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특집] 규제프리존특별법의 민낯 3

2017-05-01

탄핵된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와 함께 설립을 주도한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냈던 기업들을 위해 정부, 여당과 함께 규제완화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지난 1월 환경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가 특검에 고발한 내용이다. 규제프리존특별법이 그 선물의 정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특별법은 탄핵되지 않고 현재 20대 국회에서 입법화를 기다리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과 함께사는길이 4차 산업혁명과 경제 신성장 동력을 위한 법이라는 헛된 수사에 가려진 규제프리존특별법의 민낯에 대해 고발한다. 


7. 규제프리존법이 생기면 개인정보를 보호받지 못한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최근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기업에서 대량 유출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시민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본인 동의’와 ‘익명화’ 처리를 통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규제프리존법은 ‘비식별화’ 처리를 통해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비식별화 처리를 한 개인정보를 규제프리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만든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개인의 의료정보, 자율주행자동차 이용 시 개인의 위치정보를 비롯한 개인정보, 개인의 영상정보, 사물인터넷(Iot) 기반 개인정보 등 다양한 개인정보를 비식별화 처리만 하면 개인 동의 없이 사업자들이 사용 가능하게 됩니다. 비식별화 처리란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이 적법하다고 인정한 익명정보와 달리 실제로 ‘정부 기준에 따라 일정한 처리를 한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개인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기업이 사용하도록 하는 조치’를 뜻합니다. 

따라서 ‘비식별화 처리된 정보는 언제든 다시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로 재식별화 처리가 가능’합니다. 규제프리존법은 이러한 ‘재식별화된 개인정보를’ 또 다시 ‘비식별화 처리해야 한다’는 정도의 일반 규정만 두고 있을 뿐 실제로 재식별화된 개인정보의 유통에 전혀 대책이 없습니다. 결국 규제프리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8. 한미FTA 등 무역협정에 의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내국인 대우를 받도록 돼 있는데 이들이 규제프리존에 들어가는 것도 막을 길이 없지 않나요? 

FTA에 포함된 ‘투자자 국가 제소권’ 조항은 환경, 공중보건, 토지이용의 공공성, 주거 안정을 침해하는 사항일 때는 보호받을 수 없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들을 ‘내국인 대우’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만일 한국 정부나 기관, 기업, 개인 등에게 허용되는 권리라면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허용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규제프리존에 해외 투자기업들의 진출을 명목상 막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규제프리존이 국내 주요 대기업과 지역 풀뿌리 중소기업을 매칭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지만, 이익을 좆는 영리기업의 생리상 좋은 조건의 파트너를 마다할 리 없으므로 해외 투자기업의 규제프리존 진입을 막을 길은 사실상 없습니다. 이는 지역 경제생태계가 지역의 자생적 중소기업 위주가 아니라 대기업과 대기업의 하위 파트너인 지역 중소기업, 해외 투자기업과 해외 투자기업이나 자본이 관련된 기업, 그 삼자의 복합체로 단순화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결국 지역의 전략산업과 관련된 골목상권은 말 그대로 공중 분해될 우려가 큽니다. 


9. 규제프리존에서 전략사업을 추진하는 대기업이 지역 사회권력의 정점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견제장치는 없나요? 

지역전략산업체로 선정된 대기업이 규제프리존에서 기업활동을 시작하면 역내의 모든 사회권력이 해당 대기업에 집중되는 일을 현실적으로 막을 길이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해당 대기업에 매칭된 지역 중소기업들, 그들과 연관된 지역의 경제조직들이 대기업의 지배력 하에 들어갈 것이고 이들의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지역 전체가 그 네트워크의 정점에 있는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일이 자연스러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규제프리존을 지정하고 규제완화 특례를 부여하고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등의 모든 권한의 최종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만, 워낙 방대한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규제완화가 이루어지고 기업의 권한과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으로 법 자체가 설계돼 있어 일단 법이 시행되면 누구도 지역전략산업 복합체의 정점에 선 대기업을 막기 어려워집니다. 말 그대로 규제프리존에 들어간 대기업의 손에 지역 전체를 맡기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규제프리존법은 견제보다 특혜를 특례로 규정한 법입니다. 

과속이 가능한 슈퍼엔진을 단 차에 자전거에나 달 브레이크를 달았으니 사고는 필수지만 대책은 전무에 가깝습니다. 애초에 이 법은 사전예방이 아니라 사후정비의 원칙으로 규제를 풀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생겨 사후정비를 한다 해도 사후 약방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선의 대책은 이 법이 20대 국회를 통과하는 일을 막는 것입니다. 


10.  법안이 만들어진 경과를 보면 ‘대기업 청부입법’이라는 시민단체의 비판에 공감이 되는데, 현재 어떤 이들이 이 법의 제정을 찬성하고 있습니까? 

지난해 2차에 걸쳐 이 법이 국회에 제안됐을 때 제1야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당론으로 반대에 나서 이 희대의 공공 규제 살해극이 중단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다 죽어가던 유령을 대선 국면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신성장동력’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되살리겠다고 ‘공약’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현재 규제프리존법은 대선후보 간에 찬반 정책공약으로 부상한 상황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반대하고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규제프리존법 입법화 공약을 내건 대통령 후보들 중 당선자가 나온다면 바로 입법화에 탄력을 받게 될 상황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환경과 안전 등 논란이 있는 부분을 빼고 입법화해 4차 산업혁명의 발판으로 삼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더불어 민주당은 이에 대해 ‘법안을 제대로 살펴본 게 아니다’는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규제프리존의 핵심은 대기업 특혜이지 4차 산업혁명과는 연관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입장은 환경연합 등 시민단체의 주장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만일 인공지능과 로봇, 무인자동차와 드론 그리고 빅데이터 처리, 사물인터넷 고도화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경제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정부가 정책으로 돕고자 한다면,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인 규제완화가 아니라 그러한 개별 산업 주제별로 맞춤형 규제 현실화와 육성정책을 준비하는 것이 논리적일 것입니다. 

백번을 양보해 지역별로 대기업 위주의 경기 진작효과가 발생한다 해도 그것은 지역전략산업과 관련된 골목상권의 대대적인 해체와 자생적 중소기업이 희생되는 역효과에 비하면 크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일방적이고 전면적인 규제완화가 가져올 것은 사람과 자연을 위태롭게 하는 공공성의 몰락일 뿐입니다. 


글 |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월간 함께사는길


규제프리존특별법의 민낯 1

규제프리존특별법의 민낯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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