이가 될 정도이다 보니 일상생활은 불가능해진 지 오래다. 급기야 이라크 정부는 임시 공휴일을 선포했지만 에어컨의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정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는 하루 12시간 이상 단전이 되기도 했다.최근 엄청난 폭염이 지속되자 ‘미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 ‘땀 공화국(United Sweats of America)’으로 변했다는 우스개소리도 나온다. 미국 대부분의 지역이 이토록 오래 더위에 시달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7월 미국 기상당국은 일부 지역의 기온이 46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하고 26개 주에 폭염 경보를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라스베이거스는 섭씨 46도를 기록했으며 심지어 알래스카에서도 기온이 30도를 넘어가는 등 이례적인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Fairbanks)에서는 7월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야생 블루베리와 라스베리가 자라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미국 동부 13개 주의 전력수요량도 지난 7월25일 1만825㎿(메가와트)를 기록해 3년 만에 정점을 찍었다.
폭염은 재난으로 이어진다. 시뻘건 화염이 곳곳에서 치솟아 오르고 불덩이들이 사방으로 날리는 등 지난 7월 그랜드캐니언의 북벽, 노스림(North Rim) 인근에서는 자연발화한 산불로 사흘간 여의도 면적의 30배가 넘는 89제곱킬로미터의 임야가 불탔다.
한편 서유럽에서도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겹치며 큰 산불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포르투갈 마데이라(Madeira) 섬에서는 지난 8월 대형 산불로 4명이 숨졌고 관광객 1000여 명이 대피했다. 프랑스 부슈뒤론 주에서는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3명이 부상당했으며 지난 7월 영국 노스요크셔(North Yorkshire) 주 등 곳곳에서 폭염으로 철로가 휘어져 열차가 연착 지연됐다.
중국에서도 남부지방의 기온이 연일 섭씨 40도를 웃도는 가마솥 더위가 계속되면서 최고 단계의 폭염 경보인 ‘고온 홍색 경보’가 발령됐다. 중국 상하이는 지난 7월 낮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중국의 저장 성과 푸젠 성 등 동남부 해안 지역도낮 최고기온이 섭씨 38∼40도를 오갔다. 너무 뜨거운 수온에 물고기들은 떼죽음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60년 만에 최고 수준의 더위가 찾아온 인도의 낮 기온은 지난 7월 섭씨 50도에 달했다. 일본도 기온이 연일 섭씨 40도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야마나시 현은 섭씨 39.2도를 찍었고 열사병으로 인한 환자가 8월 1일부터 7일 사이 역대 최대인 658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6일과 7일에는 1700여 명이 더위로 구급차에 실렸다. 일본 최북단의 홋카이도 지역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33.6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폭염은 기후변화의 산물
지난 8월 15일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은 세계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무더운 달이었다. 나사가 세계 평균 기온을 관측한 1880년 이래 가장 더웠던 달은 2011년 7월과 2015년 7월이지만 올해 7월의 기온은 이들보다 섭씨 0.11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를 관측하는 또 다른 기구인 미국 해양대기관리국(NOAA) 또한 지난 7월을 역대 7월 가운데 가장 무더웠던 달로 보고 있다.
나사는 지난 7월 세계 평균 기온이 1950~1980년 7월 평균 기온보다도 섭씨 0.84도 높았다고 발표했다. 세계 월별 평균기온은 15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 곧 8월이 16개월 연속 경신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폭염의 원인으로 1차적으로 엘니뇨를 지목한다. 엘니뇨란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수온이 평년보다 섭씨 0.4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인데 지난해 겨울 동태평양 적도 부근 수온이 무려 2.5도 이상 상승하는 소위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고 올해 이상 고온과 폭염도 지난 슈퍼 엘니뇨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폭염은 지역을 불문하고 나타나고 있어 엘니뇨로 인한 국지적 현상의 범주를 벗어난다. 전 세계적인 폭염인 만큼 지구온난화 가속화로 인해 나타난 기후변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나사의 개빈 슈미츠(Gavin Schmidt) 박사는 “고온 현상에는 일부 엘니뇨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1960년대 이후 기온 상승의 거의 모든 원인은 인간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한편 2005년부터 2014년까지 25번의 주요한 폭염이 있었는데 연평균 7232건의 사망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은 가장 뜨거운 연도였으며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프랑스에서는 3275건, 인도에서는 2248건, 파키스탄에서는 1229건 보고된 바 있다.
유엔재난경감국제전략기구(United Nations Office for Disaster Risk Reduction, UNISDR)는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으로 인한 사망을 경고하며 자연적 위험으로부터 치사율을 감소시키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빈곤층과 취약계층, 난민, 노인과 아동,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폭염을 제때 경고하고 물 공급과 쉼터 제공 등 적절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직시하라
지난해 12월 출범한 파리기후협정체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세계 각국은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대비 섭씨 1.5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목표에 합의했으나 사실상 첫해부터 상한선을 코앞에 두게 된 상황. 올해 전 세계 상반기 평균 기온은 19세기 때보다 1.3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망칠 곳은 없다. 기후변화를 직시하고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맞서는 방법 밖에는.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